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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 변이, 그리고 그 이후의 세계

델타 이후의 세계.

BYESQUIRE2021.09.05
 
 

델타 이후의 세계

 
변이는 알파로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정체 모를 전염병에 ‘우한 폐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빠르게 전염되고 급성 호흡기증후군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과학자들은 사망한 환자의 폐 조직을 통해 그 원인이 바이러스임을 밝혔다. 2015년 WHO는 인간과 동물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들은 더 이상 지역, 성별, 종 등으로 명명하지 않기로 협약했다. ‘우한 바이러스’라는 이름은 과학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올바른 이름이 아니었다. 겉으로는 기존에 있던 바이러스와 비슷한 형태이나 유전자와 임상 증상이 달랐기에 제대로 된 이름이 명명되기까지 혼선이 일었다.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의미의 ‘2019-nCoV’로 시작해 바이러스 분류학자들과 WHO는 기존의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유사하기에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라는 바이러스의 이름을 붙였고, 이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을 COVID-19라고 불렀다.
 
바이러스는 숙주가 없으면 종족 번식을 할 수가 없다. 숙주가 감염되어야만 숙주 세포의 유전자 복제 메커니즘을 이용해 비로소 자신의 종족 번식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아주 작은 생명체인 바이러스는 꼭 필요한 유전자만 집약적으로 가지고 있다.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는 약 3만 개의 염기(A, T, G, C)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박테리아인 대장균(E.coli)이 약 464만 개의 염기로 구성된 것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숫자이다. 사람, 동물, 식물, 대장균 그리고 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유전자가 복제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이는 우연하게 생성된다. 다만 생애 주기가 짧고 한 번에 폭발적으로 복제되는 바이러스의 경우, 변이를 통해 생성된 다음 세대 바이러스들은 환경과 숙주의 상태에 따라 적응력이 다르게 나타난다. 우연하게 생성된 변이가 숙주 세포와 결합하는 부위일 경우, 숙주와 잘 결합하지 못할 수도 있고, 더 잘 결합할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 숙주에 감염되지 못하는 변이 바이러스는 점점 도태되고, 후자의 경우 숙주와 더 착착 붙어 그 기세를 점점 넓히며 숙주를 점령한다. 그 후자가 현재 우리가 ‘델타 변이’라 줄여 부르는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 델타 변이주(株)’다.
 
알파는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B.1.1.7’ 혹은 ‘201/501Y.V1’ 변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던 이 바이러스를 다들 ‘영국 변이’라고 불렀다. 남아공에서 유행한 ‘B.1.351’ 혹은 ‘20H/501.V2’는 베타 변이라는 이름이 붙기 전 ‘남아공 변이’라고 불렸다. 과학자들만 잘 알아볼 수 있는 문자와 숫자의 조합이나 지역 명칭 대신, WHO는 일반인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리스 문자를 도입했다. 영국 변이는 알파, 남아공 변이는 베타, 브라질 변이는 감마, 그리고 4차 유행을 선도하고 있는 인도 변이는 델타 변이가 되었다. WHO는 이들 변이를 ‘우려 변이(Variant of Concern, VOC)’와 ‘관심 변이(Variant of Interest, VOI)’로 구분했다. 우리가 잘 아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는 우려 변이에 속한다.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변이 중 전염성, 질병의 중증도 혹은 진단이나 치료에 문제가 되고 있는지 관심을 두고 있는 변이는 에타, 이오타, 카파, 람다 변이다. 미국의 경우는 WHO의 변이 분류에 속하지 않은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두 가지의 변이와 인도의 또 다른 변이주를 VOI로 지정해 추적 관찰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월 마스크 완화 지침을 발표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 후 미 전역의 백신 접종률은 주춤한 반면, 마스크를 쓴 사람은 점점 사라져갔다. 5월 말 메모리얼 데이 연휴, 학생들의 방학, 그리고 독립기념일 연휴를 지나며 마트에 여행용 가방이 동이 날 정도로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움직여댔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집과 컴퓨터 모니터 속에서 지냈던 이들은 마스크 없는 세상에서 코로나의 끝을 즐기는 듯했다. 활발한 숙주의 이동은 곧 바이러스의 이동임을, 모두가 잠시 잊은 듯했다. 인도에서 시작된 델타 변이가 미국에도 전파되면서 6월부터 서서히 확진자가 증가하기 시작했고, 7월에는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CDC)가 마스크 착용에 대한 새로운 권고안을 내놓았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일지라도 델타 변이의 전파 수준이 높은 지역이나 실내의 공공장소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했다.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가이드라인이 5월, 다시 마스크를 쓰라는 가이드라인이 7월에 나온 것이다. 어찌 보면 동전 뒤집기 같지만 사실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미국다운 결정이다. 7월 초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델타 변이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우한에서 처음 감염되었던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잠복기가 2~3일 정도 빠르다. 감염된 환자가 진단 검사 시 검체 안에 얼마나 많은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지를 비교했더니 약 1260배 정도 많았다. 높은 바이러스 양과 빠른 잠복기로 인해 진단 검사를 받기 전까지도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할 확률이 높아졌으며, 전파력은 2배가 넘는다. 델타 변이주가 특별한 건 그동안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이 감염되는 돌파 감염 사례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즉 백신을 접종한 사람도 델타 변이주에 감염된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건 중증에 빠지거나 사망하는 비율은 현저히 낮을지라도, 감염된 이들에게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키기엔 충분한 바이러스의 양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불행 중에 다행인 건, 돌파 감염의 비율은 현재 확진자의 1%도 되지 않는다. 더 많은 사람이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CDC의 웰렌스키 국장은 “코로나 전쟁의 양상이 바뀌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전 세계가 델타 변이가 끝인 것처럼 달려들어 여기저기 터지고 있는 둑을 막고 있지만, 델타 변이는 결코 코로나의 끝이 아니다. 웰렌스키 국장의 염려는 델타 변이 너머에 있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예전보다 감염률이 높다는 것은 우연히 일어나는 변이 또한 더 많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이는 자칫하면 그들이 변이를 만들어내는 공장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수많은 과학자는 우연히 일어나는 고작 몇 개의 유전자 염기서열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고작 몇 개의 염기서열의 변화는 바이러스 단백질의 변이를, 단백질 변이는 감염률과 증상의 변화를, 감염률은 백신의 효과를, 증상의 변화는 치료제의 변화를, 또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지난 1년간 힘들지만 어렵게 버텨왔던 사회의 변화를 일으킨다. 어쩌면 그리스 문자 24개의 변이가 채워질 날이 머지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그 끝인 오메가 변이가 오는 날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인류는 그 오메가의 날을 막을 수는 없다. 아쉽게도 백신으로 그 끝을 본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천연두가 유일하다. 천연두가 박멸될 수 있었던 이유는 ‘평생 면역’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한 번의 감염 혹은 한 번의 백신을 통해 다시 감염될 확률이 미미했기 때문에 인류는 천연두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으로도 백신으로도 평생 면역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다만 전쟁에서 승리는 못 할지라도 맞서 싸울 만한 존재로 만들 수는 있다. 백신과 치료제, 그리고 방역 정책과 뉴노멀 사회로의 수용성이 하나하나 퍼즐처럼 맞춰져야 우리가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조슈아 레더버그가 한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인간의 우월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존재는 바로 바이러스다.”







Who's the writer?
문성실은 미국에서 바이러스와 백신을 연구하는 미생물학 박사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이공계 여성이자 외국인, 아내이자 엄마로서의 삶’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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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김현유
  • Illustrator VERANDA STUDIO
  • WRITER 문성실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