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누리호의 실패가 '성공적인 실패'인 이유

누리호, 그 성공적인 실패.

BY김현유2021.11.25
 
2021년 10월 21일은 역사적인 날이었다. 그날,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KSLV-II, Korea Space Launch Vehicle-II)가 첫 발사됐다. 안타깝게도 결과는 ‘실패’였다. 1단과 2단이 정상적으로 작동했지만, 마지막 3단 엔진이 예정된 시간보다 46초 일찍 꺼진 것이다. 이 때문에 누리호는 위성모사체를 700km 궤도에 올려놓는다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는 데 실패했다. 안타까운 실패였다.
 
 
누리호는 한국 최초로 국내 기술로만 만든 로켓이었다. 누리호의 자세한 스펙을 살펴보면, 길이 47.2m에 중량은 200톤, 탑재중량은 1500kg으로 총 3단으로 구성됐다. 우주로 가는 로켓은 대개 다단으로 구성된다. 로켓은 아래에서 위로 단을 세는데, 맨 아래 1단이 가장 먼저 점화된다. 지구 중력권을 이기고 지구 밖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힘이 가장 세야 한다. 1단 엔진의 연소가 끝나고 연료가 떨어지면, 1단 로켓은 로켓 몸체에서 분리돼 떨어져 나간다. 단분리가 이뤄지는 건, 점차 필요 없는 무게를 줄여 같은 양의 연료로 더 멀리 가기 위해서다. 1단이 연소 분리되고 나면 2단 로켓이 점화돼 연소하고, 이 역시 연료를 소진한 뒤 단분리 된다. 3단 로켓이 가장 중요한데, 여기에 우리가 우주로 보내려고 하는 물체 - 인공위성이나 우주선 등의 탑재체 - 가 놓이는 페어링 부분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3단이 연소될 즈음이면 로켓은 이미 우주에 있다. 3단 로켓은 우주 공간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추력이 클 필요가 없어, 대개 전체 로켓 엔진 중 가장 크기가 작다.
 
누리호의 1단엔 75톤 엔진 4개가, 2단엔 같은 크기 엔진 1개가, 그리고 마지막 3단엔 7톤급 엔진 1개가 장착되어 있다. 알려진 대로, 누리호의 핵심은 이 75톤 엔진의 개발이었다. 로켓의 엔진은 로켓이 추력(힘)을 내게 하는 유일한 장치이기 때문에, 로켓 기술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로켓 기술은 한 국가의 국방과 직결된다. 로켓의 맨 위에 실리는 탑재체에 따라 목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위성이나 우주비행선과 같은 우주탐사 목적의 물건이 실릴 경우 그 로켓은 우주발사체가 될 수 있지만, 여기에 폭탄이 실리는 순간 로켓은 바로 미사일이 된다. 소수의 몇 개 나라만 독점한 로켓 기술이 공유되지 않는 건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한국에 로켓 기술이 전무했던 건 아니었다. 이미 한국은 상당한 수준의 고체로켓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문제는 연료가 액체로 된 액체로켓이었다. 정해진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우주발사체는 반드시 액체로켓 기술을 필요로 한다. 액체로켓 기술은 고체로켓 기술보다 훨씬 난도가 높았다. 한국이 우주발사체 개발을 구체화한 건 2000년, 우주개발 중장기 기본계획에서였다. 2021년에야 우리는 우리 기술로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결국 우리가 자체 기술을 보유하는 데 20여 년이 걸렸다는 이야기다. 이쯤에서 잠깐, 누리호 전에 이슈가 됐던 ‘나로호(KSLV-I)’를 언급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나로호는 우리 기술로만 준비한 발사체가 아니었다. 나로호의 1단 로켓은 러시아제 액체로켓이었고, 2단이 한국에서 개발한 고체로켓이었던 것이다.
 
20여 년의 시간 동안 한국 기술진은 아무에게도 기술을 배울 수 없었고, 0부터 10까지 스스로 배워 만들어야 했다. 얼마나 많은 고충과 실패가 있었을지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껏 전 세계에서 우주발사체를 보유한 건 미국, 러시아(구 소련), EU, 일본, 중국, 인도, 이스라엘, 이란, 그리고 북한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제 한국도 여기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요즘에야 미국의 NASA나 유럽의 ESA(유럽우주기구)뿐만 아니라, 스페이스X 같은 민간 기업도 우주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그들의 발사 장면이 대중에게 쉽게 공개된 만큼, 우주여행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야말로 민간 우주개발 시대가 열린 것 같다. 이 때문에 우주개발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체감하기는 어려워졌다. 기술력을 가진 국가들이 뭐든 우주로 쏘아 올리고 있는 지금, 한국은 왜 발사체 하나도 제대로 쏘아 올리지 못했던 걸까?
 
우주개발은 많은 시간과 돈, 그리고 인력이 드는 일이다. 우주개발이 처음 시작된 것은 1957년의 일이다.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호를 쏘아 올리면서부터다. 그 말인즉, 우주개발의 역사가 고작 6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주개발이 시작되던 저 시점은 미국과 구 소련을 중심으로 한 냉전 시대였고, 양국의 경쟁 구도는 극에 달해 있었다.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이어졌고 미국과 러시아는 우주개발의 선두에 설 수 있었다.
 
우주로 무엇인가를 보내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것이 무척이나 많다. 미션을 실행하기 전, 많은 사람이 긴 시간 동안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 연구하고 준비하지만, 우주와 같은 미지의 공간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고, 그 예상치 못한 일 때문에 미션이 실패할 수도 있다. 위키 백과에서 우주개발 연대기를 검색해보자. 파랗게 적힌 성공보다, 빨갛게 적힌 실패라는 단어가 압도적으로 많다.
 
우주개발 초기에 가장 실패가 많이 일어난 지점은 ‘발사체’였다. 로켓이 발사대를 떠나지도 못한 상태에서 폭발하는 경우도 있었고, 1단이 점화돼 발사대를 떠난 직후 시야에서 폭발하는 일도 부지기수로 일어났다(나로호 발사 당시 상황도 그랬다). 소수 우주선진국의 우주발사체 기술이 안정화에 접어들어 발사체 실패가 드문 일이 됐다고 해서, 모든 미션이 쏘는 족족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우주탐사의 목적 자체는 ‘미지의 곳으로 가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알기 위한 단서를 찾는다’이다. 미지의 곳, 알지 못하는 것들, 그리고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예상치 못했던 일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우주탐사는 종종 실패를 거듭한다. 성공적으로 올라간 로켓이 목적지에 위성이나 우주탐사선을 갖다 두었다고 해도, 위성이 신호를 제대로 보내지 못하거나 결함이 생길 경우 멀리 떨어진 지구에선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중요한 건, 수많은 실패에도 그들이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패하면 실패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샅샅이 찾아냈고, 보완 후 다시 도전했다. 덕분에 인류는 공 모양 쇳덩이를 우주에 올리는 것(스푸트니크)에서 시작해 달에 사람을 보내고, 지구 주위를 도는 우주정거장을 만들며, 화성에 로봇과 사람을 보내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우주선진국들이 갖고 있는 우주개발의 방대한 노하우는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투자해온 어마어마한 자본과 여기에 인생을 바친 수많은 연구자가 빚어낸 것이다. 한국의 기술력과 그들의 기술력을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는 지금 우주선진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실패를 거듭했던 1960년대 즈음의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누리호는 자체적인 엔진 개발에 성공한 후 처음 시도한 발사였다. 첫 발사 성공률은 통계적으로 30%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누리호가 성공인지 실패인지 묻는다면 ‘실패’라고 답해야겠지만, 이 ‘실패’라는 단어의 뒷면을 읽어야 한다. 난도가 가장 높았던 75톤 엔진이 달린 1단과 2단이 무사히 예정대로 연소를 마치고 단분리 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한국의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대단한 쾌거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누리호는 ‘성공적인 실패’다. 우리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도였다.
 
이제 시작이다. 이제 첫발을 디딘 우리는 앞으로도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할 것이고, 무수히 많은 실패를 경험할 것이다. 그리고 때마다 절망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멈추지 않아야 한다. 멈추지 않는 한, 속도는 느릴지언정 우리는 천천히 우주의 비밀을 우리의 손으로 벗겨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커다란 꿈과 가능성을 선사하는 것은 덤이 되겠고 말이다.







Who's the writer?
전은지는 항공우주공학자다. 2012년 미시간대학교에서 항공우주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독일 항공우주센터,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대학교와 미국 하와이대학교에서 희박한 우주 공간에서 빠르게 흐르는 유동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현재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조교수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