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예술가의 작품을 소비하는 나, 비윤리적인가요?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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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예술가의 작품을 소비하는 나, 비윤리적인가요?

김현유 BY 김현유 2021.12.15
 
Q. 날씨가 살짝 쌀쌀해질 때가 되면 동방신기가 12년 전 5인조였던 시절의 명곡 'Love in the ice'가 생각나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곤 했습니다. 몇 년 전까지는 말이죠. 한 멤버가 마약 투약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또 다른 멤버가 방역 수칙을 어기고 유흥주점에 출입한 사실이 보도된 이후 제 마음은 차갑게 식었습니다.
 
저뿐만이 아닙니다. 딜런 패로의 폭로 이후 우디 앨런의 영화를 보지 못하는 사람, 조니 뎁의 가정 폭력 사건 이후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DVD를 버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범죄자 또는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사람의 작품에도 죄는 묻어 있는 걸까요? 만약 그런 작품을 소비한다면 저 역시 윤리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걸까요?
 
우리가 애정을 느꼈던 인물이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거나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문제를 일으킨다면 우리는 적지 않은 혼란과 실망을 느낄 것입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좋아하던 가수나 배우, 감독의 작품집을 폐기 처분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이런 감정과 판단도 요즘은 사람에 따라 매우 상이하다고 봅니다. 20대 초반의 대학생들과 이 문제에 대해 토론한 결과 상당수 학생들이 작품과 개인의 인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예술 작품에 도덕과 윤리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피력했죠.
 
예를 들어 우디 앨런 감독의 2017년 작품, 뉴욕의 유원지 코니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세 남녀의 삼각관계를 그린 〈원더휠〉은 로맨스, 애정뿐 아니라 불륜과 갈등, 정서적 긴장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를 향유하는 관객의 입장에서 학생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감독과 등장인물을 동일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행실을 비도덕적이라고 간주해도 그들과 관객 자신을 일치시키지는 않는다”고 말입니다. 이런 작품을 소비하는 관객의 도덕성을 언급하는 것은 예술 작품의 소비 주체에게 윤리적 판단 능력이 없다고 가정하는 오만한 태도라고도 비판합니다.
 
〈캐리비안의 해적〉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흥행한 어드벤처 영화 시리즈입니다. 주인공 캡틴 잭 스패로우 역을 맡은 조니 뎁은 세계에서 가장 큰 액수의 돈을 가장 빨리 번 영화 시리즈를 통해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죠. 조니 뎁의 가정 폭력 사건이 알려지고 피해자가 존재함에도 그의 영화 흥행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2017년 이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인 〈죽은 자는 말이 없다〉가 개봉되었고, 한편에서는 SNS를 통해 조니 뎁 주연 영화의 불매운동이 일었지만, 열혈 팬들의 관심과 소비자 권리를 주장하는 관객들의 발길을 멈추지는 못했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타인이 문제적 작품을 소비한다고 해서 그를 부도덕하다고 매도할 수는 없지만 자신은 그런 작품의 소비를 지양하겠다고 말합니다. 관객과 소비자의 예술 작품 향유는 작품 속 인물들의 비윤리적 행위나 태도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기 때문이죠. 능력 있는 범죄자의 작품을 소비하는 것 자체가 사회에 범죄자라도 능력만 있으면 괜찮다는 메시지를 보낸다고 우려합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관객의 소비 행위는 능력 있지만 부도덕한 자들의 중요한 수입원이 됩니다. 최근 유튜버들의 ‘뒷광고’ ‘먹뱉’ 논란도 이와 유사한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많은 논란과 우려에도, 나는 앞서 소개한 다수 학생들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다양한 작품들의 소비 주체인 우리는 작품과 그 작품의 제작자, 배우, 예술가들을 서로 분리해야 하며 일정한 거리를 두고 비평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상이합니다. 우리는 논란이 되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즉흥적이고 성급한 판단은 도리어 사건의 주인공과 관련자들을 맹목적으로 비난하고 또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파괴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타인의 신상을 밝히고 유포하는 온라인 수사대, 시민 인터넷 경찰들이 사방에 존재합니다. 이 점은 약도 되지만 독도 됩니다.
 
최근 어떤 아이돌 그룹 가수는 학교 폭력 논란으로 수많은 욕설과 악플을 받고 방송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는데 이는 뒤늦게 오해로 밝혀졌습니다. 한 웹툰 작가는 인터넷에 해당 작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비방 글이 올라온 이후 무수한 악플에 시달려야 했고, 작가와 가족들을 향한 비방과 욕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 또한 누명으로 밝혀졌으나 그동안 받은 본인과 가족들이 받은 상처는 회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조선 후기의 유학자 정약용(丁若鏞:1762~1836)은 〈효자론(孝子論)〉, 〈열부론(烈婦論)〉, 〈충신론(忠臣論)〉이라는 글을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효자 경쟁, 열부 경쟁이 과도해졌고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자신이 효자이고 열부임을 증명하기 위한 사건 사고들이 늘었기 때문이죠. 특히 사소한 성적 루머에도 치명상을 입었던 여성들은 잔혹하고 극단적인 방식으로 자살했습니다. 목을 매고 물에 빠져 죽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신체를 절단하는 등 가혹한 방식으로 자해했습니다. 주변 이웃들의 무서운 눈초리, 풍문, 사회적 비난 때문이었죠. 부도덕한 자들을 색출하고 처벌하기 위한 사회적 검열의 분위기가 다수의 무고한 죽음을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윤리적 문제와 관련해 섣부르게 타인을 단죄하는 사회적 분위기, 다수의 여론을 진실로 단정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이런 점 때문입니다. 작품과 작품의 제작자에 대해 개인적으로 반감을 갖고 멀리할 수는 있지만, 이것을 공적인 가치로 확장하고 사회적 윤리로 쟁점화하는 데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Who's the writer?
백민정은 가톨릭대학교 철학과의 교수다. 〈정약용의 철학: 주희와 마테오 리치를 넘어 새로운 체계로〉, 〈맹자: 유학을 위한 철학적 변론〉, 〈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중국철학 이야기 제2권: 제국의 논리에서 마음의 탐구로〉, 〈혜강 최한기 연구〉(공저) 등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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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김현유
    WRITER 백민정
    Illustrator 양승희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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