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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을 헷갈리게 만드는 세 가지 숫자

20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한 명도 없는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의견이 줄지어 나오는 와중에 지지율 여론조사가 한창이다. 그러나 그 조사의 숫자들은 오히려 우리를 헷갈리게 할 뿐이다. 우리를 특히 헷갈리게 하는 3개의 숫자를 살펴봤다.

BY김현유2021.12.26

이재명/윤석열 후보 지지율 ‘동률’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앞두고 최근의 경향을 통해 가능성을 따져보는 건 종종 있는 일이다. 그 방식이 대선에도 통할까? 중앙일보에 따르면 직선제가 시작된 1987년부터 가장 마지막 대선이 있던 2017년까지, 일곱 번의 대선에서 D-100일 무렵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가 당선까지 연결된 경우가 무려 여섯 번이다. 단 한 번의 대선을 제외하면, D-100일 전후로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가 대선 결과로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압도적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20대 대선은 이 경향성으로 점치기가 힘들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1%p)가 이를 말해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각각 36%로 ‘동률’을 기록한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동률이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것도 조사 종료일 기준 대선까지 97일 남은 시점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중앙일보의 ‘D-100일의 예측’에 쓰인 데이터는 한국갤럽이다. 한국갤럽은 어떻게 생각할까? 장덕현 연구위원은 여기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D-100일 전 조사로 선거 결과를 알 수 있다고 말하긴 어려워요. 유권자 지형이나 선거 구도 같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서, 선거마다 상황이 다르죠. 역대 대통령 선거를 돌아봐도 모든 선거가 치열했고, 박빙인 경우가 많았어요.” 그렇다면 어째서 이런 경향성이 그럴듯하게 제기됐던 것일까? “아마 과거 선거에 대해 사후적으로 결과를 알고 회상하기 때문에 나온 말일 것 같네요.” 그가 덧붙였다. 대선이라는 이벤트 자체가 일반화하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100일 전 여론조사로 당선자 윤곽을 잡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양강 구도의 두 후보가 어느 쪽도 대세론에 올라타지 못하고 ‘동률’을 이뤘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현재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여론이 정권재창출 여론보다 최소 10%p가량 높습니다. 그렇다면 야당의 윤 후보가 그런 여론을 대부분 흡수해 50%에 가까운 지지율에 육박해야 하는 게 산술적으로는 맞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이강윤 소장의 설명이다. “그런데도 박빙이라는 건, 어떤 이유로 선뜻 윤 후보를 지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겠죠?” 그의 말대로, KSOI가 TBS 의뢰로 12월 10~11일 양일간 전국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1%p)에 따르면 정권교체 여론은 49.6%로 정권재창출 여론 39.5%보다 높다. 같은 조사에서 나온 윤 후보 지지율 42%에 비해서도 높은 수치다.
 
동률을 이룬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외에 공개된 여러 조사에서도 두 후보는 근소한 지지율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체로 윤 후보가 앞서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박빙을 보였던 18대 대선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당시 최종 결과 당선된 박 후보와 2위에 오른 문 후보 간 득표 차는 3.6%p로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몇 가지 상황이 다르다. “그때 박 후보의 지지율은 당시 대통령이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보다 2배가량 높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후보의 지지율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아요. 같은 박빙이라도 다른 양상인 셈이죠.” 명지대학교 정치학과 신율 교수의 말이다. 같은 당이지만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가진 당시의 박 후보가 임기 말 지지율 저공 행진 중이던 이명박 대통령을 훌쩍 뛰어넘은 데 비해 임기 말에도 고공 행진 중인 문 대통령의 지지율 허들은 높다. 문 대통령과 성향이 다른 두 후보의 지지율이 일정 수준에 갇히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두 후보가 갖는 약점들이 이전 대선 후보들에 비해 치명적이거든요.” 케이스탯리서치 하동균 이사의 말이다. “대장동이나 고발 사주 등 후보를 둘러싼 정치적 이슈와 후보 개인사를 둘러싼 부정적 이미지가 결합해서, 쉽게 ‘이 사람을 지지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기 어렵게 하고 있어요. 강성 지지층을 제외한 중도층의 마음을 확고하게 잡는 후보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죠.” 당장 어느 쪽이 앞으로 우위를 보일지 확언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목소리는 높지만, 그만큼 두 후보에게 마음을 열지 않은 유권자도 많다. 두 후보 모두 열혈 지지층을 제외한 중도층의 마음을 열기까지 과정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D-97의 36% ‘동률’은 이런 상황에서 비롯된 결과다. 특별한 사건이 벌어져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동률까지는 아니더라도, 박빙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어쩌면 대선 당일까지도.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목소리는 높지만, 그만큼 두 후보에게 마음을 열지 않은 유권자도 많다. 두 후보 모두 열혈 지지층을 제외한 중도층의 마음을 열기까지 과정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20대의 지지 후보 변동 가능성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정치권에서 가장 눈에 띄게 떠오른 단어는 단연 ‘이대남’이었다. 당시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72.5%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투표했던 것이다. 60세 이상 남성보다 높은 수치였다. '이대남'들이 야당을 너무나 사랑해서 표를 던진 건 아니었다. 이들이 여당에 가진 반발심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이대남’만큼 주목받지 않았으나, ‘이대녀’ 역시 오 후보와 제3지대의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을 합하면 50%를 훌쩍 넘었다. 그간 압도적인 여당 지지 세력으로 인식돼왔던 것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었다. 정치에 가장 무관심한 세대로 여겨졌던 20대를 정치권에서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듯, 지금의 20대는 성별을 가리지 않고 딱히 ‘충성’하는 당이 없다. 정파적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그 와중에 다른 세대의 20대 때와 비교하면 투표율이 높다. ‘집단적 부동층 세대’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세대가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셈이다.
 
실제 11월 29일부터 12월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엠브레인·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1%p)에 따르면 20대는 무려 66%가 지지 후보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같은 조사에서, 40대 이상부터는 ‘현재 지지하는 후보를 계속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20대의 뷰포인트는 정확해요. 자신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두고,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선택지를 쉽게 바꿀 수 있죠.” 이 소장의 말이다. “특히 지금의 20대는 초등학생이었을 때부터 정치가 무엇인지 경험한 세대입니다. 2008년 광우병 집회 때 엄마 손을 잡고 광장에 나왔던 아이들이 지금 20대거든요. 이들은 2016년의 촛불행진 때도 거리로 나왔어요. 정치적 승리를 경험해본 만큼 잘못된 것을 내 손으로 바로잡는다는 의식도 강하죠. 정치적으로 무관심한 계층이 전혀 아닙니다.” 높은 투표율이 이를 방증한다.
 
정치적 관심이 높은데도 지지하는 인물이 없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무엇보다도 현재의 후보와 정치권이 그 연령대에 매력적이지 않다는 거겠죠.” 장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그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기성 정치를 극복하는 새로운 정치를 보여줘야 할 거예요. 그러나 여당은 개혁적이지만 기득권 같은 기성 정치 틀을 벗어나지 못했고, 야당은 반정부일 뿐 새롭다는 느낌이 없죠.” 후보들의 태도나 공약이 이들의 가치에 전혀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도 지향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20대에게 다가가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무작정 접근하기는 어렵다. 성별 간 정치 성향이 갈리기 때문이다. “지금의 20대가 과거의 20대와 다른 점은, 연령대를 하나로 묶어 설명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대녀’에 어필하면 ‘이대남’의 반감을 살 수 있고, 그 반대도 성립하죠.” 장 연구위원의 말이다.
 
물론 이들 세대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불안감이다. 정파적인 이념보다는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스윙보터’인 만큼, 효과적인 부동산 안정화 정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들의 마음을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누가 당선되든 20대의 마음을 달래기는 녹록지 않아 보인다. JTBC와 글로벌리서치가 11월 6~7일 양일간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1%p)에 따르면, 현재 대선 후보 중 부동산 문제 해결 적임자가 있느냐는 질문에 20대의 62%가 ‘없거나 모르겠다’고 답했다. 흔들리는 20대의 마음에 정치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리라는 기대는 없어 보인다.
 
지금의 20대는 성별을 가리지 않고 딱히 ‘충성’하는 당이 없다. 정파적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유권자의 투표 의향 

앞서 말했듯, 20대 대선은 각 당 후보가 확정되기 전부터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실제 통계로도 확인된다. 코리아리서치가 12월 11~12일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선 후보 호감도와 비호감도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1%p)를 살펴보면, 이 후보와 윤 후보뿐만 아니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까지 모든 후보가 50%가 넘는 비호감도를 기록했다. 모두 호감도보다 비호감도가 높다. 과거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지지율 선두 그룹의 후보들이 40~60%대의 호감도를 보였던 것과는 상당히 대조되는 결과다. 앞에서 언급한 대장동이나 고발 사주, 후보 개인 사생활에 대한 이슈가 영향을 미친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일은 다가오고 있고, 여기저기서 뽑을 후보가 없다는 생각에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이른바 ‘대선 블루(blue, 우울감)’ 현상이다.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심리학협회가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발간한 연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미국 성인의 68%가 ‘선거’를 주된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았다. 이는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한 결과다. 협회는 팬데믹과 양극화된 정치, 불안정한 경제 상황 등이 누적돼 이런 결과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원인을 듣고 보니 남 얘기 같지가 않다.
 
이런 상황이지만, 투표 의향을 묻는 여론조사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케이스탯리서치가 한겨레 의뢰로 11월 25~26일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2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1%p)에서 81%의 유권자가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가능하면 투표하겠다’는 응답까지 합치면 무려 96%가 투표 의지를 드러냈다. 너무 속이 상해 아무라도 찍고 와야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것일까?
 
나의 질문에 신 교수는 웃으며 말했다. “여론조사상에서 가장 비중을 둘 필요가 없는 질문이죠.” 사람들은 여론조사에 임할 때 ‘정답’을 찍으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이 질문에서는 더더욱. 하 이사도 비슷한 말을 했다. “투표 의향을 묻는 질문은 ‘사회적 바람직성’이 응답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긍정적인 답변이 실제 투표율보다 높게 나올 수 있어요.” 이런 경향은 이전 대선에서도 드러난다. 장 연구위원이 제공한 갤럽 자료에 따르면 대선마다 실제 투표율은 ‘꼭 투표할 것’이라는 응답률 대비 10%p가량 낮았다. 일례로 지난 2017년 대선을 일주일 앞둔 5월 1주 차에 ‘꼭 투표할 것이다’라고 답한 사람은 무려 91%에 달했지만, 실제 투표율은 77%였다. 14%p가 빠진 것이다.
 
응답률과 차이는 있겠지만, 투표율이 낮은 편은 아닐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른바 ‘분노 투표’일 때 투표율이 높습니다. 정권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압도적인지가 관건이죠. 이번 대선은 이전의 대선에 비해 정권교체에 대한 반응이 높은 편이고요.” 신 교수의 설명이다. 하 이사는 청년층의 행보에 대해 언급했다. “각 진영에서 청년층 표심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청년들 역시 본인들의 투표 효용성이 증가하는 걸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투표율이 낮아질 것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지금은 투표를 회피하려는 반응이 있을 수 있지만, 향후에는 투표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날 것으로 봐요.” 과연 ‘역대급 비호감’의 ‘대선 블루’를 딛고 진행된 투표율은 어떻게 될 것인가.
 
 
*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go.kr)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