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인 이유

2019년 시작된 코로나19는 꼭 2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BY김현유2022.01.03
 
2019년 시작된 코로나19는 꼭 2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전 지구적인 노력과 자본을 들여 코로나19 백신을 만들어냈지만, 바이러스가 쉬이 떠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많은 사람은 백신만 맞으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백신만 맞으면 당장 마스크를 벗고 학교에 가고, 함께 먹고 마시는 일상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델타의 위협을 넘어 이제는 오미크론이란 또 다른 변이가 등장했다. 지칠 대로 지친 우리에게 백신으로 인한 일상의 회복은 너무 먼 이야기가 된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스터 백신을 맞으라는 권고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바이러스와 백신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백신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면역에 대해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우리 몸의 면역은 우리 몸으로 침입하려는 병원체를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비특이적 면역’은 생물이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방어 작용을 말하는데, 여기에는 최전방에서 단단한 벽을 쌓고 있는 피부와 소화기관, 호흡기관 그리고 그 분비물들이 포함된다. 어떤 외부 물질에도 반응하는 이 선천적 면역은 음식물에 대해서는 위산과 연동 작용으로, 눈에 먼지가 들어갔을 때에는 눈물을 흘리는 식으로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이런 선천적 면역의 반대는 후천적 면역, 이른바 ‘획득 면역’이다. 획득 면역은 외부에서 들어온 침입자, 즉 특정 항원에 대한 ‘특이적인’ 면역반응을 뜻한다. 획득 면역은 능동 면역과 수동 면역, 두 가지로 나뉜다. 이 중 능동 면역은 외부 항원이 체내에 침입한 이후에 체내에서 생산되는 면역으로, 직접 병원체에 감염돼 발생하는 자연 능동 면역과 백신처럼 실제 감염은 아니나 감염을 일으킨 것과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인공 능동 면역으로 나뉜다.
 
수동 면역은 외부에서 이미 생성된 면역을 체내에 넣어주는 것으로, 역시 자연 수동 면역과 인공 수동 면역으로 나뉜다. 자연 수동 면역은 모체 면역이라고도 하며, 산모로부터 아기에게 전달된 항체나 모유가 해당된다. 인공 수동 면역은 이미 만들어진 특정 병원체에 대한 항체를 체내에 주입하는 것으로 항체치료제를 예로 들 수 있겠다. 복잡해 보이지만, 간단히 설명해 능동 면역은 자연적으로나 인공적으로 특정 항원을 통해 직접 체내에서 생겨난 면역이며 수동 면역은 이미 만들어진 누군가의 항체를 주입해 얻은 면역이다.
 
능동 면역과 수동 면역은 체내에서 직접 생성되는 면역 여부라는 차이점 외에, 체내에 유지되는 기간에도 차이가 있다. 모체로부터 전달된 항체는 아기가 태어난 지 불과 2~3개월이면 사라지며, 항체치료제도 영구적으로 체내에 남아 있지는 못한다. 그러나 능동 면역은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기억 면역세포를 분화시켜, 이후 동일한 항원이 체내로 들어왔을 경우 빠르게 항원에 대한 항체를 생성하거나 감염된 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는 세포성 면역 기작을 작동시킨다. 수동 면역에는 유통기한이 있지만, 능동 면역은 영구적인 셈이다.
자, 그럼 다시 백신 이야기로 돌아오자. 인공 능동 면역의 한 종류인 백신이 유도하는 면역반응은 이렇다. mRNA 백신이든 아데노바이러스 기반 백신이든, 백신을 투여하면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mRNA/DNA)가 세포 내로 전달된다. 이런 유전자는 우리 세포의 복제 시스템을 이용해 스파이크 단백질의 특정 부분을 만들어내고, 이 단백질은 체내에서 ‘외부 물질’로 인식돼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특이적인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우리는 백신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이야기할 때, ‘중화항체’가 얼마나 유도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는 실제 백신을 접종한 후 생성된 항체가 바이러스를 얼마나 중화(억제)하는지 실험실에서 분석한 것으로, 바이러스가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하기 전에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붙어 수용체와의 결합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백신의 효과를 중화항체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백신이 일으키는 면역반응은 항체를 만들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감염된 세포를 사멸시키기도 한다. 이를 ‘세포성 면역’이라고 한다. 모든 종류의 백신이 이 두 가지 면역을 다 유도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은 이를 모두 유도한다고 알려져 있다. 간단히 예를 들어, 바이러스 10개를 10개의 세포에 감염시키면 바이러스는 세포에 침투한다. 세포에 들어간 바이러스는 자신들의 유전자와 단백질을 만들고 조립하는 과정을 거듭하고, 그 과정 끝에 10개의 바이러스는 수천, 수만 배로 불어나 세포 밖으로 나온다. 새로 증식된 바이러스는 옆의 세포들을, 또 그 옆의 조직들을 감염시키며 우리 몸 곳곳을 바이러스 증식 공장으로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백신을 통한 세포성 면역이 유도돼 있을 경우 우리의 몸은 10개의 세포를 사멸시키는 기작을 유도한다. 더 이상 바이러스가 증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중화항체는 스파이크의 특정 부분에 대한 항체이기 때문에, 변이에 따라 감염을 방지하는 효과가 낮을 수는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특이성이 낮은 세포성 면역이 활성화될 수 있기에, 변이에 감염되더라도 중증률을 낮출 수 있다. 돌파 감염의 우려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부스터 샷을 맞아야 하는 이유다.
 
100% 완벽한 백신은 어디에도 없다. 지난 200년 동안 백신의 역사를 통틀어 인류가 전염병을 박멸한 것은 천연두가 유일했고, 그게 가능했던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천연두는 인간이 유일한 숙주였고, 감염되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 확연해 진단이 쉬웠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천연두 백신은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약하게 감염시키는 ‘생백신’으로 자연 능동 면역과 가장 비슷한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었다. 천연두에 한해 ‘평생 면역’이 가능했던 배경이다.
 
그러나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는 천연두와는 확연하게 다른 바이러스다. 인간 외의 숙주가 많고, 무증상 감염으로 방역과 격리에 어려움이 따른다. 또 백신 역시 빠르게 일어나는 변이로 효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애초에, 언젠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이 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도시 간, 국가 간 이동이 활발하고 도시화의 가속화로 밀집된 생활이 일상이 되어버린 현대 사회에서는 천연두가 다시 되돌아오더라도 박멸되기 힘들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다시 한번 짚어보자. 우리가 이루고 있는 사회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얼마나 밀접하게 살아가는지, 그리고 바이러스가 얼마나 잘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인지도 말이다. 앞서 이야기한 여러 가지 종류의 면역 중에서 현재의 시간과 공간과 자원을 통해 코로나19와 싸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되짚어보자. 완벽하지 않아 아쉽지만 백신은 현재 우리 살고 있는 이 시대와 이 사회에서 가장 경제적이고, 가장 효과적으로 능동 면역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Who's the writer?
문성실은 미국에서 바이러스와 백신을 연구하는 미생물학 박사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이공계 여성이자 외국인, 아내이자 엄마로서의 삶’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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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김현유
  • Illustrator VERANDA STUDIO
  • WRITER 문성실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