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의자 카이의 행복론 | 에스콰이어코리아
PEOPLE

행복주의자 카이의 행복론

카이는 철저한 행복주의자다. 그러나 그가 생각하는 행복은 지금의 쾌락과 크게 상관없고, 언제나 미래에 있다.

박세회 BY 박세회 2022.01.21
 
 

Pursuit of Happiness

 
그렇게 열심히 작업하면서도 무료했어요.
그 얘기를 계속 하는군요.
제가 11년 차거든요. 작년이 10년 차였고 10년 차에서 오는 고뇌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제 스스로 저는 쉼 없이 달려왔다고 생각해요. 10년 동안 앨범과 이미지, 노래와 춤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 뇌를 너무 많이 쓴 건 아닐까 싶어요. 이제는 이게 맞는 건지 아닌 건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된 것 같기도 하고요.
직장인인 제 마음과도 비슷하네요. 가끔 이제 새로운 게 내 안에 없다는 자괴감에 빠질 때가 있거든요.
전 사실 새롭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같은 걸 또 하더라도 사람은 성장하고 달라지니까 결국 결과물은 다른 게 나오죠. 같은 주제의 기사를 써도 몇 년 전에 기자님이 쓴 거랑 지금 기자님이 쓴 건 다를걸요?
그렇죠, 그렇죠.
시대가 받아들이는 뉘앙스도 다르고요. 제가 자기 복제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이유예요. 전 그냥 좀 오래 한 것 같아요. 영감의 양이 줄어든 것도 무료함의 원인 같아요. 결국 저희도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들이라 일상생활에서 오는 영감이 확실히 필요하거든요. 근데 작년엔 일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삶을 우리 모두가 살았잖아요. 어느 순간엔가 느끼는 게 너무 적다고 느꼈어요.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는데 말이죠.
미니 앨범 두 개를 녹음하다 보니 자신의 목소리에 대해 많은 공부가 됐을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저번 앨범이랑 이번 앨범이 달랐어요. 저번 앨범은 한 가지 목소리 톤으로 모든 노래를 다 불렀어요. 그 톤이 제 보컬 색깔을 보여준다고 생각했고, 첫 미니 앨범은 그 색을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그런데 이번 앨범은 각 노래에 맞는 다양한 톤과 발성 방식으로 노래를 불렀어요. 사실 제 색을 확연하게 보여주면서 곡들의 개성에 따라 변화를 주는 게 가장 좋을 텐데, 그 중간점을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이번 앨범은 재녹음도 많이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알던 카이 목소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예를 들어 ‘바닐라’의 목소리가 참 좋은데, 처음 듣는 카이의 목소리예요.
‘바닐라’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곡이에요. 이 노래를 어떻게 불러야 ‘바닐라’ 같을까, 생각하면서 발음의 뉘앙스를 잘 살리려고 정말 많이 불렀거든요.
본인은 녹음하기 힘들었다고 하지만, 듣는 제 입장에서는 이번 앨범 곡들이 참 듣기 편해요. 보컬이 여유 있게 들려서일까요?
(웃음) 그런데 지난해에는 확실히 정신적으로 스스로와 싸우는 무언가가 있어서 정말 힘들었어요. 육체적으로도 정말 힘들었지만요.
육체적이라는 건 녹음 시간 때문인가요?
녹음을 그렇게 오래 하진 않는데 녹음을 준비하는 과정, 안무를 짜는 과정, 콘셉트를 기획하는 과정이 모두 한 번에 벌어져요. 노래를 추리고, 추리고, 추리는 과정이 있어요. 전반적인 이미지를 기획하는 과정이 있고, 콘셉트를 정하는 과정이 있죠. 앨범 나오기 전 두 달이 제가 엑소 생활을 시작한 이후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 와중에 〈식스 센스〉에도 나가고, 〈신세계로부터〉도 찍고요.
예. 다 찍었죠.
유튜브도 시작했죠.
오글거릴 수도 있지만, 제가 예능에 출연하고 유튜브도 찍는 이유는 딱 하나예요. 팬들 때문이죠. 엑소 처음 시작할 때는 ‘팬 여러분 사랑해요’라고 말할 때 그 팬들이 불특정 다수의 거대한 집단이라고 느꼈어요. 그런데 10년을 하고 나니, 이제는 하나의 인격체로 느껴져요. 인격체로 느끼다 보니 그 사람과 소통하고, 그 사람을 생각하고, 그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는 마음을 정말로 느끼게 되죠. 나이가 들면 남을 이만큼 좋아하기도 쉽지 않거든요. 스포츠 선수들이 ‘팬들한테 잘해야 한다’라고 버릇처럼 하는 말이 이제는 정말 피부에 와닿아요.
 
구찌 파인애플 스웨터, 스트라이프 셔츠, 울 팬츠, GG 벨트, 브레이슬릿 모두 구찌.

구찌 파인애플 스웨터, 스트라이프 셔츠, 울 팬츠, GG 벨트, 브레이슬릿 모두 구찌.

 
손흥민 선수도 지난번 인터뷰 때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팬데믹 상황이 되어보니 팬의 소중함을 더 절실히 느낀다’는 내용이었죠.
맞아요. 그 마음 알아요. 팬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큰 원동력이죠. 어쩌면 제가 축구를 좋아하는 그 마음 덕분에 남들보다 팬의 소중함을 빨리 깨달은 것 같아요.
카이와 춤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죠. 예전에는 어떤 춤이 어렵고 어떤 춤이 쉬운지 잘 몰랐는데, 〈스트릿 우먼 파이터〉 이후에는 춤을 보면서 난이도를 구분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피치스’의 안무는 극상의 난도 같았어요. 그 어려운 걸 참 쉽고 여유 넘치게 하는 게 신기해서 넋을 놓고 십여 번을 봤어요.
감사하네요. 그 안무 어려워요. 이번 춤은 멋진 걸 보여줘야겠다는 마음보다는 귀여움을 강조했어요.
만약 카이가 춤으로만 무대에 선다면, 어떤 장르의 춤을 선택할 것 같아요?
저는 실제로 다른 가수 노래에 맞춰 춤만 추는 무대에 자주 섰죠. 콘서트 할 때나 방송 무대에서도요. 사실 이젠 힙합, 발레, 현대무용 뭐든 다 할 수 있거든요. 2014년에는 ‘나는 이제 모든 소리에 춤을 출 수 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적이 있어요.
모든 소리라는 건…
사람들의 말소리,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 그 무엇이든 춤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그때 했었죠. 그때 원래는 ‘오늘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거리를 걸었어’같이 정말 아무 의미 없는 내레이션을 녹음해서 거기에 맞춰 춤을 추고 싶었어요. 그런데 무대 연출상 그건 불가능하더라고요. 그래서 인스트루멘털에 내레이션만 깔고 거기에 맞춰 안무를 짠 ‘Deep Breath’라는 무대를 한 적이 있어요.
춤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무대였군요?
춤만으로도 노래처럼 직접적인 감동을 전달해보고 싶었어요. 춤을 출 때 그런 점을 항상 신경 써요. 제 스스로의 감정을 신경 써서 제가 표현하고 싶은 기분에 따라서 춤을 추는 거죠.
‘인류가 에일리언과 조우했을 때 가장 적합한 언어는 춤이다’라는 말과도 비슷한 의미겠군요.
맞아요. 맞아요.
예전에 한 매체랑 한 인터뷰 중에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 게 있어요. 두 장면이 생각난다고. 연습생 때 연습 끝나고 집에 갈 때 500원짜리 음료수 마셨던 순간. 그리고 또 하나는 처음으로 서울에 올라와서 엄마랑 둘이 살았던 순간이라고 답했어요. 그 뒤에 행복한 순간에 대한 기억이 업데이트되었나요?
요즘에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내가 행복하려고 했던 선택들이 그때 당시에는 행복했는데 지금의 나를 괴롭히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생각. 또 ‘그때는 나쁜 경험이라고 여겼던 일이 시간이 지나고 나니 행복한 일로 남지는 않았나?’라는 생각이요. 행복이라는 건 이렇게 계속 바뀌는 거라는 걸 요즘 많이 느꼈어요.
행복이 바뀐다… 멋진 말이네요. 혹시 멋있는 말들만 골라서 집에서 외워 왔어요?(웃음)
아니, 아니요.(웃음) 아까 기자님이 말한 장면만 해도 그래요. 사실 500원짜리 음료수를 마셨다고 한 그날 전 엄청 짜증이 나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학원에 안 가고 땡땡이 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엄마한테 걸려서 등짝을 맞았어요. 사실 뭐 다른 짓을 하면서 논 것도 아니고 그냥 너무 힘들어서, 힘들고 지쳐서 학원에 안 가고 집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하늘 보며 걸었거든요. 어찌 됐든 땡땡이 친 걸 걸려서 등짝 맞고 짜증이 잔뜩 난 상태였는데, 집에 돌아가는 길에 엄마가 아이스크림을 사줬어요. 당시엔 분명히 좋은 기분은 아니었는데, 지금 되돌아보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너무 소중해요. 엄마랑 서울에 올라와 둘이 살았던 기억도 마찬가지죠.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져서 서울에 올라와 아주 좁은 공간에서 엄마랑 둘이 지냈어요. 당시에는 불행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거죠. 결국엔 죽기 전에 행복하다고 느끼는 삶이 정말 행복한 삶 아닐까요?
 
*카이 화보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2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Keyword

Credit

    FASHION EDITOR 고동휘
    FEATURES EDITOR 박세회
    PHOTOGRAPHER 장덕화
    STYLIST 김세준
    HAIR 박내주
    MAKEUP 현윤수
    ASSISTANT 이하민/송채연
    ARTWORK 이건희
    DIGITAL DESIGNER 김대섭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