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정발산동의 주민이 되고 싶었던 적이 있다. 히브리어로 ‘단비’를 뜻하는 라비브(raviv) 북스에서 커피를 마셨던 때. 조용한 동네에 오아시스처럼 나타났던 이 북카페는 대형 서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베스트셀러보다는 숨겨져 있던 보석 같은 책들을 큐레이팅하며 책이 하나하나 돋보이도록 진열한다. 오감이 편안해지는 우드 소재의 인테리어와 은은한 빈티지 조명 아래 한적하게 커피 마시는 시간이 소소한 행복임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곳. 게다가 커피 맛은 또 얼마나 좋은지. 다크하게로스팅된 원두에서 나는 고소한 향과 풍미가 빼곡히 진열된 책들과 한데 어우러져 공간의 시간을 멈추게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책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어 평일 오후엔 엄마 손을 잡고 따라 온 꼬마 손님들도 만날 수 있다. 북유럽 빈티지 그릇과 귀여운 피규어 등 소장 가치가 있는 제품들을 함께 선보여 천천히 구경하고 탐색하기 좋다. 공식 인스타그램(@raviv_books)에서 최승자 시인의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작가의 〈폰 쇠부르크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등 제목부터 읽고 싶어지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도서와 고귀한 문장들을 함께 소개하니 방문 전 미리 훑어봐도 좋을 것 같다.
덕수궁길 초입에 식음료가 아닌 공간을 판매하는 이색적인 스팟이 오픈했다. 낮에는 북카페, 밤에는 와인바로 운영 중인 ‘마이시크릿덴’이 그곳. 낮에는 1인당 공간 이용료 1만5000원(평일 3시간, 주말 2시간 기준)을 내고 진열되어 있는 책을 꺼내 읽거나 글을 쓰는 등 혼자만의 사색을 즐길 수 있다. 대화를 제한하고 있어 근황 토크가 필요한 만남은 낮보다 저녁에 방문할 것을 권한다. 또 이색적인 점은 커피 및 음료의 외부 반입이 가능해, 인근의 커피 맛집에서 테이크 아웃해오면 된다. 저녁엔 와인 페어링을 즐기는 바로 변신하기에 간단한 안줏거리를 가져오거나 배달 앱으로 직접 주문해서 먹을 수 있다. 와인도 주문하지 않고 직접 들고 간다면 병당 4만원의 콜키지만 내면 된다.
동네 사랑방처럼 아기자기하고 정감 가는 책방을 탐닉하는 스타일이라면 성수동 새촌마을 골목 안에 자리한 작은 동네 서점 ‘낫저스트북스’를 추천한다. 주인이 직접 읽고 고른, 개인적인 관심사에 기반을 둔 헌책과 새 책, 독립출판물들을 선보이는 이곳은 매주 수요일에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고 독서 습관을 기르는 독서교실을 열만큼 책에 진심이다. 그러니 책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편안하게 질문해보고 주인의 견해를 들어보는 것도 귀한 경험이 될 것이다. 서점에는 반려견 순돌이가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기에, 지인의 서재에 놀러 간 것처럼 편안하고 푸근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마치 영화 속에서나 존재할 것만 같은,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솟아나는 소중한 서점.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은 휴무이니 방문에 참고하자.
파주출판도시에는 출판사가 운영하는 북카페를 흔하게 볼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문을 연 1호점은 바로 눈 NOON이다. 인문서를 주로 출간하는 효형출판사에서 2012년 9월에 오픈한 이곳은 통유리로 만들어진 입구와 마당, 책을 읽기 더없이 쾌적하고 넓은 공간, 나무 아래 쉴 수 있는 테라스 석 등 마음까지 탁 트이게 해주는 스팟이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다. 커피를 비롯해 다양한 수제청 차와 브런치를 즐기는 방문객들이 많으며, 봄 여름에는 하얀 눈이 소복하게 올라간 우유 빙수를 먹기 위해 오는 이들이 많아 ‘파주 빙수 맛집’으로 불리기도 한다. 도서는 신, 구간 모두 10-15% 할인된 가격에 구매가 가능해 출판인들의 단골 카페로 꼽힌다.
_프리랜서 에디터 박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