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망원경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본다’는 행위의 의미를 한번 되돌아보자. 우리는 눈으로 세상을 본다. 하지만 스스로 빛을 만들어내는 도구가 없다면 한밤중의 방 안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빛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해야 할 터이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볼 수 있는 것은 그 무엇인가가 만들어내는 빛이나 그것에 닿아 반사된 빛을 보는 것이다. 인간의 눈은 파장대가 400~700nm 사이의 영역만을 감지할 수 있다. 이 영역을 가시광선, 즉 볼 수 있는 광선이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우리가 보는 것은 가시광선 영역대의 빛이다.
망원경은 렌즈(대물렌즈)나 반사경을 사용해 물체로부터 나오는 빛을 모아 상을 만들고, 이 상을 또 다른 렌즈(접안렌즈)로 확대하는 원리다. 이때 반사경이 크면 클수록 물체에서 나오는 빛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우리가 관찰하는 상의 밝기 또한 증가한다. 멀리 있는 희미한 물체를 잘 보기 위해서는 더 큰 반사경이 필요하다. 지상에 거대 망원경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더 멀리 있는 것을 더 또렷하게 보기 위해 보다 큰 반사경이 필요하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큰 망원경은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의 10.4m급 그랜 텔레스코피오 카나리아스 망원경이며, 24.5m급의 거대 마젤란 망원경과 30m 급의 TMT 또한 건설 중에 있다.
하지만 지상에서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측하려면 크기 외에도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일단은 날씨다. 구름이 많이 끼거나 비나 눈이 잦은 지역, 공기가 깨끗하지 않은 지역, 밤에도 인공 불빛이 많은 지역은 관측에 적합하지 않다. 그렇기에 관측소는 대개 산 위에 지으며, 그마저도 기상 조건에 따라 관측 가능한 날짜가 정해진다. 지구 표면에서 받는 빛은 모두 지구의 대기권을 거치므로 산란에 의한 간섭도 피할 수 없다.
과학자들은 바로 이 점에 착안했다. 이런저런 변수가 많은 지구 표면을 벗어나 우주에 망원경을 보내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밤이든 낮이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계속 관측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게 아닌가? 거기다 지구의 대기를 통과하지 않는 빛을 받을 수 있으니 이거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닌가? 1946년, 라이먼 스피처라는 미국의 과학자가 이 생각을 최초로 제안했다. 그리고 오랜 논의 끝에 그로부터 30년이 넘은 1990년 4월, 미국 NASA가 개발을 주도한 허블우주망원경이 우주로 발사되었다. 허블우주망원경은 2.4m 크기의 반사경을 가지고 있으며 자외선, 가시광선, 근적외선대의(0.1~1.0μm) 파장을 관측할 수 있다. 이 망원경은 30년이 넘은 지금도 지구 상공 540km를 95분마다 한 번씩 돌고 있다. 지구에 현존하는 망원경 중에는 더 큰 반사경을 가진 망원경이 많지만, 허블망원경이 그 어떤 망원경보다 선명한 영상을 제공하는 건 지구 밖에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허블망원경을 쏘아 올린 후 우주에 대한 인류의 이해는 혁명적으로 바뀌었다. 우리가 모르던 수많은 사실을 허블이 찍어 전송해준 덕분이다. 안드로메다가 하나의 별이 아니라 수천억 개의 별이 모여 있는 은하라는 사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텅 비어 있다고 생각했던 공간들에 수많은 은하가 존재한다는 사실, 빅뱅으로 시작된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까지. 허블은 지금껏 150만 장이 넘는 사진을 지구로 전송했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예상보다 훨씬 더 좋은 관측을 해내는 것을 본 과학자들은 허블보다 더 멀고 더 깊은 우주를 볼 수 있게 하는 거대 차세대 우주망원경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우주망원경이 우주 관측에 있어 최고의 도구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허블우주망원경의 임무는 6년 정도로 예상했던 터라 허블의 수명이 다할 때쯤 쏘아 올릴 거대 망원경을 구상했다. (예상과 달리 허블우주망원경은 5회에 걸친 수리 보수 덕분에 30년이 지난 지금도 멀쩡히 작동하고 있지만. NASA는 현재 허블우주망원경의 미션 종료를 2030년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늘 그렇듯 예산이 문제였다. 2007년으로 예정되었던 발사는 밀리고 밀려서 결국 2021년 12월에 발사되었다. 이것이 바로 차세대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다. 머큐리, 제미니, 아폴로 같은 큰 프로젝트들을 헌신적으로 이끈 NASA의 2대 국장의 이름을 붙인 이 우주망원경은 반사경 직경이 6.5m로 허블의 2.4m보다 훨씬 크다. 현실적으로 이 큰 렌즈를 그대로 가지고 올라가기는 불가능해 1.3m 크기의 18개로 나누어 제작하고 접어서 발사체에 실어 보낸 뒤 우주에서 펴는 기술을 사용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허블우주망원경보다 더 긴 파장대의 영역인 붉은색 영역의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잘 관측하도록 제작되었다. 이 영역의 파장이 더 멀고 희미한 천체를 관측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외선은 상온 수준의 제법 온도가 낮은 물체에서도 나온다는 문제가 있다. 즉 망원경에 달린 부품들이 온도가 아주 낮게 유지되어 적외선을 내뿜지 않아야 먼 천체에서 오는 적외선을 방해 없이 잘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제임스 웹 망원경은 50K (섭씨 -220℃) 이하의 온도를 유지해야만 한다.이를 위해서 망원경의 몸체에 가해질 열의 전달을 막아야 했다. 가장 시급한 것은 태양의 직사광선과 지구로부터 오는 복사열이었다. 과학자들은 망원경 아래에 테니스장 크기의 5겹 차양막을 설치하고 관측할 때 이 차양막이 태양과 지구를 향하도록 해 망원경이 열에서 차단되도록 설계했다. 하지만 하나의 막으로 두 소스의 열을 막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태양과 지구의 상대 위치가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태양과 지구를 늘 같은 방향에 두기 위해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태양 중심 궤도를 사용해 태양을 공전할 필요가 있었고, 결국 제임스 웹 망원경의 안착 위치는 태양 및 지구의 인력과 원심력이 상쇄되는 라그랑주 제2점으로 선정됐다. 태양을 중심으로 볼 때 지구에서 태양 반대쪽으로 약 150만 km 떨어진 지점이며, 허블우주망원경보다 약 2700배 더 멀리에 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이 궤도에서 마치 지구처럼 태양을 공전하고 있다.
202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발사된 제임스 웹 망원경은 발사 27분 후 로켓에서 성공적으로 분리됐다. 2022년 1월 24일 차양막과 반사경이 성공적으로 펼쳐졌으며, 모든 기기에 전원이 정상적으로 들어왔고, 목표 지점인 라그랑주 제2점으로 가기 위한 궤도에 진입했다. 2022년 2월 3일 NASA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첫 번째 광자를 감지했노라고 발표했다. 이제 적외선 영역대 파장을 관측하기 위해 제임스 웹 망원경은 당분간 몸체의 온도를 낮추는 과정에 들어간다. 대략 5개월 정도 조정과 테스트 작업을 거치면 곧 제임스 웹 망원경이 우주 저 멀리서 오는 첫 번째 이미지를 지구로 전송할 것이다.
빛에는 속도가 있다. 대략 초속 30만 km. 모든 빛은 광원에서 출발해 관측자에게 도달하기까지 그 거리만큼 여행한다. 지구에서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는 빛의 속도를 감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주는 다르다.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이 넓기 때문이다. 천문학에서는 빛이 1년 동안 이동하는 거리를 1광년이라고 정의한다. 산술적으로는 계산할 수 있지만 실제 우리 삶에 적용해 설명하기는 어려울 만큼 그저 먼 거리다. 우주망원경들은 수백 광년, 수천 광년, 수억 광년을 여행해서 우리에게 도달하는 빛을 감지해낸다. 이로써 우리가 하려는 일은 명확하다. 우주 저 멀리, 혹은 우주 어느 곳에서 아주 먼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다. 그 정보로 무엇을 하겠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해야겠다.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기원과 우주의 기원, 즉 우리의 출발점을 찾을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이라고.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반사경을 단 우주망원경이, 인류 역사상 지구에서 가장 먼 거리에서, 우리가 모르는 먼 우주에 대한 정보를 이제 곧 수집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것으로 우리가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기원을 알 수 있게 될까? 어쩌면 인간과 같은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을 찾게 될까? 제임스 웹 망원경에 대한 뉴스가 나온 이후로 많은 사람이 ‘그게 무슨 역할을 하는가’ 내게 묻지만,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그 ‘알 수 없음’이 과학의 핵심이다. 1946년 라이먼 스피처 박사의 제안에서 시작된 우주망원경은 허블우주망원경을 가능하게 했고, 그걸로 우리는 우주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또 다른 정보를 우리에게 흘릴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간 모르는지조차 몰랐던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고. 그렇게 한 발자국씩 천천히 나아간다. 모르는 세계를 조금 더 알기 위해서. 우리의 기원을 찾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Who‘s the writer?
전은지는 항공우주공학자다. 2012년 미시간대학교에서 항공우주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독일 항공우주센터,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대학교와 미국 하와이대학교에서 희박한 우주 공간에서 빠르게 흐르는 유동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현재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