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코로나에 걸리고 싶다고 생각하는 나, 이기적인가요?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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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코로나에 걸리고 싶다고 생각하는 나, 이기적인가요?

없던 윤리가 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에스콰이어 코리아>는 지금까지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최첨단 윤리의 쟁점을 철학자와 함께 고민해보려 한다.

박호준 BY 박호준 2022.05.06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1000만 명이 넘습니다.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겠지만, 제가 일하는 병원은 한 명만 빠져도 업무 강도가 높아집니다. 오죽하면 휴가도 서로 상의해서 낼 정도죠. 그런데 이번 코로나 사태 때문에 9명 중 4명이 연달아 자가격리에 들어갔습니다. 다시 말해, 걸리지 않은 저 같은 사람만 2~3배 일을 더 한 셈입니다. '무증상이라 아프지도 않고 집에서 푹 쉬고 왔다'는 동료의 말을 들었을 땐 화가 머리 끝까지 났습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코로나에 걸려 자가격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제가 너무 이기적인 걸까요?
 
요즘은 확진자가 몇십만 명을 기록했다는 뉴스를 들어도 예전만큼 놀랍지 않습니다. 코로나가 합법적 유급휴가이자 푹 쉴 수 있는 기회로 인식되면서 부러워하는 사람이 생기고 있죠. 건강한 게 억울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때 ‘나도 코로나에 걸려 푹 쉬고 싶다’는 마음은 ‘인지상정(人之常情)’입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보통의 정서나 감정이라는 말입니다. 제 주변에도 코로나로 격리하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고, 욕구하는 모든 것이 그 자체로 정당한 것은 아닙니다.    
인간에게는 오랜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불평등 회피(inquity aversion)’ 심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발(Frans B. M. de Waal)의 ‘카푸친 원숭이 실험’은 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큰지 보여줍니다. 드발 박사는 원숭이 두 마리에게 일을 시킨 후 오이를 주었습니다. 원숭이들은 보상 때문에 열심히 일했죠. 그러다 그중 한 마리에게만 포도를 상으로 주었더니 오이만 받은 원숭이가 처음엔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입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어리둥절은 분노로 바뀝니다. 오이를 집어 던지더니 아예 과제를 거부하기에 이릅니다. 이 실험을 통해 드발 박사는 불평등과 부당한 분배에 대한 분노는 인간뿐 아니라 영장류의 본능이라고 주장합니다. 사람은 자기가 한 것에 대해 정당한 보상이 주어져도 남이 더 많은 보상을 받으면 박탈감을 느끼며, 질투와 분노를 느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현명하지 않습니다. 질투나 분노로 가장 중요한 존재인 자기 자신을 망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SNS를 통해 주변 상황이나 타인의 삶을 속속들이 보며 비교할 수 있는 소비사회에서 이기심이나 분노는 자아에 독이 되기 쉽습니다. 현대사회라는 구조 자체가 심리적 박탈감을 키우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비의 사회〉의 저자인 프랑스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소비사회의 성장 동력은 평등해지려는 욕구이지만, 물질적 성장을 통한 불평등 해소는 불가능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소비를 통해 표출되는 욕망은 미디어가 만들고 인정하는 기호화된 욕망이기에 개인을 완전히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사회와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과시적 욕망에 빠지는 것은 ‘자기기만(mauvaise foi)’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기기만이란,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가 ‘왜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포기하고 사물화된 존재로 스스로를 변질시키며 소외되는가?’라는 명제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개념입니다. 그가 말하는 자기기만은 자신을 의식적으로 속인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강요하고, 유포하는 잘못된 가치관과 신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스스로에게 해를 끼치는 부정적인 믿음을 관성적으로 좇는 행동입니다. 자기기만이 반복되는 것은 인간이 자신의 자유를 마주할 때 그것을 압박감과 불안으로 느끼기 때문입니다. 철학자 니체도 인간은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하고, 끊임없이 자기기만의 함정에 빠지는 존재라고 꼬집었습니다. 사회가 강요하는 타자의 욕망, 인간 본질을 잘못 이해하게 만드는 자기기만의 감정 그리고 현실에 쉽게 타협하려는 무기력을 경계해야 합니다.
질문으로 돌아가봅시다. 코로나에 걸리면 사람들이 희망하는 것처럼 ‘슈퍼 항체’가 생기고, 일주일 동안 편하게 지내면서 잠시 여유를 만끽할지도 모르지만 이것은 상황에 자신을 맡기는 전형적 자기기만입니다. 최근 ‘롱 코비드(Long COVID)’ 현상도 심심찮게 많이 보도되는데 코로나에 감염되었다 회복된 후에 계속 기침, 두통, 수면장애, 무기력 등 다양한 후유증에 계속 시달리는 것입니다.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처럼 인생은 화가 복이 되고, 복이 화가 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집니다. 긴 안목으로 삶을 보면서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현재에 충실한 것이 자기를 사랑하는 길입니다. 좋고 나쁜 상황은 우리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고, ‘지금 여기’가 미래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죠.  

Who's the writer?

김석은 건국대학교 철학과 교수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을 거쳐 파리8대학 철학과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에크리, 라캉으로 이끄는 마법의 문자들〉 〈프로이트 & 라캉, 무의식의 초대〉 〈자아, 친숙한 이방인〉 〈프로이트 꿈의 해석〉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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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박호준
    WRITER 김석
    ILLUSTRATOR 양승희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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