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주커버그의 야심찬 행보 '메타'는 왜 이렇게 비난만 받는 걸까?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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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주커버그의 야심찬 행보 '메타'는 왜 이렇게 비난만 받는 걸까?

오성윤 BY 오성윤 2022.05.07
 
미국 프로 미식축구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의 의미를 넘어서는 이벤트다. 워낙 시청률과 화제성이 높아, 경기에 붙는 광고가 곧 전 세계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야심을 겨루는 장이 된 것이다. 그래서 슈퍼볼 광고의 내용이나 품질에 대한 평가도 매해 미식축구 경기 못지않게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대결이 되었다. 30초에 약 84억원이 들어가는 이 광고판에 올해 메타(Meta)도 참전했다. 광고 내용은 이렇다. 레스토랑에서 밴드 공연을 하던 로봇 개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버려진다. 그대로 폐기물이 될 뻔하지만 우연한 기회로 구해져 전시관의 안내원으로 일하게 된다. 겨우 밥줄을 유지하게 된 로봇 개에게 누군가 메타의 VR 기기를 씌워준다. 이제 로봇 개는 가상 세계에서 다시 동료들과 함께 밴드 공연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광고는 슈퍼볼 역대 최악의 광고라는 평을 받았다. 사람들은 현실을 피해 가상 세계에서 살라는 것이냐며 우울한 광고라고 조롱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메타는 왜 이런 광고를 만들었으며, 사람들은 왜 이렇게까지 질타를 하는 걸까?
메타는 작년 10월 페이스북이 새롭게 내건 사명이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가 이제 SNS를 넘어 가상현실 기반의 미래 플랫폼인 메타버스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훼손된 회사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페이스북 알고리즘의 위험성과 경영진의 비윤리적 태도를 지적하는 내부고발로 조사가 이어지면서 회사의 이미지와 주가도 크게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메타는 ‘빅테크 저승사자’ 리나 칸 위원장이 이끄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의 반독점 조사와 소송 문제도 마주하고 있다.
메타는 이 위기를 극복하고 메타버스 시대를 이끌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생각처럼 쉬울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지금까지 발표한 것들을 살펴보면 메타가 메타버스의 개념을 어떻게 구현하려는 것인지 뚜렷한 그림이나 차별점이 보이지 않는다. 메타버스의 개념은 1992년 닐 스티븐슨의 SF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등장한다. 현실에서 빚쟁이 피자 배달부인 주인공 히로는 메타버스 세계에서 천재 해커이자 뛰어난 검객으로 활동한다. 〈레디 플레이어 원〉이나 〈매트릭스〉 같은 영화 작품에서도 가상 세계는 어두운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공간으로 표현된다. 메타가 보여준 메타버스의 모습은 이와 다르지 않았다.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그림을 보여줬으니 사실 해당 광고는 앞선 소설이나 영화보다도 못한 텅 빈 영상에 불과하다. 메타는 메타버스에서 원하는 희망과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보다는 역으로 메타버스를 통해 현실의 삶이 더 즐겁고 윤택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줬어야 했다. 무엇보다 전신인 페이스북이 비윤리적인 경영을 일삼으며 시장과 데이터를 독점하려 했다는 비판적 시선들이 있는 상황에서, 이런 광고는 불씨만 더 키운 셈이 됐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더 큰 문제가 보인다. 바로 데이터를 둘러싼 윤리적 문제다. 메타와 그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의 데이터 윤리 철학을 이해하려면 페이스북이 새로운 플랫폼으로 혜성같이 등장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페이스북은 근본적으로 극도의 연결성과 개방성을 추구하는 서비스다. 하버드대학교 재학생 신분이었던 마크는 당시 학교에서 공개하지 않던 학생들의 사진과 정보를 해킹해 더 마음에 드는 여학생 사진을 고르도록 하는 ‘페이스매시(Facemash)’라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일종의 이상형 월드컵처럼 여학생의 사진 두 장을 띄우고 ‘누가 더 핫한가’ 묻는 웹사이트였다. 훗날 이 문제 때문에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했지만, 사람들의 사진과 정보를 모으겠다는 마크의 집념은 마침내 페이스북의 창업으로 이어진다. 2010년 기준 미국 인구의 41.6%가 페이스북 계정을 갖게 되었고, 바로 그해 마크는 지울 수 없는 꼬리표 하나를 스스로의 손으로 달았다. 한 인터뷰에서 “프라이버시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해버린 것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마크의 생각만큼 프라이버시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 프라이버시는 인류가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부터 존중하던 본질적인 가치 중 하나다. 집이라는 공간은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내밀한 영역이었다. 그 누구도 자신이 쓴 편지를 수신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읽는 걸 바라지 않는다. 내가 원하지 않는 나의 신체나 가족관계에 대한 정보가 마을에 퍼지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어릴 때 일기를 쓰고 자물쇠를 걸어 잠갔던 추억도 돌아보라. 요즘 지하철에서 옆 사람이 내 스마트폰을 보지 못하도록 사생활 보호 필름을 붙이는 것은 또 어떠한가? 이런 현상은 디지털 환경에서도 다르지 않다. 오늘날 사회는 프라이버시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고 정보 주체가 자신의 정보를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프라이버시 시대가 끝났다고 주장했던 마크도 태도를 바꿨다. 2018년 페이스북 사용자 약 5000만 명의 데이터가 유출되어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운동에 사용됐다는 이른바 ‘페이스북 데이터 스캔들’이 터졌다. 이 사건으로 마크는 트위터를 통해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밝히며 사과문을 공개했다. 2018년 유럽에서 오늘날 전 세계 정보보호법의 흐름을 주도한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이 시행되고 각종 보안사고들도 증가하자 2019년에는 아예 프라이버시 중심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정책을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또 사건이 터진다. 2021년 인스타그램이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해친다는 내부 연구 결과가 있었음에도 경영진이 이를 묵살했다는 내부고발이 발표된 것이다. 이쯤 되니 사람들은 마크 저커버그 CEO 개인의 윤리적 결함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다시 메타버스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지금의 메타버스는 마인크래프트나 로블록스, 제페토와 같이 다소 한정된 형태의 게임이나 소통 플랫폼 정도로 구현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앞선 시대의 상상력에 힘입어 알고 있는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 세계가 실시간으로 이어져 모든 행위와 경험이 공유되는 공간이다. 게다가 사람들이 더 자유롭고 빠르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이라면 시장과 자본 권력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사실 메타버스가 주목받는 이유도 비대면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팬데믹 시대의 급격한 이슈로 부상하면서, 소비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도 더 많은 영역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 정도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이행한 메타로의 변모도 그랬고, 메타버스 관련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는 현상도 그렇다. 가상화폐와의 연계는 또 어떤가? 이쯤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초창기 모습을 떠올려보라. 분명 그때만 해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주변 지인들과 소통하고 일상을 공유하는 공간이었다. 정말로 그렇게 즐길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온갖 광고나 불법도박, 자극적 콘텐츠들이 피드를 지배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고민 없는 메타버스는 정말 디스토피아가 될지도 모른다. 현실의 모든 행동과 공간이 실시간으로 반영된다는 메타버스의 관념은 현재의 디지털 환경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금은 디지털 기기로 클릭하고 접속하는 정도의 행동이 기록되지만 메타버스에서는 당신의 걸음걸이와 시선까지 더 포괄적이고 방대한 데이터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 집 구조를 똑같이 옮겨놓은 메타버스 공간의 집을 아무나 들여다보는 것을 허용할 수 있는가? 누군가가 나의 동선을 훤히 볼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는가?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특정 계층이 필연적으로 배제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새로운 세계라고 할 수 있는가? 굳이 노년층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지금은 20대, 30대보다 청소년이나 아동들이 메타버스 서비스에 익숙한 시대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메타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따르는 문제는 없을까? 아동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준비는 되어 있는가? 혐오 표현이나 폭력적 언행들을 모두 규제할 수 있는가? 메타가 메타버스의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더 근본적인 고민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기술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보이겠다는 의지에 앞서 사회현상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철학적 고민을 바탕으로 윤리적 문제들을 식별해야 한다. 무엇보다 마크 개인의 도덕적 결함을 해결하지 못하면 메타의 길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이용자인 우리들의 생각도 중요하다. 고객이기 전에 시민인 내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내 정보는 내가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내 정보로 돈을 번다면 수익도 배분해야 한다. 숫자나 문자로 표현된 나의 인격이나 가치를 가볍게 여기도록 내버려 두어선 안 된다. 디지털 세상이 다가올수록 우리는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디지털 시민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윤상필은 ICT 및 사이버보안 법 제도와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2021년 고려대학교에서 정보보호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올해 〈사이버보안 취약점의 법적 규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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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오성윤
    WRITER 윤상필
    ILLUSTRATOR VERANDA STUDIO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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