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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로 돈을 버는 법

스스로 자라는 다이아몬드가 있다면?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식테크 열풍의 주역인 몬스테라 알보는 다이아몬드까진 아니지만 사파이어 정도는 된다.

박호준 BY 박호준 2022.09.13
 
 1. 몬스테라 아단소니 알보 Monstera adansonii Albo 2. 몬스테라 델리시오사 타이 Monstera deliciosa Thai 3. 몬스테라 델리시오사 민트 Monstera deliciosa Mint

1. 몬스테라 아단소니 알보 Monstera adansonii Albo 2. 몬스테라 델리시오사 타이 Monstera deliciosa Thai 3. 몬스테라 델리시오사 민트 Monstera deliciosa Mint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알보’ 또는 ‘알보몬’을 검색하면 눈이 번쩍 뜨인다. 그저 그런 식물 같은데 가격이 30만~50만원을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묘목 한 그루가 아니라 잎사귀 하나의 가격이 그렇다.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스크롤을 내려보지만 거래 완료 표시된 게시물은 끊이지 않는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검색해보니 ‘잎사귀 한 장 떼서 400만원에 판다’ ‘이파리 팔아 월 2000만원 수익’ 같은 문구의 기사가 눈에 띈다. 클릭을 거부하기 어렵다. 기사를 읽기도 전에 머릿속으론 이미 베란다와 거실을 알보몬으로 가득 채웠으며 ‘월 2000만원 벌면 회사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닿는다. 여기까지 읽고 마음이 동했다면 이어지는 내용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돈과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멀쩡한 회사까지 잃을지 모른다.
몬스테라 보르시지아나 알보 바리에가타(Monstera Borsigiana Albo Vairegata)가 정식 용어다. 줄여서 몬스테라 알보 혹은 알보몬이라고 부른다. 멕시코, 온두라스와 같은 중남미 아열대 지역에서 자라던 식물로 알려져 있다. 지구 반대편에 서식하던 식물이 우리나라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다. 공급이 부족한 원인과 수요가 증가한 원인을 나누어 차근차근 짚어보자.
몬스테라 알보가 관상용으로 인기를 끈 건 녹색 일색인 대부분의 식물과 달리 잎에 흰색 반점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개체에 따라 흰색이 아니라 노란색 또는 민트색을 띠는 것도 있으며 희소한 탓에 가격 역시 200만~1000만원까지 올라간다. 문제는 녹색이 아닌 다른 색을 지닌 모든 몬스테라가 돌연변이라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몬스테라가 돌연변이를 일으킬 확률은 약 10만분의 1이다. 대량생산이 어렵다는 뜻이다. 10만 개의 씨앗을 심어 하나의 몬스테라 알보를 얻는 것보다 이미 자란 몬스테라 알보의 잎을 분양받아 키우는 게 안전한 방법이다.
수입도 어렵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017년과 2021년 바나나뿌리선충 유입을 막기 위해 몬스테라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올해 1월 일부 생산지에 한해 수입 제한이 풀리긴 했지만,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복잡하다. 혹여 검역 과정 중 바나나뿌리선충이 발견되면 전량 폐기해야만 하는 것도 수입하는 입장에선 리스크가 크다. 게다가 몬스테라는 온도와 습도에 민감해 영하의 온도에 5분만 노출돼도 잎이 죽어버리기 십상이다.
수요가 늘어난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인테리어에 식물을 적극 활용하는 ‘플랜테리어(planterior)’의 증가다. 단조로운 공간에 식물을 배치해 장식 효과와 공기청정 효과를 도모하는 플랜테리어는 반짝이는 유행을 넘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더현대서울은 9900m²(3000평) 규모의 식물 정원을 백화점 내부에 마련했으며 롯데백화점과 AK플라자엔 장기간 집을 비워야 할 때 식물을 대신 맡아주는 ‘플랜트 호텔’까지 생겼다. 국내 식물 재배 시장 규모도 2021년 515억, 2022년 600억(추정)으로 성장 중이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모니터 너머로 극락조, 몬스테라, 테이블야자 등 여러 식물이 눈에 들어온다. 꼭 위워크나 무신사 같은 공유 오피스가 아니더라도, 이제는 보통의 사무 공간에 커다란 식물을 배치해놓은 게 보편이다.
4. 몬스테라 델리시오사 알보 Monstera deliciosa Albo 5. 몬스테라 보르시지아나 아우레아 Monstera borsigiana Aurea 6. 몬스테라 보르시지아나 알보 Monstera borsigiana Albo

4. 몬스테라 델리시오사 알보 Monstera deliciosa Albo 5. 몬스테라 보르시지아나 아우레아 Monstera borsigiana Aurea 6. 몬스테라 보르시지아나 알보 Monstera borsigiana Albo

식물이 재테크 수단이 되면서 수요에 불이 붙기도 했다. 코로나 이후 유동성 확대 정책으로 인해 주식과 코인 광풍이 불었던 것처럼 월급 외 수익 창출을 위해 식물 재배 시장에 뛰어든 사람이 늘었다. 〈식테크의 모든 것〉의 저자인 박선호가 그런 인물이다. “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수익이 줄면서 임대료조차 내기 어려웠어요. 전기세라도 벌어보자는 심정으로 몬스테라 알보 재배를 시작했죠.” 울며 겨자 먹기로 시작했지만 사업은 대박을 쳤다. ‘돈이 된다’는 입소문을 타고 몬스테라 알보의 가격이 많게는 10배 이상 치솟으면서 월 2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내게 된 것이다. 약 2년간 학원과 식물 재배를 병행하던 그는 학원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식테크(식물과 재테크의 합성어)’에 몰두하고 있다.
이쯤 되면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과 ‘이거 거품 아니야?’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혹자는 몬스테라 알보를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일어났던 튤립 파동에 빗대어 거품이라며 꼬집는다. “거품 맞아요. 색다른 외모 덕에 주목받긴 했지만 이파리 하나에 50만원이 넘을 정도는 아니거든요. 주식으로 치면 기대가 선반영 된 상태예요.” 그는 순순히 거품을 인정하는 말을 하면서도 “가격이 지금보다 내려가는 건 분명합니다. 잎 1장당 10만원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그것보다 낮아지진 않을 겁니다. 식테크가 유행하기 전에도 10만원은 넘었거든요. 국내 수요가 끊기더라도 비교적 시장이 탄탄한 해외에 팔면 되고요. 그리고 다른 나라와 달리 중국에선 아직 몬스테라 알보와 같은 관엽식물이 유행하지 않고 있지만 한번 바람을 타면 분명 가격이 폭등할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한물간 산업의 뒷북을 치는 건 아닐까? 답은 식테크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단기적인 수익을 목표로 한다면 끝물일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식물 가격은 겨울에 떨어지고 봄엔 오른다. 겨울은 냉해 위험 때문에 배송이 까다롭고 식물 성장이 더딘 시기라서 그렇다. 당장 몬스테라 알보 잎을 하나 분양받아 키우더라도 가지 수를 늘려 되팔기 위한 수준이 되려면 빨라도 2개월 이상 걸린다. 시기적으로 불리하다. 전반적인 시세도 꾸준히 하락 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시세와 비교해도 20% 이상 떨어졌다. 전쟁과 기후변화, 인플레이션의 공포 등 경제를 압박하는 사건이 많지만 어쨌든 몬스테라 알보의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 건 팩트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식물이 죽어버리는 최악의 경우를 제외하면, 몬스테라 알보는 황금알을 낳는 오리까진 아니더라도 옥을 낳는 오리 정도는 된다. 예를 들어 50만원에 잎 하나를 사왔다고 가정해보자. 2개월이 지나면 잎은 2~3개가 된다. 늘어난 잎을 나누어 심으면 2개월 후엔 6~9개까지 늘어난다. 그사이 가격이 반 토막 나더라도 본전 회수는 물론 최소 100만원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가축을 키우는 것과 달리 매달 사료 비용이 들지도 않는다. 햇빛이 잘 드는 공간과 약간의 물만 있으면 식물은 쑥쑥 자란다. 광량이 부족할 땐 생장을 촉진하는 LED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소소한 금액으로 식테크를 시작하는 사람이 대다수이므로 여러 잎이 아니라 한 잎씩 거래하는 게 판매 노하우다.
세금 혜택도 쏠쏠하다. 화훼 작물은 10억까지 비과세 대상이다. 부가가치세도 없다. 국내 세법은 ‘원시적 가공’으로 분류되는 채소나 달걀 같은 것들에 부가세를 물리지 않는다. 종합하면, 몬스테라 알보를 팔아 10억원을 벌어도 세금 한 푼 내지 않는다는 의미다. 단, 조건은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두지 않고 통신 판매한다는 조건이다. 사업자에 등록된 직원 수도 2인 미만이어야 한다. 증여세나 상속세도 없다. 원칙적으론 부과하는 게 맞지만 식물의 경우 증여 사실을 증명하기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조원익 변호사는 “여태까지 식물에 증여세나 상속세를 부과한 전례는 찾지 못했습니다. 식테크 시장이 지금보다 훨씬 커지면 부여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현재로선 실무적인 차원에서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에 부과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라고 설명한다.월급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라는 것이 여러 투자 전문가가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N잡러’가 되어 부를 축적했다는 사람들의 경험담이 서점에 가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판단은 개인의 몫이다. 그러나 1초 사이에 90% 이상 폭락하는 코인보단 몬스테라 알보를 키우는 게 정신 건강에는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가격이 추락 중인 코인은 존재만으로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지만, 시장이 무너져도 식물의 존재 자체가 분노를 유발하기란 힘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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