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라는 잠자는 공룡을 어떻게 깨울 수 있을까?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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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라는 잠자는 공룡을 어떻게 깨울 수 있을까?

오성윤 BY 오성윤 2022.09.28
 
쇼핑몰 11번가는 자사의 로고 옆에 아마존의 로고를 붙이고 있다. 강력한 파트너십의 상징으로. 2021년 8월 31일 양사가 합작해 선보인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Amazon Global Store)’는 해외 직구 서비스의 특성상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입력하는 단계를 제외하면 기존의 국내 온라인 쇼핑몰과 동일한 과정으로 물건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세계 최고의 이커머스 기업답게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역시 압도적인 상품 수, 직구에 최적화된 사용자 경험 제공을 강조하며 한국 고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11번가도 SK텔레콤의 구독 상품인 ‘우주패스’에 가입하거나 2만8000원 이상 구입하면 해외 무료 배송을 지원하는 등 아마존과의 제휴 효과를 높이는 데에 주력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11번가와 아마존의 제휴에 대한 시장 평가는 긍정과 부정을 넘나들고 있다.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해외의 다양한 상품을 언어에 대한 걱정 없이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부분은 좋은 반응을 얻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아마존이 직매입하는 상품만 취급하면서 미국 현지 쇼핑몰에 비해 제한된 상품 종류, 상품 정보의 부족, 배송 일정 등에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물론 현지 유통 및 배송 상황에 맞춰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많은 부분 개선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러 환율의 급상승으로 해외 직구에 대한 한국 고객들의 부담 증가가 외부 위기 요인으로 떠올랐다.
‘기업은 숫자로 말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결국 사업의 성패는 재무제표로 보이는 실적이 결정하고, 그에 맞춰 향후 전략을 재수립한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의 세부 실적은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정보이지만, 11번가의 실적에서 어느 정도 짐작은 가능할 것 같다. 지난 1년 동안 11번가는 매출액은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이 계속되면서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가 11번가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기대 이하로 평가하는 점도 여기에 있다. 국내 연간 5조원 이상으로 성장한 해외 직구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제휴의 성적표로는 아쉬운 측면이 많다.
한국에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의 위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11번가 자체의 경쟁력도 키워야 한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을 보면 11번가는 네이버쇼핑, 신세계(SSG닷컴+G마켓글로벌), 쿠팡에 이어 4위권에 머문다. 11번가의 성장은 곧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의 성장과 직결되는데, 상위 사업자들의 강력한 견제와 하위 사업자들의 만만찮은 도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11번가는 당면 과제인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면서 기업가치를 높이고,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실적 개선 노력까지 병행하고 있다. 따라서 투자자인 아마존도 지금보다 강도 높은 제휴 전략과 실행이 요구되는 시기에 있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현재 20여 개 국가에서 운영되며 사업 역량과 성과가 이미 검증된 시스템이고, 다만 현지 기업과 제휴를 통해 들어온 경우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러니 아마존의 한국 시장 진출과 성과에 대한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 단기적인 실적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아마존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한 여러 모델을 검토하고 내린 결정이기에 지난 1년에 대한 여러 고민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존은 한국 시장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치열한 바둑판을 보며 훈수를 두는 사람처럼 조심스럽게 조언을 남겨본다.
우선 11번가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몸집 불리기와 공격적인 마케팅 지원이다. 아마존은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지금의 아마존 제국을 만들었다. 양사의 투자 여력을 감안해 역량 있는 중견급 또는 전문 쇼핑몰을 인수합병 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나아가 전체적인 비용 개선, 유통 인프라 확충을 통해 최상위 사업자들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마존의 핵심 사업 전략인 ‘플라이휠(Flywheel)’ 구조를 11번가의 사업 전략에 보다 강력하게 접목해야 할 것이다. 즉 다양한 상품 확보와 저렴한 가격 구성, 충성도를 높이는 고객 경험 제공 등 이커머스 성공 전략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른 선택지도 있다. 지금의 11번가를 ‘아마존 코리아’ 쇼핑몰로 전면 개편하는 방식의 변화를 택하는 것이다. 물론 이 부분은 양사의 계약 조건에 따라 실현 가능성은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완전히 결별하고 각자의 쇼핑몰 체제로 운영할 수도 있을 테고. 과거에도 아마존이 중국과 인도에서 현지 사업자와의 합작법인 설립이나 인수합병 이후 완전히 자사의 쇼핑몰로 탈바꿈한 사례가 있다. 이런 행보는 1년여의 제휴로 확보한 양질의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시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갖췄다는 것이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아마존’이 되겠다고 밝힌 기업들을 ‘진짜 아마존’이 깔끔하게 정리하는 구도가 될 수도 있을 테고.
‘세상의 모든 것을 판매한다’는 아마존을 바라보는 한국 고객들의 니즈는 글로벌 스토어를 통한 해외 직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마트 디바이스와 모바일 환경이 잘 갖춰진 한국에서 아마존의 콘텐츠 서비스가 빨리 진출하지 않은 점도 아쉽다는 의견이 많다.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일반 상품 외에 각종 콘텐츠 서비스를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이미 텍스트(전자책), 오디오(오디오북), 비디오(프라임 비디오) 등 포맷을 넘나들며 높은 가성비와 차별화된 서비스로 충성 고객층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한국에서 굳이 VPN을 통해 해외 접속하지 않아도 되는, 사이트와 주문·결제까지 한글로 제공하는 전용 서비스를 론칭한다면 시장의 판도는 확 바뀔 것이다. 아마존의 콘텐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다시 11번가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로 유입되고 충성도를 키워갈 것이다.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프라임 멤버십 개발도 조용한 아마존을 깨우는 특효약이 될 수 있다. 물론 치열한 저가 할인 경쟁, 이제는 기본이 된 무료 배송, 빠른 배송 등 다른 국가와는 다른 국내 이커머스 시장 구조에 맞춰 아마존 멤버십 전략을 11번가를 통해 검증하거나 단독의 자체 쇼핑몰에서 출시하기 위해 충분한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특히 콘텐츠 서비스와 결합한 모델은 필수이며, 인공지능 플랫폼 알렉사가 적용된 음성 디바이스 서비스도 아마존에 관심 있는 한국 고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설 것이다.
아마존과 11번가는 아직 시작 단계에 있다. 옛말처럼 ‘시작이 반’이고, 아직 시장에서 밀려난 것도 아니다. 11번가와 진열을 재정비하고 다시 달려나갈 수도 있다. 우려의 목소리는 관심과 기대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유통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대전환을 하면서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도 진검승부의 시대를 맞이했다. 결국 이 모든 경쟁의 결과는 고객의 선택에 달려 있다. 누가 더 많은 이들을 자사의 고객으로, 나아가 단단한 충성도를 가진 고객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승자가 정해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무엇보다 아마존 스스로의 역량과 자부심을 한국 시장에 선보이는 날이 언제일지가 궁금하다. 세계 최고의 ‘고객 최우선주의’를 실행하는 기업답게, 더욱 혁신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류영호는 교보문고 DBS플랫폼사업팀 부장이다. 〈아마존닷컴 경제학〉 〈출판혁명〉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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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 오성윤
    WRITER 류영호
    ILLUSTRATOR MYCDAYS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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