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의 MZ 세대가 말하는 '요즘 우리 세대'의 이야기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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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의 MZ 세대가 말하는 '요즘 우리 세대'의 이야기

김현유 BY 김현유 2022.12.10
 
“나 다 자랐다. 삼십대. 다 자랐는데 왜 사나. 사는 둥, 마는 둥, 살아간다.” 내가 한 말은 아니고 심보선 시인의 시 ‘삼십대’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시를 처음 읽을 때 나는 이십대였고, 그때만 해도 ‘삼십대가 뭐 별거라고 저렇게 유난을 떨까’ 싶은 생각이었다. 서른은 ‘생각보다 빨리 올 것’이라는 예상보다 더 빨리 왔다. 어영부영 삼십대가 되고서 시집을 다시 꺼냈을 때는 별생각 없이 읽었던 문장들이 이번에는 누군가 회초리를 들고 옆구리를 쿡쿡 찌르듯 아찔하게 다가왔다. 똑같은 작품을 보고도 정반대의 기분이 들었다면, 읽은 사람이 달라진 것일 테다.
나를 포함한 1993년생들은 한국 나이로 올해 서른이 됐다. 이른바 ‘MZ세대’라 불리는 이들 중에서는 노년에 속하는 나이다. MZ세대라는 말을 처음 마주했을 때가 어렴풋이 생각난다. 각종 매체에서 ‘MZ세대가 뜬다!’ 식의 제목으로 하나둘 기사를 내던 시기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드디어 우리 세대가 ‘요즘 애들’에서 ‘사회의 핵심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나이가 됐구나 하는 생각에 내심 반갑기까지 했다. 지금은? MZ세대라는 말 자체를 믿지 않는다.
‘MZ세대’라는 말은 MZ세대들이 지은 이름이 아니다. 세대를 묶어 이름 짓는 것은 전 세계가 즐겨 해온 오랜 관습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전쟁 이후의 ‘베이비 붐 세대’를 시작으로 ‘X세대’, ‘에코세대’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MZ세대라는 호칭에 불만이 있다면, 너무 넓은 연령대를 포괄한다는 점이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인 MZ세대는 1980년대 초부터 2010년대 초에 태어난 이들을 통칭한다. 가뜩이나 ‘개성을 중요시한다’고 알려진 MZ세대를 하나로 묶는 것부터가 오류의 시작일 텐데, 여전히 ‘MZ세대론’은 각종 분야에서 마케팅의 황금열쇠처럼 사용되고 있다.
나 역시 궁금한 마음이 들어 구글에 ‘MZ세대 특징’을 검색했더니 이런 제목들이 눈에 들어온다. “저희 MZ세대는 이렇습니다!” “90년대생이 온다! 직장에서 MZ세대 이해하는 법” “가치관 뚜렷·공정성 중시가 MZ세대 특징”. 거칠게 요약하자면 MZ세대는 사생활을 중요시하고, 자신의 실리를 우선으로 하며, 수평적 문화를 선호하고, 편리함과 간편함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동의한다. 이런 MZ세대의 특징들이야말로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들이 아닌가. 그럼에도 MZ세대를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선에는 비관이 섞여 있는 것 같다.
원고를 쓰면서 1993년생을 포함한 30대 초반 남성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2022년 대한민국에서 30대 초반 남자로 사는 건 어떻습니까?” 하고 물었다. 서울 인근의 위성도시에서 나고 자라, 현재 논현역 인근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1991년생 미혼 남성이 말했다. “지방에 둥지를 틀자니 먹이가 없고, 서울에 둥지를 틀자니 나무가 없는데, 누가 새끼를 치려고 하겠나. 유튜브에서 본 베스트 댓글이야.” 그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미디어에서는 너희가 IMF를 겪었냐느니, 배를 곯아본 적이 있느냐는 식으로 MZ를 다루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엄살이 심하다는 거지. 그런데 엄살이 아무리 심해도 자살로 이어질 수가 있냐?” 2020년 기준 대한민국 20대의 자살률 증가율(전년 대비)은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12.8%를 기록했다. 2위는 10대 9.4%였으며, 40대 이상 세대들의 자살률은 모두 감소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스무 살 때부터 패배주의에 젖어 있던 것 같아.” 대학로에서 연극연출가로 일하고 있는 1992년생 미혼 남성의 말이다. 1990년대 초반생들이 2010년대 초 대학에 입학할 때 당시 대학가 베스트셀러는 김난도 교수가 쓴 〈아프니까 청춘이다〉였다. 싸이월드에서 페이스북으로 넘어가던 이 시기 ‘88만원 세대’, ‘삼포세대’ 같은 단어들은 카드뉴스 형태로 대북 전단지처럼 SNS상에 떠돌았다. 그는 덧붙였다. “미투 사건도 있었지. 요즘 젊은 이성애자 남성 작가들은 일종의 부채감을 가지고 살아야 해. 여성 작가들은 ‘페미니즘’으로 뭉칠 수 있지만 남성 작가들은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어젠더도 없고, 이렇다 할 롤 모델도 없지.” 대화가 너무 눅눅해진다 싶어 원고에 옮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그는 이런 말을 남기고 통화를 마쳤다. “탓하거나 불평하고 싶은 건 아니고. 그냥 우리가 시시해져버렸다는 거지.”
경상도에서 모든 교육과정을 마치고 현재 5년째 서울의 섬유회사에 재직 중인 1993년생 미혼 남성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이런 말 하면 꼰대인데. 솔직히 내가 봐도 불편한 경우들이 많지.” 무슨 말일까? “솔직히 퇴근하고 동료끼리 밥 먹을 수도 있잖아? 요즘은 위에 어른신들이 ‘요즘 애들 싫어할까 봐’ 밥을 먹자고 하는 것도 눈치를 많이 보더라고. 물론 덕분에 더 편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 세대가 다른 세대들에게 불필요한 눈치를 보게 만드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네.”
반대로 응원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퇴근 시간에 퇴근하는 게 뭐가 잘못이야.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뭐가 문제고. 더 나은 조건의 회사가 있으면 당연히 이직하는 거지. 안 그러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그게 좋지 않아 보인다면, 그렇게 못 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질투 때문이라고 본다.” 이 말을 한 1993년생 미혼 남성은 정년이 보장된 공기업에서 근무 중이다. “우리 회사가 50년이 넘었는데 직원 40% 이상이 지난 5년 사이에 입사했어. 회사가 젊은 세대들 눈치를 보는 건 당연한 거지. 단순히 MZ세대 눈에 꼰대처럼 안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구조 자체가 그렇게 됐으니까. 이제부터는 인구가 줄어들잖아. 아쉬운 쪽은 무조건 회사가 될 거라고. 일본을 봐.”
그래서 일본에 가족이 있는 1991년생 기혼 한국인 남성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일본에서는 요즘 회식할 때 캔맥주를 마신대. 술잔 따라줄 필요가 없고, 내가 술을 얼마나 남겼는지 들키지 않으니까.” 그에게도 한국에서 30대 남성으로 사는 것이 힘들지는 않냐고 물었다. “그냥 사는 거야. 집값? 물론 비싸지. 그렇다고 패배주의에 젖을 것까지 있을까 싶다. 우리가 반포 자이를 못 사는 거지 조금만 눈 돌려보면 살 수 있는 집은 있다고.” 역시 상투 튼 인간의 대답은 달라도 어딘가 다르다.
고액 연봉을 받는 이들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까? 서울에서 회계사로 재직 중인 1992년생 미혼 남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집 마련은 글렀다고 봅니다. 혀를 차면서 ‘나 때는 단칸방에서 시작했다’는 분들이 아직도 종종 계신데, 자제분들이 그 단칸방에서 시작한다고 하면 어떤 표정이실지 궁금하네요.” 반면 그는 낙관적이기도 했다. “그래도 하루하루 살아보는 겁니다. 르브론 제임스가 왜 세계 최고의 농구선수인지 아시죠. 지구에서 농구를 제일 잘해서예요. 최고가 되면 남들 눈치 볼 필요가 없죠. 각설하고 자기가 자기 일만 잘하면 된다고 봅니다.”
1970년생 심보선 시인은 ‘삼십대’라는 시에 ‘사는 둥, 마는 둥, 살아간다’라고 썼다. 내가 같은 제목의 시를 쓴다면 ‘어떻게, 저떻게, 살아간다’라고 썼을 것 같다. MZ세대들은 MZ세대론에 관심이 없고, 사는 게 팍팍해져가고 있다는 걸 알지만 그게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앞선 세대가 그렇듯 우리는 우리 시대에 맞는 생존법을 찾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하고 싶은 대로 하는 MZ세대’들이 밉상이라면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사실 ‘진짜’ MZ세대들은 아직 만나보지 못하셨다고. 우리가 봐도 ‘저건 좀…’ 하는 생각이 드는 진또배기 MZ세대가 머지않아 여러분 사무실 문을 두드릴 거라고. 이런 말 하면 꼰대겠지만.
 
주현욱은 서울에 거주 중인 N년차 에디터다. 패션, 스니커, 자동차, 스포츠 관련 기사를 주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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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 김현유
    WRITER 주현욱
    ILLUSTRATOR MYCDAYS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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