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출산율의 초고령사회는 그저 디스토피아일 것인가? | 에스콰이어코리아
LIFE

낮은 출산율의 초고령사회는 그저 디스토피아일 것인가?

피라미드 형태였던 전 세계 인구 구조가 역삼각형 모양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세계가 인류 역사상 없던 초고령사회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에게 펼쳐진 미래는 마냥 암흑의 디스토피아일까? 책 <슈퍼 에이지 이펙트>의 저자이자 글로벌 전략 연구 및 자문을 진행하는 ‘더 슈퍼 에이지’의 창립자인 브래들리 셔먼은 몇 가지 변화를 유연하게 수용한다면 초고령사회 이후의 미래가 생각보다 밝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의 말을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해봤다.

김현유 BY 김현유 2023.09.09
 
 
고령화
 
전 세계는 현재 두 가지 구조적 문제에 부딪혔다. 출생률 감소 및 인간 수명의 급속한 증가, 즉 저출생과 고령화다. 지난 200여 년 동안 인구 고령화는 점진적으로 진행되어왔으나, 지난 100년 사이 그 속도에 불이 붙었다. 의료 발달로 인간의 기대수명이 두 배 이상 늘었고, 성교육의 강화와 다양한 피임 방식의 발전으로 출생률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감소한 출생률에는 20세기 중후반에 있었던 국가 주도의 가족계획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런 현상은 일부 국가에서는 아주 빠르게 일어났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가 그랬는데, 서구 사회에서 200여 년간 진행된 저출생 고령화 현상이 불과 50년 사이 심화되는 등 변화의 속도가 가팔랐다.
인구 센서스 등 지난 수백 년간 꾸준히 축적된 인구 집계 방식 덕분에 인류는 점쟁이의 수정구슬 없이도 인구통계학적 미래를 거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2030년대가 시작되기 전, 노령 인구는 급증할 것이다. 이는 가장 발달한 선진국부터 가장 개발이 안 된 제3국까지 모두 포함한 전지구적 현상이다. ‘늙은 선진국, 젊은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전의 인식과 달리, 선진국이 늙어가는 와중에 개발도상국이라고 마냥 젊은 것도 아니란 이야기다.
인구통계학적 미래는 예측할 수 있지만,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인류 역사상 노인이 젊은이보다 많은 시대는 한 번도 없었다. 인류가 생존해온 거의 모든 기간 동안, 연령 분포 그래프는 전형적인 피라미드 모양이었다. 20세기를 거치며 세계인의 기대수명은 두 배로 늘었고 인구 피라미드의 기울기는 점차 완만해졌다. 이제 몇몇 국가는 피라미드가 아닌 역삼각형 모양의 그래프를 그려가고 있다. 처음으로 맞이한 이런 변화가 우리 사회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나는 노인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마냥 부정적으로 보기보단 그들의 사회적, 경제적 잠재력을 활용해 고령화 시대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펼쳐지길 바란다.
 
 
 
슈퍼 에이지
 
통상 65세 이상, 은퇴 연령을 넘긴 노년층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사회에 대해 나는 ‘슈퍼 에이지(Super Age)’ 사회라는 이름을 붙였다. 인구의 20% 이상이 노년층인 초고령사회 그 너머를 말하는 것으로, 노령 인구가 젊은이의 숫자를 넘어선 시대를 뜻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초고령사회의 정의에 부합한 국가는 독일, 이탈리아, 일본뿐이었다. 그러나 2020년대에 접어들며 핀란드, 포르투갈을 필두로 10여 개 국가가 임계점을 넘어섰다. 향후 2년 내에 미국의 65세 이상 인구수는 18세 이하 인구수와 같아질 것이며, 2050년이 되면 전 세계인 여섯 명 중 한 명이 노인이다. 특히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는 이 비율이 넷 중 하나일 것이다.
주목해야 할 건 ‘65세 이상’이 아니다. 그 무렵이 되면 80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2019년 대비 세 배 늘어날 전망이다. ‘80세 이상’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인구통계학적 집단이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상 고령화 문제를 다룰 때 기준은 ‘65세 이상’이었는데, 이제는 ‘80세 이상’을 따로 집계해야 할지도 모른다.
위기일 수 있다. 고령화에 대한 전형적 의식대로, 연금과 의료 혜택을 수령하는 노인이 늘어나는 동시에 일을 해서 세금을 납부하는 젊은이가 줄어들면 세대 간 갈등과 경기침체가 연달아 일어날 수 있다.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위기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럴 것이다. 그러나 기회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인정하고 우리도 알고 있다시피, 수명의 증가는 생애 막바지 쇠퇴기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더욱 건강하고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는 시기인 중년기가 늘어나는 현상이다. 은퇴 시기를 늦추고 평생교육을 활성화하는 방식의 변화가 일어난다면, 생각보다 미래는 밝을지도 모른다.
 
 
 
에이지즘
 
에이지즘(Ageism)은 국제장수센터(International Longevity Center)의 설립자 로버트 버틀러가 노인들에 대한 부정적이고 지배적인 편견을 지적하며 쓴 말이다. 풀어 쓰자면 ‘노인 혐오’ 정도일 것이다. 이유 없는 혐오에 기반하는 인종차별 및 성차별과 마찬가지로, 에이지즘 역시 근거 없이 쓰이곤 한다. 그러나 다른 혐오와 달리 에이지즘은 일반적으로 사회, 일상적인 대화, 대중매체에서 보다 문제없이 받아들여지곤 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의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는 2007년 벤처 캐피털 콘퍼런스에서 “젊은 사람이 훨씬 똑똑하다”고 했고, 알리바바의 공동 설립자 마윈은 2018년 세계 경제 포럼에서 “사람이 60세가 넘으면 집에서 손주들이나 보는 게 낫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이들의 발언에도 후폭풍이 일긴 했으나, 그 규모가 크진 않았다. “백인이 훨씬 똑똑하다”거나 “여자는 집에서 애나 보는 게 낫다”는 말이 빚어낼 반발에 비하면 말이다. 그만큼 에이지즘은 다른 차별에 비해 만연해 있다.
칼럼니스트 애슈턴 애플화이트는 인간이 쓰는 언어 중 문화권을 막론하고 노인을 비하하는 어휘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과거부터 쓰여온 ‘늙은이’ ‘영감쟁이’ 같은 표현뿐 아니라, 지난 몇 년 사이 미국 젊은이들 사이 유행하는 밈으로 떠오른 ‘오케이, 부머(OK, Boomer)’ 같은 표현까지 그 역사는 유구하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정 그룹을 향한 혐오는 보통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늘어나다가 경기가 회복되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전 세계가 고물가에 고통받고 있는 지금은 전자에 해당할 것이다. 이런 혐오 문화는 노인들의 노동 기회를 박탈하고 스트레스를 강화한다. 노인들의 건강에 해를 끼친다.
문제는 단순히 노인 한 명의 인생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에이지즘은 의료 비용의 증대와 잉여 노동력의 증가 등 엄청난 경제적 손실로 연결될 수 있다. 슈퍼 에이지 사회를 앞두고 있는 지금, 에이지즘은 지양해야 할 것 중 하나다.
 
 
 
출생률
 
국가적인 규모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나라도 출생률 하락을 뒤집지는 못하고 있다. 1950년대 전 세계 여성들은 1인당 4.7명의 아이를 낳았으나 2017년에는 그 숫자가 2.4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마저도 균등하지 않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출생률은 0.78명이지만 같은 시기 아프리카 니제르는 (다소 하락해) 6.59명이었다. 제3국의 출생률이 전부 니제르만큼 높지도 않다. 동유럽,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의 출생률 역시 빠르게 추락하는 중이다. 심지어 한때 세상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였던 중국 역시 2020년, 건국 이래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했다는 발표를 내놓은 바 있다. UN이 201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1세기 내에 전 세계 인구는 110억 명으로 정점을 찍고, 2100년의 중위 연령은 현재의 31세에서 42세로 상승할 전망이다.
출생률이 급감하면 경제적으로 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지만, 높은 출생률이 자연히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니제르처럼 인구의 절반이 18세 미만인 젊은 국가는 적절한 조건이 충족된다면 빠른 속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긴 하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쿠데타 등 불안한 정세는 높은 출생률에도 경제성장을 방해하고 있다.
이미 높은 교육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선진국에서 출생률을 반등시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성공 사례가 있긴 하다. 일본 오카야마현에 위치한, 읍 단위의 작은 마을인 나기정이 그 예다. 이 마을은 2019년 합계 출생률 2.95명을 기록했다. 일본 전국 평균이던 1.36명 대비 두 배가 넘는다. 재정적인 혜택 제공에서 그치지 않고, 모든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나기 마을의 예는 대가족이 함께 육아를 하던 전통적인 사회구조와 현대적 복지 국가의 혼합 모델인 셈이다.
그러나 모든 국가가 나기정의 사례를 따르긴 어렵다. 지금처럼 전 세계의 인구 증가세가 느려지거나 멈추고, 혹은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는 출생률을 끌어올리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좀 더 포용적인 경제체제를 구축하는 게 더욱 현실적인 대책이다. 일자리를 갖지 못했던 노인이나 경력단절 여성, 그리고 외국인을 경제 주체로 활용하고 로봇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이 도움이 될 것이다.
 
 
연금
 
경제적 예측은 과학적 진보를 고려하지 못한다. 은퇴 이후 어느 정도 금액이 있어야 안락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지, 지금 기준으로는 결코 정확한 계산을 내놓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미국에 거주 중인 건강한 중년 백인 남성인 나의 경우, 현재 통계에 따르면 지금 방식 그대로 살아갈 경우 약 80대 초반까지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80대 초반이 될 때까지 과학은 더 발전할 테고, 그럼 나의 수명은 더 길어질 수 있다. 80대 초반을 기준으로 은퇴 계획을 세워두면, 그 이후의 인생 내내 경제적으로 곤궁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의미다.
대부분 선진국이 시행 중인 현재의 복지 시스템은 젊은이들이 납부한 세금으로 소수의 노인 은퇴자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는 먼 옛날, 경제성장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굳건하던 시절에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이런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지금은? 기업 연금은 사라지고 공적 연금은 축소됐다. 전 세계 많은 이들이 노후의 경제적 상황을 불안해한다.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해결책이 몇 가지 있겠지만, 그중 가장 쉬운 것은 정년을 연장하는 것이다.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시기를 늦추고 생산 가능 인구 숫자도 유지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다만 나는 그게 좋은 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연장의 끝에는 여전히 ‘정년’이 있다. 데드라인이 정해져 있는 셈이다. 만기가 정해진 계약은 개인의 능력을 고려하지 못한다. 충분히 더 일할 수 있는 사람임에도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로 은퇴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경제체제의 유연화가 필요하다. 슈퍼 에이지 사회의 정부는 사람들이 가능한 한 오랫동안 자신의 능력을 지키며 일할 수 있도록 교육이나 고용을 장려해야 한다. 평생교육기관을 늘리고, 기업이 정년 이후 연령대의 노동자를 고용할 때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장수
 
거의 모든 국가의 사법부는 임금 노동자의 은퇴 시기를 법적으로 규정하는 제도, 즉 정년퇴직 제도를 폐지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등 일부 지역에는 여전히 정년퇴직 제도가 존재한다. 그중에는 무려 정년의 기한이 55세인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원래 정년퇴직 제도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에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보전해주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정년퇴직 제도는 저성장 시대 들어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창출하지도 못하고, 생산성 높은 노동자들도 일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 현재의 정년퇴직 제도는 몇 가지 문제점을 동반하는데, 우선 퇴직한 노동자들이 기존의 일터를 떠나 저숙련, 저임금 일자리로 옮겨가 인적 자원 활용에 큰 손실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슈퍼 에이지 사회는 ‘새로운 장수’ 시대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은 더 오랫동안, 더 건강하게 살게 됐다. 1990년대에 60대를 바라보는 시각과 2020년대에 60대를 바라보는 인식은 완전히 다르다. 사람들은 한두 개의 질환에 시달릴 수는 있으나 과거에 비해 훨씬 건강한 삶을 누리고 있다. 이런 수명의 증가는 삶의 전반적인 부분을 바꾸고 있다. 사람들은 이전에 비해 오랜 시간 혼자 살고, 늦은 나이에 결혼한다. 나중에 집을 사고 늦게 아이를 낳는다. 사는 동안 노동을 할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난다. 이런 변화는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이런 변화를 적용한 사례가 있다. 미쓰비시 중공업(MHI)의 자회사, MHI 이그제큐티브 엑스퍼트 주식유한회사는 조직 구성원 전원이 65세 이상의 베테랑 은퇴자다. 이들은 MHI가 진행 중인 각종 프로젝트의 조언자로 파견돼 젊은 직원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MHI는 이런 제도를 통해 오랜 직원들의 장인정신과 젊은 직원들의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사내 반응도 좋은 편이다.
MHI의 노동자들처럼, 현재의 젊은이들은 지금의 노인들에 비해 자신이 종사하고 있는 직종에서 더 오래 일하게 될 전망이다. 정년 기간이 늘어나서가 아니라, 정년이 없어지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지금의 고령 노동자들이 종사하고 있는 택시기사, 경비원, 가사도우미 등 저숙련 직업은 누가 맡게 될 것인가? 아마 대다수는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다. 인간의 손이 반드시 필요한 저숙련 노동은 선진국의 경우 이민자 또는 기술의 힘을 빌린 노령 노동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엘더노믹스
 
엘더노믹스(eldernomics)란 말 그대로 ‘노인경제학’이다. 전 세계가 늙어가고 있는 지금, 정부나 기업이 기댈 수 있는 가장 큰 경제적 지렛대는 결국 노인이다. 그냥 노인이 아닌, 경제 주체로서의 노인 말이다. 다수가 된 노인을 시장에서 배제하는 것은 위에서도 이야기했듯 세금 낭비와 세대 간 갈등만 유발한다. 노인을 생산 및 소비 가능 인구에 포함하는 순간 기업의 이익은 향상되고 정부도 과세의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
OECD 자체 수행 연구 프로젝트에 따르면 OECD 가입 국가의 정부나 기업들이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GDP 감소율은 10%에 달할 전망이다. 글로벌 조직 컨설팅 기업 콘페리(Korn Ferry)는 전 세계적으로 노인 인구 비율이 급증해 은퇴자가 늘어나는 2030년이 되면 8520만 명의 인재가 부족해질 것이라 예측했다. 특히 금융 서비스와 같은 지식집약형 산업 분야에서 이런 현상이 심화되고, 이로 인한 미실현 산출물의 가치는 435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콘페리는 내다봤다. 결국 기업들이 나이 든 인재를 유지하지 않으면 높은 수준의 비용을 감당하게 될 것이란 이야기다.
지금도 많은 노인은 은퇴 후에도 여러 노동 시장에 분포해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미국에서는 무려 25만5000명의 85세 이상 노인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2018년 미국 노동통계청은 65세 이상 노년층 노동인구가 2030년까지 최소 50% 이상 증가할 것이라 내다봤다. 본격적인 슈퍼 에이지 사회가 오기 전,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다른 나라들보다 빠르게 슈퍼 에이지 사회로 향해 가고 있는 일본의 경우, 로봇 등의 기술이 국가 경쟁력을 유지할 좋은 도구가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이버다인’이나 ‘이노피스’ 등에서 출시한 ‘인공근육’ 제품들은 인간의 근로수명 연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신체적 피로를 줄여주고, 힘을 전반적으로 향상해주는 이 제품을 통해 노령 노동자들은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의 일을 지속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인공근육 제품은 노인들의 건강 증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을 비롯해 슈퍼 에이지 사회를 맞이할 국가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다.
전 세계 GDP의 80%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인 국가들의 몫이다. 한국도 그중 하나다. 이들 국가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노년층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아마 그들은 더욱 건강하게 오래 살며, 이전 세대 노인들보다도 높은 수준의 경제력을 갖출 것이다. 정년퇴직 제도를 없애고, 평생교육기관을 늘리며, 오랜 근로에서 나온 풍부한 경험의 가치를 포용하고, 노인을 생산 가능 인구로 인정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를 개선해나간다면 말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저출생과 고령화를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생각보다 밝은 미래가 펼쳐질지도 모른다.
다만 나는 나의 책 〈슈퍼 에이지 이펙트〉에 한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는 고령화로 인해 경제가 위축되는 현상을 되돌리기에 이미 때가 늦은 감이 있다고 썼다. 이유는 이민 정책 때문이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저출생과 고령화를 겪는 와중에도 북미나 유럽 국가들처럼 이민 정책을 본격적으로 실시한 적이 없다.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저숙련 노동은 대체할 수 있다고 해도, 이민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소비 인구의 감소는 불가피하다. 이는 결국 경제에 타격을 미칠 수 있다. 한국 사회가 참고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앞서 많은 나라는 전쟁과 같은 큰 사건이 일어난 후, 이전에 만들어진 많은 제도와 문화를 뜯어고쳐 사회와 경제를 재건했다. 이제껏 없었던 슈퍼 에이지 사회를 맞이하는 자세도 이와 비슷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미래도, 발전도 없을지 모른다.

Keyword

Credit

    EDITOR 김현유
    WRITER BRADELY SCHURMAN
    PHOTO 게티이미지스코리아
    ART DESIGNER 김동희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