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가 추천하는 모임 장소 Part2.

추천 메뉴부터 알아 두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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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트로

파리 비스트로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

프랑스 파리에서 19세기 말 탄생한 ‘비스트로’는 음식과 술을 즐길 수 있는 작은 음식점을 뜻한다. 격식 따위 차릴 필요 없는 가까운 이들과 모임을 갖기엔 레스토랑보다 훨씬 알맞다. 서울 방배동의 시스트로에서는 그런 파리 비스트로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일단 최고의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철칙에 엄격하다. 전국 곳곳에서 찾아낸 토종 식재료를 두루 활용한다. 메뉴판 스테이크 섹션에는 닭고기 스테이크가 맨 위에 올라 있다. 소고기가 이례적으로 아래로 밀렸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이다. 전북 완주 닭 농가 ‘다산’에서 항생제를 먹이지 않고 쾌적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란 닭을 직거래로 받는다. 이 닭고기를 올리브유에 살짝 재웠다가 모둠 버섯과 함께 노릇하게 구워 부추 소스를 곁들인다. 부추는 부드럽고 향기롭기로 이름 높은 경기도 양동 부추를 쓴다. ‘앉은뱅이밀 리조또’는 쌀 대신 국내산 재래종 통밀인 앉은뱅이밀을 이용한다. 탱글탱글하면서 쫄깃한 식감이 뛰어나다. 선술집답게 모든 음식이 와인과 찰떡궁합이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와인을 다양하게 갖췄다는 부분도 큰 강점이다. 

-김성윤(조선일보 음식전문기자)

 

[ tip ] 

행선지를 고를 때 꼭 2차까지 염두에 둬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라면 근방의 이수통닭을 추천한다. 통닭도 통닭이지만, 닭똥집(모래집) 튀김이 환상적이다. 닭똥집은 대개 시커멓고 질긴데, 이 집은 뭘 어떻게 하는진 모르겠지만 신선하고 씹는 맛이 고소하다. 손님이 많은 곳답게 회전이 빨라서인지 생맥주도 맛있다.

 

시스트로는 전국 곳곳에서 찾아낸 토종 식재료로 요리를 만들어 선보이는 비스트로로, 로컬라이징의 기색 없이도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맛’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음식들이 가장 큰 매력이다. 사진 속 음식은 빠삐요트, 치킨 스테이크, 바칼라. 

펑키플로어

발효와 숯불을 콘셉트로 하는 와인 바

옥수동은 옛 서울의 소박한 정취가 남아 있으면서도 골목 사이사이 개성 있는 업장들이 포진하고 있는 동네다. 옥수역에서 내려 낮은 언덕길을 가뿐하게 오르면 보이는 펑키플로어도 그중 하나. 높은 층고와 야외 계단을 놓은 구조 덕에 인도에서도 지하에 위치한 업장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데, 오픈 키친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셰프님들의 모습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펑키플로어는 발효와 숯불을 콘셉트로 하는 와인 바다. 주방의 한쪽 벽면은 메이플콤부차, 다시마흑초, 오징어가룸 등 생경한 발효 소스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재료의 본능적인 맛에 낯선 소스로 재미를 더했는데, 놀라운 건 일말의 치기를 느낄 틈 없이 모든 요리의 완성도가 높다는 점이다. 소비자에게 ‘실험적’이라는 단어는 늘 리스크로 작동하지만 펑키플로어에서는 모든 실험이 끝난 완성도 높은 요리만 있을 뿐이라는 뜻. 추천 메뉴는 도미 숯불구이와 램등심 스테이크다. 도미 숯불구이는 구운 도미에 흑미를 발효한 장, 식초, 올리브유를 넣은 ‘펑키한’ 소스를 곁들인 메뉴로 가니시로 내는 구운 양대파와 함께 먹으면 그 절묘하고도 세련된 조합에 깜짝 놀라게 되며, 램등심 스테이크는 반건조 토마토를 유즈코쇼에 버무려 발효하고 양뼈로 만든 주(jus)를 활용한 소스를 더해 더할 나위 없는 감칠맛을 선사한다. 언급한 소스들에서도 눈치챌 수 있듯 항상 예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식재료가 나오기 때문에, 호기심이 많거나 식도락에 조예가 깊은 지인들과 찾으면 찬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석진영(윈비어 대표)


[ tip ] 

생소한 요리가 많다 보니 펑키플로어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새로운 메뉴에 대한 셰프님의 설명과 맛있게 먹는 팁이 담긴 포스팅이 올라온다. 미리 둘러보며 한두 개 정도는 사진으로 봤을 때 확 와닿는 메뉴를 시키고, 나머지는 업장의 추천에 맡겨보시길.


펑키플로어는 발효와 숯불을 테마로 한 와인 바로, 온갖 식재료와 발효 방식의 혼합 및 마리아주로 미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사진 속 인물은 신현범 오너 셰프. 음식은 램등심 스테이크, 이스파한 소르베, 도미 숯불구이. 

 

물레방아 와인바

우리만의 아지트 같은 분위기 맛집

혹시나 이 기사를 읽고 추천 레스토랑 중 하나에 단체 모임을 예약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물레방아에 들어설 때는 약간 당황하게 될 것이다. 가게가 많이 작으니까. 등 뒤에서는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내가 다른 가게를 착각했나’ 식은땀도 날지 모르고. 하지만 그곳이 맞다. 당신의 눈앞엔 아마도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지층 구조의 2평짜리 소박한 바가 펼쳐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그 뒤쪽으로 돌아가면 10명도 너끈히 앉을 수 있는 홀과 4인용 룸이 숨겨져 있다. 분리된 구조와 낮은 천장 때문에 들어서서 술을 마시다 보면 꼭 우리만의 소굴, 아지트 같다는 느낌이 든달까. 마치 화보 속 공간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 맛집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큰 장점은 의외로 와인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 대표가 직접 하나하나 마셔가면서 고른 와인들로 구성되어 있어 와인에 대해 잘 몰라도, 애매한 표현으로 이런저런 와인 좀 추천해달라고 요청해도 그에 딱 맞는 와인을 가져온다. 2차로 가서 와인 한 잔에 배를 꺼트리기 좋을 곳이지만 음식 메뉴도 꽤 재미있다. 특히 식전이라면 큼직한 새우와 가리비, 조개로 냄비를 가득 채운 해물 감바스를 추천할 만하다. 뇨키나 파스타 같은 메뉴도 갖추고 있고, 특히 트러플 짜파게티는 ‘탄수화물 마무리’에 제격이다.

-김보선(푸드 스타일리스트)

 

[ tip ] 

멜론 하몽은 사실 플레이스를 소개하며 추천할 법한 메뉴는 아닌데, 물레방아의 멜론 하몽은 멜론 맛이 너무 좋다. 직접 후숙시켰는지, 어디서 잘 구해온 건지 모르겠는데 정말 달콤하고 잘 익은 맛이 질 좋은 하몽과 어울린다. 마스카포네 치즈에 크래커와 꿀을 뿌린 메뉴도 그야말로 ‘와인 도둑’이다.

 

물레방아는 연남동 한구석 반지층에 자리한 와인 바다. 상호와 입지가 의도한 건 ‘아무도 모르게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인테리어부터 푸짐한 음식, 와인 리스트까지 세세한 것 하나하나에서 오너의 개성을 느낄 수 있다. 사진 속 인물은 정대국 대표. 음식은 물레방아 감바스, 버섯 크림 뇨키, 트러플 짜파게티. 

있을 재

실패하고 싶지 않은 모임이라면 바로 여기

모임을 잡자는 얘기가 나오면 나는 반사적으로 이렇게 입을 열고 만다. “도산공원 있을 재 어때요?” 특히 실패하고 싶지 않은 모임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그곳에 예약을 잡는다. 사람들이 식당에서 바라는 것은 맛, 편안한 분위기, 안정적인 응대 같은 것들일 텐데, 전면으로 빼어난 있을 재의 수준은 이미 시간의 검증까지 거쳤기 때문이다. 단체로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은 레스토랑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어, 외부 홀과 이어지면서도 은근히 분리된다. 답답하지 않으면서도 주변으로부터 방해받지 않을 정도로 쾌적하다는 뜻. 이탤리언 레스토랑답게 모든 종류의 파스타가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을 낸다. 그중 꼭 추천 메뉴를 골라야 한다면 달걀노른자만 써서 생면을 빚은 파스타 따야린이 첫 번째 자리에 올라간다. 생면은 부드러운 만큼 쉽게 풀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있을 재에서는 예외다. 마치 일본의 이나니와 생면처럼 매끈하고 동시에 쫄깃하다. 이 면에 버터와 달걀노른자를 풀고 트러플까지 갈아 올린 소스를 버무리면 입안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의 끝 어딘가까지 다다르게 된다. 여기에 토종닭구이, 피에 드 코숑과 같은 음식을 곁들이면 식사에 무게감이 더해지며 와인과의 매칭도 더 끈끈해진다. 만약 와인을 시킬 생각이라면 무작정 고르는 대신 일단 손부터 들자. 매니저의 사심이 가득 담긴 와인 리스트는 언제든 실패하는 법이 없으니까. 이런 이유로 누군가 좋은 다이닝 플레이스를 물을 때면 늘 ‘있을 재’를 추천하지만, 사실 그때마다 추천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샘솟는다. 완전한 식사의 소중함을 아는 이에게만 알리고 싶은, 나의 비밀 같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정동현(푸드 칼럼니스트)


[ tip ] 

따야린은 메인이 나오기 전에 먹어도 좋지만, 모든 음식이 한바탕 지나간 후 피날레로 시키기에도 좋다. 워낙 음식 힘이 강해 어떤 순서에도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있을 재는 코르키지가 불가한데, 그만큼 와인 리스트에 자신 있다고 봐도 된다.


있을 재는 셰프 이재훈과 레스토랑 매니저 이재호 형제가 의기투합해 차린 레스토랑으로, 맛, 서비스, 분위기 등 모든 면에서 안정적인 다이닝 경험을 원한다면 찾기 좋은 곳이다. 사진 속 음식은 시그너처 메뉴 중 하나인 토종닭구이. 인물은 이재훈, 이재호 대표.  

핏제리아오

이탈리아 피자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맛

이탈리아가 그리울 때 서울 대학로 핏제리아오를 찾는다. 회사 연수로 1년간 살았던 이탈리아의 맛과 분위기를 여기만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은 드무니까. 이진형 셰프는 이탈리아 본토 피자 경연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사람이다. 이곳에서 단 하나만 맛봐야 한다면 정답은 마르게리타 부팔라다. 이탈리아에서 공수한 신선한 물소(부팔라) 젖 모차렐라 치즈를 얹은 정통 마르게리타 피자. ‘연어 피자’는 이 셰프를 피자 월드컵 1위에 오르게 한 메뉴다. 커다란 조각 피자 모양의 ‘강피자’는 슈퍼주니어 규현의 스승으로도 유명한 이 셰프가 예능 프로그램 〈강식당〉을 위해 개발했다. 내가 핏제리아오를 찾을 때마다 꼭 시켜 먹는 피자는 ‘파타테 에 부르스텔’이다. ‘감자와 소시지’란 뜻으로, 도우 위에 감자튀김과 소시지가 잔뜩 올라간다. 이탈리아 젊은이들이 밤늦도록 술 마시고 놀다가 야식으로 먹는 피자다. 피자 외에도 다양한 이탈리아 음식을 갖춰 모임 멤버들의 취향을 세세히 걱정할 필요도 없다.

-김성윤(조선일보 음식전문기자)

 

[ tip ] 

피자에 와인이나 맥주도 물론 훌륭한 조합이지만 스프리츠를 곁들여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저녁이면 석양처럼 아름다운 이 오렌지빛 칵테일을 손에 든 이들을 그야말로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다. 화사하고 달콤쌉싸름한데다 도수도 높지 않아 다 함께 즐기기 좋다.

 

핏제리아오는 이탈리아 본토 피자 경연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이진형 셰프의 핏제리아로, 역시나 피자 맛과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부담스럽지 않은 실내 분위기가 강점이다. 사진 속 인물은 이진형 셰프이며 그가 플레이팅하고 있는 피자는 스텔라. 화덕에서 꺼내고 있는 피자는 마르게리타 부팔라. 

 

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이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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