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식물원부터, 아이부터 어른까지 눈을 빛내게 하는 재기 발랄한 공간까지 푸릇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들.
편안히 앉아 평소에 접할 수 없는 경치를 눈에 담을 수 있는 식물원 속 카페.
수피아는 부천시에서 운영하는 식물원이지만, 먼저 봄을 맞는 기분으로 커피를 마시기에도 적격이다. 하필 지난겨울 최저기온을 기록한 날 거대한 돔으로 들어서자, 실외와의 온습도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졌다. 아열대 및 열대 원산의 식물들을 뚜렷한 사계절의 변화와 미세먼지의 습격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돔형으로 지었다는 게 부천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후덥지근한 돔 안은 1년 내내 같은 온도로 유지된다. 총면적 2969㎡(약 900평)로 조성된 공간은 발끝부터 천장까지 온통 푸릇한 식물로 가득하다. 거대한 규모만큼 눈길을 끄는 건 다채로운 식물종의 구성이다. 관엽과 수생 식물부터 보기 힘든 바오밥나무, 독특한 향기를 내는 오렌지재스민, 그 향만으로 심신이 안정되는 듯한 일랑일랑까지 430종의 식물 2만8000본이 식재돼 있다. 여유롭게 식물들 사이를 거닐 수도 있겠지만, 1층과 2층 연결목에 있는 카페에 편안히 앉아 평소에 접할 수 없는 경치를 눈에 담아보기를 추천한다. 수피아에서 누리는 최고의 호사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
굽이진 길을 몇 번이나 꺾어 들어오면 그 끝에 로우드가 모습을 드러낸다. 주변에 펼쳐진 것은 광활한 숲뿐. 안락한 별장의 외양을 한 카페 맞은편에 새하얀 유리온실이 빛나고 있다. 잔잔하고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카페 건물과 달리, 푸릇한 식물들이 자리 잡고 있는 온실에는 그 어떤 음악도 흐르지 않는다. 평안한 고요만이 흐른다. 벽면에는 온실이 ‘사일런스 존’으로 운영 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보시다시피 주변에 정말 아무것도 없잖아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또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어요.” 고현정 대표의 말이다. “찾아오기는 조금 힘들지만, 그만큼 도심에서 만나기 어려운 날것 그대로의 자연을 느낄 수 있죠.” 원래 서울에서 다른 카페를 운영 중이었던 고 대표는 우연히 이 지역을 방문한 뒤 ‘자연과의 공존’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건물을 올릴 때도 주변 산을 전혀 건드리지 않고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원래 자연의 상태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가려고 했죠.” ‘로우드’라는 이름은 고 대표의 이런 바람을 담아 붙인 것이다.
도심에서 식물을 즐길 수 있는 공간.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어반플랜트는 도심에서 식물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표방하는 카페 브랜드다. 가장 최근 문을 연 명동점은 그야말로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명동역에서 도보 3분 거리인 호텔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 건물로 들어서면, 로비에 닿기 직전 초록빛으로 가득 찬 투명한 유리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방금까지 모던한 호텔 건물에 있었다는 것을 잊게 할 정도로 푸릇푸릇한 식물이 가득하다. 물론 호텔 건물에 위치한 만큼 층고가 높진 않아 다른 식물 카페들처럼 위로 쭉 뻗은 식물을 만나보긴 어렵지만, 지하철로 오고 갈 수 있는 시내 중심가에서 이 정도면 훌륭하다. 테이블 사이의 간격이 크게 넓지는 않지만, 좌석을 둘러싼 식물들 덕분에 프라이버시가 유지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식물로 가득한 입구와 좌석 공간을 지나면 식물과 각종 소품을 활용한 독특한 콘셉트의 포토존이 마련돼 있어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을 건지기에도 좋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식물 카페라는 타이틀과는 달리 가격은 합리적인 편이다.
분갈이는 물론, 실내 가드닝 제품까지 함께 접할 수 있는 카페.
‘어반리’는 경기도 용인시와 동탄신도시에 세 개의 매장을 두고 있는 카페 브랜드다. 어반리프는 그중 하나로 가장 최근인 지난해 2월 문을 열었는데, 마주 보고 있는 온실화원 플랜트핏과의 협업으로 자연에 목마른 고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어반리프에서 음료나 디저트류를 구입하고, 플랜트핏에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시스템 덕이다. 플랜트핏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차도와 인접한 바깥과는 전혀 다른, 여름날의 숲처럼 후덥지근하면서도 쾌적한 공기가 느껴진다. 1652m²(500여 평)에 달하는 실내 온실은 크게 반으로 나뉜다. 입구 쪽에는 테이블과 소파가 놓여 카페에서 구매한 음료를 마실 수 있으며 뒤쪽에서는 식물 및 가드닝 제품을 접할 수 있다. 다양한 사이즈와 색상의 토기, 화분과 화병은 물론이고 잎이 가죽 질감을 내는 알로카시아 잭클린이나 별 같은 점이 박힌 몬스테라 타이 컨스틸레이션 등 독특한 식물도 판매한다. 직접 분갈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인 ‘셀프 존’이나 미래의 가드너를 위한 ‘숲속 소꿉놀이 모래장’ 등도 눈에 띈다.
잣 공장을 개조한 곳으로, 식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카페.
아침고요수목원에서 살짝 방향을 틀면 일명 ‘잣마을’이라고 불리는 동네가 나온다. 가평의 특산물로 꼽히는 잣을 가공하는 공장들이 자리 잡은 지역이다. 카페109는 이 잣 공장들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거대한 통유리로 된 건물은 공장들 사이 단연 눈에 띄고, 투명한 문 너머로 거대한 야자수들의 모습이 보인다. 인적이 드문 공장 지역에 카페를 연 이유가 궁금해졌다. “원래 여기는 집안에서 운영하던 잣 공장이었어요. 수입 잣이 늘면서 수익이 줄어들게 되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던 중 공장을 카페로 개조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죠.” 카페에서 일하는 박민혜 씨의 말이다. 덕분에 최원장 대표는 잣 공장의 후계자가 되는 대신 식물원 카페의 대표가 됐다. 식물을 즐길 수 있는 카페로 꾸며보자는 의견은 공장을 운영하던 대표들, 즉 최 대표의 부모님으로부터 나왔다. 현재 카페를 가득 메우고 있는 식물들은 원체 식물을 좋아하던 부모님이 직접 제주도에 가서 선택해 온 것들이다. 테이블은 2층에 마련돼 있어서, 1층 식물원을 내려다보거나 통창 너머 인근 마을의 풍경을 감상하기에도 좋다.
정원설계 전문 회사에 운영하는 야외 정원이 함께 있는 카페.
용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해 차로 40여 분을 달린 끝에 ‘정원생활’의 팻말을 마주할 수 있었다 시내와의 거리가 상당했다는 의미다. “야외 정원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을 찾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주례민 대표가 웃으며 전한 말이다. 사실 주 대표의 본업은 정원 설계 및 시공이며, ‘오랑쥬리’는 주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의 이름이다. 2012년 성남 판교에 자리를 잡고 시작해 정원 설계와 가드닝 클래스 등을 병행해 왔다. 그러다 2년 전쯤 현재 위치로 이사하며 카페와 가드닝 제품 판매, 정원 가꾸기 등 업무 범위를 적극적으로 넓히고 ‘정원생활’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농대에서 원예를 전공했는데, 커리큘럼의 한 꼭지가 정원이었거든요. 관심이 생겨서 졸업 후 영국으로 유학을 갔고, 운 좋게 오래된 정원에서 가드너로 일하게 됐어요. 참 행복한 기억이라 그때의 경험을 이곳에도 녹여내고 싶었어요.” 다만 카페가 본업이 아닌 만큼 일반 손님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받는다. 가드닝 클래스는 매주 진행한다.
감각적인 인테리어는 물론, 식물 가챠도 할 수 있는 신상 카페.
2022년 12월에 문을 연 신상 카페지만, 이미 인스타그램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거대한 식물 카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와중에 에이프커피가 주목받은 건 ‘식물 가챠(뽑기)’ 덕분이다. 매장 한구석에 있는 뽑기 기계를 통해 값비싼 수입 식물인 몬스테라 알보나 안스리움부터 식물 키링까지 ‘꽝’ 없는 스릴을 즐길 수 있다. 수도권의 ‘식집사’들이 줄을 서서 방문하는 이유다. ‘가챠’가 가능한 건 바로 인근에 직영 농장이 있기 때문이다. “원래 희귀 식물을 수입하는 사업을 했는데, 매장을 열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어요. 그 와중에 좋은 기회로 농장 바로 인근에 카페를 열게 됐죠.” 정지연 대표의 말이다. 독특한 희귀 식물을 접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술 교사 출신인 정 대표가 디자이너인 남편과 함께 준비한 공간인 만큼 감각 있게 꾸민 실내도 카페를 찾는 손님들이 호평하는 것 중 하나다. 에이프커피 엣지와 소프트, 그리고 직접 만든 카이막 등 식물만큼 독특한 메뉴도 인기다.
높은 층고와 햇빛이 쏟아지는 통창이 있는 가드닝 카페.
서울을 빠져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내비게이션이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안내한다. 멀리 롯데타워가 보이는 정도의 거리. 통유리로 된 거대한 ‘ㄱ’자 모양의 실내 정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고, 한편에는 레스토랑 공간과 카페 건물이 따로따로 위치해 있다. 이들을 한데 묶어주는 건 인공 잔디와 키 작은 나무들이 식재된 야외 정원이다.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해 실내 정원으로 이동했다. 높은 층고와 햇빛이 쏟아지는 통창 덕분에 실내에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공간 곳곳에는 길쭉한 이파리를 늘어트린 대형 화분 식물부터 오밀조밀 화려한 색상의 꽃들이 피어 있는 아담한 화단까지 다양한 종류의 식물이 자리하고 있다. ‘레이지데이즈’라는 이름에 걸맞게 실내 정원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고 있자니 나른한 기분이 든다. 처음 문을 연 것은 6년 전이지만, 지금과 같이 거대한 실내 정원을 갖추게 된 지는 몇 달 되지 않았다. ‘가드닝 카페’라는 아이덴티티를 살리기 위해 몇 차례 리모델링을 단행한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