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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관심사의 95%가 축구였던 황희찬은 이제 '모든 게 축구를 위한 일'인 것 같다고 했다

“요즘은 제가 하는 모든 게 축구를 위한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새 시즌 전의 짧은 휴식기에 만난 황희찬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에도,화보를 찍는 중에도, 심지어 지금 이렇게 앉아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궁극적으로 그의 마음은 축구를 하고 있다고.

프로필 by 오성윤 2024.07.19
스피드마스터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 아폴로8 44.25mm 2060만원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 아폴로8 44.25mm 2060만원 오메가.

낯가림이 있는 편이에요?
상황마다 다른 것 같아요. 있을 때도 있고, 전혀 없을 때도 있고.
랜덤이군요. 오늘 촬영하는 거 보면서는 ‘낯을 가린다기보다 좀 멋쩍어 하는 편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어, 맞아요. 멋쩍어 한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아요. 그것과 별개로 또 낯을 가리게 될 때도 있고… 모르겠어요. 가끔 저도 저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생각해보곤 하거든요? 그런데 뭐라고 딱 집어 말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가까운 친구들은 희찬 씨 성격에 대해서 주로 뭐라고 해요?
글쎄요. 딱히 기억나는 건 없는데요. 제 친구가 오늘 촬영장에 같이 와 있는데 지금 한번 물어볼까요? (뒤돌아 스튜디오 아래층에 대고) 승현이 형! 잠깐만 올라와봐. 일단 올라와봐. 형이 필요해.
하하하. 그러니까 저는 이런 면에서 희찬 씨의 성격이 궁금했던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장난기 많고 호방한 사람인데 평소에 자기 존재감을 잘 드러내질 않잖아요. 수줍음이 있는 편인가 하면 뭘 시켰을 때 뒤로 빼는 법이 없고, 대범하고 성큼성큼 한 사람이지만 또 오늘 같은 날 보면 촬영장에서 생긴 작은 포스트잇 쓰레기도 자기 가방 안에 챙기는 섬세한 사람이기도 하고요.
(웃음) 그런 건 아무래도 할머니 할아버지랑 살다 보니까 몸에 밴 부분인 것 같아요. 늘 예의를 강조하시거든요. 정말 매번, 밥 먹을 때마다. 이제는 첫 마디를 딱 떼시면 무슨 얘기를 하실지 다 알 정도예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늘 그러시니 저도 항상 예의와 기본을 생각하고 지키려고 노력하죠. 아직 저도 모르게 실수할 때도 많긴 하지만요.
스피드마스터 수퍼 레이싱 44.25mm 1680만원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수퍼 레이싱 44.25mm 1680만원 오메가.

오늘 함께 온 친구는 어떻게 아는 사이예요?
축구 때문에 알게 됐죠. 축구인이 아닌데 저보다도 더 축구를 열심히 챙겨 보고 공부도 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부분에서 일단 이야기가 재미있었고, 처음 만났을 때부터 편했어요. 그러다 제가 휴가를 오면 거의 매일 볼 정도로 가까워졌고요.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내다 보니 고민이 있을 때 털어놓기도 하고, 그렇게 된 거예요. 사실 제가 진짜 친하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는 몇 없거든요. 그런데 저 형한테는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정말로 마음을 푹 놓고 철없는 모습도 그냥 보여주고 그러죠.
황희찬과 친해지려면 일단은 ‘축빠’여야 하는군요.
일단 축구를 잘해야죠. 그래서 저 형이 요즘 좀 약간 아쉬울 때가…(웃음) 농담이고요. 꼭 축구 얘기만 할 필요는 없지만 아무래도 축구를 잘 아는 사람이구나 싶으면 어쩔 수 없이 좀 더 관심이 가죠. 그게 제 가장 큰 관심사니까요.
언젠가 본인 관심사의 95%가 축구라고 한 적도 있죠. 나머지 5%는 옷, 신발, 시계라든가 자잘한 취미들이고요.
사실 그게… 나머지 부분이 좀 커진 것 같긴 한데요. 한 15% 정도로.
축구 생각을 아홉 번 하면 그 사이에 한두 번은 예쁜 옷 생각을 하게 되셨군요.(웃음)
옷뿐만 아니라 다른 취미도 찾아보고, 다른 스포츠 종목에도 도전해보고, 대외 활동도 많이 하고 있죠. 그런데 요즘은 그런 모든 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퍼센트로 딱딱 잘라 나눌 수 있는 거라기보다, 그냥 모든 게 축구를 위한 것처럼 느껴지는 거죠. 실제로 요즘 제 마인드가 그렇거든요.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뭔가를 하면 저절로 ‘이 힘으로 더 열심히 축구 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고, 부정적인 영향을 받으면 ‘그러니까 나는 축구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서 화보나 광고 촬영은 사실 여러 번 해도 매번 힘들거든요. 축구는 제가 오래 해온 거니까 순간적으로 서는 판단이 있지만 이런 분야에서는 별로 확신이 없잖아요. 하면서도 자꾸 ‘이게 맞나’ 싶으니까 좀 더 빨리 지치죠. 그래서… 오늘도 ‘역시 나는 축구를 열심히 해야겠구나’ 했던 것 같아요.(웃음)
제임스 본드 탄생 60주년 기념 씨마스터 다이버 300M 42mm

제임스 본드 탄생 60주년 기념 씨마스터 다이버 300M 42mm

에이, 촬영 엄청 잘하시던데요 왜. 말씀하신 것처럼 그간 화보를 꽤 많이 찍으셨잖아요. 희찬 씨에게 화보가 어떤 의미인지도 궁금했어요.
처음에는 이런 생각이었어요. 팬들에게 축구 외적인 모습으로 어떤 걸 보여줄 수 있을까 하다가, 제가 옷을 좋아하니까 그럼 화보 촬영을 한번 해봐야겠다 했던 거죠. 그런데 화보가 나가니까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저도 평소에 안 입던 스타일의 옷을 입어보니까 너무 재미있었고요. 그래서 이제는 좀 복합적인 것 같아요.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고, 멋있는 옷도 좋고, 반응도 재미있고, 멋있다고 하니까 그것도 또 기분 좋고.
역시나 굉장히 솔직하시네요.
저는 자기평가는 항상 냉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외 활동 중에서도 축구 시연, 특히 누군가에게 축구를 가르쳐주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런닝맨>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나 이번에 열린 ‘2024 황희찬 풋볼 페스티벌’을 보면서요.
그렇다기보다 일단 페스티벌 같은 경우에는 저를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모인 행사라는 점이 컸죠. 제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페스티벌이라는 행사를 그분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점도 너무 기뻤고요. 하필 그날 날씨도 안 좋았는데 많은 분이 와주셔서 정말 감사했고, 그래서 뭔가 하나라도 더 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의욕적인 표정과 느낌이 나온 게 아닐까 싶어요.
공식 명칭이 ‘2024 황희찬 풋볼 페스티벌’이니 이게 2025, 2026 식으로 연례행사로 자리 잡을 거라 기대해도 되겠죠?
(웃음) 저도 사실 이름이 왜 그럴까 생각하긴 했는데요. 제가 정한 게 아니라서. (‘2024 황희찬 풋볼 페스티벌’은 황희찬의 고향인 부천시와 황희찬의 에이전시의 주관으로 지난 6월 22일 부천시청 잔디광장에서 열린 행사다.) 저야 기회가 된다면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있죠. 하지만 그게 제 마음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잖아요. 일단 제가 계속 축구를 잘하고 있어야 또 열릴 확률이 높아질 테니 이제 영국에 돌아가서 최대한 시즌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150M 41mm 960만원 오메가.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150M 41mm 960만원 오메가.

영국은 언제 돌아가요?
이번 주 일요일에 돌아가요.
와, 사흘 남았네요? 답을 듣고 보니 이거 제가 ‘개학 언제냐’고 눈치 없이 묻는 사촌처럼 금기 질문 같은 걸 꺼낸 건 아닐까 싶고….
(웃음) 아니에요. 괜찮아요. 이게 웃긴 게요. 영국에 있을 때는 빨리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실제로 지금 한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좋기도 하고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한국에 와 있으면 영국에 가고 싶어요. 그 장소가 그립다기보다, 팀에서 나와 있는 시간이 적응이 잘 안 되고, 축구가 너무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는 거죠. 제 마음이지만 저도 참 재미있고, 어떻게 보면 이런 게 제 자신을 다시 일으키는 힘인가 싶고 그래요.
하긴 희찬 씨는 육군훈련소 퇴소하는 날 바로 운동을 하러 갔던 사람이니 휴식기에 훈련이 기다려질 수도 있겠네요.
맞아요. 하지만 그때와는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진 부분도 있어요. 물론 지금도 놀거나 촬영을 하는 날까지도 매일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긴 한데요. 그때는 좀 억압된 느낌이 있었다면 이제는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이고 있달까요. 소화하는 운동량에서 달라진 부분은 없지만 예전에는 ‘무조건 해야 돼’ ‘이거 오늘 못하면 안 돼’라는 생각으로 임했다면 이제는 좀 여유가 있는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이게 된 거죠. 말로는 설명하기가 좀 어렵지만요.
과거의 마음가짐이 예전에 <나 혼자 산다>에서 보여준 영국 생활 같은 거라고 보면 되겠죠? 저는 그걸 보면서 정말 괴로움과 외로움을 집념 하나로 다 견뎌내는, ‘축구를 위해 사는 수도승 같다’고 느꼈거든요.
영국에서의 삶은 바깥에서 보기에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다만 이야기한 것처럼 나이가 들어가면서 저한테 자유를 조금씩 더 주려고 하고 있죠. 그런 시간에서 오는 좋은 에너지가 저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거든요. 안 했던 것들을 해보면서 얻는 동기부여도 있고. 몸 관리나 훈련은 철저하게 하면서 즐기는 시간, 주위 사람과 어울리는 시간도 많이 챙기게 된 게 개인적으로는 선수로서 더 성장한 부분이라고 느끼고 있어요.
스피드마스터 문워치 프로페셔널 42mm 1170만원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문워치 프로페셔널 42mm 1170만원 오메가.

Credit

  • FASHION EDITOR 임건
  • FEATURES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HYEA W. KANG
  • STYLIST 박지영
  • HAIR & MAKEUP 장해인
  • ASSISTANT 김정호/신동주
  •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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