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손으로 정성껏 만드는 우리나라 패션 브랜드 4

장인정신이 깃든 우리나라 브랜드, 그들의 철학이 담긴 옷.

프로필 by 송정현 2024.09.05
김태진
15년간 우영미에서 경력을 쌓은 김태진은 2017년 LCBX를 론칭했다. 19세기 의복을 기반으로, 편안한 착용감을 위해 철저히 계산된 테일러링과 손으로 직접 염색하는 과정을 거쳐 특별하고 유일한 옷을 만든다.
이 재킷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파머스 재킷은 매 시즌 조금씩 디자인을 바꿔 선보이는 시그너처 아이템이다. 팔꿈치에 크기가 다른 주름을 넣고 소매를 곡선 형태로 만들어, 입었을 때 편안하도록 설계했다. 옷을 봉제할 때는 겉감과 안감 사이 양모로 만든 심지를 약하게 붙인 후 뜨거운 물에 핸드 워싱하는데 그러면 심지가 떨어지면서 원단 사이에 공간이 생겨 볼륨감을 더할 수 있다. 동시에 자연스러운 주름을 만들기도 하고. 이러한 작업을 여러 차례 거치면서 이상적인 파머스 재킷이 완성된다. 당신이라면 이 옷을 어떻게 스타일링하겠나? 도톰하게 짠 터틀넥 스웨터, 빛바랜 듯한 몰스킨 팬츠, 오래 신어 찌그러지고 앞코가 벗겨진 레더 더비 슈즈.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옷이란 무엇인가? 온전히 입는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주려는 정교한 디테일이 있는 옷.



김제상, 박종주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에서 비스포크 테일러링을 전공한 김제상과 박종주는 2014년 핸드크래프트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투빌더스하우스를 설립했다. 완벽하지 않기에 오히려 자연스러운 미학이 돋보이는 디자인을 주축으로 브랜드를 이어오고 있다.
이 재킷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옷으로 만들어지길 바라는 패브릭이 있다.” 대학 시절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이다. 이 원단이 딱 그랬다. 보자마자 어떤 옷을 만들어야 할지 머릿속에 정확하게 떠올랐다. 이 재킷은 염색이나 가공을 전혀 하지 않은 기본적인 리넨 원단을 재단해 손이 닿을 수 있는 곳까지 직접 손바느질했다. 옷을 재봉한 다음에는 의도적인 워싱으로 원단 조직을 파괴했다. 더욱 부드러운 질감과 자연스러운 주름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이 재킷을 입어보면 투빌더스하우스가 추구하는 미학이 뭔지 알 수 있다. 당신이라면 이 옷을 어떻게 스타일링하겠나? 화이트 티셔츠와 무인양품의 리넨 팬츠. 여기에 파라부트의 미카엘이나 샴보드를 신는다.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옷이란 뭔가? 본질에 집중한 옷. 화려함을 뽐내는 옷은 빠르게 잊히지만, 본질에 집중한 옷은 영원하다.



박현경, 이동건
박현경과 이동건은 사람 손에서 탄생하는 순수한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올해 1월 자고류를 설립했다. 핸드스티치와 천연 염색 기법을 내세우면서 천천히, 하지만 한 단계씩 차근차근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재킷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이 재킷은 먼저 쪽염색으로 푸른빛을 낸 후, 제주도 장인과 함께 감물 염색을 활용해 만들었다. 염색은 비가 오거나 풋감이 없으면 할 수 없다. 따라서 종잡을 수 없는 제주의 환경을 이겨내고 아름다운 색을 찾은 이 옷이 유독 애틋하고 기특하다. 게다가 딱딱한 통가죽을 정성스럽게 깎아 만든 가죽 단추까지. 재킷을 만드는 과정과 방식에는 전통을 추구하는 브랜드의 정체성이 가득 담겨 있다. 당신이라면 이 옷을 어떻게 스타일링하겠나? 네크라인이 여유로운 슬리브리스 톱 그리고 돈피 소재의 테이퍼드 팬츠. 여기에 잘 길들여진 코도반 부츠를 신으면 좋을 것 같다.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옷이란 뭔가? 장인정신이 깃든 옷. 곁에 두고 오래 입다 보면 느껴지는 깊이감이 다르다.



김한솔
기성복 브랜드 린더를 여러 해 운영해온 김한솔은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시장에 지쳐 옷에 대한 애정이 식어갈 때쯤 자신의 이름을 딴 새로운 브랜드를 시작했다. 진정성이 담긴 옷을 만들기 위해, 패션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키기 위해 브랜드 한솔 김이 탄생했다.
이 재킷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만화 <트라이건>의 주인공 ‘밧슈 더 스탬피드’의 옷에서 영감을 받은 재킷이다. ‘밧슈 더 스탬피드’의 평화주의적인 성향 때문에 그 캐릭터에 대한 동경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가 입고 있는 레드 재킷에 눈길이 갔다. 비슷한 색감을 내기 위해 교토에서 천연 염색 기법을 전수받아 적색계 염료인 꼭두서니를 이용해 염색 작업을 했다. 재킷을 완성한 후에는 여러 차례 물에 헹궈가면서 자연스러운 주름을 만들었다. 당신이라면 이 옷을 어떻게 스타일링하겠나? 화이트 셔츠와 블랙 팬츠 그리고 머플러. 신발은 무심하게 신은 듯한 살로몬 스니커즈.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옷이란 뭔가?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입을 수 있는 옷.

Credit

  • EDITOR 송정현
  • PHOTOGRAPHER 정우영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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