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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스앤원더스 2025 리뷰. 에르메스

제네바에서 목도한 올해의 신제품.

프로필 by 김유진 2025.04.21

ARCEAU LE TEMPS SUSPENDU

에르메스가 시간을 바라보는 방식은 남다르다. 올해 아쏘 컬렉션에 르 땅 서스팡뒤 컴플리케이션을 부활시키며 멈춰진 시간의 미학을 강조했다. 2011년 처음 공개된 이 모델은 일반 시간 모드와 정지 모드, 두 가지 방식으로 작동한다. 다이얼 9시 방향의 푸시 버튼을 누르면 핸즈가 원래 위치를 벗어나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시침과 분침은 12시 방향 근처로 점프하며, 날짜를 가리키는 핸즈는 플랜지 아래로 숨는다. 그러나 무브먼트는 계속 작동하며 시간을 기록하고, 푸시 버튼을 다시 누르면 현재 시간을 표시한다. 이 메커니즘은 두 개의 칼럼 휠이 조율한다. 하나는 시침을, 다른 하나는 분과 날짜 기능을 제어하며, 모든 기능은 360도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움직인다. 라인업은 총 세 가지. 지름 42mm 로즈 골드 케이스는 블루 다이얼과, 화이트 골드 케이스는 라이트 브라운 및 버건디 다이얼과 조화를 이뤘다. 또한 다이얼의 반투명 래커 마감한 글라스를 통해 9시 방향 푸시 버튼을 눌렀을 때 작동하는 르 땅 서스팡뒤 모듈의 정교한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다. 무브먼트는 매뉴팩처 셀프와인딩 칼리버 H1837로 45시간 파워 리저브를 갖췄다.




CUT LE TEMPS SUSPENDU

에르메스 컷 역시 르 땅 서스팡뒤 컴플리케이션을 탑재하고 컬렉션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전작보다 케이스 지름이 36mm에서 39mm로 커졌으며, 몇 가지 새로운 디테일이 추가되었다. 12시 방향의 부채꼴 모양 디테일이 그중 하나. 8시 방향 푸시 버튼을 누르면 시침과 분침이 ‘V’자를 이루며 점핑하는데,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디자인 요소다. 또한 4시 방향의 작은 창에서는 24초 주기로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초침을 볼 수 있다. 이는 시계의 독창적인 기능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며, 르 땅 서스팡뒤 기능이 활성화된 상태에서도 초침이 계속 회전해 무브먼트가 정상적으로 작동함을 보여준다. 라인업은 로즈 골드 케이스에 오팔린 다이얼을 매치한 두 가지 버전과 선버스트 레드 다이얼을 더한 한정판으로 구성된다. 오팔린 다이얼은 다이아몬드 세팅 유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원형과 쿠션형의 중간 형태를 띤 입체적인 케이스, 1시 30분 방향에 배치한 크라운 등 컬렉션을 상징하는 디자인 미학은 여전하다. 매뉴팩처 셀프와인딩 칼리버 H1912를 탑재했으며, 45시간 파워 리저브를 지원한다.




ARCEAU ROCABAR DE RIRE

에르메스의 상상력과 미학, 그리고 장인정신이 빛을 발했다. 아쏘 로카바 드 리르는 지름 41mm의 화이트 골드 아쏘 시계를 캔버스 삼아 디미트리 리발첸코(Dimitri Rybaltchenko)가 디자인한 에르메스 스카프의 말 모습을 생동감 있게 구현했다. 모든 과정은 매우 정교한 기술을 요한다. 먼저 조각가가 말의 형상을 섬세하게 매만진 후, 미니어처 화가가 여러 겹의 페인팅을 더하고, 가마에서 소성해 독창적인 색감과 질감을 완성한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색상의 말총을 한 올 한 올 선별해 황동 다이얼 베이스에 수작업으로 부착, 기하학적인 직조 패턴을 완성한다. 9시 방향 푸시 버튼을 누르면 온디맨드 애니메이션 기능이 작동해 말이 혀를 내밀면서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 게 핵심이다. 무브먼트는 매뉴팩처 셀프와인딩 칼리버 H1837을 탑재했으며, 시계 뒷면에서는 원형 그레인 처리한 메인 플레이트와 ‘H’ 패턴으로 장식한 오실레이팅 로터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스트랩은 다이얼의 다채로운 색감과 조화를 이루는 블루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을 장착했다. 화이트 골드 케이스는 41mm, 50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12점 한정 생산.




MAILLON LIBRE

주얼리와 시계의 만남은 마치 잘 빚어진 현대 조각품을 보는 듯하다. 에르메스 마이용 리브르 브레이슬릿 워치는 배를 정박할 때 사용하는 닻줄, 앵커 체인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유려한 곡선을 그리듯 자연스럽게 연결된 체인 링크는 손목 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로즈 골드 또는 화이트 골드 케이스로 선보이며, 각 모델은 케이스 소재와 동일한 다이얼을 매치해 일체감을 높였다. 군더더기 없이 미니멀한 방식으로 시와 분을 표시하며, 다이얼을 비롯해 케이스 베젤, 입체적인 브레이슬릿 라인을 따라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를 정교하게 세팅했다. 에르메스는 마이용 리브르 브레이슬릿 워치와 함께 같은 콘셉트의 브로치 형태 워치도 선보였다. 브레이슬릿 모델과 마찬가지로 시와 분을 표시하는 브로치는 단독으로 착용해 포인트 액세서리로 활용할 수 있으며, 브랜드의 대표 아이템인 코드 스트랩과 결합해 긴 목걸이 형태로 연출할 수도 있다.

Credit

  • EDITOR 김유진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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