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브로 이태윤이 힘들 때는 산에 가보라고 권하는 이유
야생의 밤을 지난 후에야 선명해지는 감정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오늘 촬영 끝나고 바로 또 산에 가신다고요.
네. 어디 갈지는 아직 못 정했지만 선민이 형님(코미디언 이선민)과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원래 강원도 가서 계곡 트레킹도 하고 캠핑도 하려고 했는데, 계곡은 만약 비라도 오면 위험하잖아요. 그래서 보류하고 다른 두세 곳 중에서 고민 중입니다.
여름은 캠핑, 특히 비박을 하기에는 너무 힘든 계절 아닌가요? 덥고, 벌레도 많고,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도 하고.
여름이 정말 힘들긴 하죠. 저도 차라리 우중캠핑이 아니면 잘 안 가는 편인데, 그래도 여름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잖아요. 냄새도 다르고, 일몰과 일출의 하늘 색깔도 다르고요. 그래서 또 한 번씩 찾게 되는 거죠.
댓글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태윤 씨의 안전을 걱정하는 반응도 많아요. 워낙 극한의 환경에서 텐트도 없이 주무실 때가 많으니까.
걱정하는 분들 많이 계시죠. 그런데 사실 저는 남들보다 좀 과하게 안전을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항상 만약의 경우까지 상정하고 대비하기도 하고, 위험한 쪽으로는 가까이 가지도 않아요. 만약 절벽 근처에 꼭 가야만 하는 일이 있으면 신발도 벗어두고 거의 기어서 갑니다. 혹시라도 어딘가에 걸릴까 봐. 고소공포증은 전혀 없어요. 그런데 그런 절벽 위에서 사진을 찍다가 사고 나는 경우가 실제로 많잖아요. 과할 정도로 안전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거죠.
남들 눈에는 위험해 보여도 태윤 씨에게는 전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지 안전성을 꼼꼼히 따진 선택인 거군요.
오히려 영상으로 보면 좀 더 위험해 보이는 부분도 있겠죠. 저도 유튜버니까, 드론 촬영 할 때 좀 더 아찔한 절벽 느낌이 나는 구도로 많이 찍거든요. 그런데 막상 가보면 그렇게 위험하지 않아요.(웃음) 이게 말로 정확히 구분하기가 어려운데, 사실 제가 극한 상황을 찾아 나서는 것도 맞긴 하죠. 히말라야라든가 해외 산들도 찾는데 그런 곳들이 안전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니까요. 늘 안전에 유의하긴 하는데, 또 극한 상황이 주는 성취감이 워낙 크고, 제가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성향도 있고.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캠핑 중에서도 주로 비박(텐트 없이 밤을 보내는 야영)을 즐기는 편이죠.
비박이 메인이지만, 섞어서 하는 것 같아요. 텐트 없이 잘 때도 있고 챙길 때도 있고. 제가 처음 캠핑을 경험한 게 일본에서 축구선수 생활을 할 때였는데요. 제가 힘들어 하고 있을 때 일본인 선배가 데려갔거든요. 산 위의 호숫가 캠핑장이었는데, 지금도 기억나는 게 주위 사람들은 다 장비가 엄청 좋았어요. 그런데 저는 선배 따라서 처음 가는 거니까 한강에서 쓰는 원터치 텐트 같은 걸 갖고 간 거예요. 그것도 펴 보니까 다 찢어져 있고.(웃음) 바람도 숭숭 들어오고, 별이 너무 많으니까 그 별을 보고 싶기도 하고, 그냥 중간에 밖으로 나와서 야외 취침을 했어요. 어쩌다 비박이 된 거죠. 날씨도 엄청 추웠는데, 그 추위를 견디면서 잠을 자고 아침에 눈을 뜨는데 성취감이 굉장히 크더라고요. 성취감이 얼마나 센지 산 밑으로 내려와서도 큰 힘이 났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비박을 이어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 했던 게 비박인데 그 기억이 너무 강렬하니까.
그래도 장비 측면에서는 초창기에 비해 많이 발전한 거군요. ‘저 사람은 비박 유튜버라면서 신소재 타프 같은 거 하나 없이 공사장 방수포를 들고 다니나’ 했는데.
(웃음) 제가 장비를 잘 몰라요. 요즘 보면 다 너무 비싸서 그런 걸 계속 사다가는 이 취미를 오래 지속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하고요. 다이소에서 파는 방수포를 계속 쓰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제가 그때그때 야영 장소를 택하기도 하고, 생각해놓은 곳이 있더라도 거기에 누가 있으면 다른 데로 가는 스타일이거든요. 어떤 환경에서 잠을 자게 될지 알 수가 없는 거죠. 어떤 때는 이걸 뚫거나 찢고 묶고 해서 고정해야 할 수도 있는데 타프를 쓰면 그럴 수가 없잖아요. 비싸니까. 그래서 2000원짜리 방수포를 계속 애용하고 있는 거죠.
오지브로 채널에는 지금 시대에 찾기가 어려운 ‘사나이의 낭만’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혼자 밤을 보낼 때면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고 했죠?
가끔씩요. 할 것도 없으니까 그냥 불러보는 거죠. 이문세, 김광석, 유재하 노래 많이 불러요. 옛날 노래를 좋아해서. 아주 가끔 영상에도 짧게 내보내기도 하는데요. 콘텐츠가 좀 지루해질 수도 있고, 제 목소리로 노래하는 걸 듣기 싫어하는 분도 있을 것 같아서 최대한 절제하는 편이죠. 채널 초반에는 많이 내보냈어요. 외로운 곳들, 무인도 같은 곳에서 비박했을 때.
오지브로는 캠핑 채널 중에서도 유독 정적이고 고요한 느낌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 말을 줄이고, 자연을 좀 더 잘 보여주는 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죠. 대리만족을 시켜줄 수 있도록. 그래도 구독자분들이 말을 좀 해달라고 하셔서 조금씩 늘려가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원래는 밥 먹을 때 살짝 하는 것 말고는 말을 아예 안 했거든요.
그럼 최근에 이선민 씨나 다른 코미디언들과 함께 하는 콘텐츠를 많이 찍는 건 확장의 의미라고 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딱히 의미가 있지는 않고요. 저는 그냥 친하면 같이 해요. 선민 형님 경우에는 같이 가면 보는 분들도 워낙 좋아해주시거든요. 제가 말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닌데 형님은 말도 잘하고 재미있으니까. 그런 상반되는 느낌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고, 저도 형님이랑 같이 가면 너무 재미있어요. 그래서 요즘 자주 같이 가죠. 그래서인지 요즘 여성과 젊은 층 구독자가 많이 늘기도 했고요.
그런 효과가 있는 걸 알지만 또 따로 ‘시너지’를 추구하는 협업은 전혀 안 하는 거군요.
어떻게 보면 그런 협업이 제 채널에서 또 다른 자극을 주는 거잖아요. 너무 색다른 자극을 주는 쪽으로 빠지고 싶지는 않다는 욕심이 있나 봐요 제 안에. 예를 들어 여자 게스트랑 같이 캠핑을 가달라는 구독자들의 요청이 많거든요. 실제로 협업 제안도 많이 들어오고요. 그런데 계속 고민이 되는 거예요. 왜냐면… 아 이게 말로 뭐라고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그냥 저는 친한 사람, 잘 맞는 사람, 낭만이 있는 남자들과 함께 가는 걸 좋아해요.
어제 올라온 영상에서는 축구선수 선배였던 분과 등반을 하셨죠.
그 형님이 제 채널 거의 초창기에 한 번 나왔어요. 같이 강원도 산에 올라서 노을 질 때 서로 공을 주고받으면서 ‘볼 살리기’를 했는데, 그때 반응이 되게 좋았었죠. 구독자가 1000~2000명밖에 안 됐을 때였는데 영상 조회수도 높고 댓글도 많이 달렸던 게 기억나요. 형님도 좋으셨나 봐요. 이번에 형님이 공을 챙겨 오신 걸 몰랐거든요. 또 한 번 하자길래 오랜만에 절벽 위에서 볼 살리기를 했죠.
과거에 축구선수였다는 부분도 오지브로라는 채널에 중요한 서사일까요? 아니면 어쩔 수 없이 가끔 언급되는 과거사일까요?
전에 무슨 일을 했는가보다는 동기가 중요한 거죠. 그런 내용이 없다면 그냥 맨날 산에서 자는 사람인 거잖아요.(웃음) 아까 말씀드렸듯이 축구를 하면서 일본에서 유학 생활 할 때 정신적으로 방황을 좀 했거든요. 이지메(따돌림) 문화가 심해서 언어 문제로 고초를 겪었고, 그때 저를 지탱해준 게 비박이었죠. 그러다 부상을 당하면서 점점 더 비박에 마음이 기운 거고요. 그래서 어디 가면 그 얘기를 많이 해요. 첫 시작점, 거기서 느꼈던 성취감, 산 밑에서 했던 걱정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느낌. 극한의 환경에 다다르면 일상에서 마주치는 내 사람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는 얘기도요. 그게 다른 분들께도 의미 있는 이야기로 가닿기를 바라는 거죠.
35만 구독자의 비박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비박에 대한 에세이집도 냈고, 히말라야 6000m급 스리피크도 정복했어요. 지금 태윤 씨의 목표는 뭘까요?
목표는 그냥 꾸준함입니다. 지금처럼. 자연을 계속 담으면서, 제 채널 구독해주시는 분들께 그 감흥을 생생히 느끼게 해드리고 싶어요. 그것 외에는 딱히 없습니다.
Credit
- PHOTOGRAPHER 임한수
- HAIR & MAKEUP 김환
- ART DESIGNER 김동희
CELEBRITY
#로몬, #차정우, #노재원, #진영, #A20, #솔로지옥, #tws, #카이, #kai, #아이브, #가을, #필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