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스포츠와 스티븐 연이 말하는 자연과 삶의 태도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면 무엇이 드러날까?”

오랫동안 아웃도어 산업에서 자연은 인간이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묘사되어왔다. 도전과 성취라는 키워드로 설산의 정상에 오르고, 거친 강의 물결을 가르며 결국 자연 위에 서고자 하는 장면들. 하지만 거대한 자연 앞에서 과연 인간이 그 본질을 정의 내릴 수 있을까?

스티븐 연은 인간과 자연은 분리될 수 없다고 말한다. 삶의 본질은 반복되는 일상이 아닌 자연 속 고요한 순간에서 발견된다는 것이다. 코오롱스포츠 역시 자연과의 교감을 지향하는 브랜드로서 지속 가능한 삶, 자연과 하나가 됨을 이야기한다. 공통의 철학으로 완성한 캠페인은 기존의 아웃도어 마케팅과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자연을 정복하거나 소유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캠페인은 인간의 화려한 성취 대신 자연과 상생하는 태도를 전하고자 했다.

촬영 또한 기존의 디지털 보정 방식 대신 아날로그적인 필름 카메라로 모든 장면을 기록했다.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의 빛과 거친 질감이 만들어내는 생생한 톤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이미지 역시 모두 필름으로 촬영해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의 거친 질감을 그대로 살렸다.

“험난한 봉우리에 오르는 것만이 자연의 전부일까? 꼭 어떤 목적이 있어야만 하는 걸까?”

영상 속에서 그가 나지막이 던진 이 물음은 우리가 어떻게 자연을 마주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부른다. 이번 캠페인에서 무엇보다 인상 깊은 점은 관객을 소비자로 다루기보다, 스티븐 연과 함께 자연 위를 걷고 느끼는 동반자로 초대한다는 점이다. 영상의 처음부터 끝까지 드라마틱한 아웃도어 액티비티로 이미지를 표현하는 대신, 자연 그대로와 그 속에서 담담히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통해 자연과의 관계를 사유할 수 있는 여백의 시간을 제공한다. 이로 인해 인간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겸허해질 수 있는가를 설명한다. 정복과 성취의 서사가 주요했던 아웃도어 캠페인 사이에서 이 날 것의 영상은 분명 낯설고도 새로운 접근이다. 아직 정복과 소유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에디터는 과연 어떤 태도로 자연을 대하고 있는지, 아직 그 답을 내리지 못한 채 질문 앞에 잠시 멈춰 서있다.

영상이 끝날 때까지 끝내 답을 내리지 않는 그의 질문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 있다. 당신은 지금, 자연과 어떤 관계 속에 서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