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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메이커 엠마누엘이 말하는 뵈브 클리코의 정수

라 그랑 담 2018의 출시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프로필 by 박세회 2025.12.06

한국에서는 ‘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말을 씁니다. 엠마누엘 씨의 조부는 와인메이커였고, 부친은 셰프였죠. 우리 식이면 ‘포도 수저’를 물고 태어난 셈인데요. 포도와 땅에 대한 나름의 원칙이 있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저는 ‘포도 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제게 포도는 살아 있는 존재고, 토양과 기후를 반영하는 재료예요. 포도나무의 숨결을 느끼고, 그 자연스러운 리듬을 존중하고, 와인을 만들 때 그 균형을 조화롭게 끌어올리려 애를 쓰죠. 핵심은 자연이 주는 것을 존중하는 것이죠.

뵈브 클리코의 원칙인 ‘뤼트 헤조네’(통합 해충 관리, lutte raisonnee)와도 비슷한 방향이군요.

같은 방향이죠. 사실 지금은 ‘지속가능 농법’보다 ‘재생 농법(regenerative viticulture)’이라는 말을 씁니다. 자연에 대한 존중과 품질에 대한 타협 없는 균형을 찾는 것이 핵심이죠. 예를 들어, 토양 침식을 막고 자연스럽게 영양분을 더하기 위해 잔디를 한 줄씩 번갈아 심습니다. 살충제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요. 그리고 퇴비차(컴포스트 티)처럼 자연에서 얻은 100% 유기 비료만 사용하죠. 겨울에는 포도밭에 양을 풀어놓는데, 양들은 포도나무 사이에 난 잔디를 먹으면서 유기물을 배설해 생태계가 스스로 균형을 이루게 도와줘요. 게다가 특정 커버 크롭(포도나무의 줄과 줄 사이에 심는 덮개 작물)을 심으면 땅에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 작물들이 죽어서 토양에 환원되면 자연 비료 역할을 하지요.

제가 알기로는 양을 밭에 풀어 키우는 게 지반의 압착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군요.

맞아요. 무거운 트랙터로 밭을 갈면 토양이 압착되면서 단단해지고 그렇게 되면 물이 잘 스며들지 않아요. 잡초를 제거할 때 트랙터 대신 양을 풀어놓거나 커버 크롭의 뿌리들이 토양을 다공성으로 만들면 땅을 훨씬 부드럽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비용은 더 들긴 하지만, 균형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특히 샴페인 지역은 언덕이 많아서 배수가 아주 중요해요. 물이 빠지지 않고 표면에 머무르면 뿌리가 괴사될 수도 있고 부식이 일어나기도 쉽지요. 피복 작물의 뿌리들은 물이 땅에 스며들게 하고, 여름 가뭄에도 포도나무가 쓸 수 있는 수분을 유지하도록 도와줘요.

보통 양조팀과 재배팀이 따로 있는 걸로 아는데, 양조가지만 재배에도 관심이 많군요.

나뉘어 있기는 하지만 협업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저는 시니어 와인메이커지만, 개발 혁신 프로젝트의 매니저이기도 해요. 마케팅·커뮤니케이션·생산·환경 관리 등을 담당해 여러 부서와 함께 일합니다. 특히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여럿 진행하지요.

포도밭에는 얼마나 자주 나가나요?

1년에 약 20~25회 정도 방문하는 것 같아요. 수확기 전후로는 거의 매일 포도를 맛보며 성숙도를 확인해요. 저희 에스테이트 포도밭은 와이너리 바로 앞에 있어서, 아침에는 밭을 돌고 오후에는 양조장으로 돌아와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팀을 관리합니다.

얼마 전에 만난 한 와인 메이커는 포도의 씨앗 개수로 플롯을 나눠 관리하더군요.

씨앗은 정말 중요한 지표예요. 저는 씨앗의 색을 유심히 살펴요. 초록색이면 아직 덜 익은 것이고, 갈색으로 변하면 수확할 준비가 된 상태죠. 또 껍질은 타닌의 농도를, 과육은 산도와 향을 보여줍니다. 보통은 이 세 가지를 종합해서 판단하죠.

섬세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일수록 추운 지역에서 자라는 포도를 사랑하지요. 엠마누엘 씨는 어떻습니까?

저는 남부의 태양 아래에서 자라서인지 잘 익은 포도의 너그러움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상파뉴 지역의 포도가 가진 성숙의 균형 역시 사랑하지요. 상파뉴처럼 낮과 밤의 온도차가 크면 향이 더 정교해집니다.

뵈브 클리코 미디어 런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엠마누엘의 모습.

뵈브 클리코 미디어 런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엠마누엘의 모습.

뵈브 클리코를 다른 샴페인 하우스와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요?

뵈브 클리코는 대담함과 일관성으로 돋보입니다. 마담 클리코 이래, 하우스는 전통과 혁신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복합미, 정교함, 신선함이라는 고유한 스타일을 추구해왔습니다. 모든 뀌베는 블렌딩과 숙성의 예술을 담고 있죠. 우리의 시그니처는 피노 누아(Pinot Noir)입니다. 전체 블렌드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프레스티지 뀌베 ‘라 그랑 담(La Grande Dame)’에는 무려 90%가 사용됩니다. 마담 클리코는 “우리의 검은 포도가 최고의 화이트 와인을 만든다”고 말했어요. 그 말이 모든 걸 설명합니다. 우리는 피노 누아의 우아함을 추구합니다.

마담 클리코 여사는 르뮈아주 랙을 발명한 것으로 주로 기억되지만, 그 외에도 샴페인의 역사에 여러 변곡점을 만든 인물이지요. ‘라 그랑 담’(위대한 여인)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병을 돌려 침전물을 모으는 르뮈아주 테이블은 샴페인 품질의 핵심이지요. 그 외에도 마담 클리코는 1810년 세계 최초의 빈티지 샴페인을 출시했습니다. 또한 1818년에는 부지(Bouzy)산 적포도주를 사용해 최초의 ‘블렌디드 로제 샴페인’을 만들었죠. 그전까지 로제 샴페인은 대부분 정교하지 못한 블리딩(적포도주를 압착해 색을 뽑는 방식) 방식이었죠. 마담 클리코 여사의 후계자인 에두아르 베를레(Edouard Werle)가 1872년 ‘드라이(Dry)’ 샴페인의 탄생과 함께 첫 옐로 레이블을 선보인 것 역시 샴페인 역사의 한 축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번에 ‘라 그랑 담 2018’의 출시와 ‘샴페인 서울 2025’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습니다. 라 그랑 담 2018을 즐기기 가장 좋은 때는 언제인가요?

라 그랑 담 2018은 해 질 녘, 즉 ‘멈춰 있는 순간’에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테라스에서 가까운 친구 혹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빛이 잔을 스치며 와인의 복합미를 드러내는 그 시간, 너무 덥지도 차갑지도 않은 기후에서 즐기는 게 이상적입니다.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본인만의 특별한 샴페인과의 푸드 페어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저는 라 그랑 담 2018을 지중해 요리와 즐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올리브오일과 레몬 제스트, 간장에 절인 숨바와(Sumbawa)와 함께한 도미 타르타르 같은 요리요. 요리의 순수함이 와인의 깊이와 섬세함을 완벽하게 드러내줍니다.

아직 샴페인이 익숙하지 않은 초심자들에게 샴페인을 즐기기 위한 팁을 준다면 어떤 게 있나요?

샴페인은 천천히 발견해야 합니다. 시간을 들여 관찰하고, 귀 기울이고, 스스로 열리게 두세요. 적정 온도에서 서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논 빈티지는 8~10°C, 빈티지는 10~12°C가 이상적입니다. 플루트 잔이나 쿠프 잔은 피하고, 좋은 화이트 와인 글라스를 사용하세요. 샴페인은 본질적으로 ‘와인’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그리고 두려워하지 말고,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음식과도 페어링해보세요.

최근 샴페인에서 자주 거론되는 트렌드가 있나요?

‘균형’과 ‘생물다양성’입니다. 유기농이나 바이오다이내믹 방식 등에 대한 이야기지요. 그러나 샹파뉴에서는 완전한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은 아직 드뭅니다. 균형에 대해서는 ‘엑스트라 브뤼(extra brut, 저당)’ 스타일이 프랑스나 영국에서는 인기를 끌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달콤한 맛의 샴페인이 인기가 많아요. 문화적 차이지요. 아시아에서는 오히려 ‘우마미(umami)’나 짠맛이 산미와 균형을 이룬 섬세한 밸런스를 더 좋아합니다.

그런데 화학적으로 와인에는 염화나트륨이 없으니 소금의 짠맛과는 다르지요.

좋은 질문이에요. 제가 말한 짠맛은 실제로 우리가 아는 ‘소금’의 맛은 아니에요. 정확하게는 감칠맛과 미세하게 존재하는 나트륨, 칼륨 등의 미네랄 성분들이 종합적으로 만들어내는 관능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군요. 그리고 이 감칠맛의 근원은 오랜 2차 숙성(병숙성) 과정에서 자연 효모가 자가 분해되며 만들어낸 글루탐산 등의 아미노산과 MSG와 유사한 핵산 등이지요. 숙성 기간이 길수록 이 감칠맛이 증폭됩니다. 라 그랑 담 2018처럼요.

와인은 정말 놀라워요.

우린 아마 아직 와인의 비밀 중 1%만 알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와인이 특별한 이유이기도 하지요.

Credit

  • PHOTOGRAPHER 김성룡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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