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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 서울 2025 특집 - 자크 셀로스의 앙셀름 셀로스 인터뷰

기술을 멀리하고 과학을 가까이 두는 이유.

프로필 by 박세회 2025.12.04

앙셀름 셀로스가 던지는 질문들

샴페인 양조계의 신약시대를 연 샴페인 하우스 ‘자크 셀로스’의 와인메이커 앙셀름 셀로스는 포도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마음으로 와인을 만든다고 말했다.

자크 셀로스의 앙셀름 & 기욤 셀로스 부자의 모습. 기욤이 양조책임자를 맡고 있지만, 앙셀름 역시 늘 포도밭을 살핀다.

자크 셀로스의 앙셀름 & 기욤 셀로스 부자의 모습. 기욤이 양조책임자를 맡고 있지만, 앙셀름 역시 늘 포도밭을 살핀다.

(나는 앙셀름의 손을 잡아봤다.) 손이 정말 크고 거칠어요. 땅의 감촉이 느껴지네요.

기본적으로 저는 농부예요. 종종 제가 산파라는 생각을 합니다. 땅이 낳는 포도를 받는 사람이죠. 지금도 약간 마음이 그래요. 저희 밭에 있는 포도들을 두고 이렇게 멀리 떨어지면 아이를 두고 온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가슴 한편에 있어요.

와인메이킹의 철학이 뭐냐고 물어보려 했는데, 이미 대답을 해주셨네요.

흠…영속적이고 항구적인 것을 찾으려고 해요. 생명체를 다룰 때는 일률적인 레시피를 만드는 게 불가능하죠. 우리가 매번 바뀌는 특징에 적응을 해야 합니다. 모든 생명체에는 계통을 통해 전해지는 특질들이 있어요. 그러나 그 포도가 자라는 환경은 계속해서 변하죠. 강우와 기온 등은 늘 다르니까요. 생물학적으론 ‘게놈 타입’과 ‘페노타입’으로 나눌 수 있지요.

한 인터뷰에서 솔레라 방식으로 여러 빈티지들이 섞이다 보면 결국은 균일한 테루아의 속성이 드러난다고 했어요. 그래서 전 셀로스의 와인이 “나는 어디서 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정확해요. 그런데 그건 제가 와인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너는 어디서 왔니?”라고 와인에게 물어보는 게 섭스땅스의 핵심이죠. 또 다른 질문을 던지는 와인이 바로 자크 셀로스 빈티지입니다. “너는 언제 태어났니?”라는 질문을 와인에게 던지는 게 바로 자크 셀로스 빈티지예요.

또 던지고 싶은 질문이 있나요?

질문은 아니지만, 전 최대한 와인의 진짜 모습을 끌어내려고 해요. 전 포도를 딸 때도 주름이 좀 생기더라도 그 포도가 자신이 가진 개성을 가장 잘 나타낼 때 수확해요. 성격이 좀 나빠도, 귀가 짝짝이라도, 옷을 좀 못 입어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걸 추구하지요. “우리는 안다고 생각하는 것 때문에 더 묻지 않는다”는 문장을 좋아합니다. 배움을 방해하는 것은 다 알고 있다는 잘못된 믿음입니다. 총책임자 혹은 부책임자로서 포도를 다뤄온 지가 벌써 53년이 되었는데도, 정답은 없고 매번 새로운 것을 발견하죠. 그게 늘 즐겁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셀로스 씨의 “나는 기술은 싫어하지만 과학은 좋아한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비슷한 의미 같군요.

맞아요. 기술은 뭔가가 작동하도록 만들어둔 어떤 시스템이죠. 마치 하나의 틀처럼 적용만 하면 똑같은 게 나오도록 찍어내는 느낌이에요. 기술자들은 보통 기술에 대해 의심하지 않아요. 그러나 과학자들은 어제까지 주장했던 것에 대해 오늘 곧바로 반론을 제기하고 끊임없이 의심하지요. 예를 들어, 저는 1990년에 유기농법 인증을 받았고, 1996년에는 비오디나믹 인증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해보니 이 인증을 따르는 것들이 ‘기술’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매번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하지 않고 매뉴얼을 적용하려고 하더군요. 제가 비오디나믹을 그만둔 이유입니다.

예를 든다면 어쩐 점이 그랬나요?

2025년 빈티지에는 이산화황을 아예 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2024년에는 피노 누아에만 조금 썼지요. 포도알이 절정에 올랐을 때 알맹이들이 망가지지는 않았는데, 너무 익어서 즙이 살짝 새어나온 것들이 있었고, 박테리아가 만들어질 위험이 높았죠. 아시아 초파리들도 꼬였고요. 그래서 피노 누아만 리터당 이산화황을 25mg 정도 첨가했어요. 이 정도 수치면 토종 효모가 제대로 작용할 수 있지요.(프랑스 화이트 와인의 이산화황 농도의 평균은 90mg을 훌쩍 넘는다.) 제가 동양의 도교를 좋아하는 이유도 비슷해요. 전 중용의 도를 좋아합니다. 비오디나믹이나 유기농법의 근본적인 사상에는 동의하지만 교조화되어서 흑백논리화 되는 것은 제게 맞지 않아요.

자크 셀로스를 마셔보면 우리가 샴페인을 마시며 머릿속에 그려왔던 균형감각, 산도, 우마미, 탄산감, 기포의 크기 등과는 아예 그 축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당신이 머릿속에서 그리는 미각적 공간의 축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갑니까?

가스트로노미의 어원은 결국 ‘가스트로’ 즉 섭취고 무언가가 입안으로 들어와야 시작되는 겁니다. 소금물과 설탕물을 보는 것만으로는 구분할 수 없지요. 그리고 그 맛에는 세부적으로 7개가 있지만, 그 맛과 함께 느껴지는 촉감이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텍스처’라고 말하는 것이지요. 칼슘을 물에 타서 마셔보면 상쾌한 느낌을 받습니다. 또 입안을 건조하게 하는 화학물질들도 있지요. 제 밭은 백악질 토양으로 대부분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바다였던 땅에 플랑크톤 화석이 겹겹이 축적되면서 이루어진 지질이라 굉장히 다공적이죠. 1m³의 백악질 토양에 400L의 물을 담을 수 있어요. 그 토양에 총 22개의 미량원소와 짠맛을 느끼게 해주는 소듐, 쓴맛을 가진 마그네슘 등이 맛에 관여하지요. 또 포도알이 햇빛에 노출되면 햇빛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일종의 마이야르 반응과 비슷한 색 변화를 보여요. 청포도는 분홍빛을 띠고, 적포도는 갈색으로 변하죠.(편집자주 : 실제로는 안토시아닌의 증가 기전이다.) 우리가 태닝을 하면 피부가 갈색으로 되는 것과 비슷한 작용이지요. 그렇게 만들어진 화합물들이 짭짤한 맛을 내는 경우가 있어요. 샴페인을 양조할 때 2차 발효가 끝나고 나면 잔당이 없어 효모가 죽습니다. 이때부터 효모가 자가분해를 시작하죠. 이 과정에서 나온 아미노산이 샴페인에 녹아들어 풍미를 더해요. 오래 숙성된 파르메산 치즈의 표면에 붙어 있는 하얀 결정과 같은 성분들이죠. 다시마나 표고버섯, 가쓰오부시가 전부 비슷한 맛이지요. 이 반응은 병 숙성에서 일어나는 반응이에요. 그래서 최소 7년, 빈티지의 경우엔 12년, 매그넘은 14년을 숙성한 뒤에 시장에 출하합니다. 2025년 빈티지의 매그넘은 2039년에야 시장에 나오는 거죠.

한 인터뷰에서는 포도 씨앗의 개수에 따라 다른 사이즈의 오크통을 사용한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밭에서 관찰한 것이 양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예가 있나요?

저희는 구획별로 씨앗의 평균을 내요. 포도 꽃에는 5개의 수술과 암술이 있지만, 이것들이 모두 수정되는 일은 드물어요. 최대 4개 보통은 2개나 1개입니다. 씨가 많을수록 세포 증식이 더 활발해지면서 포도알의 지름이 더 커져요. 그러면 과육 대비 껍질의 비율이 줄어들게 되죠. 그런 와인은 폴리페놀의 함량이 부족하고 산의 비율이 높아 새 오크통의 강한 풍미를 이겨낼 수 없어요. 오크 향이 너무 두드러져 와인이 지나치게 우디해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중성 오크를 쓰는 거죠. 수확 시기에 따라서도 어떤 오크통을 쓸지 달라져요. 수확이 이른 와인에는 미디엄 플러스 정도로 토스팅한 미들 그레인 오크통을 쓰고, 수확이 늦은 와인에는 미디엄으로 토스팅한 파인 그레인(미세결) 오크통을 써요.(결이 굵을수록 오크 향의 영향이 크다.) 그러나 지나치게 분석적으로 생각하진 않아요. 우리가 시를 읽을 때 단어 하나를 두고 분석하는 게 아니라 시 전체를 감상하는 것처럼 와인을 볼 때에도 홀리스틱한 전인적인 접근이 필요하죠.

최근에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본 기사에 따르면 고대 방식에 따른 거품 와인, 즉 ‘페티앙 나튀렐’을 만들어봤다고요.

1998년도에 제가 샹파뉴 위원회에 고대 방법으로 펫낫을 실험해보고 싶다고 했더니, ‘절대 안 된다’고 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5년과 2018년에 실험을 해봤어요. 그때 이 샴페인이라는 아펠라시옹(생산지역)의 미래가 바로 고대 방식으로의 회귀에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후가 변하면서 포도도 더 잘 익고 당도도 훨씬 높아졌어요. 결국 그 포도로 베이스 와인을 양조하면 알코올 도수가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어떤 때는 뱅클레어의 도수가 12.8도에 달합니다. 거기에 샴페인 전통 방식으로 24g의 당을 첨가하고 2차 발효를 거치면 약 1.4도가 증가해요. 베이스 와인이 12도였다고 쳐도 13.4도입니다. 너무 높아요. 2차 발효 없이 1차 발효가 다 끝나기 전에 당이 남은 상태로 병입해 탄산을 생성하는 고대 방식은 과일이 가진 천연 당분만을 사용하면서 도수도 낮아 마시기 좋습니다. 종종 도수가 너무 높아질까 봐 일찍 수확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만든 샴페인에선 풋내가 나기도 해요.

기욤이 기획 중인 자크 셀로스의 스틸 와인 ‘피나주 아비즈’(Finage Avize) 얘기도 해주세요.

피나주는 포도 재배구역의 단위이고 아비즈는 지역 이름이죠. ‘피나즈 아비즈’는 이를테면 부르고뉴의 빌라주 와이인 셈이죠. 샴페인의 스틸 와인을 지칭하는 코토 샹프누아(Coteaux Champenois)로 출시될 예정이에요. 첫 수확이 2018년도고요. 2018, 2019, 2020을 블렌딩해서 2026년도에 첫 판매를 계획하고 있어요. 지난 9월 2018년도부터 2023년도까지의 솔레라 블렌딩을 병입했고, 그 이후에는 계속 빈티지가 추가될 예정이에요. ‘피나주 앙보네’(앙보네는 피노 누아 중심)도 출시하는 게 목표인데, 레드 와인은 어렵네요.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을 비교해보면 딸과 아들을 키울 때처럼 차이가 나요. 딸들은 크게 사고를 치지 않고 말도 잘 듣는데, 아들은 좀 다르죠.

앙셀름 셀로스가 이날 서빙을 담당한 한국의 소믈리에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다.

앙셀름 셀로스가 이날 서빙을 담당한 한국의 소믈리에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다.

Credit

  • PHOTOGRAPHER 김성룡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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