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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페라가모가 들려주는 페라가모의 원동력

페라가모의 중심에는 시간을 초월한 유산이 있다.

프로필 by 윤웅희 2025.12.19

페라가모는 헤리티지를 중시하는 가족 기업이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곁에서 일하며 브랜드의 성장을 몸소 경험했을 텐데, 당신이 생각하는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진정한 유산은 무엇인가.

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공방에서 가죽 냄새와 장인의 손길을 느끼며 자랐다. 그 공간은 단순한 작업실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기술이 만나며 시너지를 내는 실험실과 같았다. 완벽을 향한 열정, 섬세한 장인정신, 그리고 끊임없는 혁신… 살바토레가 남긴 유산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무엇보다 가장 와닿는 건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호기심’이다. 그 호기심은 오늘날 내 삶과 브랜드를 이끄는 가장 큰 지침이 되었다.

패밀리 비즈니스로서 페라가모가 세대를 넘어 강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경영자로서의 철학과 패밀리 일원으로서의 감정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가.

우리에게 경영은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가치를 지키는 일’이다. 가족이 직접 브랜드를 이끈다는 것은 책임과 장기적 비전, 그리고 유산에 대한 존중을 의미한다. 나에게 균형이란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시대의 틀에 갇히지 않는 것이다. 합리적 판단으로 회사를 이끌지만, 그 모든 결정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적인 진심이 자리한다.

당신은 과거에 직접 페라가모 남성 비즈니스를 이끌며 브랜드의 또 다른 축을 세웠다. 그때의 경험은 지금의 리더십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당시 나는 ‘페라가모의 남성성’을 정의하는 데 몰두했다. 트라메짜 라인을 통해 드러낸 정교함과 내면의 확신은 오늘날 브랜드의 기준으로 자리한다. 그때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단 하나, ‘품질에 대한 확신만이 시대를 초월한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나는 디테일에 대한 집요함과 진정성을 리더십의 근간으로 삼는다.

오늘날 남성 고객들이 럭셔리를 바라보는 시선은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다고 보는가.

과거의 럭셔리가 ‘보여주기 위한’ 방식이었다면, 오늘날의 럭셔리는 ‘느끼고 경험하는’ 가치에 가깝다. 이제 남성들은 품질, 정체성, 감정적 연결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그렇기에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현대 남성의 태도와 개성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진정한 럭셔리’란 무엇인가.

진정한 럭셔리는 과시가 아니라, 시간 속에서 차곡차곡 축적되는 품격이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아름다움, 인간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정직한 완성도… 그 안에서 브랜드의 진짜 가치가 빛난다. 럭셔리는 단순한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경험과 신뢰, 진정성을 상징해야 한다.

많은 브랜드가 ‘헤리티지의 현대적 해석’을 시도한다. 브랜드의 근원을 지키면서도 시대에 맞는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뭔가.

가장 중요한 것은 ‘본질을 흐리지 않는 혁신’이다. 우리는 헤리티지를 반복하지 않고, 그 안에서 새로운 언어를 찾아낸다. 디자인, 기술, 커뮤니케이션 모든 면에서 간결함과 정제된 감각을 추구한다. 혁신은 전통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오늘의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이다.

오늘날 장인정신은 수공 기술을 넘어 창의성·기술력·지속가능성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현대적 장인정신’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현대의 장인정신은 완벽한 손기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포함해야 한다. 우리는 이탈리아 전통 수공예를 이어가면서도, 소재와 공정의 투명성을 높여 세대를 넘어 지속될 수 있는 장인정신을 실천한다.

지속가능성은 이제 럭셔리의 필수적인 가치가 되었다. 페라가모는 이를 어떻게 실천하고 있나.

지속가능성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다. 우리는 이탈리아 생산을 강화하고, 지역 장인 네트워크를 보호하며, 세대를 이어 기술을 전승한다. 환경을 넘어 사람 중심의 가치가 지켜질 때 비로소 진정한 지속 가능한 럭셔리가 완성된다.

맥시밀리언 데이비스의 합류 이후, 페라가모는 한층 더 젊고 현대적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는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브랜드의 본질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나.

맥시밀리언의 합류는 브랜드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는 하우스의 유산을 깊이 이해하면서도 시대적 언어로 재해석한다. 그의 디자인은 미니멀하면서도 강렬하고, 전통과 미래가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덕분에 브랜드는 본질을 지키면서도 시대와 조용히 대화하는 존재로 진화했다.

그럼 이제 슈즈 얘기를 좀 해보자. 페라가모 남성 라인의 상징은 단연 트라메짜 슈즈다. 트라메짜가 제시하는 현대 남성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트라메짜는 외적 힘을 과시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면의 확신과 절제된 에너지를 담아, 자신을 아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을 표현한다. 전통적 수작업으로 완성되지만, 현대적 감각을 잃지 않는다.

고급 남성 슈즈 시장에서 트라메짜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은 뭘까.

트라메짜의 본질은 시간이 만든 정교함이다. 160여 개의 공정으로 완성되는 과정은 단순한 제작을 넘어 예술에 가깝다. 우리는 효율성을 위해 과정을 타협하지 않는다. 오직 완벽한 핏과 품질을 위해 집중한다.

최근 ‘Modern Confidence’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현대적 자신감, 당신은 이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현대적 자신감은 남을 설득하는 힘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는 힘이다. 절제에서 오는 여유와 자기 관점을 지키는 태도, 그리고 조용한 확신. 페라가모는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다.

미래 세대를 위해 페라가모가 지켜야 할 원칙은 뭔가.

답은 명확하다. ‘사람 중심의 창의성’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의 감각과 정직한 열정이 없다면 진정한 혁신은 불가능하다. 이 원칙을 지키는 한, 페라가모는 시대를 초월해 계속 진화할 것이다.

Credit

  • PHOTO 페라가모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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