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돈이 초능력이 된다? 넷플릭스 '캐셔로' 설정 완전 분석 4

초능력의 대가가 ‘소비’인 히어로물? 이준호 주연의 넷플릭스 신작 '캐셔로'의 세계관과 설정을 짚었습니다.

프로필 by 최이수 2025.12.31
넷플릭스 '캐셔로'/ 출처: 드라마 스틸컷

넷플릭스 '캐셔로'/ 출처: 드라마 스틸컷

넷플릭스 신작 '캐셔로'는 ‘돈을 쓰면 강해진다’는 기묘한 설정으로 히어로물의 공식을 비튼 작품입니다. 초능력은 축복이 아니라 비용이 되고, 싸움은 통쾌함보다 계산과 망설임에서 시작됩니다. 이준호가 연기한 강상웅은 매번 힘을 쓰는 순간마다 삶의 균형을 잃어가며 선택의 대가를 감당하죠. 히어로가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보다, 현실 속 개인이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며 버텨야 하는지를 묻는 '캐셔로'의 세계관과 설정을 살펴봤습니다.


초능력은 축복이 아니라 비용?

<캐셔로>의 주인공 강상웅은 여느 히어로물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초능력을 지녔습니다. 손에 쥔 현금만큼 신체 능력이 증폭되는 능력인데요. 능력을 사용하면 그만큼 돈이 사라진다는 점이 강상웅의 크립토나이트입니다. 그렇다면 금수저가 아니면 쓸모없는 능력 아니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오죠. 맞습니다. 평범한 소시민인 강상웅에게 초능력이란 피터 파커의 운명처럼 비극적인 조건에 가깝습니다.

이 현실 풍자적인 초능력의 핵심은 소비가 아니라 소멸에 있습니다. 돈은 다시 벌 수 있지만, 방금 쓴 돈은 절대 돌아오지 않죠. 이 냉정한 경제 원리가 강상웅의 운명을 견인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액션의 성격 자체를 바꿉니다. 싸움은 본능이 아니라 계산에서 시작되는데요. 지금 이 순간 사람을 구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다음 달 월세를 남겨두는 것이 맞는지 히어로는 매번 선택해야 합니다.

이 설정은 히어로 서사의 쾌감을 의도적으로 훼손합니다. 보통 히어로물에서 액션은 보상이지만, <캐셔로>에서 액션은 벌칙에 가깝습니다. 싸울수록 가난해지고, 활약할수록 삶은 불안정해지죠. 그래서 이 드라마의 액션 장면은 통쾌함보다 피로감을 남깁니다. 영웅의 몸은 강해지지만 삶은 점점 얇아집니다. 이 불균형이 <캐셔로> 세계관의 핵심입니다.


원작과의 차이

원작 웹툰에서 강상웅은 취업준비생이거나 단기 아르바이트생입니다. 가난은 곧 생존의 위기이며, 초능력은 그 위기를 잠시 미루는 도구에 가깝죠. 드라마보다 훨씬 처절한 정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원작의 감정은 철저히 개인적입니다. 강상웅은 혼자 고민하고, 혼자 선택하고, 혼자 감당하죠. 슈퍼히어로물이라기보다는 가난한 청년의 생존기에 가깝습니다.

반면 드라마는 이 고독을 그대로 두지 않습니다. 강상웅을 행정복지센터 8급 공무원으로 설정해 고정 수입을 부여하는데요. 이 변화만으로도 원작과는 큰 차이가 생깁니다. 나아가 가난을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시스템 안에서 유지되는 상태로 옮깁니다. 여기에 계산술사이자 브레인 역할을 맡은 김민숙의 비중을 대폭 확장합니다. 감정적 연인이 아니라 전략가이자 재무 담당으로 배치한 것이죠.

여기에 음주 술사 변호인과 폭식 술사 방은미 같은 초능력자들이 팀에 합류하면서 서사는 개인의 궁핍에서, 연대해도 손해를 보는 구조로 확장됩니다. 싸움의 대상은 더 이상 개인의 가난이 아니라, 그 가난을 유지시키는 구조 자체가 됩니다.


코미디로 포장한 구조 비판

연출을 맡은 이창민 감독은 코미디와 현실극 모두에 능한 인물입니다.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서는 절망적인 상황을 웃음으로 비틀었고, <대행사>에서는 조직 안에서 인간이 소모되는 과정을 집요하게 포착했죠. <캐셔로>는 이 두 방향이 겹쳐진 결과물입니다.

능력 발동 장면은 만화적입니다. 돈이 흩날리고 힘이 폭발하죠. 하지만 카메라는 그 쾌감을 오래 붙잡지 않습니다. 곧바로 인물의 얼굴과 텅 빈 지갑, 그리고 다음 선택으로 이동합니다. 연출의 초점은 액션이 아니라 액션 이후의 정적에 있습니다. 웃음은 분명 존재하지만, 상황을 가볍게 만들지는 않는데요. 오히려 현실을 더 또렷하게 드러냅니다.

각본 역시 판타지를 현실에 종속시키는 방향을 택합니다. 각기 다른 비현실적 조건이 능력의 ‘가격표’가 되는 인물들이 등장하죠. 술을 마셔야 능력이 발동하는 변호인, 먹을수록 염력이 강해지는 방은미 같은 설정은 작품 전체를 유쾌하면서도 씁쓸하게 바라보게 만듭니다.


이준호와 김혜준

강상웅을 연기한 이준호는 <캐셔로>를 통해 오랜만에 K-드라마 주연으로 복귀했습니다. 강상웅은 ‘지금 가진 것’과 ‘지켜야 할 것’ 사이에서 끊임없이 계산하는 인물인데요. 이준호는 제작발표회에서 상웅의 망설임과 책임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밝히며, 능력을 쓴 뒤 남는 감정의 잔여를 깊게 고민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의도적으로 히어로의 얼굴을 지웁니다. 액션 장면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은 지점은 돈을 쓰기 전의 망설임과, 쓴 뒤의 공허함이죠. 제작진에 따르면 그는 강해지는 순간보다, 강해질 걸 알면서도 손을 떼지 못하는 순간을 이 캐릭터의 핵심으로 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강상웅은 늘 반 박자 늦습니다. 주저하고, 계산하고, 결국 선택하죠.

김혜준이 연기한 김민숙 역시 감정 과잉을 피합니다. 김민숙은 사랑을 말하기보다 숫자를 말하고, 공감을 표현하기보다 효율을 따지는데요. 그러나 그 계산의 끝에는 언제나 ‘사람을 남기는 선택’이 있습니다. 김병철은 변호인을 통해 이 세계의 허세와 자기합리화를 구현하고, 김향기는 방은미를 통해 능력의 대가가 신체와 자존감에 어떻게 남는지를 보여줍니다. 배우들 모두 원작과 드라마가 가진 톤을 함께 끌어올리는 중요한 역할을 해냅니다.

Credit

  • Editor 조진혁
  • Photo 드라마 스틸컷

이 기사엔 이런 키워드!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