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드릭 라마부터 빌리 아이리시와 올리비아 딘까지. 2026 그래미 리포트
언어의 장벽을 부순 배드 버니의 역사적 등극부터 덜어냄의 미학으로 정점을 찍은 빌리 아일리시까지. 음악적 본질과 파격적인 실험이 공존했던 올해의 그래미 수상작들을 분석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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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의 앨범: 번아웃을 뚫고 탄생한 실험적 사운드로 그래미의 비영어권 빗장을 깨부신 배드 버니의 승리.
- 올해의 레코드: 켄드릭 라마의 철학과 SZA의 감성을 완벽하게 직조한 힙합 예술성의 극한.
- 올해의 노래: 거친 숨소리와 진심을 담아 불안을 관통하며 통산 3관왕을 달성한 빌리 아일리시.
- 최우수 신인상: 인간적 체온이 담긴 소울로 음악적 본질을 증명한 올리비아 딘.
올해의 앨범, 배드 버니 <DeBÍ TiRAR MáS FOToS>
배드 버니는 그래미의 가장 높은 벽을 넘기 위해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길을 택했다. 전작의 메가 히트 이후 찾아온 번아웃을 안고 푸에르토리코 산장에 틀어박힌 그는, 레이블이 원했던 신나는 댄스 음악 대신 우울과 실험으로 점철된 트랙들을 빚어냈다. "사람들이 춤추기보다는 울기를 원한다"던 그의 고집은 결국 80년대 신스팝과 저지 클럽 비트가 뒤섞인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소닉 콜라주를 탄생시켰다. 시상식 당일, 스페인어 앨범 최초로 '올해의 앨범'이 호명되는 순간 장내는 일순간 정적에 휩싸였다가 경이로움으로 바뀌었다. 언어의 장벽을 핑계로 비영어권 음악을 외면해 온 그래미의 보수적인 빗장이 산산조각 난 순간이었다. 배드 버니는 가장 개인적인 고통을 가장 파격적인 사운드로 승화시키며, 라틴 음악이 더 이상 변방의 서브 장르가 아닌 전 세계 대중음악의 중심임을 스스로 증명해 냈다.
올해의 레코드, 켄드릭 라마 ft. SZA <luther>
켄드릭 라마와 SZA의 만남은 단순한 협업 그 이상이었다. 루더 밴드로스의 미발표 라이브 음원을 샘플링하기 위해 유족들을 6개월간 설득했던 켄드릭의 집요함은, 이 곡을 단순한 힙합 트랙이 아닌 시대를 관통하는 클래식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SZA가 파리의 호텔방에서 켄드릭과 함께 루더 밴드로스의 다큐멘터리를 보며 즉흥적으로 녹음한 허밍은, 곡 전체를 지배하는 몽환적인 텍스처가 되었다. 무대 위에서 두 아티스트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완벽하게 맞물리는 톱니바퀴처럼 움직였다. 켄드릭의 철학적인 랩이 이성을 자극할 때, SZA의 보컬은 감성을 어루만졌다. 2년 연속 수상이라는 대기록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힙합이 도달할 수 있는 예술성의 극한을 보여준, 그야말로 '레코드'라는 단어에 가장 부합하는 3분 40초의 마스터피스였다.
올해의 노래, 빌리 아일리시 <WILDFLOWER>
화려한 맥시멀리즘의 시대에 빌리 아일리시와 피니어스 남매는 '덜어냄의 미학'으로 정면 승부했다. 당초 드럼과 베이스가 포함된 록 스타일이었던 곡을, 새벽 4시의 결단으로 모두 지워버리고 오직 기타 한 대와 목소리만 남긴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특히 브리지 파트에서 들리는 빌리의 갈라지는 목소리는, 실제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최악일 때 녹음한 테이크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완벽하게 보정된 고음보다 그 거친 숨소리에 담긴 처절한 진정성이 심사위원들의 심장을 꿰뚫었다. "콘크리트 틈새에서 피어나려 애쓰는 것이 자랑스럽지 않다"는 가사는 성취를 강요받는 Z세대의 불안을 정확히 포착했다. 그래미 역사상 최초의 '올해의 노래 3회 수상'은 화려한 기술이나 사운드가 아닌,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진심 어린 이야기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최우수 신인상, 올리비아 딘
올리비아 딘의 이름이 호명된 것은 틱톡 바이럴과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음악 시장에 대한 그래미의 우아한 반격이었다. 팬데믹 시절, 노란색 트럭을 개조해 영국 전역을 돌며 길거리 공연을 펼쳤던 그녀의 '밑바닥 투혼'은 화려한 마케팅 없이도 빛을 발했다. 경쟁자들이 숏폼 챌린지에 몰두할 때, 그녀는 투박한 브라스 세션과 오르간 사운드를 앞세워 날것의 라이브 실력을 갈고닦았다. 수상 소감에서 "이민자의 손녀로서, 그리고 고장 난 트럭을 밀어주던 친구들을 위해 이 상을 받는다"며 눈물을 훔친 장면은 이날 시상식 최고의 감동이었다. 기계적인 오토튠 대신 인간의 체온이 느껴지는 그녀의 소울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음악의 본질은 결국 '목소리의 힘'에 있다는 불변의 진리를 묵직하게 웅변했다.
Credit
- WRITER 조진혁
- PHOTO Recording Academy / GRAMM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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