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로 들어온 점집예능 4
운명도 예능이다. OTT에선 49명이 운명을 걸고 붙고, 유튜브에선 ‘쫄리면’ 바로 패배 선언이다. 점술가의 연애, 사연을 신빨로 불태우는 점술가들의 카운셀링 등 방송계에서 블루칩으로 떠오르는 장르, 무속 예능 4편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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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전쟁4: 49인의 술사가 격돌하는 압도적 스케일, 결과보다 '해석의 논리'에 집중한 OTT형 무속 서바이벌의 정점.
- 쫄리면 D지시던가: 유튜브 특유의 도발적 룰이 돋보이는 세계 최초 무당 배틀, 긴장감 넘치는 점사와 예능적 해학의 절묘한 결합.
- 신들린 연애: MZ 점술가들이 마주한 운명과 감정의 딜레마, 본능적 끌림과 정해진 궤적 사이의 충돌을 다룬 미묘한 연애 리얼리티.
- 신빨토크쇼 귀묘한 이야기: 사연의 재구성을 통해 삶을 큐레이션하는 토크쇼의 미학.
운명전쟁49
디즈니+의 <운명전쟁49>는 규모로 압도한다. 49인이 들어오고, 미션이 돌고, 누군가는 남는다. 요즘 유행하는 대형 서바이벌 형식이다. 장르만 무속일 뿐, 치열함은 같다. 핵심은 운명을 뽑아내는 방식을 미션으로 바꾸는 데 있다. 사주, 타로, 관상, 무속 등 서로 다른 계열의 운명술사들이 같은 문제를 두고 각자의 언어로 해석한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다. 이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과정이다. 같은 상황을 두고도 어떤 이는 숫자로, 어떤 이는 상징으로, 어떤 이는 신기로 말한다. 서로의 세계관이 충돌하는 순간, 그 충돌 자체가 예능의 드라마가 된다. 진행자도 신비를 과하게 떠받들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운명전쟁49>가 보여주는 메시지는 하나다. 무속을 상담에서 경기로 바꾸면, 시청자는 더 냉정해진다는 사실이다. 얼마나 잘 맞혔나보다 어떻게 그 결론에 도착했나를 보는 것이다. 설명의 논리, 표정의 확신, 침묵의 타이밍까지 모두 점수표가 된다. OTT형 서바이벌이 무속을 잡아먹다.
쫄리면 D지시던가
유튜브 예능의 제목은 곧 룰이다. <쫄리면 D지시던가>는 그 룰을 가장 직설적으로 말한다. ‘세계 최초, 무당 배틀 프로그램’이라는 소개 문구를 자랑하는 최초의 무당 서바이벌 예능이다. 프로그램은 무당들이 냉정하게 점사를 뽑아내는 구조인데, MC 김준현은 그 사이에서 시청자 쪽 반응을 과장한다. 무당이 한마디 던지면, 김준현이 “잠깐만요” 같은 리액션으로 브레이크를 걸어 버린다. 프로그램 자체가 배틀을 표방하기에 도발적인 상황극이 계속된다. “자, 쫄리면…?” 같은 심판 멘트를 툭 던지면, 무당들도 순간적으로 웃음을 참지 못 한다. <쫄리면 D지시던가>의 또 다른 재미는 ‘소름 포인트’다. 자극적인 사연과 무당들이 점궤, 틀리면 딴청이 무속을 넘어선 예능의 본질에 충실하다.
신들린 연애
<신들린 연애>는 무속 예능을 데이트쇼로 바꿨다. SBS는 이 프로그램을 ‘MZ 점술가들의 운명을 건 기기묘묘한 연애 리얼리티’라고 소개했는데, 정확하다. 가장 큰 재미는 갈등이 자동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연애 예능의 본질은 언제나 상대의 마음을 읽는 게임이다. 그런데 출연자가 점술가라면, 이 게임은 한 겹이 더 생긴다. 마음을 읽는 동시에, 운명을 읽는다. 문제는 그 둘이 자주 어긋난다는 점이다. 운명을 따르면 감정이 비켜가고, 감정을 따르면 운명이 흔들린다는 딜레마가 매회 서사를 만든다. <신들린 연애>가 만들어내는 장면은 그래서 독특하다. 확신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정작 자기 감정 앞에서 가장 흔들리는 순간이 카메라에 잡힌다. 점술은 여기서 정답이 아니라 변수다. 누군가의 선택을 밀어주기도 하고, 반대로 도망치게 만들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이 무속을 사용하는 방식은 신비를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불안을 드러내는 쪽에 가깝다. 그 불안이 곧 로맨스의 온도다.
신빨토크쇼 귀묘한 이야기
SBS LIFE의 <신빨토크쇼 귀묘한 이야기>는 무속 예능의 가장 오래된 원형에 가깝다. 사연이 있고, 해석이 있고, 결론이 있다. 다만 이 프로그램은 그것을 스튜디오 토크쇼의 문법으로 매끈하게 정리한다. 토크쇼형 무속 콘텐츠의 강점은 지속성이다. 배틀은 시즌이 끝나면 멈추지만, 사연은 끝나지 않는다. 실제로 SBS의 다시보기 목록은 회차가 이어지는 형태로 제공돼, 프로그램이 연속 편성으로 굴러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방송에서 무속은 운명을 맞히기보다는 정리하기에 가깝다. 시청자는 예언을 사러 오기보다, 설명을 사러 온다. 불안한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꼬인 사건에 순서를 붙이고, 관계의 문제를 이야기로 만든다. 귀묘한 이야기는 결국 사연자의 삶을 재배열하는 작업이다. 예능은 그 재배열의 쾌감을 제공한다.
Credit
- WRITER 조진혁
- PHOTO 디즈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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