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가 손으로 쓰는 편지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JTBC <뉴스룸> 2부를 여는 ‘앵커브리핑’에 관하여. | 미디어,TV,피플,손석희,뉴스룸

지난 2016년 7월 25일 JTBC ‘앵커브리핑’에서 손석희 앵커는 “저희들의 오역은 단순한 오·탈자와는 다른 명백한 잘못이었습니다. 깊이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했다.7월 13일, 사드 포대와 레이더를 배치한 괌 현지 상황에 대한 미군 기관지 를 인용한 보도에 오역이 있었다는 거였다. 이어 가 보도한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을 JTBC가 보도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을 전했다.“저희들이 고민한 것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 기업이 어느 기업이고, 그가 누구냐에 있지는 않았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갔다.“동시에 이 사건을 보도함에 있어서 단지 그것이 힘 있는 대기업 회장의 문제냐, 아니냐를 떠나 무엇이 저널리즘의 본령에 맞느냐를 놓고 고민할 수 있는 자유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날의 ‘앵커브리핑’, ‘루쉰이 그렇게 말했으니까’는 4분 46초, 200자 원고지 8매 정도 분량이었다. 방송은 평소보다 대략 1분 이상, 원고는 약 400자 이상 길었다. 8월 16일 현재 페이스북 조회 수 41만1763회를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 조회 수는 7만3815회다.시작은 의 일화였다. 마무리는 위화의 산문집 의 한 구절이었다. 예민한 주제를 돌파했던 손석희 앵커의 멘트도 화제였지만, 무엇보다 ‘앵커브리핑’의 진짜 성격이 제대로 드러나 있는 꼭지이기도 했다.‘앵커브리핑’은 폭넓은 데이터베이스에서 전방위로, 장르의 경계도 없이 발굴한 소재를 병렬 배치한 후에 하나의 실로 꿴다. 의도를 가지고 가르치듯 하는 게 아니라, 언급한 사실들이 스스로 그렇게 엮이도록 그대로 둔다.청와대가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맞이하는 호화 오찬에 대한 ‘앵커브리핑’의 시작은 “짜장면 혹은 자장면”이었다. 이어 19년 동안 축사에서 강제로 일하다 탈출한 지적장애인과 루이 14세, 누진세 인하와 일명 ‘김영란법’에 대한 논쟁을 언급했다. 마무리는 이랬다.“이쯤 되면 청와대 메뉴에 눈 흘겨야 하는 시민들 입장이나 그 메뉴 별거 아니었다고 해명해야 하는 청와대 입장이나 참 딱해 보이기도 하는,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8월 9일에는 강남역 쉑쉑버거와 4살 여자아이가 학대 끝에 마지막으로 먹고 숨진 햄버거를 나란히 놨다. 이어 여자아이가 살다 간 시간 4년과 4년 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에 발표한 한국의 사회적 결속 점수를 말하곤 사흘 뒤 밤 10시, 페르세우스자리 별똥별 우주 쇼를 언급했다.“각자 빌어야 할 소원들은 많겠지만 이번만큼은 별로 떠난 가슴 아픈 그 아이를 위해....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언뜻 관련이 없어 보이는 뉴스와 뉴스가 튼튼한 연결 고리를 갖는다. 이 탁월하고 은근한 형식 안에 정확한 선의와 저널리즘이 적합한 비율로 섞여 있다.JTBC 의 ‘앵커브리핑’은 뉴스를 편집하는 건축적 관점이자, 그 자체로 탁월한 인문학적 텍스트이기도 하다. 말줄임표 하나의 여운도 짙고 치밀하다.뉴스는 어디에나 있고 사실은 공정하지 않다. 뉴스가 진실을 추구한다는 믿음은 이제 순진하게 느껴진다. 진짜 중요한 건 누가, 어떤 뉴스를 어떻게 전하느냐는 것. ‘앵커브리핑’은 뉴스란 꼭 이래야 한다는 경계를 실력으로 무너뜨리려는 포부 같다. 손석희는 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좀 고민이긴 합니다. 앵커가 자기 의견을 집어넣은 코너를 갖고 있는 것은 이제껏 없었기 때문이고 때로는 좀 위험하기도 합니다. (중략) 지금은 이를테면 기호지세랄까, 관심들을 많이 가져주셔서 그만두기도 좀 어려운 형국이 됐습니다. 한 가지 위안을 삼는 것은, 결국 매우 상식적인 차원에서 시청자와 공감할 수 있는 정도의 ‘앵커브리핑’이라면 그것이 꼭 앵커의 사견 수준으로 폄하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건 ‘앵커브리핑’이 고수하는 어떤 형식, 이젠 그 자체로 뉴스가 되는 한 꼭지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탁월한 뉴스룸이 ‘건강한 시민사회’의 편에 있다는 위안이다. 누가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같이 그 자체로 든든한 마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