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과 파격 사이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홍상수 감독 김민희 배우와 스쳤다 지난 5... | 칸 영화제,샴페인,파이퍼 하이직

홍상수 감독, 김민희 배우와 스쳤다. 지난 5월말에 열린 70회 칸 영화제 레드 카펫에서였다. 원래 스타와 기자는 외나무 카펫에서 만난다고 했다. 정작 관심이 갔던 건 두 사람의 꼭 잡은 손이 아니었다. 김민희 배우의 르메르 패션도 아니었다. 홍상수 감독의 넥타이였다. 적어도 칸영화제에선 두 사람의 사랑보다 홍상수의 넥타이가 더 파격적이었다. 칸 레드 카펫은 드레스 코드가 엄격하다. 남자는 반드시 턱시도에 보타이를 매야 한다. 여자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어야 한다. 모두가 그랬다. 홍상수 감독만 예외였다.칸 영화제가 레드 카펫 위에서 드레스 코드를 엄격하게 요구하는 건 격식을 차리기 위해서다. 레드 카펫의 격식과 상영되는 영화의 품격은 칸 영화제를 70회까지 지탱해준 기둥이다. 칸은 70년 넘는 세월 동안 격식을 지켰고 그렇게 품격을 지켜왔다. 기자로서 칸 영화제에 종종 취재를 왔다. 영화의 품격과 레드 카펫의 격식을 한껏 목격했다. 언제부턴가 내심 품격과 격식을 깨는 파격을 꿈꾸기 시작했다. 실제로 칸의 역사는 품격과 격식이라는 틀과 그걸 무너뜨리는 파격 사이의 팽팽한 긴장의 역사다. 프랑수아 트뤼포와 장 뤼크 고다르가 1968년에 칸영화제를 중단시켰던 파격이 대표적이다. 그들의 행동은 68혁명의 도화선이 됐다.파격은 누구에게나 허용되는 게 아니다. 격식을 지키는 역할과 파격을 일으키는 역할은 각자 따로 있다. 편집장의 역할이 격식을 지키는 것이라면 홍상수 감독 같은 씨네아티스트의 역할은 파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홍상수 감독은 칸을 찾을 때마다 파격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그렇게 칸이 격식 속으로 침잠되지 않도록 일깨웠다. 홍상수 감독에게 넥타이가 허락된 건 그의 예술이 파격적이기 때문이었다.그래서 1993년부터 칸 영화제의 공식 샴페인인 파이퍼 하이직은 독특한 존재다. 파이퍼 하이직은 수많은 샴페인 중에서도 가장 귀족적이다. 18세기 여왕을 위한 샴페인으로 출발했다. 대중문화 시대의 여왕은 칸 레드 카펫을 밟는 은막의 스타 여배우들이다. 오늘날의 파이퍼 하이직은 칸의 여왕을 위한 샴페인이다. 칸의 스타들이 주로 머무는 호텔 마제스틱 바리에르의 레스토랑과 바에서도 파이퍼 하이직을 볼 수 있다. 칸의 왕과 여왕들은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은 채 매일 밤 파이퍼 하이직을 채운 잔을 들고 축배를 나눈다. 파이퍼 하이직이 있기에 칸의 품격이 완성된다.그런데 파이퍼 하이직은 칸의 품격을 완성하는 동시에 칸의 파격도 책임진다. 사실 파이퍼 하이직 자체가 파격적인 샴페인이다. 빈티지 샴페인 최초로 유명 주얼리 브랜드나 패션 브랜드와 협업한 파격적인 컬래버레이션 샴페인을 만들었다.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는 1999년 빈티지의 파이퍼 하이직 병을 디자인 했다. 프랑스의 유명 주얼리 하우스 아르튀스 베르트랑이 디자인한 파이퍼 하이직 병은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샴페인병에 티아라를 새겨 넣었다.레드 카펫을 걸었던 각국의 유명 인사들과 함께 레스토랑 라프티드 메종 드 니콜에서 파티를 했다. 물론 파이퍼 하이직이 빠지지 않았다. 파이퍼 하이직의 CEO 대민리와 그의 아내가 함께했다. 대민리는 프랑스인인 다미앵 라포리에의 중국식 이름이다. 다미앵은 아시아 여러 시장에서 오래 일했던 비즈니스 맨이다. 대민리는 사람들을 이롭게 한다는 의미다. 파이퍼 하이직처럼 말이다. 파티가 무르익을 무렵 다미앵의 아내가 파이퍼 하이직의 티아라를 살금살금 벗겨내더니 살포시 머리에 썼다. 다들 앞다퉈 다미앵의 아내를 따라 했다. 파이퍼 하이직과 함께 모두가 칸의 여왕이 됐다. 마침 거리의 악사들이 파티 테이블로 와서 노래를 불렀다. 퍼렐 윌리엄스의 ‘해피’였다. 순식 간에 칸의 밤이 해피한 댄스 파티장으로 변했다. 파이퍼 하이직이 불러온 파격이었다.매년 칸영화제는 파이퍼 하이직으로 만취한다. 밤의 파티에서만이 아니다. 낮의 기자회견장에도 파이퍼 하이직이 놓여 있다. 배우와 기자는 칸 영화 마켓에서 파이퍼 하이직 잔을 나누며 품격 있는 인터뷰를 한다. 감독과 배우는 칸 파티장에서 파이퍼 하이직을 나눠 마시며 각자 예술의 파격을 상찬한다. 파티가 끝난 다음 날 파이퍼 하이직 한 잔을 들고 칸의 해변을 산책하다가 봉준호 감독의 를 홍보하는 대형 현수막을 마주했다. 극장보다 넷플릭스에서 먼저 공개 하는 를 두고 칸에서도 파격적이라며 말이 많았다. 홍상수와 김민희와 가 품격과 파격 사이를 줄타기하는 칸에서 파이퍼 하이직을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