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휘의 패션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이동휘와 옷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마스크를 쓰고 H&M 매장 피팅룸에 들어갈지언정 일과 옷은 별개라고 말했다. | 이동휘,이동휘 안경,H&M,쌉니다 천리마마트

스웨트셔츠, 티셔츠, 팬츠, 부츠, 비니 모두 H&M. 시력이 어떻게 돼요? 눈이 굉장히 안 좋았는데 2년 전쯤 라식 수술을 해서 좋아졌어요. 그런데 안경을 벗었을 때 ‘저 사람이 누구지?’ 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서 평소에는 의도적으로 안경을 쓰고 다녀요. 스크린에서 저를 본 관객들에게 생경한 느낌을 주고 싶습니다.   검색창에 ‘이동휘’까지 치면 ‘이동휘 안경’이 자동 완성되어 질문한 건데,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최근에는 ‘이동휘 칼국수’도 연관 검색어로 나와요. <놀면 뭐하니>에서 칼국수를 먹어서. 제가 진짜 자주 가는 집이에요. 올림픽공원 쪽 둔촌동에 한산초등학교가 있어요. 그 근처에 제가 굉장히 오랫동안 다니는 ‘손으로 칼국수’가 있어요.   안경은 몇 개 있나요?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주로 쓰는 안경은 10개 내외예요. 다양하게 쓰거나 독특한 걸 쓴다기보다는 특정한 걸 자주 써요. 저는 모든 물건을 대하는 자세가 비슷해요. 오래 신고 오래 쓸 수 있는 걸 주로 사요. 안경에 돈을 많이 쓰지도 않아요. 일상적으로 쓰는 물건의 가격대가 버거워지면 마음이 조금 힘들어지더라고요. 시계 같은 아이템만 좀 마음먹고 사고 나머지는 편하게 쓸 수 있는 걸로 사요. 옷도 점점 스포티한 소재를 좋아하게 되네요. 통풍 잘되고, 비행기에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을 정도로 신축성 있는 옷. 소재를 많이 보는 편이에요. 땀이 나도 세탁하면 금방 마르는 옷이 좋죠. 드라이클리닝을 맡겨야 하거나 관리하기 힘든 옷은 피하게 돼요. 나이는 들어가고, 몸은 편하고 싶고.   저는 면 100%를 주로 삽니다. 직접 빨래를 하니 신경이 쓰여요. 드라이클리닝을 직접 맡기나요? 맡기지는 않고 최근 삼성 에어 드레서를 장만했습니다. 요즘 그 친구와 다정하게 살아요. 굉장히 다정한 대화를 하면서 지냅니다.   옷 관리도 잘하는군요. 관리를 덜 해도 되는 옷을 고르기도 해요. 입고 나가서 비 좀 맞고 이래도 멋있는 게 좋은 건데. 비 맞으면 안 되고 뭐 하면 안 되고, 이렇게 되면 불편해지죠.   고가 의류도 자주 입나요? 비싼 옷은 오히려 어렸을 때 돈 모아서 산 게 더 많습니다. 지금은 빈티지를 많이 입어요. 요즘 나오는 디자이너의 옷 중에는 빈티지를 복각한 것도 많잖아요. 좋은 빈티지 가게를 찾으면 디자이너 의상이 아니어도 좋은 옷을 구할 수 있습니다. 스타일을 만드는 게 중요하지 브랜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코트, 터틀넥 톱, 팬츠 모두 H&M. ‘뭘 입어야 좋을까?’가 정답이 없는 질문이죠. 오래 입는 아이템에 투자해서 좋은 걸 갖고 있는 사람도 있죠. 옷을 줄이면서 정말 좋은 것만 남겨두는 분도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신축성이 좋고 통풍이 잘되는 옷이라면 늘 새롭게 맞이합니다. 그런 걸 한번 사면 오래 입어요. 제게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몇 년째 입는 옷이 많아요. 예를 들면 허리에 밴딩 처리한 아워레가시의 와이드 팬츠, 그것만 한 바지를 본 적이 없어요. 함부로 세탁하면 안 된다고 했지만 함부로 빨아가면서 잘 입고 있습니다.   정말 요즘은 만들기도 잘 만들고 파는 것도 잘 팔고,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된 것 같습니다. 기쁜 소식이자 슬픈 소식입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까 기쁘고, 돈이 많이 나가니까 슬프고.   옷을 여전히 많이 사는 편이에요? 옷은 언제부터 그렇게 좋아했어요? 절제하려 하고 있어요. 옷 방이 감당이 안 돼서요. 옷을 너무 좋아해서 문제입니다. 학교 다닐 때부터 꾸미는 걸 즐겼어요. 중학교 때는 폴로가 각광받았습니다. 폴로를 귀엽게 잘 입으면 인기가 많았어요. 폴로셔츠, 반바지에 버켄스탁. 그걸 잘 입으면 예뻐 보였어요.   무통 코트, 터틀넥 톱, 팬츠, 부츠 모두 H&M. 스타일이 나이 들며 조금씩 바뀌었나요? 그렇진 않았던 것 같아요. 대학 시절에 쓴 벙거지를 여전히 써요. 패턴이나 소재만 바뀌었지.   H&M 옷은 많이 입나요? 그럼요. H&M은 전천후인 것 같아요. 고를 수 있는 옷의 종류도 어마어마하고 스타일링의 폭도 넓습니다. 잘 골라서 오래 입는 옷도 있어요. 하늘하늘한 검은색 셔츠예요. 그걸 똑같은 걸로 3~4벌 샀어요. 약간 오버사이즈로. 가을이 되면 많이 입고 다닙니다.   여유 있는 실루엣의 옷을 많이 입는 편인가요? 네. 근육을 뽐내고 싶은 사람들이 타이트하게 입곤 하죠. 저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서 좀 더 실루엣이 넉넉하게 입습니다. 그러면 몸이 편하기도 하고요.   편안한 스타일을 좋아하는군요? H&M은 샀을 때 실패가 거의 없는 브랜드 같아요. 무난하면서도 담백하고, 예쁜 게 많이 나오더라고요. 시즌마다 갑니다.   집업 재킷, 니트 톱, 팬츠, 부츠, 머플러 모두 H&M. 오프라인 매장에요? 진짜요? 유명인이잖아요. 별말씀을요. 입어봐야 하니까요. (유명인) 그게 무슨… 전혀 상관없습니다.   불편하진 않나요? 피팅룸에서라든지. 그냥 마스크 쓰고 가서 사는 거죠. 불편하지 않습니다.   평소에도 개의치 않고 잘 다닙니까? 알아봐주시면 감사한 거죠. 보통 사람들과 똑같아요. 따릉이 빌려서 타고, 요즘은 전동 킥보드 타고 다니고. 전동 킥보드는 강동구까지는 나오지 않아서 그걸 타려고 강남구나 성수동에 나갈 때도 있습니다. 사실 밖에 잘 안 나가요. 주로 집에서 축구 게임을 합니다.   온라인 쇼핑도 자주 하나요? 그럼요. 저도 보통 사람입니다. 특별한 거 없습니다. 촬영장에 있을 때는 온라인 쇼핑을 하고, 촬영을 안 할 때는 오프라인 쇼핑을 합니다.   연예인들에게 한번 질문하고 싶었던 건데, 중고나라 거래해본 적 있나요? 그런 적은 있었습니다. 제게 없는 모자였는데 누가 ‘이동휘 모자 팝니다’라고 올린 거예요. 그게 제가 찾던 아크네 모자였거든요. 저는 그 브랜드와 모양의 베이지색 모자가 있고, 그분이 올린 건 검은색이었어요. 저도 검은색을 사고 싶었는데 시즌을 놓쳐서 못 샀거든요. 중고나라였는지 어디였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그 모자를 제가 샀습니다. 아는 동생에게 부탁했어요.   정리하면 ‘이동휘에게 없는 이동휘 모자를 이동휘가 샀다’… 아직 잘 쓰고 있나요? 그럼요. 집에 애지중지 보관하고 있죠.   배우나 연예인은 자기 캐릭터와 이미지를 만드는 게 직업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옷 입기가 본인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에도 도움이 되나요? 제 경우 일과 옷 입기는 별개입니다. 옷 입기가 제 일에 도움을 주는 수단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예요. 제 마음이 끌리고 편안한 게 우선이고, 그게 중요합니다. (‘내가 옷 잘 입는 연예인 이미지를 만들어서 그걸로 뭘 해야지’ 같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저는 그냥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누가 옷 잘 입는다고 해주면 기분이 좋은 사람인 거죠.   옷 입기도 축구 게임 같은 거군요. 나의 재미. 맞아요. 똑같은 것 같아요.   셔츠, 터틀넥 톱, 팬츠, 부츠 모두 H&M. 지금 촬영하는 작품이 <천리마마트>인가요? 한창 찍고 있습니다. 제가 맡은 ‘문석구’는 바보처럼 보이면서도 총명한 사람이에요. 더불어 이 드라마의 주제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상생입니다. 문석구는 상생을 만들어내는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고요. 저는 똑똑하지 않은 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바보 같은 한편 총명함이 가미된 역할입니다. 제가 깊이 있게 파내면 기존에 했던 것과는 다른 결이 나올 거라 생각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옷 입기를 말씀하실 때도 브랜드보다 스타일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배우라는 직업도 비슷한 면이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배우 이동휘’라는 스타일을 점점 만들어나가는 단계일까요? 아무래도 그러길 바라죠. 나중에 50대가 되면 멋진 배우로 늙어 있고 싶죠. 캐릭터를 넘어서 이동휘라는 장르가 되길 바라기도 하고요. 그렇게 된 선배들을 무척 존경합니다. 배우는 작품을 고르는 입장이 아니라 선택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어려워요. 내가 원하는 것만 고를 수 있는 배우는 극히 소수입니다. 저는 아직 멀었고요. 제게 주어진 상황에서 좋은 선택을 해나가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중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그런 게 정말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참 어렵죠. 매번 어느 선택이 좋을지 정확하게 맞힐 수 없죠. 일희일비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합니다. 좋았다고 마냥 좋지도, 실패했다고 마냥 슬프지도 않아요. 그 안에서 얻어지는 게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에서 제가 잘할 수만 있다면, 좋은 에너지로 해나갈 수 있다면, 그런 게 중요한 거죠.   이렇게 성숙한 생각은 어릴 때부터 했습니까? 늘 성숙하려고 노력은 합니다.   나중에 패션 브랜드를 만들 생각은 없나요? 전혀 없습니다. 연기를 잘해야죠. 프로젝트성으로 디자인에 참여하는 건 모르겠지만요.   왜요? 어떤 직종이든 유명인이 되고 나면 여러 가지 사업의 기회가 열리던데요. 다른 사람이 그러는 건 존중합니다. 다만 저는 ‘하던 거나 잘하자’는 주의입니다. 그냥 직업으로 삼고 있는 일을 잘하고 싶습니다.   저는 그런 삶의 자세를 좋아합니다. 다만 직업으로 일을 하다 보면 여러 목표가 생길 수 있잖아요. 내가 ‘이 일을 해서 돈을 많이 번다’일 수도, ‘유명해진다’일 수도 있어요. 혹은 ‘그냥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일 수도. 본인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그 세 가지가 충족되면 최고죠. 저는 ‘어느 정도 했으면 됐다’가 아니라 제 기준을 만족시키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쉽다고 생각하고 쉽게 하는 게 아니라, 어렵게 대해서 어렵게 해내고 싶어요. 계속 도전하고 극복해서 제 기준에 차고 제 마음에 드는 도달점에 닿는 게 목표입니다.   “옷은 쉽게 입고 연기는 어렵게 한다.” 옷은 편안하게. 신축성과 통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