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구찌의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에서 만난 인어 꼬리

미술관에 세탁실? 세탁실엔 인어 꼬리!

BYESQUIRE2020.06.03
 
 

Oh My Ida! 

 
올리비아 에르랭어 〈이다, 이다, 이다!〉 @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No Space, Just a Place Eterotopia)〉
기간 2020년 4월 17일~7월 12일
장소 대림미술관(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4길 21)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으로 활동한 마르크시스트 이론가 오토 바우어에게 한 살 터울의 누이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이다 바우어. 매우 복잡한 가정사는 제쳐두고 주요 팩트만 정리하자면 이렇다. 이다가 어느 날부턴가 기침과 간헐적 실성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실성증은 말 그대로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거나 쉰 소리가 나는 증상이다. 당시 16살의 이다는 산책을 하다가 이웃 아저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아저씨는 이다가 거짓말을 한다며 반박했고 이다의 아빠 역시 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그녀의 실성증을 치유하기 위해 11주간 상담 치료를 했다. 치료는 실패했고, 프로이트는 이다의 사례에 이름을 붙였다. ‘여성의 히스테리’.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구찌의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 전시장 1층에 있는 전시 작품의 제목이 〈이다, 이다, 이다!〉인 이유다. 목소리를 잃은 여성 이다의 이야기와 다리를 얻기 위해 목소리를 팔아야 했던 인어공주 아리엘의 스토리가 머릿속 어딘가에서 찰싹 달라붙는다. 근데 어째서 세탁기? 이 공간은 그냥 세탁기가 여러 대 놓인 공간이 아니다. 동전을 들고 공동 세탁장을 찾아야 하는 미국의 시민 계층을 상상해보라. 집에 세탁기와 건조기가 없어 실내에만 머물 수 없는 계층을 말이다. 그 공간에 근거 없는 신화(myth)의 꼬리가 전시되어 있다. 정말이지 천재적,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