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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미식 여행’ 국내 독일 음식 맛집 4

플람쿠헨, 슈페츨레, 바이스부어스트 등 이토록 다양한 독일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네 곳.

BY이충섭2020.07.31
비너발트비너발트비너발트비너발트
삶은 소시지의 정수 비너발트
우리 나라에서 독일 음식이라고 하면 단박에 맥주와 소시지를 떠올린다. 사실 그 편견을 깨고 독일에도 맛있는 음식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소시지 이외의 메뉴를 선보이는 곳을 찾던 중, ‘비너발트의 소시지는 다르다’는 제보를 받았고 가게가 위치한 하월곡동으로 향했다. 먹어보고 나서 스스로를 반성했다. 소시지의 맛은 물론, 조리 방식까지 독일에서 자주 먹던 그대로였는데 소시지를 의도적으로 제외했다면 비너발트의 훌륭한 소시지를 먹어보지 못 했을 것이니. 이곳의 대표 메뉴는 바이스부어스트(Weißwurst) 스타일의 뮌셰너바이스이다. 독일 남부 바이에른(Bayern) 지방에서는 흔하게 먹는 바이스부어스트는 하얀 소시지를 데친 다음 껍질을 벗겨서 소시지를 삶은 수프, 빵과 함께 먹는 음식이다. 비너발트의 뮌셰너바이스는 국물 맛이 특히 좋은데 소시지를 넣고 끓인 물에, 샐러리를 비롯한 채소와 양송이 버섯을 함께 끓였기 때문이다. 소시지의 육즙이 빠져나가서 푸석푸석할 거라고 상상했다면 끓이고 나서 더 탱글탱글한 식감의 소시지를 맛 볼 수 있어서 놀랄 것이다. 소시지의 육즙을 머금은 양송이 버섯조차 별미라 느낄 만큼 맛있다. 사실, 이 메뉴는 육근호 비너발트 대표가 고안한 것으로, 2016년 독일에서 열린 세계육가공대회(IFFA) 금메달 수상작이다. 말 그대로 현지에서조차 인정한 맛인 셈이다. 뉘른베르거 소시지는 역시 바이에른 지방에서 즐겨 먹는 소시지인데 비너발트에서는 이 소시지 역시 현지의 맛이라 해도 믿을 만큼 잘 구현했다. 소시지라기 보다 떡갈비에 가까울 만큼 고기의 질감이 느껴지고 한입씩 베어 먹을 때마다 돼지 고기 육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곁들여서 나오는 매쉬 포테이토에 푹 찍어서 역시나 함께 나오는 사우워크라우트((Sauerkraut)를 올려 먹는 것이 독일 음식을 제대로 즐기는 법이다. 정성스럽게 만든 소시지만 따로 먹고 “짜서 많이 못 먹겠어” 하고 남기지 않았으면 한다.
주소 서울 성북구 월곡로 112 문의 02-919-8848
 
플람스 비스트로플람스 비스트로플람스 비스트로플람스 비스트로플람스 비스트로플람스 비스트로
독일식 피자 플람스 비스트로
플람스 비스트로는 알자스(Alsace)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독일 음식 소개를 하면서 프랑스 동부 알자스를 얘기하는 이유는 과거, 이곳이 독일 영토에 속한 곳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독일 국경이 맞닿은 곳에 위치한 알자스는 오래 전부터 두 나라가 서로 뺏고 뺏는 지역이었다. 꽤 오랜 시간 독일령으로 있을 때, 자연스럽게 독일 음식이 뿌리 내렸는데 플람쿠헨(Flammkuchen), 슈페츨레(Spätzle)가 이 지역 대표 음식이다.
독일 안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즐겨 먹는 전통 음식을 서울 한복판에서 먹을 수 있다는 건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파이와 피자의 중간쯤의 형태인 플람쿠헨은 플람스 비스트로의 시그니처 메뉴다. 양송이 플람스를 추천하는데 얇게 민 반죽에 발효시킨 크림을 바르고 베이컨, 양송이 버섯, 양파를 토핑으로 첨가했다. 바삭한 식감의 플람쿠헨 도우과 함께 감칠맛을 더하는 에멘탈 치즈와 짭조름한 베이컨의 궁합이 잘 맞는다. 향긋한 양송이 버섯 향은 플람쿠헨 한 두 조각에 물리지 않고 끝까지 먹게 만드는 힘이 있다. 불규칙한 모양과 작은 입자의 국수인 슈페츨레 또한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데 이왕이면 독일식 갈비탕이나 육개장이라 볼 수 있는 굴라시와 곁들여 나오는 굴라시 슈페츨레(Goulash Spätzle)를 추천한다. 슈페츨레 자체가 비교적 짠맛이 있는 편이라 굴라시를 소스 삼아서 말아 먹으면 짠맛은 중화될뿐더러, 굴라시 속 파프리카의 매콤함과 토마토의 달콤함이 한꺼번에 느낄 수 있어서 우리 입맛에 잘 맞는 메뉴다. 생경한 음식보다 비교적 익숙한 메뉴를 먹고 싶다면 독일 어느 지역에서나 쉽게 맛볼 수 있는 집시 슈니첼(Zigeuner Schnitzel)을 추천한다. 우리 나라로 치면 돈까스에 데미글라스 소스를 뿌려먹는 느낌이니 남녀노소 누가 가도 편하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주소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317길 41 문의 02-586-1654
 
더베이커스 테이블더베이커스 테이블더베이커스 테이블더베이커스 테이블더베이커스 테이블더베이커스 테이블
독일인의 섬세함 그대로 더베이커스테이블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 최대 도시 쾰른(Cologne) 출신의 미샤엘 리히터 파티시에는 약 10여년 전 경리단길에 처음 더베이커스테이블을 열었고 이어서 삼청동에 분점을 냈다. 더베이커스테이블은 독일식 빵을 제대로 구현하기로 정평이 나있는데,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건, 미샤엘 리히터 파티시에가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대대로 빵을 만들어온 가문 출신이기 때문이다. 빵을 소개하고 싶어서 찾아간 곳이지만 오히려 눈길이 간 것은 진짜 독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들로 즐비한 메뉴들이었다. 커리 부어스트(Curry Wurst), 예거 슈니첼(Jager Schnitzel), 렌틸 수프(Lentil Soup), 무슬리(Muesli)는 모두 실제 독일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인데 특히, 반가웠던 점은 각 음식마다 디테일이 살아있었다. 독일에서 커리 부어스트는 길거리 음식으로 더 친숙한데 부랏 부어스트 소시지에 카레 가루를 묻힌 다음, 빵과 함께 내주는 형식이다. 더베이커스테이블에서도 부랏 부어스트 소시지에, 웨지 감자와 독일식 양배추 김치 사우워크라우트 추가 정도로 마무리하면서 커리 부어스트가 과하지 않은 음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1만6500원이란 가격은 비싸서 살짝 아쉬운 편이었다.)
예거 슈니첼은 돈까스에 버섯 크림 소스를 끼얹어 먹는 음식인데 사실, 양식 요리 전공자라면 이 정도 음식이 어렵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더베이커스테이블의 예거 슈니첼이 남다르게 느껴진 이유는 곁들여 나오는 음식들 때문이었다. 독일에서는 슈니첼에 소스를 추가한다 해도 지금 막 끓인 매쉬 포테이토를 내줘서 셋을 버무려 먹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국내의 여타 슈니첼 전문점들은 소스가 나오면 매쉬 포테이토는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따뜻한 매쉬 포테이토를 넉넉히 내줘서 오랜만에 현지에서 먹는 기분이 들었다. 또한 양식 전문점의 샐러드에는 양상추나 양배추를 쓰는 게 당연하고 상추는 우리가 즐겨먹는 채소라 생각하지만 사실, 독일은 상추를 즐겨먹는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메인 디시에 상추와 오이, 토마토를 곁들이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더베이커스테이블에서도 양상추 샐러드 대신 상추와 토마토를 내줬는데 이런 점이 현지의 음식과 완벽히 똑같을 순 없지만 독일에서의 추억이 저절로 떠오를 만큼 괜찮은 메뉴였다.
주소 서울 종로구 삼청로 131 문의 02-725-0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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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식 정육점 어반나이프
서울 구의동에 위치한 어반나이프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 지방의 대표 음식 슈바인스학세(Schweinshaxe)를 제대로 만드는 음식점이다. (슈바인스학세는 독일에서도 바이에른 이외의 지역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음식이다.) 국내에서도 독일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만큼 비교적 잘 정착된 독일 음식이다. 어반나이프의 슈바인스학세는 꽤 까다로울 만큼 예약 주문 필수 메뉴인데 그 이유는 한 입 크게 잘라서 먹어보면 이해가 간다. 오븐에서 막 나온 슈바인스학세는 겉은 튀김처럼 바삭하고 속살은 훈연한 베이컨을 먹는 것처럼 촉촉하고 부드럽지만 독일에서조차 막 조리해서 나오는 슈바인스학세는 찾아 보기 힘들다. 조리한 뒤 잠시만 시간이 지나도 겉은 건조하고 속은 느끼한 슈바인스학세를 먹게 되지만 어반나이프에서는 느끼함 없는 고기 본연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 예약 주문을 받는 것이다. 겉바속촉을 신경 쓰는 메뉴답게 좋은 점수를 줄 만한 메뉴였다. 
그래도 느끼함이 남아 있다면 곁들여 나오는 구운 채소와 홀그레인 머스타드를 비롯한 여러 소스를 찍어 먹는 것을 추천한다. 독일 사람들은 음식을 먹을 때 소스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곳에서도 3가지 이상의 소스가 나온다는 점에서도 잘 준비된 독일 음식 전문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식 정육점(Metzgerei)을 표방하는 음식점답게 각종 부어스트와 살라미, 햄 등을 모두 직접 만든다. 사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이라면 가격인데, 최근, 국내에서도 생햄을 취급하는 전문점이나 샤퀴테리 전문점이 많이 늘어서 반갑지만, 대부분 터무니 없는 가격 때문에 먹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 이와 반대로 어반나이프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가공육을 온∙오프라인을 통해 구매할 수 있을뿐더러, 바로 먹고 싶다면 매장에서도 간단히 조리를 해준다는 게 큰 강점이다. 배부르게 먹고 싶은 날은 슈바인스학세와 굴라시를, 맥주와 곁들일 요깃거리를 먹고 싶은 날은 각종 부어스트와 햄을 양에 맞게 주문하면 된다. 모든 선택은 메뉴를 만든 주인의 몫이 아니라 손님의 몫이라는 점이 마음 속에 오래 남았다.
주소 서울 광진구 구의강변로 85 문의 02-455-6628 홈페이지 어반나이프.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