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되게 다양하게 잘 짓더라고요. 포즈도 그렇고.
예전에는 화보 촬영이 좀 무서웠는데, 어느 한 지점, 어렵다는 인식을 깨버리니까 시도를 안 할 이유가 없더라고요.
여기 오기 전에 로운 씨 기사를 좀 찾아봤어요. 몇몇 매체에 기자 팬이 있나 봐요.
재킷, 쇼트 슬리브 니트, 티셔츠, 팬츠,스니커즈, 백 모두 가격 미정 토즈.
진짜 로운에 대해 쓰고 싶어서 쓴 느낌의 기사들이 있어요.(웃음)
아유, 저야 너무 감사하죠. 왜 좋아해주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감사해요.
드라마 시작하자마자 ‘모두가 빠져버린 로운의 매력 아홉 가지’ 이런 식의 기사가 나오고 말이죠.
(다른 쪽을 보며) 회사에서 낸 거 아냐?(웃음)
저도 그 생각 했어요. 이거 뭐야? 회사에서 낸 거야? 사실 기사 쓰는 것도 일인데, 이렇게 열심히 일하며 좋아해주는 기자가 있다니 좋은 일이죠.
이번 작품은 정통 로맨스잖아요. 로맨틱 코미디 아니고 그냥 로맨스 내지는 멜로요.
많은 드라마 작가 그리고 배우가 이런 로맨스를 힘들어해요. 그런데 잘 해내고 있어요.
예쁘게 봐주시니 감사하죠. 이 드라마엔 캐릭터가 주는 자유로움이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정통 멜로로만 가면 애매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다행히 현승이라는 캐릭터에게 여백이 있어 제가 메울 부분이 남아 있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을 조금 재미있게 채워보면 어떨지 생각했어요. 감독님께서도 재밌는 걸 좋아하시니, “여기서 이런 식으로 돌아서서 나오면 어때요? 이렇게 점프 한번 할까요?” 등의 제안을 했죠. 대사 톤도 다르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고요. 감독님과 그런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텍스트에 있는 여백을 채우는 게 배우의 재미이기도 하잖아요.
윈드브레이커, 셔츠, 팬츠, 스니커즈 모두 가격 미정 토즈.
선배 배우들이 그런 얘기 많이 해요. 그냥 연기라는 예술은 종이에 쓰인 텍스트를 내 몸과 목소리를 사용해서 화면에 구현하는 작업이라고 말이죠. 그 과정에는 당연히 해석이 들어가는데, 그걸 되게 타이트하게 제한하는 작가 혹은 감독이 있고 아닌 분들도 있죠. 지금 말씀하신 대로라면 그래도 빈 공간이 좀 있나 봐요.
그 빈 공간이라는 게, 어느 대본을 받아도 메워야 하는 무언가잖아요. 예를 들면 걸음걸이부터 시작해서 사소한 습관들까지 다 그 안에 들어가는 것 같아요. 저는 현승(〈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의 채현승, 로운 분)이가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을지를 고민했어요. 현승이는 불안하면 어떻게 할까? 다리를 떨까? 입술에 침을 바를까? 이런 것들요.
한번은 제 바스트가 나오는 신에서 화면에는 잡히지 않게 키보드를 ‘툭툭툭’ 친 적이 있어요. 사실 바스트 사이즈고 손은 안 보이니까 소리를 내면 안 되는 거였을지 몰라요. 근데 감독님이 “그 소리 한번 따자”고 하시더라고요.
배우 로운이 현승의 상태에 몰입해 표현한 특징을 만들었네요.
설득이 된 거죠. 결국은 특정한 감정에서 그런 행동이 나와 이어지는 거니까요.
이번이 두 번째 주연작인데, 첫 번째와는 어떻게 달라요?
그사이에 배운 게 좀 있어요. 하정우, 이병헌 선배님이 한 어플에서 연기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쭉 얘기하시는 클래스가 있는데, 그걸 봤어요. 그 클래스에서 가장 공감했던 게 ‘연기는 설득력 싸움’이라는 말이었어요. 제가 연기할 때 등장인물의 감정에 몰입하고 그걸 있는 그대로 표출하려고 노력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더라고요. 때로는 충분히 표출해야 전달이 될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그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오히려 숨기기도 해야 하는 거죠. 계산도 해가면서 말이죠. 예전에 〈어쩌다 발견한 하루〉 했을 때는 ‘아 내가 이 등장인물 하루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되면 하루(로운 분)의 마음을 전할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한 거죠. 지금은 좀 달라요. ‘아… 내가 혼자 진심이어도 안 되는구나. 내가 등장인물의 감정을 갖는 건 기본적인 일이구나. 문제는 그 감정과 상태를 어떻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느냐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이번 드라마에선 채현승이 윤송아한테 갖고 있는 감정이 얼마나 큰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게 관건이었겠어요. 아직까지는 채현승이 윤송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설득력 전사가 나오지는 않았으니까요. 그 상황에서 심지어 되게 센 대사들도 쳐야 했죠. ‘내 여자 앞에서 꺼져’ 이런 거 말이죠. (웃음)
(웃음) 음…사실 현승이 송아에게 빠진 이유가 불분명하긴 해요. 현승이의 서사는 굉장히 짧게 나오거든요. 뒤에 또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실 송아를 향한 현승의 감정에 이입을 하고 좀 더 설득력 있게 연기하고 싶어 아무도 모르게 저 혼자 지켜낸 게 있어요. 극 초반에 송아가 신입사원 설명회에서 “서류라도 작성하고 가”라며 현승에게 펜을 하나 주거든요. 그 펜을 입사 후 장면에도 계속 썼어요. 제가 직접 챙겨서 펜이 나오는 장면이 있을 때마다 가지고 갔어요. 극 중의 스토리로 보면 현승은 대학생 때 송아가 준 바로 그 펜을 입사 후까지 계속 쓰고 있는 거죠. 끌라르에서 하는 회의 장면에서 쓰는 펜도 그 펜이에요.
헉…대단하네요. 감독님이나 소품팀이 챙겨준 게 아니라 본인이 챙겼다는 점이요.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채워나가면 재밌더라고요.
역시나 멋있었던 부분은 현승이 송아를 향해 직진하기로 마음먹는 장면이었죠. 극 초반인데, 배우 로운은 현승의 사랑에 설득됐나요?
사실 제가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대본을 많이 봤어요. 1부부터 6부까지 나와 있는 상태였는데, 처음에는 현승이가 어떤 말을 왜 하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연기는 ‘why의 예술’이라고들 하잖아요. 그렇게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대본을 보면서 현승의 마음을 제게 설득시켰죠.
배우 두 사람의 피지컬 차이가 극에 설득력을 주는 면도 있어 보여요. 원진아 씨가 조금 작고 여리지만, 일할 때는 단호한 여성으로 나오잖아요. 반대로 채현승 역을 맡은 배우는 키가 190이고 말이죠.(웃음) 거기서 설득력이 좀 생기는 거 같긴 하더라고요.
멀대. (웃음) 첫 촬영을 나갔는데 제가 너무 왜소한 거예요. 솔직히 드라마 시작하면서 운동을 한 번도 안 빠지고 간 이유이기도 해요. 연하고 신입사원인 데다 선배를 사랑하면서 지켜야 하는 역할인데 말이죠. 세트장에서 세트 붙잡고 턱걸이하고, 덤벨 사놓고 쉬는 시간에도 하고 그랬어요. 이현욱 선배랑 투 샷으로 붙을 때, 왜소해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키는 커도 왜소해 보일 수 있겠더라고요. 6개월 동안 거의 안 쉬고 매일같이 푸시업 하고, 스쿼트 하고, 어깨 운동 하면서 몸집을 키운 것 같아요.
그렇죠. 그래야 재신의 손목을 부여잡는 그림이 나오죠.
맞아요. 비실비실한 애가 부장님 손목을 단호하게 잡으면 이상하잖아요.
근데 보면서 솔직히 현승이 같은 사랑을 하면 참 피곤하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사연이 복잡하고 생각할 게 많고 격정적인 사랑을 하잖아요.
현실의 김석우(로운의 본명)는 어때요? 험난한 파고를 함께 넘어야 하지만, 격정으로 이걸 이겨내는 멜로류의 사랑이 있고, 꽁냥꽁냥 약간 로코물처럼 행복한 사랑이 있잖아요. 둘 중 본인은 어떤 걸 더 해보고 싶어요?
제 나이가 보여줄 수 있는 연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사실 더 밀도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굳이 예쁘고 잘생긴 배우가 아니더라도 독립 영화나 장르 영화의 센 역할, 그로테스크한 역할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나요. 그런데 아직은 제 나이가 있고, 사회적인 분위기가 있고, 제게 어떤 이미지가 씌워져 있잖아요. 젊고 예쁘고 멋있는 나이에 로코를 더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드라마의 경우에는요.
아뇨.(웃음) 연기 말고 본인이 사랑을 한다면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은지 말해줘요.
(웃음) 전 친구 같은 사랑을 하고 싶어요. 아마 후자가 좀 더 맞겠죠.
생각해보면 전작인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특별한 드라마였어요. 설정도 그렇고 그 설정을 전달하는 방식도 그렇고요. 스테이지니 섀도니 하는 개념도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었지만요.
(웃음) 맞아요.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처음에 되게 힘들었어요.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맨 처음에는 대사가 없었거든요. 캐릭터를 설명해주는 대사나 지문들이 없으니 갈피를 못 잡았어요. 저도 스테이지랑 섀도로 구분해 연기하는 걸 제대로 못 했어요. 저만 그런 것도 아니라서 재욱(이재욱)이랑 혜윤(김혜윤)이랑 저랑 셋이 드라마 들어가기 전에 카페에 같이 앉아서 ‘야 이거 뭐야. 이거 어떻게 해?’라며 서로 얘기하는 시간을 한 달 정도는 가졌을 거예요.
*로운의 화보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3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로운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part.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