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발견한 하루〉 촬영 당시에도 모 일간지의 한 기자가 참 재밌는 기사를 올렸더군요. 기사 내용을 좀 정리하면 ‘우리 로운이가 하루 역할 열심히 하려고 테니스도 배우고 배역에 맞는 의상도 직접 골랐다’였어요. 스트레이트 매체에서 보통 그렇게 기사 안 쓰거든요.(웃음) 대단한 팬이 있구나 싶었어요.
필드 재킷, 셔츠, 팬츠, 스니커즈, 백 모두 가격 미정 토즈.
테니스 연습 많이 했죠. 연기하면서 좋은 게 새로운 걸 많이 배우게 된다는 점이더라고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화장품에 대해 배우게 됐어요. 배운다는 게, 새로운 걸 경험한다는 게 참 즐겁잖아요. 작품은 또 배워서 준비한 만큼 보여줄 수도 있거든요. 예를 들면 테니스 치는 사람들이 공을 주울 때는 발의 바깥쪽 볼과 라켓 끝 사이로 툭 하고 쳐올려서 줍거든요. 그런 장면이 들어가기도 했죠. 가장 확실히 기억나는 건 재욱이 뒤에 카메라가 있고, 제가 건너편에서 서브를 넣는 장면을 찍을 때였어요. 감독님께서 “하루야 공이 왼쪽으로 왔으면 좋겠어”라고 주문하시는 거예요.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쳤는데 정확하게 그쪽으로 들어갔어요. 기분이 어찌나 좋든지.
그러고 보니 로운 씨 체격이 세계 톱 테니스 플레이어들과 비슷하네요.
맞아요. 테니스 선수는 높이가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테니스 좋아하세요?
봤죠. 저 몇 달 전에는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로 짧은 에세이도 썼어요.(웃음) 나중에 좋은 코트 가르쳐드릴게요.(웃음)
재킷, 쇼트 슬리브 니트, 셔츠, 팬츠 모두 가격 미정 토즈.
〈어하루〉에서는 김혜윤 씨랑 케미가 좋았는데, 이번에는 원진아 씨잖아요. 두 사람은 어떻게 달라요?
진아 누나는 누나기도 하지만, 정말 잘 받아줘요. 제가 어떻게 준비해오든 한 번도 아니라고 한 적이 없어요. 정말 말랑말랑한 배우 같아요.
맞아요. 제가 애드리브를 하든 뭐를 하든지요.
혜윤이는 정말 고생 많았어요. 1시간 분량 중에 혜윤이가 한 50분은 나왔을 거예요.
89컷 정도? 혜윤이가 정말 똑똑하고 영리하고, 사랑스러운 배우라고 느꼈어요. 그 친구가 출연한 영화 작품이랑 〈스카이캐슬〉도 봤거든요. 정말 캐릭터의 옷을 잘 입고 무슨 역할을 하든 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체구는 작지만 오라가 풍기고 딕션이나 발성도 되게 잘 잡혀 있는 배우 같아요. 그 친구랑 연기해서 정말 즐겁고 재밌었어요.
원진아 씨도 그렇고, 김혜윤 씨도 그렇고 정말 보석 같은 배우들을 만났네요. 정형화된 매력 이상을 가진 사람들이잖아요.
맞아요. 두 사람을 만났을 때 제가 느낀 신선함, 새로움이 큰 자극이었고, 정말 배운 게 많아요.
〈어하루〉가 중국에서 인기라는데 혹시 해외 팬들과도 소통을 하시나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팬들한테 제 사생활은 좀 보호해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도 중국이든 한국이든 팬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은 있거든요. 어서 빨리 팬미팅을 하고 싶어요.
로운 씨는 배우기도 하지만 아이돌이잖아요. 특히 팀에서 찬희 씨랑 로운 씨 둘은 연기돌이라 좀 힘들지 않나요?
근데 지금 다 하고 있어요. 멤버 아홉 명이 다 연기를 하고 있어요. 웹드라마, OTT 채널 등등에 다들 투입돼서 많은 멤버들이 촬영 중이에요.
SF9의 근황을 물어보려 했는데 그새 연기돌 그룹이 됐군요.(웃음) 현명하고 빠른 판단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콘서트도 못 열고, 지금 당장은 솔직히 드라마 말고는 장담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극장에도 안 가니 영화도 좀 그렇고요.
개인의 입장에선 넷플릭스나 왓챠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처음에 스마트 티비 나왔을 때는 누가 저걸 쓰나 싶었는데, 그거 안 샀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니까요.
맞아요. 큰일 날 뻔했어요.(웃음) 요즘은 소파에 앉아 맥주 마시면서 드라마 보는 게 제일이죠.
찾다 보니 팬들이 불러주는 별명이 되게 귀엽더라고요. ‘론랑둥이’ ‘떼구리’ 이거 무슨 뜻이에요?
(웃음) 제 본명이 ‘석우’잖아요. 어머니 아버지가 집에서 저를 부르실 때 ‘석우-서구-또구-떼구’로 변했어요. 집에선 누나도 ‘떼구야 떼구야’라고 불러요. 떼구리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제가 좀 귀여운 편이거든요.
사랑둥이에 로운을 더해서 론랑둥이인 것 같아요.
아, ‘로운 이 사랑둥이’란 뜻이군요.(웃음)
재킷, 셔츠, 팬츠, 레더 브레이슬릿 모두 가격 미정 토즈.
숙소 생활 중에 재밌는 에피소드는 없는지 궁금해요.
예전에는 싸우기도 많이 싸웠죠. 사실 연습생은 누가 먼저 데뷔하느냐를 두고 서로 경쟁 관계거든요. 그러다가 갑자기 한 팀이 되어서 숙소에서 같이 생활하게 되는 거예요. 힘든 상황이죠.(웃음) 남자들이 모여 있으니 싸울 때는 또 장난 아니었어요.
어우, 그런 상황 알아요. 보통의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 남자애들이 모여 있으면 한 명 안 죽은 게 다행이죠.
그래도 다행인 건 멤버들이 선을 안 넘어요. 연습할 때도 다들 예민해지는 상황이 있고 싸움이 나기도 하는데, ‘아 제발 그건 하지 마’라고 생각하면, 다행히 딱 그 선에서 멈추더라고요. 이게 지금은 다 추억이지만요. 지금은 서로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걸 너무 잘 알아서 잘 지내요. 혹시 그런 일이 있어도 다들 불편한 상황을 싫어해서. ‘야! 술 한잔해’ 이러고 넘겨요.
아니, 다들 귀여워요, 정말. 맨날 사소한 거 가지고 삐지고.
그렇죠. 그런 게 귀엽죠. 남자 친구끼리도 서로가 서로를 되게 귀여워하는 포인트가 있죠.
아하! 그런 걸 귀여워하는군요. 거의 마지막 질문이네요. 요즘 가장 공들이는 일은 뭐예요?
공들이는 일은…흠…내면의 평화를 찾는 일이요.(웃음)
아 진짜요? 좋아요? 명상 되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배우분들이.
진심 추천해요. 명상이 어떤 거냐면요, 왜 게임 같은 거 하다가 갑자기 멈추면 ‘ctrl + alt + delete’를 눌러서 작업관리자로 들어가잖아요. 명상은 내 마음의 작업관리자를 까는 훈련인 것 같아요. 패닉이 오면 ‘내 마음을 무슨 프로세스가 잡아먹고 있나’ 제삼자처럼 살펴보는 메타인지를 기르는 거죠. 명상하는 앱도 있어요.
기자님 얼리어답터시네요.(웃음) 찾아봐야겠다.
이 세계가 진짜 세계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
네, 전 정말 고민돼요. 나의 본체는 어떤 칩이나 플러그가 꽂힌 상태로 저기 어디에 잠들어 있고, 내가 사는 세계는 일종의 게임이라는 생각이죠.
*로운의 화보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3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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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운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part.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