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비행기를 생각한다

인류의 역사를 바꿔놓은 비행기지만, 지금은 코로나19라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변수로 인해 해외로 향하는 비행기는 자유로운 이용이 어렵다.

BY김현유2021.11.12
 
현대 과학의 힘으로 만들어진 문명의 이기 중 비행기만큼 인간의 활동 반경을 넓혀놓은 것도 드물다. 인류의 역사를 바꿔놓은 비행기지만, 지금은 코로나19라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변수로 인해 해외로 향하는 비행기는 자유로운 이용이 어렵다. 여객기가 등장한 이래 국제적 이동이 가장 어려운 시기가 지금일 것이다. 이 와중에도 국내를 오가는 비행기는 여전히 활발하다. 추석 연휴였던 지난 9월 17일부터 22일까지, 제주도행 항공편을 이용한 인원이 25만 명을 훌쩍 넘겼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최근, 여행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비행기라면 제주 노선에 자주 투입되는 소형 여객기인 보잉 737일 것이다. ‘소형’ 여객기이지만, 그 가격은 15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사실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다. 장거리 노선을 운행하는 보잉 787은 3200억원, 에어버스 380은 4800억원 수준으로 아주 비싸다. 여객기 좌석에 앉아 여기저기를 살펴보면 돈 들어갈 게 딱히 없어 보이지만, 추산된 가격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개발 과정이 어렵고 고부가가치의 첨단 기술이 포함되기 때문에 ‘억’ 소리가 나는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값비싼 비행기들은 가능한 한 가볍고, 동체, 주날개와 꼬리날개, 착륙장치 등에 작용하는 힘의 특성에 맞는 적합한 재료를 사용한다.
 
비행기는 너무 짧거나 길어도 잘 날지 못하고, 너무 뚱뚱하거나 가늘어도 날 수 없다. 우리에게 익숙한 비행기 모양도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지금의 비행기가 갖는 형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초창기의 비행기는 현재의 비행기와 비교했을 때 몸체에 비해 날개가 무척 컸다. 비행기를 뜨게 만드는 힘인 양력을 얻기 위해서였다. 비행기의 양력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 증가한다. 즉 비행기 속도가 빠를수록 작은 날개로도 충분한 양력을 얻을 수 있고, 속도가 느릴수록 큰 날개가 필요하다. 일례로 빠른 전투기는 날개 면적이 작고 느린 글라이더는 날개 면적이 크다. 기술 부족으로 지금보다 훨씬 느렸던 초창기의 비행기는 필연적으로 거대한 날개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며 비행기의 속도가 가속화함에 따라 개발자들은 날개 크기를 줄이고 공기 저항을 감소시키는 데 집중했다. 다양한 비행기를 대량 생산했던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날개 크기와 두께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른바 ‘제트엔진’으로 인해 비행기의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 덕분이었다.
 
누구나 ‘제트기’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제트엔진을 이용한 비행기를 제트기라고 부른다. 제트엔진은 대량의 가스를 빠른 속도로 배출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힘, 즉 추력을 얻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즉, 엔진 흡입구로 들어오는 공기를 압축해 폭발시킨 힘이 공기를 가속시키고 그 반작용이 추력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힘껏 불었던 고무 풍선을 놓아버릴 때, 괴상한 소리와 함께 풍선이 날아가 버리는 것과 같은 원리다.
 
제트엔진 개발 이전에 비행기에 사용된 건 왕복 엔진이었다. 왕복 엔진은 흡입한 공기를 피스톤을 이용해 고압으로 압축시키고, 연소실에서 폭발시킨 힘으로 프로펠러를 회전시켰다. 제트엔진에서는 압축 후 연소시킨 폭발력으로 터빈(회전식 날개가 부착된 기계장치)을 회전시켜 팬과 압축기를 돌리는 방식으로 분사력을 얻는다. 흡입과 압축, 폭발과 배기가 이뤄진다는 과정만 보면 왕복 엔진과 제트엔진은 큰 차이가 없고 근본적으로 유사하지만, 제트엔진은 대량의 공기를 엔진 입구에서 연속적으로 흡입해 압축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 과정에서는 회전 운동만 일어나기 때문에 진동이 적고, 고속에서 효율이 아주 높다.
 
제트엔진의 장착은 날개 크기를 줄이는 것과 더불어 비행기의 진화 과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후 소리의 속력보다 빠른 초음속 비행기가 등장했으며, 최근에는 동체 주변에 강한 충격파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 소음을 줄인 초음속 여객기 개발이 한창이다. 엔진을 통한 추력은 비행기의 운항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추력이 세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비행기인 것은 아니다. 어떤 여객기는 전체 무게의 약 5% 추력만으로도 순항 비행을 할 수 있어 많은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날개를 잘 설계해 큰 양력을 발생시켜야 한다.
 
날개에서의 공기 흐름은 질량보존법칙과 뉴턴의 제2법칙이라고도 불리는 ‘베르누이 원리’를 따라 양력을 발생시킨다. 윗면이 볼록하고 아랫면이 평평한 비행기 날개가 공기의 흐름과 부딪힐 때를 상상해보자. 개울물이 흘러갈 때면 좁은 곳에서는 물살이 빨라지고 넓은 곳에서는 물살이 느려진다. 질량보존법칙 때문이다. 이와 유사하게 윗면에서 좁아진 영역을 흐르는 공기 속도는 평평한 아랫면보다 더 빨라지게 되는 것이다.
 
날개 윗면에서의 공기 흐름 영역이 볼록한 장애물을 만나 휘어져 흐르면서 좁아졌기 때문이다. 공기가 빠르게 흐르면 압력이 감소하고 느리게 흐르면 압력이 증가한다. 바로 베르누이 원리다. 공기가 빠르게 흐르는 날개 윗면은 압력이 낮고, 느리게 흐르는 아랫면의 압력은 높아지므로 날개 위쪽 방향으로 뜨는 힘, 즉 양력이 발생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비행기의 양력을 만들어내려면 속도를 증속시키기 위한 활주로가 반드시 필요하다. 강한 추력만으로 날아오를 수 있는 우주발사체와 비행기의 큰 차이 점 중 하나다.
 
비행기에는 중요한 날개가 하나 더 있다. 후미에 붙은 수직·수평 꼬리날개가 그것이다. 비행기 동체에 붙은 날개가 양력을 일으켜 무게를 지탱하는 것과 달리, 꼬리날개는 비행기가 원래의 상태로 회복하려는 성질인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안정판’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비행기가 직선 수평 비행 중에 돌풍으로 앞부분이 올라가는 경우 수평꼬리날개가 떠받쳐 앞부분을 내린 자세를 만들어 비행기를 안정시킨다. 수평꼬리날개의 위치가 무게중심에서 멀고 면적이 넓을수록 안정성의 효과는 증가한다. 이 때문에 먼 곳에 떨어진 ‘꼬리’에 붙은 날개가 된 것이다.
 
비행기 조종사는 위에서 언급된 엔진 스로틀부터 날개와 꼬리날개의 조종면까지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날개의 뒷부분에 장착된 조종면인 에일러론(aileron)과 수평꼬리날개 뒷부분에 설치된 엘리베이터(elevator), 그리고 수직꼬리날개의 뒷부분에 부착된 러더(rudder)를 조종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에일러론은 비행기의 회전을 담당하는 보조날개이며, 엘리베이터는 앞부분의 위아래 움직임을 맡는 승강키이고, 러더는 앞부분을 좌우로 움직이는 방향키라 볼 수 있다.
 
비행기 날개와 수직·수평 꼬리날개에 붙은 조종면을 움직이는 ‘3축’ 조종법은 비행기 조종의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자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이어져 오고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무려 항공계의 개척자로 불리는 라이트 형제가 고안한 방법이었으니 말이다. 당시 라이트 형제는 1차적으로 글라이더를 써서 비행을 시도했다. 날개가 위아래 2개이고 엔진이 없는 등 현대의 여객기와는 겉모습에서부터 약간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앞쪽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수직꼬리날개를 나중에 부착했으며 에일러론 대신에 날개를 비틀어 양쪽에 양력 차이를 주는 등의 방식은 현대의 3축 조종법과 같았다. 이 방식에 숙달된 뒤 라이트 형제는 글라이더에 가솔린 엔진을 부착한 ‘플라이어’를 타고 인류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인류가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을 드러낸 건 그리스 신화 속, 밀랍으로 만든 날개로 하늘을 날던 이카루스 신화 때부터다. 인간이 하늘을 날아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게 된 지는 한 세기가 조금 넘는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다수의 사람을 태워 태평양을 횡단하는 여객기가 등장한 건 그보다도 역사가 짧다. 팬데믹으로 인해 항공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더욱 안전하고 보다 친환경적으로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류의 의지는 계속되고 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코로나19가 지난 후 언젠가는 더욱 안전하고 편안한 비행기를 탑승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Who's the writer?
장조원은 예비 조종사들에게 비행 원리를 가르치는 한국항공대 교수다. 일반인들이 읽을 수 있는 〈하늘에 도전하다〉 〈비행의 시대〉 〈하늘의 과학〉 등을 썼고, 곤충의 비행 현상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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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김현유
  • Illustrator VERANDA STUDIO
  • WRITER 장조원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