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등이가 된 앱까'가 보는 애플의 앞날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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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등이가 된 앱까'가 보는 애플의 앞날

세상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과 애플 걱정이라지만, 여전히 걱정은 끊이지 않는다.

김현유 BY 김현유 2022.01.04
 
세상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과 애플 걱정이라지만, 여전히 걱정은 끊이지 않는다. ‘혁신은 없었다’라는, 부동산 대폭락론처럼 10년 가까이 계속되는 - 거의 ‘주문’에 가까운 - 걱정도 있긴 하나 요즘 나오는 걱정은 이전과는 약간 결이 달라 보인다. 애플 마니아들(어색하니 이하 ‘앱등이’라고 부르도록 하자) 사이에서 ‘애플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불만 섞인 걱정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디자인 등 여러 측면에서 과거의 정체성을 잃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애플이 배포한 아이폰의 운영체제 iOS 14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가장 눈에 띈 변화는 위젯을 홈 화면 어디에나 배치할 수 있게 한 것인데, 전 세계의 애플 안티들(이하 ‘앱까’라고 부른다)은 안드로이드에서는 거의 10년 전부터 가능했던 기능이라며 조소했다. 워낙 ‘팩폭’이라 당시엔 앱등이들도 할 말이 없었다.
 
애플의 대표 상품인 아이폰도 정체기에 들어섰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카메라 모듈을 제외하면, 최근 몇 년간 공개된 아이폰은 겉보기에 차이가 별로 없다. 신형 아이폰의 카메라 모듈만 따라 한 액세서리가 구형 아이폰용으로 판매되기도 하는 상황은 그 어느 앱까의 조롱보다도 앱등이들의 뼈를 세차게 후려친다.
 
디자인만이 문제가 아니다. 성능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뉴욕 타임스〉는 아이폰13 리뷰를 통해 2015년 출시됐던 아이폰6S가 아이폰6에 비해 성능이 70% 더 나아진 반면, 아이폰13과 12의 성능 차이는 1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카메라 성능의 개선을 마케팅의 주력 요인으로 삼고 있지만 실사용에서의 체감은 미미하다는 게 중론이다. 심지어 저조도 상황이 아닌 야외 사진은 아이폰XS와도 그리 큰 차이를 볼 수 없더라고 〈뉴욕 타임스〉는 말한다.
 
‘혁신은 없었다’고 10년간 주문을 외웠더니 정말 혁신이 없어진 것일까? 이 앱등이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애플이 한계에 달했다기보다는 스마트폰이라는 카테고리의 기기들이 이제 그 성숙도의 정점에 달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반도체의 집적도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테지만 사실 우리가 ‘스마트폰’에 필요로 하는 성능은 이미 대부분 충족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더는 개선의 여지를 찾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 일례가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다. 더 과밀하게 화소를 집약해 훨씬 더 부드럽고 선명한 화면을 구현할 수 있겠으나,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을 보는 거리(30cm)를 기준으로 시력이 1.0인 인간이 눈으로 그 차이를 식별할 수 있는 화소의 한계는 약 300PPI(pixels per inch)다. 화소의 집적도가 300PPI가 넘어가면 300PPI나 400PPI나 차이가 없다. 인간이 식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신 스마트폰의 해상도는 400PPI를 훌쩍 넘는다.  아이폰13의 해상도는 460PPI이고, 일부 스마트폰은 550PPI지만, 그 차이를 감각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꼭 디스플레이가 아니라도 스마트폰 카테고리의 다양한 기술이 한계에 가까워졌다는 점에는 삼성의 디자이너들도 동의한다.
 
그럼에도 앱까는 할 말이 있다. 삼성은 ‘폴더블’이라는 돌파구를 열었다. 갤럭시Z플립3는 삼성 스마트폰이 디자인으로 앱등이들까지 매료시킨 최초의 사례다. 삼성은 지금쯤 애플이 폴더블을 출시하면(이미 여러 차례 애플이 폴더블 제품을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이를 어떻게 조롱하는 광고를 만들지 고심하고 있을 테다.
 
물론 애플이 갑자기 삼성에 추월당하거나 무너질 리는 만무하다. 2011년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후, 많은 이들의 근심 어린 시선 속에 애플의 최고경영자가 된 팀 쿡은 2018년 애플을 미국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의 기업으로 만들었다. 애플은 지금도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미국 시총 1위의 자리를 다툰다. 영업이익률은 기적에 가까운 30%다.
 
애플의 매력은 아직 건재하다. 애플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축조한 생태계는 그 폐쇄성으로 악명 높지만 한편으로는 그 안에서는 거의 모든 것이 매끄럽게 이어진다. 본래 누구보다도 극단적인 앱까였다가 일 때문에 맥을 쓰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에어팟 프로에 애플워치까지 모두 구비한 앱등이가 된 내가 바로 살아 있는 증거다. 벽으로 둘러처진 정원이면 어떠냐, 그 안이 지상낙원인데. 아직도 개방성과 자율성 타령을 거듭하는 안드로이드 히피놈들에겐 에어드롭을 보여주며 ‘느 집엔 이거 없지?’ 한마디면 충분하다.
 
벨라루스 출신의 IT정치문화비평가 예프게니 모로조프는 잡스 사후 쓴 유명한 논평에서 애플의 저력이 ‘인식론적으로 우월한’ 디자이너라는 사제들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철저한 중앙집권화로 통제할 수 있었던 데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는 마케팅 리서치를 무시하고 오직 자신이 원하는 기기가 무엇인지만을 자문하고, 번호판을 달면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6개월마다 똑같은 차량을 새로 리스했던(캘리포니아주는 새로 매입한 차량의 번호판 장착에 최대 6개월의 유예기간을 준다) 스티브 잡스의 성정에서 비롯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고도로 조직화된 마케팅과 독보적인 감각의 디자인이 더해져 애플은 단순한 IT기기가 아닌 종교적인 고양감을 파는 기업이 됐다. 소위 명품 마케팅의 요체를 실제보다 더 많은 (주로 비물질적인) 걸 공언하는 것이라고 보면 애플이야말로 궁극적인 명품 브랜드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공개시장에서 그 주식이 거래되는 주식회사 애플이 나아가야 할 길과 ‘영적 고양’을 판매하는 기업 애플 사이에 본질적인 모순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최근 목격하고 있는 것은 전자를 추구하는 팀 쿡의 애플과 후자를 추구했던 잡스의 애플 사이 균열이 더 크게 벌어지는 모습이다.
 
시장은 항구적인 성장을 요구한다. 이미 잡스 시절에도 애플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업이었지만 그것으론 부족했다. 애플을 역사상 최초로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한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팀 쿡은 잡스의 유산을 저당 잡혀야 했다. 잡스 생전에 오직 하나의 모델만 존재했던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이후 플러스니 미니니 SE니 프로니 심지어 프로 맥스(헬스 보충제 이름 같다)까지 다변화됐다. 세그먼트가 다양해지자 기존의 아이폰 가격을 부담스러워하던 인도나 중국 시장에서도 잘 팔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만큼 애플 브랜드가 갖고 있던 종교적 오라는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애플을 신앙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두려운 일은 애플이 실적 차원에서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삼성 등의 경쟁자들에게 뒤처지는 게 아니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애플이 평범해지는 것이다. iOS의 파편화는 애플이 평범해지고 있다는 한 가지 징후다. 더 많은 사용자를 동시에 만족시키려다 보니 iOS가 과거에 매우 단일한 디자인을 통해 주던 일체감이 조금씩 파편화되고 있다. 제품의 사이즈가 다양해진 상태에서 위젯까지 들어오자 아이패드 일부 모델에서는 아이콘 정렬이 (특히 가로 모드에서) 과거처럼 미려해지지 않게 됐다는 비난도 나온다. 안드로이드 초기, 크기가 제각각인 제품들 때문에 불거졌던 디자인의 파편화 문제가 (그보단 덜 심각하지만) 이제 애플 제품군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아이폰의 성장 동력이 소진되어가는 지금, 팀 쿡 시대의 ‘one more thing’은 무엇이 될까? 한동안 화제가 됐던 애플카는 최근 개발팀 주요 인사들이 애플을 떠나면서 우리의 시야에서 좀 더 멀어진 듯하다. 어쩌면 최근 지면을 다시 장식하기 시작한 애플의 증강현실(AR) 헤드셋이 그 ‘one more thing’이 될지도 모른다. 12월 초, 저명한 애플 애널리스트 궈밍지는 애플이 10년 안에 아이폰을 대체할 것을 목표로 고글을 닮은 첫 AR 헤드셋을 내년 말쯤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만약 그 계획이 성공한다면 이제 고개를 푹 숙이고 다니는 스마트폰 좀비는 덜 보게 될 것이다. 다만 고개를 들고 있어도 정말 앞을 보고 있는지는 모를 테지만.
 

 
Who's the writer?
김수빈은 자유기고가 및 번역가로 〈BBC코리아〉와 〈허프포스트코리아〉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아더 마인즈: 문어, 바다, 그리고 의식의 기원〉 〈궁극의 군대〉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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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김현유
    Illustrator VERANDA STUDIO
    WRITER 김수빈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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