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보이콧이 그리 쉬운가?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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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보이콧이 그리 쉬운가?

올림픽 보이콧이 그리 쉬운가요.

김현유 BY 김현유 2022.02.03
 
그럼 미국이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얘기인가?
 
지인이 카톡으로 물었다. 미국이 막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직후였다. 아마 지인은 냉전 시대에 반쪽 올림픽으로 치러진 1980 모스크바 올림픽이나 1984 LA 올림픽을 머릿속에 그렸던 것 같다.
 
하지만 21세기에 그럴 리가. 스포츠 선수 개개인의 권리도 존중해줘야 하는 시대다. 득실만 따지는 일방적 정치 행동은 시민들의 반감만 불러일으킨다. 전체주의 시대도 아니고. 미국이 보이콧 움직임을 보일 때도 미국 선수들은 각 종목 세계 예선에 참여해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외교적 보이콧’은 말 그대로 ‘외교에 한한’ 보이콧이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 개막식에는 세계 정상들이나 관료들이 대거 초청을 받는데 이때 소규모로 정상회의 등이 함께 이뤄진다. 미국이 지난 12월 선언한 ‘외교적 보이콧’은 선수단은 보내지만 개·폐회식 등 행사 때 조 바이든 대통령 불참은 물론이고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겠다는 말이다.
 
보이콧의 명분은 명확했다. 중국 내 신장 위구르 지역에 대한 인권탄압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바이든 정부는 앞서 북한에 대해서도 인권 문제를 이유로 경제 제재를 가했다. 미국에 이어 호주도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했는데 중국의 무역 제재 때문이었다. 대만 외교 공관 개설로 중국과 갈등을 빚는 리투아니아도 미국, 호주의 길을 따랐다. 중국과 계속 ‘으르렁’ 중인 일본도 빠질 수는 없다. 뉴질랜드는 코로나19 확산을 앞세우며 동참 의사를 밝혔는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최소한의 인원만 베이징에 파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굳이, 왜, 하필 ‘외교적 보이콧’을 택했느냐는 것이다. “(외교적 보이콧은) 그저 상징적이고 의미 없는 짓”이라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말처럼 실제 효용가치가 떨어져 보인다. 프랑스는 이탈리아와 함께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한 상태다.
 
중국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이 처음도 아니다. 14년 전인 2008년 8월, 베이징에서 하계올림픽이 개최됐다. 당시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전 세계 100여 개국 정상들이 베이징을 찾았다. 세계 정상들은 개막식을 함께 관람하고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다. 그때 당시 중국의 인권 문제가 지금보다 나았던 것일까.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베이징은 2022 동계올림픽 성사를 통해 올림픽 역사상 하계·동계 올림픽을 모두 개최하는 첫 도시가 된다. 2020 도쿄 올림픽이 1년 연기돼 치러졌지만, 베이징 올림픽은 오미크론의 폭발적 확산에도 예정된 일시에 개막을 노린다. 국외 관중은 제한되지만 국내 관중 입장은 허용돼, 텅 빈 경기장에 선수들 목소리만 울려 퍼졌던 도쿄 올림픽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보여줄 듯하다. 코로나19 시대에 펼쳐지는 첫 스포츠 메가이벤트가 될 예정인 것이다. 이번 올림픽은 3연임을 노리는 시진핑 주석의 어깨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 자명하다. 이런 중국의 노림수에 미국이 맞장구쳐줄 리 만무하다. 인권 문제 이전부터 이미 두 국가는 여러 영역에서 마찰을 빚고 있었다.
 
티베트, 위구르, 홍콩 등지에서 활동하는 인권단체는 정치적 보이콧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SNS 등을 통해 ‘#NoBeijing2022’ 운동으로 유명 선수나 올림픽 후원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코카콜라, 오메가, 토요타, 삼성 등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월드와이드 파트너’ 계약을 맺은 기업들이 곤혹스러워하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전면 보이콧이 아닌 터라 그 파장이 적기는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각 나라의 체육 단체나 선수들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가뜩이나 동계종목은 비인기 스포츠가 많아서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에 기대를 거는 선수들이 많다. 그나마 대중의 응원과 관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평창 올림픽에서 드라마를 썼던 컬링의 ‘팀 킴’이 그랬고, 같은 해 패럴림픽에서 부족한 인프라를 딛고 극적인 동메달을 목에 건 파라아이스하키 팀도 그랬다.
 
가뜩이나 고통스러운 바이러스 시대에 여느 때보다 힘들게 훈련을 해온 선수들이다. 잦은 빙상장 폐쇄로 많은 선수가 강릉으로, 포항으로 열려 있는 빙상장을 찾아 헤맸다. 보이콧은 그들이 그동안 흘린 피와 땀을 부정하는 일이다.
 
앞서 열렸던 도쿄 올림픽 때도 국내 정치계에서 ‘보이콧’ 얘기가 나온 바 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한 탓이었다. 하지만 실제 보이콧으로 이어지진 않았고, 선수들은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사람들에게 오랜만에 희열을 안겼다. 양궁 김제덕의 ‘파이팅’ 외침에, 여자 배구 선수들의 투혼에 오랜만에 심장박동을 느낀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도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대회 보이콧이 아닌 외교적 보이콧 카드를 꺼내 든 것도 이런 이유가 컸을 것이다.
 
만약 미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외교적 보이콧’이 아닌 1980 모스크바 올림픽 때처럼 전면 보이콧했다면 무슨 일이 빚어졌을까. ‘보드 황제’ 숀 화이트(36)는 생애 다섯 번째 올림픽 출전이자 네 번째 금메달에 도전하지 못했을 것이고,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에서 19세라는 최연소 나이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스키 천재’로 불렸던 미케일라 시프린(27)은 3개 대회 연속 금메달 도전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시프린은 올림픽 채널과 인터뷰에서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해 일종의 동지애를 느끼기 위해 전 세계를 하나의 장소로 모으는 것이고 이는 실제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팬데믹 시대에 필요한 것은 ‘배척’이 아닌 ‘동지애’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이상화를 제치고 1위로 골인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는 눈물을 삼키고 있던 이상화에게 다가가 어깨를 감쌌다. 정치적으로는 더 나빠질 것도 없을 만큼 사이가 좋지 않은 한국과 일본이지만, 두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스포츠 현장에서 보여준 제스처는 정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당시 고다이라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스포츠는 말이 필요 없는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국적을 넘어 서로 경쟁하고 발전시키는 방식은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준다. 우리는 서로 경쟁하지만 서로의 문화와 언어를 아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 것이 스포츠를 더욱 즐겁고 풍성하게 만든다.
 
마치 심장이 죽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황량한 시기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는 계속되어야 한다. 스포츠가 정치에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은 환영받을 수 있다. 대표팀을 이끌고 코트디부아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디디에 드로그바로 인해 코트디부아르의 내전이 잠시나마 멈췄던 일이 좋은 예다. 그러나 그 반대는 없다. 정치가 스포츠를 볼모로 잡는 짓은 어떠한 경우에도 환영받지 못한다.
 

 
Who's the writer?
김양희는 〈한겨레〉 스포츠 팀장이다. 만동화 〈리틀빅 야구왕〉과 야구 입문서 〈야구가 뭐라고〉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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