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노홍철 인스타그램 @rohongchul / 우: 덕정뒷고기
노홍철은 천재일지도 모른다. 아니 천재가 확실하다. ‘좋아하는 것 다 하thㅔ요’, ‘계획대로 늙고 있thㅓ’라고 적은 멘트들부터 압도적인 크기의 황동 조각상과 그라피티까지 자기애 충만한 그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곳이 없다. 김해 장유동에 자리한 홍철책빵 서커스점이 오픈하기 전부터 주목을 받은 이유가 다 여기에 있다. 웬만한 광기가 아니고선 범접하기 어려운, 앞을 향해 계속해서 전진하는 노홍철의 기를 느껴보러 가보자. 홍철책빵 1호점에서 이미 검증받은 파운드 케이크와 노홍철이 가장 좋아한다는 고메버터 소금빵과 생식빵은 오픈런을 하지 않고선 맛볼 수도 없다니 이왕 방문할 거라면 오전 11시 전에 달려가 보길.
정직하게 쓴 한글 간판 아래로 초록색 슬레이트 지붕이 눈에 띈다. ‘덕정뒷고기’는 지붕 아래로 삼삼오오 모여 고기를 구워 먹는 이들의 모습이 정겨운 이 동네 노포 맛집이다. 뒷고기, 냉동삼겹살, 돼지꼬리 등의 메뉴가 주력이고 가격대가 매우 착한 편이라 2인이라면 기본 3인분 주문을 하는 것이 필수다. 푸짐하기론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일단 담백하고 잡내 없는 뒷고기와 돼지꼬리는 무조건 국내산 돼지만 사용한다고. 고기를 익히는 동안 참기름에 김치와 콩나물을 버무려 같이 익혀 먹어보자. 아마 영업 종료시간이 임박할 때까지 엉덩이 붙이고 앉아 끝도 없이 추가 주문을 하게 될 것.
경남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밀면 맛집을 김해에서 추천한다면? 부산김해 경전철이 지나는 장신대역 바로 앞에 자리한 사계절가야밀면을 꼭 가보라고 당부하고 싶다. 가야밀면은 너무나 익숙한데 ‘사계절’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은 직접 먹어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시원한 음식이 당기는 한여름이 아니더라도 사계절 내내 찾아가고 싶은 물, 비빔, 회밀면을 맛볼 수 있고, 겨울에는 칼국수와 수제비까지 판매하기 때문이다. 물론 석쇠에 구운 참숯갈비에 쫄깃한 밀면 한 그릇만큼 경상도의 뜨거운 여름을 이길 수 있는 음식은 또 없는 듯하다. 속이 꽉 찬 손만두까지 시켜 배불리 먹고 나오자.
일몰 맛집으로 유명한 분성산 아래, 김해수로왕릉 돌담길을 마주한 카페다. ‘김해의 돌담길’이라는 뜻의 해이담커피는 깔끔한 돌 외벽과 길다란 통창, 직선으로 쭉 뻗은 테이블과 소파, 돌담길을 비추는 연등과 꼭 닮은 네모난 조명까지 모든 게 통일신라시대의 김해를 보는 것과 같은 고즈넉함이 특징이다. 스페셜티 한잔 마시며 통창 너머로 보이는 창창한 나무를 감상하다 보면 김해 여행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끼게 될 것. 해이담커피에서 나오면 김해수로왕릉 바로 옆의 김해민속박물관 혹은 조금 더 걸어서 김해대성동고분군까지도 산책하기 좋은 거리에 있으니 참고해 보자.
1930년대 지어진 김해의 오래된 한옥에서 여독을 풀어보는 건 어떨까. 신식 호텔도 좋지만 정감 있는 가옥에서 농촌 체험도 해보고 풀벌레 소리 들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해 보자. 무척산관광예술원은 사랑채, 백운제, 무척산방, 청운대, 매죽헌, 다담헌 등 각 특색이 존재하는 독채 한옥으로 구성되어 있어 홈페이지를 확인 후 원하는 곳을 예약할 수 있다. 흙과 나무로 만든 한옥에서 편안한 쉼을 가지고, 아침 일찍 일어나 대나무숲까지 걸어 산책해 보자. 역사, 트렌드, 자연이 모두 공존하는 김해 여행을 만족스럽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사진 출처 @rohongchul @haeedam.coffee @muchukfa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