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

워치스앤원더스 2023 특집 '쇼파드'

L.U.C 1860, 알파인 이글 41 XPS, 밀레 말리아 클래식 크로노그래프를 비롯해 매뉴팩처 방문기까지. 2023년 쇼파드 워치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프로필 by ESQUIRE 2023.04.24
 

L.U.C 1860

올해 쇼파드는 알파인 이글에만 적용하던 루센트 스틸을 전 컬렉션으로 확대했다. 루센트 스틸은 316L 스틸보다 경도가 높아 스크래치 및 마모에 50% 이상 강하다. 게다가 쇼파드는 루센트 스틸의 80% 가량을 재활용 스틸로 완성해 지속 가능성에 대한 책임도 이어간다. 브랜드의 전통을 대변하는 L.U.C 컬렉션에서도 루센트 스틸을 적극 활용한 걸 볼 수 있는데, 그 첫 모델이 L.U.C 컬렉션의 첫 시계 L.U.C 1860을 재해석한 사진 속 시계다. 주로 골드 케이스만 선보이던 L.U.C 1860을 스틸 케이스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애호가들의 반응이 이미 심상치 않다. 지름 36.5mm 케이스 안에는 마이크로 로터 타입의 L.U.C 칼리버 96.40-L이 자리한다. 이는 브랜드의 기술인 트윈 테크놀로지를 적용해 65시간 파워리저브가 가능한 건 물론, COSC, 제네바 실 인증을 동시에 받은 브랜드 대표 기함이다. 
 

 

ALPINE EAGLE 41 XPS

알파인 이글은 출시 이후 단번에 브랜드의 기둥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크로노그래프, 투르비용, 주얼리 세팅 등 차근차근 영역을 넓혀 나갔다. 올해는 브랜드의 정체성인 L.U.C 96.40-L 무브먼트를 장착해 질적 성적을 이뤘다. 두께 3.3mm에 달하는 무브먼트 덕분에 케이스 두께는 8mm로 상당히 얇다. 올라운더 스포츠 워치임에도 드레스 워치처럼 손목에 착 감기는 착용감에서 브랜드의 내공이 느껴진달까. 스위스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몬테로사의 색을 담은 새로운 '몬테로사 핑크' 다이얼도 상당히 트렌디하다. 
 

 

MILLE MIGLIA CLASSIC CHRONOGRAPH 

1988년에 탄생한 밀레 밀리아는 쇼파드가 후원하는 동명의 클래식 카 레이싱에서 이름은 딴 컬렉션이다. 론칭 이후 진화를 거쳐 올해 4세대 버전을 공개했다. 주목할 부분은 소재. 역시 컬렉션 최초로 루센트 스틸을 활용했다. 라인업은 루센트 스틸 케이스의 세 가지 버전과 루센트 스틸과 로즈골드를 혼합한 버전으로 선보인다. 케이스 지름은 모두 40.5mm며, 이 외에 크라운에는 스티어링 휠 모티프의 장식을 더하고, 푸셔에는 브레이크 페달을 연상시키는 널링 패턴을 입히는 등 새로운 디테일을 가미했다.

 

 

CHOPARD MANUFACTURE

쇼파드의 공동 회장인 칼 프리드리히 슈펠레(Karl-Friedrich Schheufele)가 1996년 스위스 플뢰리에에 설립한 쇼파드 매뉴팩처는 ‘브랜드가 인정 받기 위해선 하나 이상의 인 하우스 무브먼트가 필요하다’는 명제에서 시작된 곳이다. 그곳에서 처음 제작한 L.U.C 1.96 무브먼트(이후 L.U.C 96.01 L로 이름을 바꿨다)는 쇼파드에게 커다란 명성을 안겨줬고, 이 걸작은 오늘날 L.U.C 96.40-L로 세대를 거듭하며 완성도가 더욱 높아졌다. 워치스앤원더스 2023에서 선보인 L.U.C 1860과 알파인 이글 41 XPS 역시 L.U.C 96.40-L을 탑재했다. 쇼파드 기술력의 원천이 플뢰리에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FLEURIER MANUFACTURE
쇼파드의 메뉴팩처는 두 지역에 위치해 있다. 하나는 제네바, 나머지는 플뢰리에라는 제네바에서 차로 한 시간 반정도 떨어진 지역에 있다. 그중 플뢰리에 매뉴팩처는 걸작 무브먼트로 평가 받는 L.U.C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생산한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제작한 L.U.C 1.96 무브먼트가 22캐럿 마이크로 로터를 단 양방향 오토매틱 와인딩 시스템에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았을 정도로 시작부터가 남달랐다. 2000년에는 216시간의 파워리저브가 가능한 핸드 와인딩 무브먼트 L.U.C 98.01-L을, 2010년에는 4개의 배럴, 216시간 파워 리저브, 퍼페추얼 캘린더, 북반구의 별자리를 묘사하는 ‘궤도 달 위상 표시기’, 실제 태양 시간과 평균 시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시간 방정식을 한데 담은 L.U.C 05.01-L를 발표하며 명실공히 최고의 매뉴팩처로 부상했다. 이런 급속한 발전은 정밀 공학과 장인의 솜씨를 적절히 섞은 매뉴팩처 운영 방식에서 기인한다. 일단 무브먼트 부품은 아주 작으니 정교한 설계 및 제작이 필요한데 이는 기계가 담당한다. 얼마나 정교하냐 하면 오차가 고작 마이크로미터 단위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텅스텐 실이 강철을 자르고 다듬는 모습이 가히 장관이다. 당연히 기계는 고가고 이를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사람도 제한적이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짜고 세팅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 그렇게 잘리고 깎인 부품은 사람 손으로 넘어간다. 이 단계에서 페를라주 패턴을 넣거나 모서리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는다. 쇼파드의 수작업에 대한 애착을 더욱 여실히 보여주는 공간은 메티에 다르 공방이다. 여기에는 딱 두 명의 장인만 있는데 한 명은 인그레이빙을, 다른 한 명은 에나멜 작업을 담당한다. 수량을 늘리기보다 제대로 만든 제품만 내겠다는 고집스러운 의지가 엿보인다. 플뢰리에 매뉴팩처 옆에는 플뢰리에 에보슈가 있다. 두 곳의 차이라면 플뢰리에 에보슈는 대량 생산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이다. 플뢰리에 매뉴팩처에서 손으로 하던 작업을 이곳에서는 대부분 기계로 대체한다. 예를 들어 금속 덩어리가 무브먼트에 사용하는 메인 플레이트로 변해 나올 때까지 사람의 개입이 거의 없다. 게다가 이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은 고작 1분. 페를라주 같은 세공도 기계가 대신하고, 주얼도 전부 기계가 설치해 사람 손을 거칠 때보다 6배나 빨리 조립된다. 굳이 사람 손을 거칠 필요가 없는 곳까지 세심하게 세공하던 플뢰리에 메뉴팩처도 대단했지만, 이렇게 사람 손 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무브먼트를 생산하는 플뢰리에 에보슈도 놀라웠다.
 
GENEVA HEADQUARTERS
제네바 매뉴팩처는 본사와 같은 건물에 있다. 이곳에서 인상 깊었던 건 어마어마한 금괴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연간 15톤의 금을 사용하는 것도 놀랍지만 윤리적인 방식으로 채굴된 금만 사용한다는 사실에서 쇼파드의 시야가 얼마나 폭넓은 지 알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럭셔리로의 여정’을 강조하던 칼 프리드리히 슈펠레 회장이 떠올랐다. 매뉴팩처 한 켠 용광로에서는 금을 녹이고 구리와 은, 팔라듐 등을 섞어 골드 케이스와 화이트 골드 케이스, 나머지 골드 파츠를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제작된 부품은 첨단 기계로 옮겨져 다시 깎이고 다듬어진다. 플뢰리에에서 보았듯 이를 장인이 이어 받아 일일이 손으로 피니싱하며 각 파츠를 더욱 빛나고 입체적으로 만든다. 한 장인이 특정 파츠의 한 면만 세공한다든가, 골드만 세공하는 부서가 따로 있을 정도로 분업도 정확하다. 플뢰리에 매뉴팩처가 무브먼트에 사활을 건다면 이곳은 그렇게 탄생된 무브먼트를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그것도 전통을 지키며 시계에 담을 수 있는지 고민한다. 본사에는 브랜드 헤리티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쇼파드 박물관이 있다. 루이 율리스 쇼파드(Louis-Ulysse Chopard) 가 1860년 브랜드를 창립한 이래 연혁과 브랜드의 대표 빈티지 제품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알파인 이글의 모태가 된 생 모리츠(St. Moritz)부터 해피 스포츠의 어머니 격인 해피 다이아몬드 라인까지 과거 쇼파드의 영광을 안겨준 제품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을 찬찬히 살펴 보면 쇼파드의 뿌리가 얼마나 굳건한 지, 제품명에 L.U.C라는 이니셜과 1860이라는 숫자를 배치하는 것이 그저 마케팅이 아님을 여실히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올해 발표된 L.U.C 1860과 알파인 이글 41 XPS가 또 어떤 역사를 써내려 갈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Credit

  • EDITOR 임건/김장군
  • ART DESIGNER 최지훈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