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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배우 하영이 <이두나!>와 이별하며 느낀 것들

당신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온 문신한 신부 ‘김화영’를 알고, <모범형사 2>의 구둣방 주인의 딸 정희주를 알고, <이두나>의 순애보 김진주를 알지만, 그 본체인 안하영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니 이제 맘껏 궁금해해도 좋다.

프로필 by 박세회 2023.12.21
 
블라우스 마틴 로즈. 이어링 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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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렌즈를 이렇게나 편한 눈빛으로 쳐다볼 수 있다니, 정말 놀랐어요. 촬영은 자주 해봤나요?
대부분이 영화나 드라마 촬영이었고, 사진 촬영은 많지 않았죠. 프로필 사진을 촬영할 때 정도였어요. 화보는 처음이고요. 굳은 표정이 되지 않게 자연스럽게 하려고 엄청 노력했어요.
너무 잘했어요. 오늘 너무 아름다운 배우를 만났다며 헤어 메이크업 실장님들 기분이 좋아졌어요.
영광이네요.(웃음) 기뻐요.
넷플릭스 시리즈 <이두나>가 공개되고 조금 놀랐을 것 같아요. 그전까지와는 소셜미디어의 반응이 다르지 않았나요? 일단 인스타그램 반응이 폭발적이잖아요.
정말 놀랐어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뜨겁더라고요. 얼떨떨하기도 하고요. 공개 전인 10월까지만 해도 팔로워가 4만~5만 명 정도 되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런데 지금은 그 다섯 배가 넘어요.    
그 정도면 하루에 거의 ‘좋아요’만 수만 개씩 달리는 수준 아닌가요?
그게… 잘 모르겠어요. 좋아요도 댓글도 팔로워도 알림에 뜰 때는 100개가 넘으면 ‘좋아요 100, 댓글 100, 팔로워 100’ 이렇게만 뜨더라고요.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지만 하루 지나니까 팔로워 1만 명이 늘어나 있었던 기억이 있어요.
알림이 그 정도로 뜨면 알림창이 거의 전동2륜차 바퀴 돌아가는 속도로 올라가잖아요. 최근 게시물을 보니 ‘좋아요’가 5만 개씩 달려 있더라고요.
엇? 그래요? 제가 마지막으로 확인한 건 3만 개였거든요.
댓글 중에 귀여운 게 있었어요. 어린 팬인 것 같은데 ‘누나 저 열세 살인데 어른 될 때까지만 기다려주세요. 우리 결혼해요’라는 댓글이었어요.
너무 귀엽네요. 찾아봐야겠다. 잠깐만요. 7년? 7년만 기다리면 되는 건가요?
나이 차이가 뭐 중요한가요.(웃음)
그러니까요. 일단 찾아봐야겠어요.
오늘도 느낀 거고 예전 영상을 보면서도 느낀 건데, 엄청 밝고 쾌활해요. 원래 그런 거죠?
원래 성격이에요. 밝으려고 그러는 거 아니고 원래 이런 씩씩한 성격이에요. 저희 소속사인 비스터스 유튜브 영상에서 보이는 바로 그 밝은 모습이 제 본성입니다.
드라마에선 자주 볼 수 없는 역할이었어요.
<모범형사 2>에선 복잡한 음모에 휩쓸려 살해를 당했고, <이두나>에선 첫사랑이나 다름없는 짝사랑에게 실연을 당했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선 정말 복잡하죠. 클로짓 레즈비언으로 이성과 결혼하려다 자아를 찾는 역할이니까요.
그래서 제 성격을 몰랐던 사람들은 막상 저랑 만나면 놀라기도 해요. 생각한 것보다 훨씬 밝다고 느끼나 봐요. 특히 친구들은 친해지면 더 밝아진다는 얘기도 하고요. 제가 좀 다가가기 힘든 외모인가 봐요.
키도 크고, 턱선도 콧날도 날카롭고, 뭐랄까 멋진 스타일이라 그런가 봐요.
아휴 무슨.(웃음)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이두나>는 보고 나서야 그전부터 인기가 많았던 웹툰 원작이라는 걸 알았어요.
<The Gril Down Stair>라는 작품이 원작이에요. 저도 민송아 작가님 웹툰의 팬이었어요. 정말 재밌게 본 웹툰인데 드라마화한다기에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우연찮게 저한테 오디션 기회가 주어진 거죠. 정말 신기하고 너무 큰 영광이었어요.
게다가 진주(<이두나>에서 하영의 역)는 서브 여주잖아요. 여태까지 맡았던 역할 중에 제일 비중이 컸어요.
그렇죠. 사실 제 첫 주연작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땠어요?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너무 컸나 봐요. 감독님이나 주변 동료 배우들한테 이것저것 계속 물어봤어요. 저보다 나이 많은 양세종 배우나 저보다 어린 수지 배우나 다들 오빠 언니 하면서 지내지만, 사실 다들 저보다 경력으로 선배님들이시거든요. 둘한테도 계속 물어봤고 또 큰 도움을 받았죠. 다행인 건 작품 자체가 또래들이 대학가 주변에서 어울리며 벌어지는 얘기라 현장에 또래 배우들이 정말 많았어요. 서로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눴고, 친해졌고, 왁자지껄했죠. 감독님과 주연 배우들이 현장을 일부러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준 것 같아요. 다 같이 놀 수 있게 회식도 자주 했거든요. 나중에는 정말 인물에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촬영이 끝나고 거기서 헤어 나오기가 힘들었을 만큼요.
 
셋업 슈트, 이어링, 네크리스 모두 아미. 이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셋업 슈트, 이어링, 네크리스 모두 아미. 이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첫 주연이라 더 그랬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든 회차에 다 나오고 그만큼 대사량도 많아졌죠. 전작들과는 완전 달랐겠어요.
그게 아주 정확한 포인트예요. 전작 중에도 매회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있긴 했지만, 이번 작품은 완전 달랐어요. 캐릭터 때문에 일상이 이렇게 크게 영향을 받은 건 처음이었는데, 아무래도 분량도 많고 작품에서 겪었던 이런저런 경험들이 처음이라 그랬던 것 같아요. 정말 이상했던 건 <이두나>가 넷플릭스에 공개될 때의 심정이었어요. 마음이 너무 이상하고, 진주라는 캐릭터, <이두나>라는 드라마랑 이별하는 것만 같더라고요.
공개일에 기쁜 게 아니라 슬펐군요.
물론 기쁜 마음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 이면에는 아쉽고, 서운하고,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더라고요. 저도 정말 작품에 그런 감정을 가져보기는 처음이었거든요. 아마도 공개 전까지는 우리끼리 후시 녹음을 위해 모이기도 하는 등 드라마의 친구들과 같은 일상이 이어져서 그런 듯해요.
연을 날리다가 정말 높이 날면 줄을 끊는데, 그런 느낌과 비슷할까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경험은 못 해봤지만, 애지중지 잘 키운 아이가 자기 발로 세상에 나서는 느낌이 이럴까요?
촬영 기간이 얼마나 됐어요?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해서 한 8개월 정도 찍었어요.  8개월을 진주로 산 거죠. 그때는 몰랐는데 제가 좀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작품에서 세종 씨 캐릭터인 마냥 착한 21세기형 훈남 ‘원준’이 좀 밉더라고요.
맞아요. 저희끼리도 원준이는 유죄인간이라는 얘기를 했어요. 매번 너무 착하게 굴잖아요. 그렇게 스위트하고 친절한 남자가 어디 있겠어요. 주변에 있는 여자들에게, 특히 진두와 두나에게 자꾸 설렐 수밖에 없는 행동을 보여주죠. 완전 유죄 인간이에요.
제가 보기에도 모든 죄는 원준에게 있어요.
진짜 유죄예요.(웃음)
남자라면 99% 진주를 처음 마주쳤을 때 알았을 거예요. 자기한테 마음 있다는 사실을요. 근데 끝까지 모르는 척하잖아요.
맞아요. 외면하죠.
게다가 최고의 아이돌 스타가 한집에 살면서 자신을 좋아하고, 학창 시절 첫사랑도 대학까지 쫓아올 만큼 좋아한다고요? 이건 뭐 남성 판타지도 아니고….
진짜 말도 안 되죠. 거기다가 심지어 제가, 아니 진주가 원준이한테 고백까지 하잖아요. 그런데 결국 원준이는 두나랑 이어져요. 제 마음, 아니 진주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몰라요.
아이고… 아직도 못 벗어나고 진주 마음을 느끼고 계시는군요.
저는 그래서 감독님한테 “여기서 진주가 고백하면 될 것 같은데 진주는 왜 이렇게 답답하게 굴어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때 감독님이 그러셨어요. 이 작품에선 자꾸 조금씩 어긋나는 사랑의 타이밍을 표현하고 싶다고요.
엇! 연기를 하면서는 진주로서 원준이가 자신을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군요?
예. 특히 고백할 때는 두나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결과를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진주의 감정에 완전히 몰입했어요.
아… 그 마음 너무 잘 알아요. 실패할 것 같은 고백을 멈출 수 없는 마음. 타이밍 때문에 사랑에 실패해본 적 있어요?
아뇨. 현실의 저는 타이밍이 어긋났다고 생각하지 않고 ‘아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인가 보다’ 하고 정리하는 편이에요. 마음 아프지만, 그건 그 자체로 받아들이죠.
재밌는 게 원준이가 혹시 두나랑 사귀다가 헤어질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헤어질 때 진주에겐 꼭 남자친구가 있어요. 한 번 맞지 않은 타이밍은 좀처럼 맞지 않아요.
맞아요. 생각해보니까 그런 면에서는 정말 타이밍이라는 게 있긴 하죠.
지금도 약간 진주 생각을 하면서 울컥한가 봐요. 연기를 하면서는 언제 가장 감정이 격해졌었나요?
원준이를 향한 진주의 마음이 점점 커지는 구간이 제일 힘들었죠. 원준을 점점 깊이 좋아하게 되는데, 원준이 입에서는 자꾸 두나 얘기가 나와요. 어쩔 수 없이 원준이가 두나를 좋아한다는 걸 깨닫게 되고, 확신하게 되죠. 그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게 결국 진주가 불꽃놀이를 배경으로 고백하는 장면인데, 실제로 너무 홀가분했어요. 슬프지만, 난 널 좋아했고 고마웠어, 라는 여러 감정이 제 안에 가득 차 있었죠.
다들 나이 차가 어떻게 되나요?
서윤택 역의 김민호 배우가 1990년생, 이원준 역의 양세종 배우가 1992년생, 저랑 최이라 역의 박세완 배우가 1993년생, 이두나 역의 수지 배우가 1994년생, 구정훈 역의 김도완 배우가 1995년생. 뭐 이런 식으로 차곡차곡 비슷했어요.
 

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송시영
  • STYLIST 오주연
  • HAIR 조미연
  • MAKEUP 오가영
  • ASSISTANT 신동주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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