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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게임 유튜버 김블루가 여전히 흉내낼 수 없는 분위기를 내는 이유
1세대 게임 유튜버 김블루가 지금도 여전히 흉내 낼 수 없는 색채를 내는 이유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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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궁금했던 질문부터 할게요. 게임을 잘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방송에서만 여유롭게 보일 뿐 뒤에서는 피나는 훈련을 한다든가.
아뇨. 밤낮없이 하긴 하는데 그게 딱히 노력은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재미있으면 잘하고 싶으니까 계속하게 되는 거죠. 저라는 사람 자체가 뭘 할 때 특정한 목표보다 그때그때 보상이 좀 더 중요한 스타일이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한 게임이 손에 익으면 다른 게임도 좀 수월하게 할 수 있고요. FPS(1인칭 슈팅 게임)가 다 비슷비슷하거든요, 하다 보면.
그렇다고 하기에는 프로게이머들에게 비빌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잖아요. 레전드 플레이 영상도 많고.
그건 과찬입니다. 비빌 정도는 아니고요. 좋게 말해 ‘살짝 터치할 수 있다’ 정도죠.(웃음) 아마추어와 프로게이머 사이에는 이렇게 커다란 벽이 있는데, 저는 이쯤에 있는 거예요(아마추어 영역의 상단 지점을 가리키며). 그런데 저는 그게 저희 채널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딱딱하지 않게 예능적인 재미도 주고, 또 실력에서 오는 쾌감도 있고. 사실 요즘은 게임 방송 진행자가 꼭 게임을 잘할 필요는 없거든요. 옛날에는 게임 방송이 잘하는 사람의 플레이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한다는 의미가 컸는데, 요새는 오히려 못하는 사람이 더 많아요. 못해야 재미있는 장면이 많이 나오니까.
저는 <악동 김블루> 채널의 가장 큰 매력이 특유의 분위기라고 느꼈어요. 주로 FPS, 그러니까 서로를 맞추는 게임, 빠르고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게임을 하는데도 큰 소리나 험한 말이 나오는 법이 없죠. 게임 방송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평화롭고 아늑한 분위기예요.
어쩌면 그것도 연장선에 있는 거죠. 게임을 잘하려고 막 노력했다면 저도 입에 욕을 달고 살았을 수도 있거든요.(웃음) 게임에는 경쟁전이라는 게 있고, 랭크가 있고, 순위를 매기기도 해요. 저도 그런 걸 한번 시도해봤는데, 실시간으로 성격이 나빠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우리 독자들이 이런 사람을 보려고 오는 게 아닐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관뒀어요. 그 뒤론 경쟁전 같은 데에는 아예 안 들어가요.
13년 동안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정립한 <악동 김블루> 고유의 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어떻게 보면 13년 동안 해왔다는 것 자체가 채널의 강점이 되기도 해요. 제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했으니까 지금껏 쌓아온 유대가 있을 거잖아요. 학생이었다가 이제 결혼하고 아이 키우는 분도 있고, 직장인이 된 친구도 있거든요. ‘오래 했다’는 게 채널의 강점이라는 말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저한테는 든든하게 느껴지는 거죠. 시청자들과 함께 커나간다는 느낌이 있어요.
경쟁에 목매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또 장비 욕심은 있는 것 같더라고요.
게임을 계속할수록 작은 차이에 예민해지기 때문에 나중에는 그것 때문에 짜증을 내게 돼요. “이런 장비로 무슨 게임을 해!” 하면서.(웃음) 꼭 그게 아니더라도 장비는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너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저는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초등학생 때 PC방에 있는 마우스를 갖고 싶어 피카츄 돈까스가 너무 먹고 싶은데 끝까지 참고 돈 모아서 사고. 그게 로지텍 G1이라는 마우스였는데, 2만원쯤 했거든요. 피카츄 돈까스가 500원쯤 했으니 적어도 40번은 안 먹고 참은 거예요.(웃음) 그런데 그렇게 마우스를 들였는데도 PC방에서 하던 것 같지가 않아. 그래서 모니터도 바꿔보고, 마우스 패드도 바꿔보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PC방을 안 가게 된 거죠. 게임을 하기에는 내 컴퓨터가 훨씬 나으니까.
지금 로지텍과 이렇게 다양한 협업을 하는 게 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부분이 있겠네요. 어린 시절의 드림 브랜드였으니까.
의미가 엄청 크죠. 사실 어릴 때뿐만 아니라 저는 로지텍에서 협업 제안이 들어오기 전에도 계속 로지텍을 써왔거든요. 지슈라(로지텍 G 프로 X 슈퍼 라이트의 애칭) 쓰다가 지슈라2 나온 후로는 그것만 쓰고. 서브 마우스도 G304를 쓰고 있고요.

베이지 리넨 재킷 7만원대, 팬츠 5만원대 모두 H&M. 스니커즈 50만원 악셀 아리가토.
맞아요. 장비 소개하는 영상에서 G 프로 X 슈퍼 라이트 시리즈를 게임 마우스의 ‘국룰’이라고 하기도 했죠.
지슈라가 처음 나왔을 때는 진짜 업계 전체에 엄청난 센세이션이었어요. 아이폰이 처음 나온 정도의 사건이었죠. 가볍고, 안정성도 높고, 게임과 싱크를 맞추는 프로그램도 잘 되어 있고, 그냥 말이 안 되는 물건이었어요. 지슈라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이후로 이제 비슷한 제품들이 나오기 시작한 거죠.
마인크래프트로 처음 방송을 시작하셨죠. 그런 몽글몽글한 샌드박스 형식 게임으로 시작해서 한때는 GTA 같은 폭력 성향이 짙기로 유명한 어드벤처 게임도 하시다가, 지금은 FPS인 배틀그라운드를 하고 있어요.
그냥 그때그때 저한테 재미있으면 하는 거예요. 아까 얘기했듯이 일단 저는 제가 재미있어야 계속할 수 있고, 실력이 늘고, 그래야 계속할 수 있는 스타일이거든요. 제 큰 단점이자 장점이죠. 스스로 재미없는 걸 해도 텐션을 잘 끌어올릴 수 있는 유튜버들도 많은데, 저는 그런 게 도무지 안 되더라고요. 재능 부족이에요. 그래서 앞으로도 <악동 김블루>는 저한테 재미있는 것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냉철하네요. 김블루 씨는 굉장히 느슨한 느낌을 주는 사람인데, 또 한편으로는 굉장히 단단한 사람 같기도 해요.
아뇨. 저는 단단한 사람은 못 되는 것 같아요. 삶이 녹록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삶이 녹록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는 말을 하면서 그렇게 웃을 수는 있는 사람이잖아요.
(웃음) 그렇게 생각하면 또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제가 또 팔랑귀라. 저도 힘들어할 때가 많아요. 그러면 그냥 잠을 자는 편이죠. 인간이 정신적으로 힘들어지는 건 보통 새벽이거든요. 그럴 땐 자야 해요. 물론 한 번씩은 푹 자고 일어났는데도 나아지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럼 생각하죠. ‘뭐가 문제지?’ ‘게임이 재미없어졌나?’ 십중팔구는 그거예요. 그럼 쉬어야죠. 한 3일 쉬면 또 게임이 하고 싶고, 팬들도 보고 싶고, 그렇게 돼요. 그때그때의 상황에 가볍게 대처하는 편입니다.
비결은 자기 일을 좋아하는 것이라는 얘기로 들리네요. 176만 유튜버이시잖아요.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숫자가 전면에 드러나고 금방 비교가 된다는 특징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을 법한데, 그런 영향은 별로 받지 않는 편인가 봐요.
있죠. 조바심까지는 아니지만 압박감은 있어요. 뭘 올렸는데 반응이 조금 덜하다, 그러면 ‘내가 여기서 어떤 걸 더 보여줘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13년 동안 몇천 개의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거기서 뭘 더 해야 할지 막막해지는 거예요. 재작년, 작년에 특히 그런 고민이 심했어요. 요즘은 좀 나아요. 샌드박스(김블루의 소속사)와 같이 고민도 하고, 블동부(김블루의 회사) 직원들과도 대화를 많이 하니까.
‘팀 맨’이 되어가고 있는 거군요.
맞아요. 팀 맨. 거기서 해결책을 찾은 것 같아요. 또 하나의 문제가, 제가 좋아하는 게 점점 낡는다는 부분이었거든요. 예를 들어 저는 메이플스토리, 서든어택, 마인크래프트 이런 게임들을 아직도 좋아해요. 그런데 그런 게임들을 언급하면 이제는 ‘레트로’ 취급을 받는 거죠. 오랜 팬들은 그런 얘기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또 새로운 팬들은 공감을 못 하더라고요. 거기다 요즘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주제가 정말 빨리 바뀌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아까 얘기했듯이 팀 맨이 되면서 조금씩 정리가 된 거죠. 이 사람은 이걸 좋아하고, 저 사람은 저거에 관심이 많고, 그렇잖아요. 그럼 저는 들어보고 그냥 다 해보는 거예요.
13년이 지난 지금도 김블루는 여전히 뭔가를 배우고 있군요. <악동 김블루>가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가 되면 가장 좋을까요?
글쎄요. 국밥집 같은 채널이 되면 좋을 것 같네요.
국밥집이요?
네. 평양냉면이라고 하려다가 제가 평양냉면을 안 좋아해서.(웃음) 간이 슴슴해 자주 먹을 수 있고 오래 찾게 되는 단골 식당 같은 느낌이면 좋을 것 같아요.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제 팬들 중에는 이제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런 친구들이 자녀와 함께 보는 채널이 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철권이나 피파 같은 게임이 세대를 잇는 역할을 했듯이, <악동 김블루>가 그런 의미가 될 수 있다면요.
Credit
- FEATURES EDITOR 오성윤
- FASHION EDITOR 이다은
- PHOTOGRAPHER 임한수
- HAIR & MAKEUP 김환
- ASSISTANT 송정현
- ART DESIGNER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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