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지금 한국의 러너들이 회현동 피크닉으로 모이는 이유

간증이 공유될수록 달리기 신앙은 깊어진다

프로필 by 박세회 2024.04.13
Tim Adorf, 'MUITEE'.

Tim Adorf, 'MUITEE'.

달리기는 '몸의 명상'이다. 현대 명상은 우리말로 '마음챙김'(Mindfulness)으로 번역하는데, 달리기를 할 때 우리 몸이 하는 일을 '몸챙김'(Bodyfulness)이라 표현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의 달리기는 트레드밀 위를 뛰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울퉁불퉁하고, 지면의 마찰이 다른 도로 위를 뛰며 시각으로 내 발에 닿는 지면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내 몸의 근육들을 조절하는 무의식의 경험을 의식하는 행동, 그것이 몸챙김의 요체다. 지난밤에 잘못된 자세로 자면서 조금 굳었던 어깨 근육의 상태에 맞게 나도 모르게 팔의 움직임이 조절 혹은 조정되고, 시선을 멀리 던지고 양 팔의 밸런스를 맞추다보니 데스크에 오래 앉아 있느라 구부정해졌던 허리가 곧게 펴진다. 집단 러닝을 하는 러너들은 이런 달리기 신앙에 대한 간증들을 포카리 스웨트를 마시며 주고 받는데, 서로의 깨달음을 얻을 공유할 때마다 달리기에 대한 신앙은 깊어진다.
이형구, 'Homofugax'.

이형구, 'Homofugax'.

당신의 달리기 신앙을 더 깊게 하고 싶다면, 아주 좋은 기회가 가까이에 찾아왔다. 신선한 주제들로 다양한 형태의 종합예술 전시를 선보이는 회현동의 전시 공간 '피크닉'(Piknic)에서 달리기를 주제로 한 전시 <달리기 :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를 선보인다. 전시 타이틀은 20세기 스포츠 영웅이자 체코 민주화 인사였던 에밀 자토펙(Emil Zátopek)의 어록으로부터 따 왔다. 날아가는 새에게 날개가 있고 헤엄치는 물고기에게 지느러미가 있듯, 달리기는 두 다리를 가진 인간이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이다. 전시를 보면 에밀 자토펙이 달리는 영상 옆에 이런 설명이 적혀 있다. "자토펙은 매일 40km를 달리는 극한의 훈련을 자발적으로 수행했다."
전시는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과 문헌, 영상 자료 등을 통해 현대인과 달리기의 관계성을 탐구한다. 크게 ‘몸’, ‘러너들’, ‘연습과 훈련’, ‘출발선’ 등 네 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인체에 대한 해부학적 접근으로 방대한 작품 세계를 선보이는 조각가 이형구를 비롯해, 시선을 강탈하는 가설 건축으로 도시 미관을 바꾸는 베를린 건축 그룹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Plastique Fantastique), 역동적인 키네틱 아트를 통해 스타로 부상한 스위스 설치미술가 지문(Zimoun), 현대무용 크리에이티브 그룹 아트프로젝트보라와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 등 다양한 예술가의 작업이 ‘달리기’라는 화두 아래 새롭게 해석된다.
특히 지난해 시카고 마라톤 완주에도 성공했던 배우 겸 사진가 류준열을 비롯해, 100회 이상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던 아티스트 노보(Novo), 고립된 상태에서의 단련 경험을 작품으로 승화한 루시 맥래(Lucy McRae) 등, 자신의 삶 속에서 달리기를 실천해온 작가들의 자기고백적 작품들이 눈에 띈다. 자토펙과 손기정을 비롯해 인류 최초로 마라톤 2시간의 벽을 깬 엘리우드 킵초게 등 달리기와 관련된 흥미로운 인물들의 일화도 함께 소개된다.
전시는 7월 28일까지 약 4개월간 진행된다. ‘달리기’라는 실천적인 전시 주제에 맞춰, 피크닉 별관 러너스 라운지(runner’s lounge)에서는 러너들을 위한 물품 보관과 슈케어 등 관람 후 달리기를 체험할 수 있는 편의가 제공된다.
요컨데 이 전시의 핵심은 러닝 쇼츠를 입고 러닝화를 신고 가서 전시를 감상하며 러닝 신앙에 대한 여러 선지자들의 은혜로운 말씀을 잔뜩 가슴에 안고 들뜬 마음으로 곧바로 뛰어보는 것이다. 종로 거주 러너로서 추천하는 코스는 청계천이다. 신호등 없이 긴 구간을 달릴 수 있는 도심 최적의 코스로, 중간에 단절 구간이 있는 청계천의 남측 보도(남산쪽)보다는 북측(광화문 쪽) 보도로 뛰는 것을 권장한다. 피크닉에서 청계천을 따라 뛰면 동대문 도매상가까지의 거리는 대략 3km로 동대문 도매상가에서 회귀해 광화문 인근 청계광장으로 돌아가는 6km의 아름다운 코스를 즐길 수 있다.
아트프로젝트보라, '러너 _ 시간 기록하기 2'

아트프로젝트보라, '러너 _ 시간 기록하기 2'

이번 전시의 후원은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과 문화 속에 러닝 그리고 스포츠에 대한 영감을 선사하고자 하는 나이키가 함께한다. 전문 러닝 코치의 주도 아래 매월 새로운 컨셉으로 서울의 다양한 러닝 코스를 체험하는 ‘그룹 런’ 프로그램이 격주로 제공된다고 하니, 참가 신청을 해봐도 좋겠다. 전시에는 달리면서 감상하는 체험형 작품들이 있으므로 가급적 운동화 착용을 권장하며, 나이키 제품 착용자에게는 20%의 티켓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자세한 정보 확인 및 예약은 피크닉 홈페이지 (www.piknic.kr)를 통해 할 수 있다. 4월 5일 개관한 전시는 7월 28일까지 계속된다.

Credit

  • 피크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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