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칸디다 회퍼가 공간을 바라보는 눈은 왜 특별한가

사진 예술의 새로운 관점을 발견한 작가 칸디다 회퍼를 만나보자.

프로필 by 박세회 2024.06.27
‘Komische Oper Berlin II 2022’, Inkjet print, 180x250.8cm. ⓒCandida Hofer / VG Bild-Kunst, Bonn 2022.

‘Komische Oper Berlin II 2022’, Inkjet print, 180x250.8cm. ⓒCandida Hofer / VG Bild-Kunst, Bonn 2022.

1959년, 독일의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는 처음으로 사진을 독립된 전공과목으로 인정하고 교수를 임용해 수업을 시작했다. 힐라는 이 학교에 ‘사진으로만 된 포트폴리오’를 내고 입학한 첫 학생이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베른트 베허라는 남자와 얘기가 통했다. 사진을 예술로 파고드는 그 남자와 1961년에 결혼했고 둘은 함께 작업했다. 부부는 1976년 뒤셀도르프 사진학교를 설립하고 1998년까지 약 70여 명의 학생을 배출했다. 이 뒤셀도르프 사진학교에서 사진을 배운 예술 사진가들을 ‘베허 학파’라 부른다. 독일뿐 아니라 전 세계 사진 예술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학파로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토마스 루프 그리고 칸디다 회퍼 등이 속해 있다.
모든 예술은 새롭게 보는 것을 좋아한다. 라이터는 같은 사건을 생경한 관점과 새로운 말로 풀어내 새롭게 보게 하고, 페인터는 같은 경관의 빛을 다른 양식으로 그려내 그 경관이 다르게 보이게 한다. 회퍼의 사진에서 공간은 마치 우리가 있는 세상의 것이 아닌 듯 새롭다. 특히 가장 인기 있는 그의 오페라 하우스 연작들을 보면, 단순히 중형 카메라를 썼느냐 시프트 렌즈를 썼느냐의 기술적 성취 이상의 새로운 느낌을 전달받는다. 회퍼의 작품을 전시 중인 국제갤러리의 이승민 데퓨티 디렉터는 “렌즈 너머에 있는 강한 자아가 느껴지는 수많은 사진가가 있는 반면 회퍼의 사진에서는 거리를 두고 공간을 포착하는 무관성이 느껴져서 좋다는 의견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회퍼는 사람들을 통제하지 않고 카메라를 설치한 후 기다리다가 사람이 없는 순간을 촬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2001년에 스위스의 세인트 갈렌 도서관을 찍었을 때는 장노출 때문에 흐려진 사람들의 흔적이 찍혀 있지만 이번에 같은 장소를 다시 찾아 찍은 사진에는 사람이 없다. 그런 태도 역시 사진에 어떤 식으로든 드러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초이앤초이 갤러리의 디렉터 남달라는 칸디다 회퍼의 오피스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큐레이터다. “회퍼는 워낙 말을 길게 하는 작가가 아녜요. (기자들은) 늘 회퍼에게 사진에 담긴 메시지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회퍼는 대답하고 싶지 않아해요. 그런데 그건 아마도 그 메시지라는 것이 문장이나 문단의 수준이 아니라 하나의 단어 혹은 감정의 단상 같은 거라 언어로 설명할 수 없어서는 아닐까, 라고 생각해요.” 그가 말했다. 당신이 무엇을 느끼든 좋다. 다만 직접 가서 보기를 바란다. 칸디다 회퍼의 개인전 <RENASCENCE>는 국제갤러리 서울에서 7월 28일까지 열린다.

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 국제갤러리 제공
  •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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