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재킷, 니트, 팬츠, 모두 맥퀸 by 션 맥기르. 이어커프 포트레이트 리포트. 벨트, 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박지환) 재킷 에스티유. 이너 톱, 카디건 모두 레이블리스. 팬츠 아조바이아조. 벨트, 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박세완) 드레스, 슈즈 모두 페라가모. 이어링, 글러브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승우) 재킷 도프제이슨. 팬츠 에스티유. 슈즈 캠퍼 랩. 이어커프 포트레이트 리포트. 이너 톱, 네크리스, 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서현우) 셔츠, 팬츠, 슈즈, 타이 모두 보테가 베네타. 시계 파텍 필립 by 빈티크. 서스펜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 니트, 팬츠 모두 페라가모. 셔츠, 타이, 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동방유빈이라는 이름이 강렬해요. 아이돌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아이돌이 떠오른다면 개인적으로는 좀 죄송하죠.(웃음)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으로 연기대상을 탄 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코미디 작품인데요.
웃음을 느끼는 포인트는 개인마다 너무 다르니까 전작이 좋은 평가를 받아서 부담된다거나 하는 부분은 전혀 없어요. 그것과는 별개로 코미디 자체가 아주 힘든 장르죠. 개인적으로 코미디를 정말 좋아하지만 코미디 연기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고, 그게 항상 공존하는 것 같거든요. 현장에서도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우리 드라마 색깔과 어울릴 만한 게 무엇일까 적정선을 찾으려고 늘 고민해요. 무리수를 두고 과한 코미디는 지양하는 편이고요.
동욱 씨는 넘치는 필모그라피 중에 비슷한 역할을 맡은 적이 드물어요.
비슷한 결의 역할을 맡으면 시작점에서부터, ‘다른 모습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는 순간 틀에 갇히는 것 같아요. 대본에 쓰여 있는 것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캐릭터가 작품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과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들을 온전히 파악하는 게 먼저 이뤄져야 하죠.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으로 ‘이런 걸 해보면 좀 달라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위험한 것 같고요.
이번에 연기하신 동방유빈은 전국 검거 실적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은 강력반에 부임하는 엘리트 신임 반장이죠. 캐릭터 소개를 보니 두뇌, 외모, 운동신경, 학벌까지 다 가진 ‘완벽한 인간’ 같더라고요.
연기를 하기 앞서 첫 번째 드는 생각은 쑥스러움. 그러다가도 ‘이런 완벽한 사람이 실제 존재할까?’ ‘이렇게 완벽한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을 하다 보면 재미있더라고요. 실제 저는 소위 말하는 ‘천재성’이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아주 뛰어난 것도 없고, 아주 모자란 것도 없는 사람이죠.
실제로 그래요. 저를 직접 겪어본 사람 중에 다르게 느낀 사람도 있겠지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서 보면 배우 김동욱이라는 사람은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긴 하거든요. 외모나 스타일이 튀는 편은 아니죠.
너무 겸손한 말씀 아닐까요? 한 분야에서 최고상을 받은 사람, 연기로 대상까지 수상한 배우잖아요. (김동욱은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으로 2019년 MBC 연기대상 대상을 받았다.)
그건 그냥 기쁜 일이죠. 그게 내 실력에 대한 보상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너무 거창하고요. 상 받은 날은 사람들과 축하를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그 순간이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어요. 한 작품이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사랑받은 일에 감사하더라도 그 작품 안에서 끝나는 거잖아요. 배우는 항상 다음 작품을 해나가야 하는 사람이니까요.
동방유빈 역할을 준비하면서 또 어떤 부분에 노력을 들이셨을까요?
작가님께서 설정한 것들 외에 배우인 제가 창의적으로 찾아낸 모습을 잘 엮어 보여줄 때 아무래도 캐릭터가 더 입체적인 인물로 완성되는 것 같아요. 엘리트 팀장임을 보여주는 설정은 대본에 이미 충분히 들어 있었어요. 제가 한 건 일을 할 때의 동방유빈과 혼자 있을 때의 동방유빈은 어떻게 다를지 떠올려보는 거죠. 다양한 상황에 놓였을 때 인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생각해놓으면 예측 가능한 모습들에서 조금씩 벗어난 디테일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올해로 데뷔 20년 차예요. 점점 커지는 숫자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나요?
제가 이제 마흔한 살이니까 삶의 반을 연기를 하면서 보냈네요. 딱히 감격스럽거나 뭉클하진 않아요. 20년이 지나도 연기는 항상 어렵고 간절한 마음이 들어요. 매력적인 작품을 만나고 싶고, 만나면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은 늘 같아요.
전성기가 왔냐는 질문에 항상 손사래를 치셨죠. 어떤 순간에야 실감이 날까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느끼지 않을까요? 제 전성기는 아직이라는 걸.(웃음) 제 상황에 만족을 못 한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연기하는 동안 감사한 순간이 많았고, 그저 아직 보여드려야 하는 것들이 많이 남았다는 거죠. 언젠가 왔으면 좋겠어요. 기자님들이나 만나는 사람들마다 전성기가 왔다고 말씀해주시면 이때인가 보다 하겠죠.
그간 지나온 많은 작품 중 기억에 깊이 남는 역할은 뭔가요?
기억에 남는 역할이요. <국가대표> <손 the guest> <후궁>…. 사실 너무너무 많아요. 제가 한 역할들 하나하나 정말 많이 아꼈어요. 연기하는 제가 좋아하지 않으면 어떻게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겠어요? 항상 그런 애정을 갖고 작품에 임했죠.
요즘 옛날 콘텐츠가 다시 유행하면서 <커피 프린스 1호점>을 보는 젊은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진하림’을 아이돌처럼 좋아하던데요.
한 2~3년 전에도 느꼈는데 또 돌아왔나요?(웃음) 그때 어떤 학생이 저한테 와서 ‘커프’ 재미있게 봤다길래 부모님이 본 건지 본인이 본 건지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어요. 작품으로 기억되는 것도 특별한 일인데, 역할의 이름까지 기억되는 것은 신기한 일이죠.
지금까지 작품들을 마치고 나면 항상 좋은 사람들이 남았어요. 정말 운이 좋은 거죠. <강매강> 역시 작품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에 가장 감사해요.
코트, 니트, 팬츠 모두 베르사체.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복싱 선수 출신의 형사인 무중력 역할을 맡으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캐릭터일까요?
무중력은 무지개 같은 사람이에요. 우중충한 날씨에 떠요. 그리고 되게 다양해요. 색깔도 다채롭고, 보는 방향에 따라 환하기도 하고 어둡기도 하죠.
무중력을 무중력답게 만드는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약간 체구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운동으로 벌크업을 하려고 했는데, 되레 살이 쪄버렸어요. 초반에는 잘 하다가 너무 바빠져서 운동을 못 하게 돼서 무려 10kg이 쪘죠. 인생 최고 몸무게를 찍었는데, 그래도 은퇴한 복싱 선수 같은 느낌은 나지 않을까 싶어요.
“감이 온다.” 무슨 일만 일어나면 이 말을 되게 자주 해요.(웃음) 그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감이 좋은 사람이에요.
대본에 적힌 웃음을 실제 웃음으로 만드는 과정이 사람들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건 제가 가진 능력이 아니에요. 저는 20%를 아주 정성스럽게 준비하면 되고 같이 연기하는 상대방이 가진 힘을 제가 받는 거죠. 그래서 완벽하게 준비해갈수록 못 받아요. 그렇게 되면 제 것만 하니까. 하지만 20%만 준비했는데 상대가 움직이지 않으면 모험일 수도 있거든요. 서로의 합이 안 맞는다고 짜증 낼 일이 아니라 계속 믿어야 해요. 처음엔 어색하더라도 그 시간을 스트레스로 보내지 않고요.
저는 코미디라는 장르를 한다고 잘라서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과 상황을 가지고 작업을 하고 있는 거죠. 관객들이 보시기에 그것들은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겠죠. 다만 제가 그간 선배들과 함께하면서 배운 건 연기 활동의 내공은 유머에서 나온다는 가르침이었어요. 존경하는 선배들이 항상 이렇게 얘기하셨거든요. “지환아, 아무리 심각하고 아무리 죽을 것 같아도 작품은 유머가 있어야 해.” 신기하게도 이 말을 깊이 새기고 난 후부터 관객분들이 저를 좋아해주기 시작했어요. 내가 한껏 멋있어 보이려고 할 필요만은 없구나 싶었죠. 제가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현장에서 만난 배우들과 작품을 통해 좋은 이야기를 해나간다는 사실엔 변함없어요.
저는 끊임없이 좋은 사람들을 찾아 헤매거든요. 혹여 다른 사람들이 인정을 안 하든 어떻게 판단하든 제가 좋으면 저는 그 사람의 좋은 면만 봐요. 그러다 보면 늘 배울 게 있고 그 사람이 자신을 증명하는 시기가 오거든요. 제가 봐서 찾아낸 아름다움이면 저는 좋은 것 같아요.
장이수라는 이름으로 알았는데 박지환이라는 이름이 다가오는 것처럼요?
삶이죠. <명자 아끼꼬 쏘냐>라는 영화 아세요? 그거랑 비슷해요. 사람은 한 명이지만 한 이름으로 불리지 않을 때도 있어요. 제가 인생을 어떻게 할 수 없는 거예요. 저 옛날에 깡패 연기만 했잖아요. 그러다 아빠도 하고 삼촌도 하고 장이수라고 불리기도 하고 또 나중에 무언가로 불리게 될 거예요. 여러 이름을 남길 수 있음에 그냥 감사한 거죠.
천만 관객을 모은 건 기분 되게 좋죠. 그런데 마동석 선배, 이병헌 같은 선배가 끌어 모은 데에 저는 반짝하고 투입된 거예요. 챔피언스 리그에서 딱 10분 20분 뛴 격인데 타이틀을 얻게 된 셈이니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만든 이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함이 가장 커요.
대화를 나눌 때 단어의 선택이 촘촘해요. 아무래도 시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겠죠?
연극할 때 저는 뜨거움을 많이 가졌고 다른 선배들은 차가움을 가졌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저는 강렬했지만 섬세하지 못했어요. 그게 어떤 차이일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했는데, 선배들은 분장실에서 항상 책을 읽고 있더라고요. 선배들과 어울리면서 저도 책을 읽고 싶은데 어떤 걸 봐야 할까요 물었죠. 선배들은 항상 좋은 것들을 추천해줬어요. 그걸 읽다 깨달은 거예요. 훌륭한 선배와 동료들한테 길들여진 거죠.
‘내 노트’라는 수많은 노트가 있음을 밝히셨어요. 요즘에는 뭐가 적혀 있어요?
요즘에는 적기보단 다른 사람들의 대답이나 이야기, 연관된 지점들을 수집하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어요. 예전만큼 방대한 상상력이나 필력이 생겨나질 않아요. 나이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근데 나쁜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선배들도 이런 시기를 지내셨을 거고, 저도 적당한 시기를 지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왜 작심 발언을 쏟아냈나, 3만 년 세월 모과나무를 정원에 심은 남자 이야기, 정영선 조경가의 이야기, 종묘에 대한 것들.
9월에는 배우님의 모습을 자주 보겠어요. 티빙의 <우씨왕후>, 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디즈니의 <강매강>까지.
다 타이트하게 촬영한 작품들이에요. 그만큼 그중 어떤 작품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대본이 너무 좋아 안 할 이유가 없었고 (윤)계상이 형과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함께해서 작은 역할이라도 감사하게 참여했죠. <강매강>은 현장의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고 싶었고, 거기서 행복을 찾은 작품이었어요. 모두 배움의 기회가 있는 작품들이었고 제 연기 생활의 전체적인 상황에서 선택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가는 순간들이기도 했어요. 그러니 모쪼록 재미있게 봐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재킷, 니트, 셔츠, 복서 브리프 모두 미우미우. 링 센티멍. 이어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최대한 안 나가려고 해요. 저희 집 거실은 소파가 없고 테이블 하나만 있어서 꼭 카페 같거든요. 일어나자마자 청소 좀 하고 커피 내려서 베란다 바라보는 시간을 제일 좋아해요. 비 오면 노래도 안 틀고 빗소리를 듣고요. 제습기 켜서 집 안은 뽀송뽀송하게. 무슨 말인지 아시죠?(웃음)
<강매강>이 ‘강력하진 않지만 매력적인 강력반’의 줄임말인 걸 알고 괜스레 힘이 났어요. 반드시 최고가 될 필요는 없다고 위로받는 것 같아서.
<강매강>을 찍고 있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도 다 무슨 뜻이냐고 물어봤어요. 제목부터 호기심을 유발하는 건 굉장히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했죠. 저는 제목에 ‘안 된다’ ‘없지만’ ‘싫다’ 이런 부정적인 표현이 들어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강매강>에도 ‘않지만’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만 전체적으로 희망을 주는 느낌이라 무척 맘에 들었어요.
결국은 강력한 강력반으로 거듭나는 이야기인가요?
다른 사람들이 보면 부족하다고 할 수도 있는데, 저희들은 강력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합이 안 맞는 강력반에 동방유빈 반장님이 오면서 사건을 하나둘씩 해결해나가는 이야기인데요. 실제로 촬영하면서 다섯 배우의 합이 점점 좋아지고 나중에는 박자를 따로 안 맞춰도 척척 맞는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솔직하고 털털한 강력반 서열 1위 서민서 역할을 맡았어요. 자칫하면 어디선가 본 듯한 캐릭터가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여자 경찰 역할이라고 들었을 때 조금 겁이 났던 게, 대부분 떠올리는 정형화된 모습이 있을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똑같이 하긴 싫다’는 갈등이 제 안에 있었죠. 그래서 감독님과 미팅할 때도 ‘민서라는 친구가 귀여운 거 좋아할 수도 있고, 검은 수첩 쓰기 싫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얘길 했고요. 그런데 저도 잠복근무할 때는 활동적인 옷을 입어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더라고요. 선입견을 조금씩 깨는 게 또 다른 숙제였어요. 감독님과 직업적인 표현 면에서 큰 침해가 되지 않는 선을 잘 알아보고 경찰분들과 만나서 이야기도 나눠보면서, 최대한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냥 집 앞에 나갈 때는 전혀 안 꾸미고 나가는 정도? 늘어나서 안 입는 티셔츠가 제 잠옷이 돼요. 스투시에서 비싸게 샀는데 버릴 수 없으니까 잠옷으로 활용한 다음 버리는 거죠.(웃음) 얼마 전에 잠옷 티셔츠에 집히는 대로 아무 바지를 입고 집 앞 올리브영에 갔어요. 쇼핑을 마치고 적립하느라 이름을 말했는데 점원분께서 “맞으시죠?”라고 해서 조금 부끄러웠어요. 이제 아무리 가까운 곳이라도 티셔츠는 갈아입고 나가려고요.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로 시트콤을 경험해보셨죠. 2020년대에 시트콤의 부활을 노리는 듯한 작품이었는데, 94년생 배우가 연기하기엔 좀 생소하지 않았나요?
아마 제가 <논스톱>부터 <거침없이 하이킥>까지 다 즐겨 본 마지막 세대일 거예요. 방송을 보려고 약속도 안 잡고 집으로 향할 정도로 좋아했어요. 그래서 <지구망>에 캐스팅됐을 땐 영광이었어요. 제가 의미 부여를 좀 많이 하는 편이에요. 예전엔 시트콤이 스타의 등용문이었잖아요. 제 이름 그대로 사용하는 배역을 맡은 것도 의미가 컸고요. 제작발표회 때 박경림 선배님이 사회를 맡아 진행하시면서 제 캐릭터와 예전에 선배님이 맡았던 역할이 비슷하다고 해주신 것도 정말 기쁜 일이었어요.
<강매강>은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영철 작가와 <감자별 2013QR3>의 이광재 작가가 극본을 썼어요. 대본을 받았을 때 감당이 되던가요?(웃음)
제가 뭐든 할 거면 확실히 해야 하는 성격이라 회사에서 걱정할 정도예요. 역할에 완전히 몰입해야 하거든요. 이번 작품에서는 예뻐야 할 때도 있고 망가져야 할 때도 있었는데, 일단 최선을 다했다고만 알아주세요.(웃음)
드라마 <이두나!>에서 주짓수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죠. 이번에도 액션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저는 속에 화가 별로 없거든요. 싸우는 거 싫어해요. 주짓수를 할 때도 상대를 넘어뜨려야 한다는 의지가 필요한데, 그게 없으니까 좀 안 맞았죠. 근데 액션은 또 재밌어요. 겨룬다기보다 합을 맞추는 거니까요. 이번 촬영에서도 액션 신을 찍고 나면 몸이 힘든데도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거 보면 꽤 좋았나 봐요.
그간 <최종병기 앨리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박하경 여행기>처럼 주제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독특한 작품에 많이 출연해왔어요.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누구나 그렇듯이 작품을 선택할 때 외부의 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었어요. 다른 누군가의 선택이나 조언에 흔들려서 임하면 같은 것도 더 힘들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좀 돌아가더라도 제 자신이 행복한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외모가 특정 역할에 잘 어울리는 배우들이 부럽기도 했는데 이제는 어떤 역할도 할 수 있는 제 모습이 꽤 맘에 들어요. 계속 변화를 주면서 개성 있는 역할을 맡는 게 좋아요. 전 연기 오래 할 거니까요.
재킷, 니트, 셔츠 모두 겐조. 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강매강>에서 맡으신 정정환이라는 캐릭터는 ‘생활형 형사’라고 소개되어 있더라고요.
딸만 넷인 집안의 가장이고 생활감을 입기 전에는 사격 국가대표였다는 특별한 전사가 있는 캐릭터예요. 아내와 관계를 딱 네 번 했는데 네 번 다 아이가 생겼고, 그 상황에서 아이들을 잘 키워보고자 절약정신이 투철해진 인물이죠.(웃음) 포인트 적립에 광적으로 집착하면서도 수사할 때는 순간순간 놀라운 사격 솜씨와 눈빛이 나와요.
육아도 사격도 현우 씨에게는 너무 낯선 얘기 아닌가요?
가정을 꾸린 저희 친형이라든지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촬영감독님도 육아를 하고 계셔서 아이를 안을 때의 손동작 같은 디테일한 것들을 많이 알려주셨어요. 제가 아이를 영화 <보디가드>의 케빈 코스트너처럼 번쩍 안으려고 했더니 세상 어느 아빠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리고 정말 운이 좋게도 무술 지도해주신 팀에 전직 사격 선수분이 계셨어요. 전문가들이 알려주면 저는 그냥 스펀지처럼 잘 빨아들이기만 하면 되었던, 아주 좋은 현장이었습니다.
생활에 깊이 맞닿아 있는 모습을 연기하는 건 어려운 일일 것 같기도 해요.
시청자나 관객들 역시 생활에 근접해 있잖아요. 자연스럽고 공감되는 일상의 질감을 누구보다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인 거죠. 일상 연기를 할 때는 자기 검열과 관찰을 많이 해요. 중요한 포인트라면 ‘얼마나 공감이 되느냐’인데, 사람은 공감되는 만큼 마음이 열린다고 생각하거든요. 자기 주관적으로만 연기를 해버리면 동떨어진 것들이 생겨버리는 것 같아요.
오늘 보니 맑은 얼굴 아래로 어떤 에너지가 들썩거리는 느낌이 있어요. 코믹 연기로 제대로 사고 한 번 칠 것 같다는?(웃음)
여태껏 작품을 해오면서 만난 인물들은 유머와 위트가 조금씩 섞여 있었다면 정정환은 아예 탑재를 한 인물이에요. 이번 작품은 코믹 요소를 어떻게 잘 썰어 담아 제공해드리느냐가 관건이었죠.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으려면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과의 앙상블도 중요했어요. 무중력 형사 역의 (박)지환이 형을 비롯해 다른 배우들과 사전부터 정말 많은 미팅을 했고 서로 알아가려고 했어요. 목소리도 자주 듣고 평소에 어떤 화술을 쓰는지도 캐치하면서, 각자의 역할이지만 내가 연기한다고 이입할 정도로 아낌없이 고민해서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도 했고요. 지금 돌아보면 사활을 걸었었구나 싶을 정도로 정말 다 함께 혼신을 다해 연기했어요.
어느 인터뷰에서 <헤어질 결심> 촬영 때 탕웨이 배우가 맡은 송서래를 폭행하는 장면을 찍는 동안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고 말씀하신 게 흥미로웠어요. 연기에 몰입하는 동시에 주변의 공기를 읽고 기억하는 사람인 것 같아서요.
저는 촬영 현장에 가면 일단 공간과 미술을 감상해요. 장소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저를 도와준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지금 인터뷰도 제가 이 정도 높이의 의자에 앉을 줄 몰랐어요. 조금 더 높은 데 앉으면 약간 톤이 달라지기도 하잖아요. 사소한 것들이 생각보다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죠. 당시의 상황, 노을 같은 것들이 저에게 어떤 심상을 주는지도 굉장히 중요하고요. <강매강>의 주요 무대가 되는 강력반 사무실은 극 중 설정상 경찰서 근방의 폐업한 유치원을 빌려 쓰는 거라 미술감독님이 어린아이들이 통과할 만한 작은 문을 만들어두셨어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는지. 그런데 그걸 ‘유치원이라 작은 문이 있구나’ 하고 그냥 넘겨버리면 설치물로 끝나는데, 사용하면 도구가 되는 거잖아요. 결국 제가 그 문을 어떻게 연기 안으로 가져왔는지, 드라마를 통해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헤어질 결심>의 사철성과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의 김중돈이 같은 배우였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어요.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봤거든요. 우선 그렇게 특징이 센 얼굴이 아니라 변화가 잘 보이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예전에는 대본을 보면서 느낀 외형적 모습 혹은 내면이나 태도를 스스로 결정하고 현장에서는 마치 검사를 받듯이 연기를 했어요. 이제는 의상이나 분장 스태프분들이 고민해서 제안해준 것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제 것과 융화할 줄 알게 됐다는 생각이 들죠. 사철성 역할을 맡았을 때도 체중이 더 나갔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고, 더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해서 받아들였거든요. 결과적으로 이렇게 모두 다른 사람 같았다는 말씀도 해주시고,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었어요.
체중 증량을 자유자재로 하는 배우, 그래서 감독님들이 찾는 배우. 서현우 배우의 한 가지 큰 장점이 되었어요.
굵직하게는 한 네 번 정도 왔다 갔다 했고, 알게 모르게 5에서 10kg 정도는 계속해서 찌우고 빼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 같아요. 증량하고 찍은 작품 이미지를 보고 캐스팅 연락이 왔을 때는 이미 감량하는 중이라거나, 감량하고 찍은 작품을 보고 연락하셨는데 저는 또 증량 중이라거나 하는 문제도 있죠.(웃음) 그런데 요즘은 제 흥미가 이제 점점 외형의 차이보다 성격적인 차이를 주는 내면적인 연기로 향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겉모습 이외의 것들로 변주하는 것이 고차원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어떻게 하면 좀 더 건강하게 이 작업을 해나갈 수 있을지 고민 중입니다.
재킷, 셔츠, 팬츠, 타이 모두 보테가 베네타. 이어커프 포트레이트 리포트. 벨트, 브레이슬릿, 링, 슈즈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 해 우리는> <닥터 로이드> <비질란테> 같은 흥행 드라마에 많이 출연했어요. 좋은 작품을 만나는 운이 있나 봐요.
운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질문을 받고 그동안 한 작품들을 하나씩 떠올려보니 좋은 사람들과 만나서 만들어진, 결과까지 좋은 작품이더라고요. ‘이 장면은 내가 좀 못했다’고 아쉽게 생각했던 장면조차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이렇게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 닿아 운이 된 것 같아요.
제가 오디션은 많이 봤다면 많이 본 편이고 이제부터도 많이 볼 예정인데요.(웃음) 초반에는 제가 가진 능력을 어필하려고 한 것 같아요. ‘이 작품에 이승우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어필이나 분석력, 작품에 임하는 태도나 열정 같은 거요. 요즘에는 최대한 솔직하게 저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먼저 보여드리려고 노력해요. 오디션을 본 캐릭터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물어보기도 하고요. 그 오디션에서 합격하지 못한다 해도 그 기회에서 배우는 것들이 있고 다음 기회로 이어질 수 있잖아요.
대본을 치밀하게 보는 배우라고 들었어요. 대본을 계속 읽다 보면 끝내 보이는 것은 뭔가요?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건 결국 자신감이죠. 현장에 가보면 대본에 쓰인 그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잖아요. 그럴 때조차도 제가 중심을 가지고, 혹은 동료, 선배님들과 같이 합을 맞춰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충만해져요.
미운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요. 다들 일상에 있을 법한 사람에 약간의 과장을 덧붙인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자칫 미워 보일 수도 있는데, 굉장히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묘사되어 있거든요. 그런 점이 정말 좋았어요. 되게 밝고 통통 튀는 드라마라는 생각을 했고요.
드라마 <더 게임>에서 강력1팀 막내 형사 고봉수 역할을 맡았었는데 <강매강>의 장탄식도 강력1팀 막내 형사네요.
<더 게임>에서는 형사라는 직업적 측면에 충실했어요. 사건이 터졌을 때 어떤 순서로 일을 해결하는지, 어떻게 행동하는지 일을 해결하는 방향에 포커스를 뒀죠. 그러면서도 어리바리하고 호기심 많은 막내였고요. 반면에 이번에는 형사라는 직업과는 별개로, 일반적인 사회 초년생처럼 보이려고 했어요. 열정이 넘치는데 그 방향이 조금 엉뚱한 곳으로 가서 주변 사람들의 눈 밖에 날수도 있는. 그렇지만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박세완 배우와 동갑이더라고요. 현장에서 두 막내의 합은 어땠나요?
태어난 달까지 동일하게 9월이더라고요. 하지만 세완이는 선배예요. 연기 경력도 길고 경험도 되게 많은 친구라 제가 의지를 많이 했죠. 저는 코미디 장르가 처음이라 아무래도 혼란스럽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좀 민망해지는 상황도 있었거든요. 세완이가 격려도 많이 해줬고 같이 잘 해보자고 힘도 실어줬어요. 그래서 공식적으로 제가 막내입니다.(웃음)
많은 배우가 코미디 연기가 제일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형들도 다들 코미디가 제일 어렵고 까다롭고 예민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저야 아직 모든 게 다 어려운데, 이번 촬영이 끝난 후에는 조금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탄식이의 높은 텐션과 엉뚱함을 잘 끌고 가야 하는데, 처음에는 톤을 잘 못 잡았던 것 같거든요. 후반으로 갈수록 일취월장한다고 형들이 말씀해주셔서 정말 기뻤어요.
큰 칭찬을 들었네요. 배우로서 언젠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뭐예요?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있잖아요. 예를 들어 로맨스 장르밖에 안 보던 시청자도 본인이 좋아하는 특정 배우가 나온다는 이유로 사극을 보는 것처럼요. 저도 언젠가 그렇게 연기로 선택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너무 좋아하는데, 또 마음 편하게는 못 보는 스타일이에요. 다른 배우분들의 연기도 집중해서 봐야 하고 ‘조명은 자연광일까?’ ‘음악이 어떻게 저렇게 적재적소에 잘 들어갔을까?’ ‘저건 세트인가?’ 체크할 게 너무 많아서 작품의 스토리를 잘 못 따라가요.(웃음)
아까 인터뷰하러 들어오는데 미리 드린 질문지가 손에 들려 있어서 조금 놀랐어요. 프린트해서 밑줄을 치고 메모까지 했더군요. 대본도 아닌데.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선생님들이 뭐든지 많이 써보라고 하셨어요.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했는데 수강신청에 실패해서 극작과 수업을 우연히 듣게 된 적이 있거든요. 대본이나 어떤 글을 봤을 때 직접 연필로 필사하면 글을 쓴 사람의 생각을 따라갈 수 있다는 교수님 말씀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그때부터 습관이 들었어요. 깊이 이해하고 싶을 때나 뭔가 속이 시원하지 않을 때 펜을 들어 글을 따라가보게 돼요.
사람들이 아직 모르는 승우 씨의 모습을 하나 더 알려줄 수 있어요?
음, 아무래도 <강매강> 인터뷰니까 탄식이와의 공통분모 안에서 찾아볼게요. 탄식이는 뭘 잘 모르더라도 일단 해보려고 하는 근성이 있고 열심히 하고자 하는 패기도 있어요. 저라는 사람도 그렇게 기억됐으면 좋겠더라고요. 완전히 비슷하진 않지만 저도 최대한 해보려는 사람이라서요. 뭐라도 해보는 사람, 괜찮지 않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