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불가한 배우이자 여전한 패션 아이콘 류승범을 만났다.
류승범은 대체 불가한 배우이자 여전한 패션 아이콘이다. 동시에 가정적인 남편이자 다정한 아빠다. 에디터는 그런 프레임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촬영하는 내내, 그와 대화하는 모든 순간에 이런 생각을 했다. 류승범은 고유한 류승범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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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굿뉴스>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돼요. 그간 어떻게 지냈어요?
하루하루를 소중하고 감사하게 생각하며 지내고 있어요. <굿뉴스>가 넷플릭스와 처음 작업한 영화라 개인적으로 의미 있어요. 다들 많이 한 걸로 아시는데 이번이 처음입니다.(웃음)
전작 <가족계획>은 아빠라는 역할이 작품을 고른 이유 중 하나라고 알고 있어요. <굿뉴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장 큰 이유는 감독이에요.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감독이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지를 중요하게 보거든요. 두 번째는 이야기입니다. 작품 속 흐름에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절로 빠져드는 작품이 있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내 삶을 돌아보고 세상에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경우도 있죠. 전작인 <가족계획>이 그런 경우인데 아빠로서의 삶을 아직도 배우는 중이라 그 역할을 통해 세상에 메시지를 던져보면 재미있겠단 생각을 했어요. 마지막은 같이 작업하는 배우들입니다. 감독, 이야기, 함께하는 배우들이 좋다면 고민할 이유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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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를 보면 캐릭터 그 자체를 연기하잖아요. 인물에는 어떻게 몰입해요?
상황마다 달라요. 대본에서 바로 영감을 얻는 경우도 있어요. 읽다 보면 캐릭터에 매료되어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죠. 예를 들어 세상에 소리치거나 욕설을 내뱉는 캐릭터를 맡으면 연기지만 실제로는 평소 하지 못했던 행동을 경험할 수 있어요. 때로는 캐릭터의 기본 성향만을 가지고 이야기에 맞춰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정형화된 방식은 없고 상황마다 조금씩 달라요. 좀 특이한 방식이죠.
<굿뉴스>가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초대되었어요.
축하할 일이죠. 외국에 있는 지인, 가족에게도 좋은 소식을 알렸으니 이보다 좋은 일이 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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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설경구와는 <용서는 없다> 이후 15년 만의 재회예요. 호흡은 어땠나요?
연기를 한두 번 같이 했다고 연기 호흡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없는 분이죠. 함께 연기했던 배우들은 알 겁니다.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열고 그 한가운데서 꾸준히 작업을 하며 기둥을 만든 분이라는 걸. 진짜 배우예요.
그럼 홍경 배우와의 호흡은요?
경이는 정말 사랑스러워요. 그 맑음과 티 없는 진심이 현장에서도 그대로 느껴지더라고요. 좋은 시너지가 나서 기쁘게 촬영했습니다.
지금까지 연기했던 역할 중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연기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어요?
사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편이에요. 지나간 건 지나간 거고 과거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죠. 20대의 나와 40대의 나는 엄연히 다르니까요. 그 시절의 연기를 하라고 하면 할 수야 있겠지만, 그때처럼 날것의 느낌이 나진 않을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르면 사람도 변하듯 다른 감성, 다른 시선을 갖게 되니 연기도 자연스럽게 변하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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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캐릭터에 몰입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고 하잖아요.
완급 조절을 잘 해야 돼요. 한번은 어둡고 피 묻히는 장면을 연기한 적이 있는데, 그 상황에서 집을 들어가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집 앞에 차를 세워놓고 1시간을 걷다 들어간 적도 있어요. 집 안의 따뜻한 온기를 무거운 공기로 바꿀 필요는 없으니까요.
이전에 아이가 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밝혔는데, 구상하고 있는 장르나 내용 혹은 맡고 싶은 역할이 있나요?
감독은 아니니까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아이가 볼 수 있고 가족이 볼 수 있는 역할을 원했어요. 장르가 판타지든 캐릭터의 특성이 어떻든 아이와 같이 교감할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어요.
배우 류승범과 아버지 류승범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이 질문도 많이 생각해봤는데…(웃음) 다음 작품을 준비할 때였나? 집에서 분주하게 대본 연습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나엘이가 다른 사람을 보듯 저를 신기하게 쳐다보더라고요. 캐릭터의 가면을 쓴 모습을 아이가 처음으로 본 셈이죠.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녀 사이에 아마 생경한 경험이었을 거예요. 반면, 아빠로서 류승범은 완전한 나체죠. 순수한 아이의 영혼 앞에서 저는 가면을 쓸 수 없어요. 완전히 해방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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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슬로바키아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졌을 것 같아요. 평소 일상이 궁금해요.
전혀 특별한 게 없어요. 오히려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죠. 사는 곳이 슬로바키아든 서울이든 어느 지역이든 가족이라는 뿌리가 있으면 지역은 무의미합니다. 늘 규칙적으로 삶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한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요.(웃음)
프랑스에서 오래 살았고 한국에 있으면 연기 활동하기도 편한데 지금은 슬로바키아에서 살고 있어요.
아내의 고향이라 정착하게 됐어요. 현재 제 삶은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며 뿌리를 내리는 과정이에요. 어릴 때는 가지에 열매가 맺히고 위로 뻗어 나가는 과정이었다면, 지금은 다시 뿌리로 내려가는 시점 같아요. 마치 연어처럼 고향으로 돌아가는 거죠. 현재의 고향은 슬로바키아고요.
이제 류승범을 이야기할 때 가족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 거 같아요. 본인이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가족은 인생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줬고 새로운 가치를 알려줬어요. 그 가치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일단 사랑을 배우고 그다음에는 희생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쉽게 생길 수 없는 감정이죠. 그러니까 힘들어도 가는 겁니다. 그 길에는 분명 값진 의미가 숨겨져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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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치원에 입학한 딸 나엘이에 관한 에피소드 하나만 공개해줄 수 있나요?
우리는 매일매일이 에피소드예요. 저는 아이랑 시간을 많이 보내잖아요. 매일 일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엄마 같은 아빠거든요. 매일 아이를 보다 보면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 순간들이 나중에는 큰 에피소드가 될 것 같아요. 아침에 일어났을 때와 밤에 잠드는 모습은 또 다르거든요. 대화를 하다 가도 순간순간 성장하는 게 느껴져요. 신기하죠?
여전히 류승범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SNS를 다시 시작할 생각은 없어요?
저는 아날로그 인간이에요. SNS를 잘하는 재주 같은 게 없습니다. 거리를 걷다가 예쁜 풍경을 보면 사람들은 카메라에 담고 싶어 하잖아요. 저는 사진을 찍기 전 좋은 감정을 기억하려고 해요. “머리로 눈으로 귀로 심장으로 고스란히 기억하자”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 저장하는 방식이 다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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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류승범은 스타일 아이콘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취향도 변하나요?
에디터 님은 어때요?(웃음) 저는 좀 더 편한 옷을 찾고 있어요. 여전히 패션에 관심이 있지만, 예전보다 다른 부분에 시선을 많이 둡니다. 마흔을 넘어선 분들은 공감할 거예요. 이제는 내면의 아름다움도 중요하다는 걸. 왜 겉이 초라해도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은 멋있잖아요. 내면의 정결함, 깨끗함, 순수함을 다시 찾고 가꿔야 하는 시기라는 걸 느끼고 있어요.
입어보고 싶은 옷을 다 입어본 것도 이유일 거 같아요.
우리에게는 미각, 촉각, 청각, 후각, 시각이 있잖아요.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시각과 후각에 감각이 쏠려 있어요. 나머지 감각은 다 꽝입니다. 뭐가 맛있는 음식인지도 잘 모르죠. 반면 시각적으로 보이는 모든 것에는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패션도 중요하지만 요즘은 그림의 색감에서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아내가 그림을 그리면 “이 사람 참 감성적이구나” 하고 다른 해석이 떠오르기도 하죠. 예전에는 바짓단 1mm, 0.5mm에도 쉽게 넘어가지 못했던 제가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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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내내 여유가 느껴져요.
예전보다 유연해진 거 같아요. 요새는 꾸미지도 않고 예전처럼 과소비도 하지 않아요. 내면이 아름다우면 모든 것이 다르게 보입니다. 유럽이 주는 분위기일 수도 있고,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해요. 한국에 살거나 다른 나라에 살았다면 또 달랐겠죠.
인간 류승범은 배우 류승범을 어떻게 생각해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언저리’요. 누군가는 언저리에서 풍경을 바라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앉아서 쉬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인생은 혼자 살 수 없잖아요. 같이 균형을 맞춰 조화롭게 살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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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보 촬영에서 배우가 아닌 모델 류승범을 오랜만에 만났어요. 카메라 앞이라는 점은 같지만 그래도 연기자와 모델은 다르게 연기해야 하잖아요. 어떤 점이 달라요?
모델은 옷이 캐릭터를 만들고, 배우는 인물이 캐릭터를 만들어요. 그러니까 결국 옷이 날개인 셈이죠. 이번 화보 촬영에서는 또 다른 자아를 만난 것 같아요. 예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내 모습을 촬영 중간에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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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보에서 인상적인 스타일링이나 룩이 있었나요?
‘조로’처럼 스타일링한 룩이 좋았어요. 왠지 비현실적이기도 하고 소화하기 어려울 거 같았는데 막상 입어보니 잘 어울리더라고요. 제가 알던 로로피아나보다 과감해지고 예술적인 면이 이번 시즌 더욱 도드라진 거 같아요. 절제된 듯하면서도 뭔가 재미있는 느낌이 신선했어요.
벌써 마지막 질문이네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배우로서는 다양한 작품을 이어가요. 내년 초에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예전의 모습을 탈피할까 뭐 이런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인간 류승범의 계획은 사실 계획이란 게 없어요. 진짜 내일 생각, 어제 생각 잘 안 하고 오늘만 살아요. (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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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PHOTOGRAPHER 김신애
- STYLIST 부지연
- HAIR & MAKEUP 장해인
- ART DESIGNER 김동희
CELEB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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