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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용산에서 깐부치킨까지

그래픽카드 업체를 창업한 청년에서 세계적인 기업가가 되기까지, 젠슨 황 TMI를 시작합니다.

프로필 by 박수은 2025.10.31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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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반도체 시장을 뒤흔든 남자,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서울을 찾았습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현대차 정의선 회장과 깐부치킨에서 치맥을 나눠 화제를 모았는데요. 그래픽카드 업체를 창업한 청년에서 세계적인 기업가가 되기까지, 젠슨 황 TMI를 시작합니다.


1. 스타트업의 설계도 위에 세운 제국

1963년 대만 타이난에서 태어난 젠슨 황은 9살 때 미국 켄터키의 기숙학교에 들어갔습니다. 문제아들이 모인 학교였고, 그는 매일 화장실을 청소하며 영어를 배웠다고 회상합니다. 이후 오리건 주립대에서 전기공학을, 스탠퍼드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1993년 실리콘밸리의 한 식당에서 두 명의 엔지니어와 함께 엔비디아를 창업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그래픽 칩만으로 회사를 세울 순 없다며 비웃었죠. 하지만 젠슨 황은 이미지 하나가 천 마디 말보다 강하다면, GPU는 세상을 바꾸는 언어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죠.


2. 불가능을 기술로 돌파하다

엔비디아의 첫 성공은 1997년 ‘RIVA 128’, 그리고 1999년 ‘GeForce 256’이었습니다. 그는 이 칩을 세계 최초의 GPU라고 선언하며 CPU 중심의 시대를 뒤집었습니다. 하지만 승승장구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한때 파산 위기에 몰려 직원 급여를 주지 못해 자신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도 했죠. 그는 늘 위기에서 해답을 찾았습니다. CUDA, RTX, DLSS, H100으로 이어지는 혁신의 궤적은 그가 기술을 인내의 언어로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엔비디아의 목표는 더 빠른 칩이 아니라, 더 똑똑한 세상입니다.” 젠슨 황은 기술을 경제가 아닌 문명으로 바라봅니다.


3. 용산의 세일즈맨에서 글로벌 황제로

과거 젠슨 황은 직접 한국을 방문해 용산 전자상가를 돌며 그래픽카드를 영업했습니다. 당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GPU의 가능성을 증명한 나라였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PC방 문화는 엔비디아의 성장을 이끈 숨은 동력이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리니지 등 모든 게임의 불빛 뒤에는 엔비디아의 GPU가 있었죠. 그보다 앞서 1996년에는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젠슨 황에게 직접 편지를 써 반도체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당시 엔비디아는 존재감이 희미한 작은 회사였지만, 삼성은 그의 기술적 비전을 알아봤습니다. 훗날 젠슨 황은 “삼성이 없었다면 엔비디아도 없었다”고 회고했습니다. 30년 뒤 이어진 깐부치킨의 치맥 자리는, 그 편지의 연장선이었습니다.


4. 그래픽의 제왕

엔비디아는 2000년대 초, GeForce 3·4 시리즈로 게이밍 그래픽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하프라이프2>와 <둠3>이 만들어낸 현실 같은 그래픽 뒤에는 젠슨 황의 병렬 연산 철학이 숨어 있었습니다. 2000년 경쟁사 3dfx를 인수하며 시장의 절대 강자가 된 그는, AMD의 GPU 브랜드 ATI와 치열한 경쟁을 이어갔습니다. 이 시기 젠슨 황은 한국을 자주 방문했습니다. 용산 전자상가를 돌며 직접 그래픽카드를 영업했고, 한국의 PC방 문화가 엔비디아 성장의 핵심 시장이 되었습니다. 그는 한국의 PC방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GPU 실험실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5. 두뇌가 된 GPU

시간이 흘러 세상이 그래픽을 이야기할 때, 젠슨 황은 인공지능을 이야기했습니다. 2006년 발표한 CUDA는 GPU를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칩이 아닌, 복잡한 계산을 처리하는 두뇌로 바꿔놓았습니다. 그리고 2012년,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제프리 힌튼 연구팀이 GPU 기반 딥러닝 모델 알렉스넷(AlexNet)으로 이미지 인식 대회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자, 젠슨 황은 직감했습니다. 이건 그래픽이 아니라 지능이라고. 젠슨 황은 이후 AI,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GPU가 중심이 되는 산업 생태계를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에는 테슬라와 협력해 자율주행 플랫폼을 선보이며 모빌리티 영역으로 확장했습니다. CES 무대 위에서 가죽 재킷 차림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던 그는 우리는 그래픽 회사를 넘어서, 세상을 시뮬레이션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 선언했고, 10년이 지난 지금 현실이 되었습니다.


6. AI의 제왕

전 세계가 팬데믹과 함께 디지털 전환에 뛰어들 당시, 엔비디아의 GPU는 사실상 AI의 심장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챗GPT, 미드저니, 코파일럿 등 모든 AI 서비스는 엔비디아의 칩 위에서 작동합니다. GPU는 이제 전기처럼, 공기처럼 인류 문명의 인프라가 되었습니다. 2023년,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세계 3대 테크 기업으로 올라섰습니다. 젠슨 황의 자산은 1,500억 달러를 넘었고, 타임지가 선정한 ‘AI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젠슨 황은 기술기업 CEO이면서 동시에 철학자에 가까운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7. 검정 가죽 재킷

젠슨 황은 공식석상에 언제나 블랙 레더 재킷을 입고 등장합니다. 같은 스타일을 고집하는 건 매일 옷 고를 시간을 줄이고, 뇌의 에너지를 오직 설계와 전략에만 쓰기 위한 선택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터틀넥처럼, 젠슨 황의 재킷은 집중과 절제의 상징이죠. 그는 하루 16시간 일하지만, 회의는 대부분 화이트보드 앞에서 직접 그림을 그리며 진행합니다. 팀원들에게는 실패는 데이터다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8. 사촌은 리사 수, 경쟁은 가족처럼

놀랍게도 AMD의 CEO 리사 수는 젠슨 황의 사촌입니다. 둘 다 대만계 미국인으로, 반도체 세계의 양대 산맥을 이끌고 있습니다. 피로 맺어진 경쟁, 실리콘밸리의 가장 흥미로운 가족사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회사를 존중하며, 가끔은 업계 행사에서 우리 가족은 전원 공돌이라며 농담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9. 치맥으로 맺은 새로운 동맹

2025년 10월 30일, 서울 삼성동의 깐부치킨에서 이재용, 정의선, 젠슨 황.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세 명의 거물이 한 테이블에서 치킨을 뜯으며 웃었습니다. 이 장면은 한국과 엔비디아의 오랜 인연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장면이었습니다. AI 반도체,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앞으로 펼쳐질 모든 협업의 밑그림은 이 밤의 대화 속에서 그려졌을지도 모릅니다.


Credit

  • Editor 조진혁
  • Photo 게티이미지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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