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이 달의 주목할 신간, 기후과학 · 마르크스주의 · 집 수리 이야기까지

‘나는 미쳐가고 있는 기후과학자입니다’, ‘마르크스주의 입문’, ‘서울의 어느 집’.

프로필 by 오성윤 2025.11.06

나는 미쳐가고 있는 기후과학자입니다


케이트 마블 / 웅진지식하우스


기후위기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우울해 하는 건 일반인뿐만이 아니다. 많은 과학자들도 무력감과 우울감을 호소한다. 영화 <돈룩업>에서 묘사되었듯 실상을 더 자세히 알기 때문에 어쩌면 더 높은 강도로, 빈번히. 주 연구 분야가 ‘기후 시뮬레이션’인 과학자는 어떨까? NASA 고다드 우주연구소 연구원 출신의 기후과학자 케이트 마블은 하루에도 몇번씩 지구의 재앙적 미래를 시뮬레이션해보는 동안 끝없이 분노, 죄책감, 두려움, 애도를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가 느낀 게 단지 부정적인 감정뿐이었던 건 아니다. 과학이 보여주는 세상의 경이로움, 이 거대한 변화에 맞서는 평범한 사람들의 존재가 주는 자부심,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 자연에 대한 사랑 같은 것들도 있었다. “기후 변화에 맞서는 것은 거대한 실험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 실험을 하고 싶습니다. 어차피 저는 미친 과학자니까요.” 너무 오래 들어서 지겹다 해도 기후위기에 대해 꼭 알아야 할 이야기들은 존재하는 법이고, 기후 위기에 대한 우울한 사실을 많이 알게 되어도 끝내 놓지 말아야 할 마음가짐이 있는 법이다. <나는 미쳐가고 있는 기후과학자입니다>는 양쪽 측면 모두에서 탁월하다.




마르크스주의 입문


이찬용 / 오월의봄


‘역사상 가장 유명한 철학자’ ‘역사상 가장 많은 지지자를 가졌던 철학자’ ‘역사상 가장 인류에 큰 영향을 끼친 철학자’… 이런 수식어에는 다양한 의견이 따라 붙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많이 오해 받은 철학자’는 어떨까? 거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단연코 칼 마르크스다. 특히 한국 같은 역사를 가진 나라의 사람들은 ‘불온함’의 뉘앙스로 더듬기 쉽지만 실상 마르크스는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자본주의 세계의 병폐를 정확히 파악하고 후기 자본주의의 형태를 예측한 사람이다. 마르크스주의를 쉽게 풀이했다는 저서들은 많겠으나, 이 책의 미덕은 단순히 쉽다는 것뿐만이 아니다. ‘마르크스주의자’인 ‘20대 필자’가 ‘무엇도 단순화하거나 왜곡하지 않으려 애쓴’ 입문서라는 게 가장 큰 미덕이다. 필자는 현재 우리 사회가 품은 온갖 문제를 마르크스의 언어들로 해석하고, 철학, 역사학, 경제학, 사회학, 정치학의 관점에서 마르크스주의가 갖는 의미를 다룬다. 그리고 각각의 지점에서 소설가부터 경제학자, 사학자 등 다양한 분야 저자의 저서와 연결해 확장한다.




서울의 어느 집


박찬용 / 에이치비프레스


에디터 박찬용의 주특기는 르포르타주(다큐멘터리 수법으로 현실의 사건과 사실을 충실하게 묘사하고 기록하는 형식의 기사)다. 어떤 주제든 현장감 넘치게 써내려 가는 그의 기획 기사나 <요즘 브랜드> <모던 키친> 같은 저서에서 드러나듯이. 칼럼니스트 박찬용의 매력적인 문체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한다. 분야를 불문하고 ‘글’이 필요한 온갖 매체에서 청탁을 받고 있는 비결이 그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런 그가 ‘집’ 이야기로 돌아왔다. 낡고 방치된 집을 구매해 7년에 걸쳐 직접 하나하나 수리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 르포 기사처럼 세세한 기록으로 집 수리에 대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전달하며, 동시에 웃음이 나는 문장으로 그득하다. 특히 현대인들이 악몽으로 여길 만한 상황에서 과감한 수를 던지는 대목들이 호쾌한 즐거움을 주는데 (내부 철거 범위를 결정해야 하자 ‘천장과 배관까지, 시멘트 미장이 된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철거하자고 한다거나, 알루미늄 창호에 대한 고집으로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 벽에 휑하니 구멍이 뚫린 집으로 몇 개월을 둔다거나), 그것 역시 순간으로 휘발되는 즐거움은 아니다. 현대인이 스스로도 모르게 품고 있던 주거에 대한 고정관념, 그것을 되짚게 하는 여운이 긴 시원함을 남긴다.


Credit

  • 사진제공
  • 웅진지식하우스
  • 오월의봄
  • 에이치비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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