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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 지미 헨드릭스가 평생을 사용했던 기타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네 명의 애착 기타를 소개합니다.

프로필 by 성하영 2026.01.31

지미 헨드릭스: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올림픽 화이트


지미 헨드릭스는 깁슨의 플라잉 V부터 SG, 레스폴, 에피폰의 윌셔까지 수많은 기타를 들었지만, 그가 가장 사랑했던 건 펜더의 스트라토캐스터였습니다. 1967년 몬터레이 팝 페스티벌에서 불을 지르고 떄려 부수었던 올림픽 화이트 색상의 스트라토캐스터. (후에 그는 이를 악기를 파괴하는 행위가 아니라, 가장 사랑하는 것을 바치는 의식’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왼손잡이이지만 왼손잡이용 기타를 구하기 어려웠던 그가 오른손잡이용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를 구매해 줄을 거꾸로 달고 뒤집어 연주했다는 이야기는 그의 수많은 설화 중 하나죠. 이 독특한 세팅이 지미 헨드릭스만의 독보적인 톤과 사운드를 만들어내며 둘의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 그가 만든 기타는 저음 줄이 더 날카로운 소리를, 고음 줄이 더 부드러운 소리를 냈습니다. 보통은 반대인데 말이에요. 또한 줄의 길이가 달라지며 생긴 장력 차이는 기타 몸체를 강하게 휘거나 밀어서 만드는 지미 특유의 화려한 벤딩과 비브라토를 극대화시켰습니다.





에릭 클랩튼: 블래키 Blackie


1970년 에릭 클랩튼은 테네시주 내슈빌의 한 악기점에서 빈티지 펜더의 스트라토캐스터 여섯 대를 한대당 단돈 100달러 정도에 구입하게 되는데요. 그 중 상태가 가장 좋은 1956년형과 1957년형 모델 세 대를 골라 한 대에서는 바디를, 한 대에서는 넥을, 나머지 한 대에서는 픽업 부분을 떼어내 이를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게 에릭 클랩튼의 전성기를 함께한 검정색의 커스텀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블래키입니다. 이는 기타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커스텀 악기이기도 하죠. 그는 이 기타를 1973년부터 1985년까지 무려 12년 간 메인 기타로 사용했습니다. ‘Layla’나 ‘Wonderful Tonight’, ‘Cocaine’ 등의 멜로디는 모두 이 기타로 만들어졌죠.

출처: 기타센터 출처: 기타센터

2004년, 에릭 클랩튼은 자신이 세운 알코올 및 마약 재활 센터 ‘크로스로드 센터’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블래키를 경매에 내놓습니다. 이는 당시 기준으로 95만 9,500달러, 한화로 약 11억 원에 미국의 대형 악기 체인인 ‘기타 센터’에 낙찰되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타가 됐습니다. 뉴욕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기타 센터 플래그십 스토어에 가면 전시되어 있는 기타를 볼 수 있는데요. 블래키의 헤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언가에 그을린 자국이 선명합니다. 연주가 시작되면 6번 줄 뒤쪽 헤드에 피우던 담배를 끼워 두던 클랩튼의 습관이 그대로 남은 거죠. 아마 11억 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은 그가 남긴 이런 사소한 흔적의 가격일 겁니다.





지미 페이지: 59년형 깁슨 레스폴


1969년 지미 페이지는 이글스의 기타리스트 조 월시로부터 500달러짜리 기타 하나를 샀습니다. 그리고 그 기타는 지미 페이지의 분신 '넘버 원' 레스풀이 됩니다. 지미는 이 기타를 사들여와 넥을 자신의 손에 딱 맞도록 아주 얇고 정교하게 깎아냈습니다. 그 때문에 넥 뒷면의 시리얼 넘버가 사라졌는데, 여전히 정확한 제작 연도에 대해서 의견이 다분하죠. 이 기타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는지 지미 페이지는 ‘넘버 원’과 똑같은 외형의 59년형 ‘넘버 투’ 레스폴을 들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수많은 스위치를 달아 수십 가지 톤을 낼 수 있도록 개조했죠.

지미 페이지는 기타를 가장 기이한 방식으로 연주한 아티스트입니다. 바이올린 활로 기타 줄을 마찰시켜 괴기스럽고 몽환적인 소리를 만든 건데요. 이 연주 기법은 전에 없던 장면과 사운드로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기며 사이키델릭 록의 역사를 다시 썼습니다. 이는 주로 ‘Dazed and Confused’ 연주 때 볼 수 있었습니다. 활에서 떨어져 나가는 말총 가닥들이 레스폴의 검붉은 바디 위로 흩어지는 모습은 지금 다시 봐도 심금을 울리네요.





브라이언 메이: 레드 스페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악기를 꼽으라면 단연 이 기타일 겁니다. 퀸의 기타리스트이자 천체물리학 박사, 돈이 없던 10대의 브라이언 메이가 1963년 전자공학자 아버지와 함께 만든 것이죠. 친구가 버리려던 100년산 마호가니 나무 벽난로 기둥을 깎아 넥을, 떡갈나무와 합판을 조합해 바디를, 기타 줄의 떨림을 조절하는 트레몰로 암은 아버지의 오토바이 밸브 스프링과 어머니의 뜨개질 바늘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이 기타를 완성하는데 장장 2년이 걸렸습니다.

브라이언은 이 기타를 피크 대신 6펜스 동전으로 연주했습니다. 플라스틱 피크가 너무 유연해서현과의 연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죠. 그렇게 단단한 동전의 톱니가 줄과 마찰하며 내는 특유의 '지지직'거리고 날카로운 사운드는 곧 ‘퀸의 사운드’가 됐습니다. 6펜스 동전이 화폐로서의 수명을 다하고 영국에서 사라진 뒤에도 브라이언은 전국의 골동품 가게를 뒤져 수천 개의 6펜스를 사재기했고, 6펜스 동전으로 기타 연주하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6펜스 동전을 너무 사랑하는 브라이언을 위해 영국 조폐국은 2020년 아주 특별한 코인을 만듭니다. 레드 스페셜과 그의 얼굴이 새겨진 6펜스가 그 주인공이죠. 브라이언은 종종 이 특별 제작된 6펜스를 투어 중 팬들에게 던져주거나 굿즈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Credit

  • PHOTO 기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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