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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열린 UFC 325 김상욱의 분투

볼카노프스키의 건재, 김상욱에 대한 기대 등 지난 2월 1일 호주 시드니에서 압도적인 홈 팬 함성 속에 열린 UFC 325을 달군 4가지 결정적 장면.

프로필 by 정서현 2026.02.03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 김상욱 vs 돔 마르 판: 적지 시드니의 홈 텃세와 타격 부재에 막힌 김상욱.
  • 볼카노프스키 vs 로페스: 완벽한 운영으로 왕의 귀환을 알린 페더급 절대자 볼카노프스키.
  • 생드니 vs 댄 후커: 후커를 질식시킨 라이트급의 새로운 상위 포식자 생드니의 좀비 투혼.
  • 투이바사 vs 테세이라: 홈 팬들의 열광을 침묵시킨 테세이라의 냉철한 아웃파이팅.

Road to UFC 라이트급 결승, 김상욱 vs 돔 마르 판

김상욱은 Road to UFC 결승전을 위해 그는 지난 수개월간 힘든 훈련을 견뎌냈다. 유튜브에 훈련 과정을 담담하게 담아내 많은 응원을 받기도 했다. UFC에 입성하겠다는 독기 하나로 버틴 시간이었다. 하지만 경기장소는 상대 돔 마르 판의 홈인 호주 시드니. 사실상 적진이나 다름없었다. 1라운드, 김상욱이 상대의 백을 잡았을 때만 해도 승리를 기대해 볼 수 있었지만, 상대는 예상보다 거칠었고, 침착하게 이스케이프에 성공할 때마다 경기장이 떠나갈 듯 터져 나오는 함성은 김상욱의 멘탈을 집요하게 흔들었다. 결국 김상욱은 심리전과 홈 텃세, 상대의 맞춤 전략이라는 '삼중고'의 벽을 넘지 못했다. 준비했던 그래플링 플랜 A가 막혔을 때, 이를 타개할 냉정한 타격 옵션의 부재가 뼈아팠다. 비록 승리의 여신은 외면했지만, 적지의 야유와 육체적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전진했던 투혼은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UFC 파이터로 서기 위해선 더 냉정한 플랜B, 플랜C가 필요했다.



페더급 타이틀전, 볼카노프스키 vs 디에고 로페스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와 디에고 로페스의 2차전은 '왕의 몰락'을 점치는 도박사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갔다. 1차전의 충격적인 접전 이후, 로페스는 "볼카노프스키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나의 시간이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고, 실제로 많은 해외 전문가들도 볼카노프스키의 30대 중반 나이와 반응 속도 저하를 우려했다. 하지만 경기 당일, 볼카노프스키의 등장 곡 'Down Under'가 울려 퍼지자 경기장은 그야말로 용광로처럼 끓어올랐다. 경기는 '클래스'의 차이였다. 볼카노프스키는 로페스가 자랑하는 폭발적인 서브미션 시도를 마치 미리 대본을 읽은 배우처럼 차단했다. 다니엘 코미어는 해설 도중 "볼카노프스키가 로페스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왔다!"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로페스가 주먹을 뻗을 공간조차 주지 않는 완벽한 거리 조절, 그리고 상대를 펜스로 몰아넣고 숨통을 조이는 운영은 잔인할 정도였다. 5라운드 종료 후 만장일치 판정이 선언되자 로페스는 고개를 떨궜고, 볼카노프스키는 케이지 위로 올라가 포효했다. 그는 늙지 않았고, 단지 더 교활해졌을 뿐이다.



라이트급, 브누아 생드니 vs 댄 후커

특수부대 출신으로 물러섬 없는 전진을 보여주는 브누아 생드니와, 산전수전 다 겪은 라이트급 '문지기' 댄 후커. 경기 전 후커는 "어린 녀석에게 진짜 지옥을 보여주겠다"며 베테랑의 여유를 보였지만, 생드니의 눈빛은 살기로 가득 차 있었다. 관중들은 이 경기가 판정까지 가지 않을 것임을 직감하고 기립한 채 경기를 지켜봤다. 1라운드 후커의 아웃파이팅이 먹혀들 때만 해도 노련미가 승리하는 듯했다. 하지만 2라운드, 생드니가 피를 흘리면서도 웃으며 걸어 들어가는 순간 분위기는 반전됐다. 생드니는 후커의 펀치를 안면으로 받아내며 거리를 좁혔고, 그야말로 '좀비'처럼 상대를 갉아먹었다. 결국 후커가 무너져 내린 것은 맷집이 다해서가 아니라, 생드니의 숨 막히는 압박에 질려버렸기 때문이다. 생드니는 이번 승리로 단순한 싸움꾼이 아닌, 라이트급 상위 포식자임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헤비급, 타이 투이바사 vs 탈리송 테세이라

시드니 관중들이 가장 기다렸던 순간은 어쩌면 메인 이벤트보다 타이 투이바사의 승리 후 '슈이(신발에 맥주를 부어 마시는 세레머니)'였을지 모른다. 투이바사는 연패 탈출을 위해 비장한 표정으로 옥타곤에 올랐다. 반면, 상대 탈리송 테세이라는 2미터가 넘는 리치를 가진 거인으로, 투이바사에게는 최악의 상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경기는 팬들의 바람과 정반대로 흘러갔다. 투이바사가 특유의 양 훅을 휘두르며 돌진할 때마다, 테세이라는 긴 팔을 뻗어 투이바사의 이마를 밀어내거나 잽으로 흐름을 끊었다. 투이바사의 주먹은 허공만 갈랐고, 관중들의 함성은 점점 탄식으로 바뀌었다. 팬들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테세이라는 냉철하게 3라운드 내내 아웃파이팅을 고수했다. 경기가 끝나고 판정패가 선언되자 투이바사는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준비된 맥주는 따지 못한 채 그대로 남겨졌다. 홈 팬들의 열광적인 에너지가 차가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 난 순간이었다.

Credit

  • WRITER 조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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