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이 '어쩔수가없다'에서 가장 공을 들인 과정들
한국영화의 네오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청춘스타 이병헌의 황금기는 그때가 아니다. 놀랍게도 그의 전성기는 바로 지금부터 시작이다. 그것도 글로벌하게, 그 어느 때보다 드라마틱하게.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왼손 검지에 낀 콰트로 레디언트 다이아몬드 스몰 링, 약지에 낀 콰트로 블랙 다이아몬드 엑스스몰 링, 왼쪽 손목에 착용한 콰트로 블랙 다이아몬드 스몰 뱅글, 콰트로 블랙 다이아몬드 라지 뱅글, 오른손 약지에 낀 콰트로 레디언트 웨딩 밴드 모두 부쉐론. 스트라이프 셔츠, 팬츠 모두 돌체앤가바나.
배우님이랑 10년 전쯤에 한 번 만났어요. 근데 그때와 정말 똑같아요.
에이. 겉으로는 그렇게 보일지 몰라도… 힘들어요, 지금.(웃음) 한때는 운동하는 게 너무 싫었는데, 요즘은 운동을 매일 조금이라도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이병헌은 제가 자라면서 처음 본 1세대 ‘몸짱 배우’였어요. 사실 그때는 배우들의 몸이 근육질이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그랬죠. 지금이야 모든 배우가 몸이 좋지만요. 전 예전에 영화 배역 때문에 몸을 계속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게 곤욕이었어요. 그게 진짜… 몸 만들어야 한다고 소금 못 먹게 하고, 양념 못 먹게 하고, 단백질만 먹게 하고 그러잖아요.
생각해 보면 그때는 운동이라는 게 유행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맞아요. 지금처럼 보디 프로필 찍는 문화도 없었죠.
콰트로 클래식 라지 네크리스, 왼쪽 손목에 착용한 콰트로 클래식 다이아몬드 스몰 뱅글, 왼손 검지에 낀 콰트로 클래식 다이아몬드 스몰 링, 약지에 낀 콰트로 클래식 다이아몬드 라지 링, 오른쪽 손목에 착용한 콰트로 클래식 다이아몬드 라지 뱅글, 오른손 검지에 낀 콰트로 클래식 다이아몬드 엑스스몰 링 모두 부쉐론. 스웨이드 재킷, 셔츠 모두 브루넬로 쿠치넬리.
이번에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서 좀 놀랐어요. <아름다운 날들><올인><아이리스>의 드라마들과 <내 마음의 풍금><공동경비구역 JSA><번지점프를 하다> 등의 영화가 공개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이 이병헌의 최전성기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난 4~5년이 너무도 특별해요. 영화로는 <남산의 부장들><비상선언><콘크리트 유토피아><승부><어쩔수가없다> 등의 작품들이 있고, 시리즈로는 <오징어 게임> 같은 글로벌 히트 작품에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명작이 있어요.
그게 의도한 것도, 계획한 것도 아닌데 참 묘해요. 특히 <오징어 게임>부터는 저도 정말 놀랐어요. 원래 시즌제도 아니었고, 단발성으로 끝날 작품이었잖아요. 감독님이 잠깐 나와달라고 얘기하시길래 ‘그러시죠’ 하고 들어갔는데, 그게 난리가 났어요. 게다가 시즌2를 찍다가 중간에 ‘나눠야 되겠다’고 해서 시즌3까지 갔지요. 카메오였던 프런트맨이 이렇게까지 역할이 커졌어요.
해외 반응도 다르지요.
그럼요. 미국에 홍보하러 갔을 때 정말 깜짝 놀랐어요. 할리우드 영화도 찍었지만 그때 레드카펫이나 팬들의 온도랑 지금이랑은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예전엔 블록버스터를 찍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훨씬 더 많은 분이 저희를 알아보고 뜨거운 반응을 보내주죠.
왼손 검지에 낀 콰트로 블랙 다이아몬드 라지 링, 왼쪽 손목에 착용한 콰트로 블랙 다이아몬드 라지 뱅글, 콰트로 블랙 다이아몬드 스몰 뱅글, 오른손 검지에 낀 콰트로 블랙 다이아몬드 라지 링, 약지에 낀 콰트로 블랙 다이아몬드 스몰 링 모두 부쉐론. 패턴 실크 셔츠, 팬츠 모두 엠포리오 아르마니. 첼시 부츠 톰 포드.
넷플릭스의 메가 흥행 작품인 <오징어 게임> 시리즈와<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 것도 아마 이병헌뿐이죠?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정말 ‘애들하고 같이 볼 영화도 하나 있어야겠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한 거였어요. 목소리 연기는 또 다르더라고요. 전문 성우가 아니니까 저한테도 도전이었죠. 근데 생각보다 잘 끝낸 것 같고, 세계적인 반응을 얻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계획과 상관없이 흘러가는 게 있구나’라는 생각이요.
이번에 오스트리아에 출장 가서 만난 기자 중 한 명이 ‘이병헌을 아느냐’고 묻더라고요. 정말 놀랐어요. 그 기자는 캐나다에서 줌으로 배우님을 인터뷰했다고 하더군요.
이번에 <어쩔수가없다>를 홍보하면서 몇 달 동안 미국, 캐나다, 영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이제 한국은 설명이 필요 없는 나라구나라는 걸요. 인터뷰를 할 때도 기자들이 제가 사는 한국이라는 나라와 음식, 배우로서의 제 필모그래피를 전부 공부해서 와요. 예전엔 “너는 누구니? 어디서 왔어?” 같은 질문이 많았는데, 지금은 상대 기자가 먼저 “<악마를 봤다> 좋아해요”라든지 “<달콤한 인생> 재밌게 봤어요”라는 얘기를 하죠. 심지어 <번지점프를 하다>를 얘기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 영화는 외국 팬들이 보기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든 구해서 본 거죠.
오른손 약지에 낀 콰트로 레디언트 웨딩 밴드, 왼손 검지에 낀 콰트로 레디언트 다이아몬드 스몰 링, 약지에 낀 콰트로 레디언트 다이아몬드 라지 링, 왼쪽 손목에 착용한 콰트로 레디언트 에디션 뱅글 모두 부쉐론. 실크 셔츠 조르지오 아르마니.
<비상선언>은 어떻게 기억하세요? 제 개인적으로는 찬사를 좀 더 받아도 될 작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도 참 아쉬워요. 시나리오 읽고 ‘너무 재밌겠다’ 싶었고, 같이 하는 배우들도 좋았으니까요. 흠잡을 데가 없겠다고 생각했죠. 그 영화가 가진 ‘묘한 쓸쓸함’이 있어요. 슬프다기보다 왠지 쓸쓸하고 외로워요. 그 쓸쓸함을 감독님이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감정이 관객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사람들이 거의 체념한 채로 비행기가 상공을 떠돌 때의 그 쓸쓸함, 그 감성이 그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배우님이 맡은 캐릭터들을 생각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배역이든 이병헌의 캐릭터는 ‘진심’이다. 그러니까 이병헌이 빌런 역할을 맡았다면 그건 그냥 악한이 아니라 신념을 가진 사상범이다.
저는 역할이 선역이든 악역이든 혹은 그 중간에 있는 사람이든, 그 캐릭터를 연기하려면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제 자신이 ‘억지로라도’ 이해해야 해요. 기댈 데가 필요한 거죠. 이해할 수 있는 백그라운드가 있어야 추진력도 생기고, 자신감 있게 연기할 수 있으니까요. 감독님한테 “얘가 왜 이러는 거예요, 이해가 안 돼요”라고 엄청 물어봐요. 그냥 “나쁜 놈이니까 나쁘게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나쁜 표정을 지으면, 기댈 데가 없어서 확신 없는 연기가 나오거든요.
오른손 약지에 낀 콰트로 레디언트 웨딩 밴드, 왼쪽 손목에 착용한 콰트로 레디언트 브레이슬릿, 왼손 검지에 낀 콰트로 레디언트 다이아몬드 라지 링, 왼손 약지에 낀 콰트로 레디언트 다이아몬드 스몰 링 모두 부쉐론. 스트라이프 셔츠, 팬츠 모두 돌체앤가바나. 첼시 부츠 톰 포드.
<어쩔수가없다>의 ‘만수’는 어떻게 이해했어요?
이런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어떻게 취직하려고 사람을 죽일 생각을 하냐”는 질문. 영화를 보면 이 사람이 당장 굶어 죽는 상황은 아니에요. 중산층이고, 영화가 전개되면서 중산층에서 살짝 벗어나게 되는 상황이 생기는 거죠. 그래서 관객이 이입을 못 할 수도 있어요. ‘아니, 저게 저렇게까지 절망적인 상황인가?’ 근데 그 사람한테는 그게 절망적인 단계인 거예요. 그 근원은 어릴 때 아버지랑 살던 큰 집, 온 동네가 다 자기네 돼지 농장이었던 기억, 그리고 그 모든 게 무너지고 집을 떠나야 했던 경험이 그런 왜곡을 만들어낸 거죠. 다른 사람한테는 아무것도 아닌 상실이 그에게는 절망이었던 거예요. 생각해 보면 25년 동안 한 가지 일만 하면서 전문가가 됐고, 전문가가 되어서 옛 시골 땅의 집을 되찾았고, 아내와 자식들을 기르며 ‘다 가진 것 같은’ 상태까지 왔다고 믿었는데, 하루아침에 돈벌이가 끊긴 상황.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다 잃을 위기감이 들고 길바닥에 나앉을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 거죠. 이 남자는 그걸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짓이든 할 수 있다! 저는 그렇게 믿고 연기했어요.
그런데 막상 실행으로 옮길수록 연민이 생기는 상황도 인상적이었어요.
그렇죠. 첫 결심을 하고 행동으로 옮기려 할수록, 관객도 그렇고 본인도 그렇고 점점 연민이 생기죠. ‘저러면 안 되는데’ 싶은 마음. 첫 희생자인 구범모의 와이프가 바람피우는 장면을 보고는 그 남자가 그것만은 못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급하게 전화를 걸어요. 생각해 보면 이제 막 자기 손으로 죽이려던 남자를 동정하죠. 첫 살인은 정말 너무 힘겨웠고, 심지어 자신의 손으로 끝낸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이미 범죄에 연루됐고, 계획의 1단계가 마무리되었으니 어쩔 수 없이 2단계로 움직여야 할 것만 같은 상황 때문에 밀고 나가는 거죠.
감독이 연민을 위한 여러 외적인 장치를 만들어 놓은 것도 다 이유가 있겠죠?
장치가 참 많아요. 예를 들어 구범모의 ‘LP만 듣는다’는 아날로그 취향, 종이를 만지며 느끼는 섬세한 감각. 그런 건 만수에게도 있는 부분이거든요. 테니스를 치러 다니는 이미리(손예진)와 자신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구범모와 그의 아내(염혜란)의 관계가 겹쳐 보이기도 할 거고요. 두 번째 희생자인 고시조(차승원)는 딸이 겹쳐요. 작품에 보면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는 만수의 딸 리원이가 가방을 앞으로 메는 장면이 나오는데, 고시조의 딸도 가방을 앞으로 메지요. 마지막 인물인 최선출(박희순)도 마찬가지로 만수의 모습을 가지고 있어요. 성공해서 별장을 짓고, 바비큐를 하고, 술을 숨 쉬듯 마시죠. 모든 게 만수랑 겹쳐요. 마치 ‘만수의 성공한 모습’ 같은 느낌이 있죠. 그래서 결국 하나하나를 죽일 때 자기 자신을 죽이는 것 같은 감각을 느끼고, 그게 관객들에게도 전달되게 설계됐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 장면이 특히 그렇죠.
그 장면을 자세히 보면, 결국 모든 사람을 죽이고 회사에 들어가 첫 출근을 하면서 “우리 일요일 밤에 바비큐 할 거야”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미 다 잃은 상태예요. 딸의 연주를 생각해 보면, 아빠가 집에 없을 때 다른 가족들만 남았을 때 연주를 하지요. 만수가 출근한 공장도 생각해 보면 안 들어서고 조명이 하나둘씩 꺼지지요. 인간이 상대할 수 없는 인공지능이 이미 인간을 다 몰아낸 느낌이죠. 결국 그 속에 남겨진 의미는 상실이에요. 예전의 만수를 잃은 거죠. 아주 큰 비극이에요.
콰트로 클래식 라지 펜던트 네크리스, 왼손 검지에 낀 콰트로 클래식 다이아몬드 엑스스몰 링, 약지에 낀 콰트로 클래식 다이아몬드 스몰 링, 왼쪽 손목에 착용한 콰트로 클래식 커프, 오른손 검지에 낀 콰트로 레디언트 그로그랭 고드롱 링, 약지에 낀 콰트로 클래식 다이아몬드 라지 링 모두 부쉐론. 스웨터 페라가모. 팬츠 톰 포드.
전 그 영화의 모든 장면에 정보가 너무 많아서 그 밀도에 압도됐어요. 누군가는 그러더라고요. “이렇게 공들여 영화를 찍어줘서 고맙다”고요.
그 점이 진짜 놀라워요. 아마 감독님 현장에 가 보시면 정말 놀랄 거예요. 배우 연기만이 아니라 모든 부서에 다 적용되는 건데요, 카메라, 조명, 컬러, 의상 모든 걸 하나하나 다 컨펌하면서 아주 디테일하게 수정을 지시하세요. 어떤 질문을 하거나 제안을 해도 긍정과 부정의 모든 답변에 다 정확한 이유를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전 정말 그렇게 모든 것에 이유가 있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위대한 소설의 모든 문장은 그곳에 있는 이유가 있다는 얘기가 떠오르네요.
맞아요. 감독님이 하는 디렉션이 딱 그런 것 같아요.
아까 잠깐 얘기했지만, 저 역시 이 영화가 자기 자신의 영혼을 죽이며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인생을 알레고리 형식으로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결국 다 메타포인 거죠.
영화적인 설정이라는 생각으로 좀 넓은 포용성을 가지고 이 영화를 보면, 그냥 되게 재밌고 웃기는 영화일 수 있어요. 그러나 이 영화를 그런 직관 너머의 관점으로 보면, 이면의 의미들이 다른 이면의 의미들과 연결되어 있어요. 그래서 저는 그게 참 놀라워요. 감독님은 이런 걸 설계하기 위해서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생각을 했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한국 같지 않게 장소의 느낌을 지운 듯한 인상도 받았어요.
이건 제 생각인데,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보편성을 얻기 위해 일부러 한국적인 색을 억지로 강조하지 않는 방향으로 간 것은 아닐까 생각해요. 원래 미국 소설이 원작이고 미국에서 만들려고 오랫동안 계획했던 탓도 있을 테고요.
Credit
- FASHION EDITOR 윤웅희
- FEATURE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안주영
- STYLIST 이혜영
- HAIR 임철우
- MAKEUP 김정남
- ASSISTANT 김민호
- ART DESIGNER 김대섭
MONTHLY CELEB
#카리나, #송종원, #채종협, #롱샷, #아이들, #제노, #재민